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또 다른 금메달' 사냥 나선 기업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15 09: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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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마케팅' 누가 웃고 누가 울었나?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런던올림픽 때문에 난리다. 한국선수단은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10개를 일찌감치 돌파했고 연이은 승전보로 대회기간 동안 국민들을 즐겁게 하고 무사귀환했다. 런던에서 벌어졌던 '총성 없는 전쟁'은 국내 기업들의 올림픽 마케팅에도 불을 지폈다. 대기업 총수들이 앞다퉈 대거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선수들에 대한 각 기업의 메달포상금도 연일 '억'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선수가 평생 먹을 라면을 제공하겠디는 기업도 생겨났고 아예 아파트 한 채를 주겠다고 약속을 한 기업도 있었다.

지난 8일 새벽 5시30분께 한국-브라질 4강전이 끝난 뒤 아파트 주차장이나 주택가 골목에는 담배를 꺼내 무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날 시청률은 새벽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4.2%의 높은 전국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아쉬움은 컸다.

축구·사격으로
활짝 웃은 KT

2001년부터 연간 34억원을 지원하면서 대한축구협회와 축구국가대표팀을 공식 후원하고 있는 KT도 아쉽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KT는 큰 아쉬움만큼이나 큰 홍보효과를 보고 있다. KT가 추산한 4강 진출에 따른 홍보효과는 약 2000억원. 지상파 방송뉴스 시간대 광고비를 15초당 1000만원으로 계산하면 대표팀 관련 뉴스가 2분만 나와도 약 1억원의 간접광고효과를 얻게 된다. 선수들의 경기복에는 KT로고가 들어가지 못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입는 평상복과 연습복에는 로고가 박혀있다. 이 로고는 선수들의 연습장면이나 기자회견장면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KT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도 국내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유일하게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파트너를 맡아 5조원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T는 사격에서도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2관왕을 달성한 진종오 선수는 KT직원이다. 진종오는 지난달 28일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결승과 지난 5일 열린 남자 50m 권총 결승에서 2관왕에 올랐다. 진종오는 한국대표팀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긴 뒤 "그동안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이석채 KT 회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이제는 회장님 얼굴을 떳떳이 뵐 수 있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남자 50m 권총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도 그는 KT에 대한 고마움을 전달했다.

이 회장도 진종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올림픽 2관왕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한국선수 사상 첫 여름 올림픽 개인 종목 2연패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장하고 대단하다. 대한민국 선수단 금메달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축하메시지를 전달했다.

역풍 맞은 '농심' 라면 평생 무상제공이 뭔 말?
구본무 LG그룹 회장 양학선 선수에 5억 쾌척

사격 덕분에 브랜드 가치 상승의 호재를 맞은 기업은 또 있다.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의 회장사를 맡아 전폭적인 지지를 해오고 있는 한화그룹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8년부터 대한사격연맹 창설 이후 기업이 주최하는 최초의 사격대회인 '한화회장배 전국하계대회'를 개최해 국내 사격선수들의 실력향상과 유망주 발굴에 기여해오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 한화회장배 사격대회는 국내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전 종목 전 부별로 종이표적이 아닌 전자표적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이 쌓은 경험은 국제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사격대표팀에게 통 큰 포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공식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삼성의 올림픽 마케팅은 '국내 1위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효과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진행하고 있는 SNS 마케팅 프로젝트 '골드러시'가 대표적이다. 고객의 참가 접점을 넓히고 재미를 곁들인 기법으로 폭염에도 120만명 이상을 끌어들이면서 전자나 광고업계에 성공사례로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을 광고모델로 선정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자사 제품의 이미지와 맞는 선수를 선정하는 작업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분야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전자를 통해 마라톤, 경보 등 육상을 지원하고 있고 삼성생명은 레슬링과 탁구, 에스원은 태권도, 삼성전기는 배드민턴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회사 차원의 지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부터 부인 홍라희 여사,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일가족이 총출동해 열렬한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가장 많은 종목에서 후원 효과를 누린 기업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2008년 최태원 회장이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에 부임하면서 비인기종목인 핸드볼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왔다. 지난해 434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내 첫 핸드볼 전용경기장을 건립했고 올 1월에는 해체 위기에 놓여 있던 용인시청 여자핸드볼팀을 그룹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가 인수해 재창단하기도 했다.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준결승 진출로 이에 화답했다.

앞서 최 회장은 올림픽 개막 전 한국선수단 전체의 선전을 기원하며 임직원들과 함께 격려금 2억원을 전달했다. 이와 별도로 최 회장과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은 핸드볼 대표팀에 메달을 딸 경우 추가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억' 소리 나는
격려금·포상금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대한펜싱협회장을 맡아 우수선수 발굴과 선수들의 기량향상 지원, 국제대회 유치 등 다양한 후원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에 힘입어 여자개인 사브르에서 김지연이 금메달을 땄으며, 여자단체 에페에서 은메달을, 여자단체 플뢰레에서 동메달을 땄다. 남자개인 플뢰레와 에페에서도 각각 동메달을 땄으며 남자단체 사브르에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SK텔레콤은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수확한 '마린보이' 박태환도 2007년부터 'SK 박태환 전담팀'을 통해 후원해 왔다. 

스마트TV 광고에서 런던올림픽 단어를 사용했다가 제약으로 해당 단어를 삭제하는 등 올림픽 마케팅을 거의 하지 못한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통 큰 격려금 쾌척으로 설움을 한방에 씻어냈다. 런던올림픽 체조 도마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양학선 선수에게 5억원을 전달하기로 한 것.

구 회장은 양학선이 가진 불굴의 의지와 부모님에 대한 지극한 효심에 감동받았다고 전했고 한국 체조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기량 향상과 기술연마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훈훈한 뉴스다" "LG의 기업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등 호평이 이어지면서 LG로서는 올림픽 막바지에 금메달을 딴 셈이 됐다.

대한체조협회 회장인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도 이미 양 선수에게 1억원의 포상금을 약속했으며 SM그룹도 2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런던 피카딜리 광장에 가로 20m, 세로 10m 규모의 옥외광고판을 설치해 전 세계 스포츠팬의 관심을 집중시킨 현대차그룹도 올림픽 경기에서 우리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힘써왔다.

현대차는 '양궁사랑'으로 유명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4번의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했고 정 회장이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 양궁발전에 이바지했다.

현대모비스는 레이저를 활용한 연습용 활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했고, 정 회장은 사비를 털어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를 구매해 양궁협회에 보내기도 했다.

휠라, 선수단복으로
매출 20% 신장

특히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 때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하자 스위스에서 비행기로 물을 공수해준 일화는 유명하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한국 양궁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여자단체전을 비롯, 남자와 여자 개인전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는 등 3종목을 석권했고 남자단체전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여궁사들은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정 부회장이 있는 관계자석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기도 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양궁대표선수들에게 6억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던 정 부회장은 이번 올림픽 역시 대표팀에게 적잖은 포상을 할 예정이다.

양궁 덕분에 '착한기업'으로 떠오르는 인터넷 쇼핑몰도 화제가 되고 있다. 런던올림픽 양궁 경기에 출전한 국내 선수들과 외국선수들이 귀여운 캐릭터 그림과 함께 '바가지머리'라는 한글이 적힌 가슴보호대를 착용한 모습이 연일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부터다. 바가지머리 가슴보호대는 한국 뿐 아니라 덴마크,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선수들도 착용해 단숨에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가슴보호대는 한국의 의류업체 바가지머리가 2009년 울산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무상으로 지급한 것. 바가지머리는 2009년 당시 티셔츠와 가슴보호대를 선수들에게 지원했고 외국 선수들이 해당 보호대가 마음에 들어 이번 올림픽에도 착용하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선수단이 입고 있는 시상복, 트레이닝복, 신발, 모자, 가방 등을 총괄 제작한 휠라도 20% 가까이 매출이 늘어나는 등 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휠라는 단복 시연회 당시 우수한 품질에 태극·단청 등 대한민국 고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여 국가대표 선수들과 언론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미국 주간지 <타임>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대한민국 선수단 단복이 '베스트 유니폼'으로 뽑히기도 했다.

삼성·현대차·SK·한화·KT '메달' 뒤엔 이들이
런던올림픽에서 대박 난 기업들 연신 '함박웃음'

휠라 관계자는 "의류업계가 전반적으로 비수기지만 휠라는 올림픽 개막 이전보다 20%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며 "한국선수단의 선전에 힘입어 브랜드 홍보효과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휠라는 또 "금메달을 딴 한국선수가 시상식 때 입어 '금메달 점퍼'로 불리는 시상복의 경우 일부 사이즈가 동나 구하기 힘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정판으로 내놓은 국가대표 선수단복이 이렇게 인기를 끈 것은 올림픽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업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단 단복에 대한 문의가 늘자 휠라는 '금메달 점퍼'나 트레이닝복을 20벌 이상 단체 주문할 경우 특별 제작해 판매하기로 했다.

이처럼 올림픽 마케팅에 나선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출 향상이나 기업 이미지 상승 등 호재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의도와는 다르게 악재를 맞고 있는 기업도 있다. 양학선 선수에게 평생 먹을 라면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농심이다.

사연은 이렇다. 양 선수 어머니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 (집에) 오면 뭘 제일 빨리 먹고 싶을까? 라면? 너구리라면? 너구리라면 말고 칠면조 고기로 맛있게 요리해줄게"라는 말을 했다.

이 장면을 본 농심 측은 양 선수의 집에 전화를 걸어 "너구리라면을 평생 무상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인터넷에 '양학선네 집으로 너구리 배달완료'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사진에는 양 선수의 어머니가 농심 측으로부터 너구리를 받아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농심을 향해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800원짜리 너구리를 하루에 한 봉지씩 먹는다고 가정해도 1년에 29만원, 차라리 CF를 줘라" "금메달을 딴 선수 이름을 빌려 라면 홍보하는 것이 아니냐" "목적이 훤히 보이는 명백한 생색내기" 등의 반응에 농심은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농심 측은 "양 선수 부모님께 평생 동안 농심라면을 제공한다는 제의를 한 것은 맞지만 제의에 대한 확답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농심의 생색내기
누리꾼 '뿔났다'

20여 가구가 사는 전북 고창군 남동마을에 양 선수 금메달 획득 기념 마을잔치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마을 이장님께 떡 2말, 라면 100박스, 음료 등을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너구리의 경우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200여 종의 라면 가운데 판매 순위 상위권을 다투고 있어 특별한 마케팅이 필요 없다"고 마케팅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양 선수가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농심이 마을잔치에 라면을 지원한 것이 아니냐" "굳이 마케팅이 아니라고 부인할 것도 없다"는 등 곱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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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