[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컨택터스를 위시한 용역 업체에 동원된 용역 대부분은 체육·경호학과 재학생들 및 졸업생들이다. 또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어보고자 마지못해 나선 이들도 있다. 그들이 노조를 때려 부수며 '알바비'로 받는 일당은 8만원. 하지만 윗선에선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돈이 오고 간다. 노조를 박살 내달라고 수십억원을 뿌리는 기업, 그 돈으로 수억원의 차익을 남기는 용역업체, 그리고 늘어나는 8만원짜리 대학생 용역깡패. SJM 폭력사태 후 드러난 용역업체 내부 돈 흐름을 살펴봤다.
현행법상 경비업체는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고 시설물 보호 업무만 할 수 있다. 따라서 노조와 경비업체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면 경찰은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 인명피해 및 재산피해가 발생했다면 사법처리로 이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SJM 폭력사태에서 보듯 용역 업체는 이미 법을 초월했다.
수수방관하던 경찰은 사회적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서고 있다. 경찰도 무력화시킨 채 노조 때려 부수기에 여념 없는 '현대판 사병들', 어떤 힘으로 움직이기에 그리도 거침없을까.
용역알바 하루 8만원
지난 6일 경기 안산시 SJM 노조원 폭행사건을 조사 중인 민주통합당 '폭력용역업체 진상조사단'은 "컨택터스의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컨택터스는 11일간 SJM에 용역을 투입해 5억73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컨택터스가 막대한 수익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관한 추가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상조사단 간사 은수미 의원은 "컨택터스의 초법적이고 월권에 가까운 (노조) 진압이 경찰 눈앞에서 벌어지는 게 과연 가능하냐"며 "컨택터스의 수익금이 정관계 로비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사단이 발표한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컨택터스와 SJM의 거래계약서에는 용역 직원 한 명당 일당 15만~17만원에, 야간 수당까지 해서 하루 34만원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용역 직원 및 알바들에게는 하루 평균 7만5000원에서 8만5000원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원된 용역은 경력이 아무리 쌓여도 10만원을 넘기 어렵다는 것.
이를 두고 컨택터스의 한 관계자는 "동원되는 인력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용역동원비용은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른다"면서 "경비업체는 인건비에서 차익을 남겨 건당 수십억원씩 벌고 있다"고 말했다.
경비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일당 8만원은 맨 아래 단순 동원된 직원의 금액일 뿐이고 그 위에 팀장급은 이보다 훨씬 많이 가져간다"며 "실장급이나 바지 사장 등 중간 간부급은 한 달에 인원 100명 정도만 돌려도 월 6000만원에서 7000만원씩 번다"고 증언했다.
돈으로 폭력까지 사는 시대, 법 초월한 '현대판 사병'
MB정부의 대학생 일자리 대책은 '용역깡패' 키우기?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컨택터스가 동원한 한 프리팀 팀장은 SJM 용역투입 건을 두고 "미뤄보건대 최소 50억원짜리 계약"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야간 16시간 일하는 것으로 계산해 고용된 용역직원이 받는 평균 일당이 16만원 수준인데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250명이지만 대기 인력까지 계산해 300명 정도로 여유를 두고 계약을 맺는다"며 "보통 용역계약이 3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해 계산하면 54억원 정도가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회사 측이 용역업체에 주는 돈은 인건비뿐만이 아니다.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 SJM 사측은 컨택터스에 숙식 및 소모품 등의 부대비용을 모두 제공하기로 계약했다. 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가 노조 집회현장 확인과 채증을 위해 카메라 등 필요한 장비 일체를 경비업체에 지급하기도 했다.
특히 노조가 완전히 파괴되면 별도의 성과금이 주어진다는 후문이 있어 성과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노조를 깰 때 쓸 수 있는 돈을 따로 만들어 놓는다"면서 "기업마다 다 있다. 그 규모가 수십억원대로 엄청나게 크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일시에 2500여 명까지도 동원이 가능하다는 용역업체 직원들은 누굴까? 경비용역업체들은 상시 고용하고 있는 경비원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일이 생기면 프리팀과 아르바이트생을 모은다. 이들은 주로 20대의 건장한 청년들로, 50여 명이 한 팀을 이룬다. 물론 팀을 이끄는 팀장급은 업체 직원으로 군대식 조직을 운영한다.
이 젊은이들 대부분은 덩치 좋고 유단자인 체육·경호학과 재학생 및 졸업생이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 이들이 취업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수입이 좋은 용역업체에 문을 두드리게 되는 것이다.
'노조 깨기' 성과급은?
개중엔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격에 어딘가 어색하고 어설픈 초보 용역들도 찾아 볼 수 있다. 이들은 대학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나온 대학생들로 떳떳하지 못한 일인 것을 알면서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서울 소재 모 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용역 아르바이트생은 "여름방학동안 용역업체에서 가라는 대로 부산의 한진중공업, 충남 아산의 유성기업, 경기도 안산 SJM 등을 돌며 150만원을 벌었고 이 돈으로 겨우 대학등록금을 낼 수 있었다"며 "사람들이 날 향해 '깡패 새끼'라고 욕을 한다 해도 내 등록금이 저들의 사정보다 더 절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