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일이냐 삶이냐’ 유아인의 속내 

“내 인생의 관찰자가 됐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유아인은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2003년 열일곱의 나이에 KBS2 <반올림>을 시작으로, 수많은 작품서 뛰어난 연기를 펼치며 끊임없이 성장해왔다. 매 작품 열정을 보인 그는 방송과 영화계서 캐스팅 0순위였다. 배우로서 커다란 명예인 칸 영화제에 초청돼 레드카펫도 밟았다. 스스로 “세속적인 성공은 충분히 이뤘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삶은 비교적 풍요로워 보인다.
 

▲ ▲배우 유아인 ⓒ고성준 기자

유아인은 새로운 성공을 노리고 있었다. 경제적 성공을 넘어서 더 단단하고 깊이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몸부림 중이었다. 오락물에 가까운 영화 <#살아있다>를 선택한 이유도 변화와 맞닿아 있다. 삶에 있어 더욱 깊이 고민 중인 유아인의 속내를 살펴봤다.

배우 유아인의 작품은 대부분 무겁고 깊었다. 선생 말을 지지리 안 듣는 고등학생(<완득이>)과 의상부터 언행까지 모든 것이 불량한 성균관 유학생(<성균관 스캔들>)을 넘나들었고, 나라가 망하는 것에 인생을 베팅해 큰돈을 거둬들인 주식 재벌(<국가부도의 날>)이자, 인간에게 치욕을 주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재벌 2세(<베테랑>)이기도 했다.

스무 살이나 많은 유부녀와 사랑을 나눈 피아니스트(<밀회>)였으며, 배경이 조선일 때는 복잡한 사연으로 혼재한 사도세자(<사도>), 이방원(<육룡이 나르샤>), 숙종(<장옥정, 사랑에 살다>)이었으니, 그가 걸어온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은 파도가 몰아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유아인이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살아있다>다. 정체불명의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뜯어먹기 시작하면서 아파트 인근이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전화와 인터넷 등 모든 통신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는 영화 <부산행>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까지,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좀비물이다. 좀비가 횡행하는 때에 사람 간의 유대감을 조명한 작품. 유아인은 극중 게이머이자 20대 청년 준우를 연기한다. 


이제껏 복잡한 내면을 표현해온 유아인은 <#살아있다>에서는 다소 선명하고 단순한 성향을 가진 준우를 표현한다. “비교적 가벼운 오락물을 선택한 것 역시 도전이었다”는 유아인은 긴 러닝타임의 중반부까지 혼자 이끌고 간다. 그 홀로 있는 시간이, ‘자가격리’를 쉽게 볼 수 있는 요즘가 긴밀히 맞닿아 있어, 공교로운 공감이 일어난다.

가족이 외출한 사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좀비들로 인해 오랫동안 홀로 아파트 안에 갇혀 있었던 준우의 일상으로 꽤 오랜 시간을 채운다. 다소 모험적인 선택이었음에도, 영화가 전혀 지겹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유아인의 입체적인 표현력 덕분 아닐까. <#살아있다>를 통해 또 한 번 진면목을 보인 유아인의 소회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웃음 짓는 배우 유아인 ⓒ고성준 기자

-지난 16일 처음으로 영화를 봤는데, 소감을 말한다면?

▲어려운 시기에 작품이 나오게 됐다.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고 계셔서 아직까지는 기대가 된다. <#살아있다>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시는 분들에게 공감대를 드리고 좋은 느낌을 드릴 수 있을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초·중반부까지 홀로 작품을 이끌어가는데,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 같다.

▲사실 부담이 컸다. 그 부담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 정도의 미션을 돌파해나가는 재미랄까.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고, 장르적 특성도 살아있으면서 인물색도 강했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었다. 사실 나 혼자만 등장하기 때문에 초반부를 지루하게 느낄까 여전히 걱정된다. 그 부분이 지루하면 실패하는 영화다. 부디 많은 관객이 준우와 함께 호흡해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유아인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색이 분명했다. <#살아있다>의 준우는 그 색이 불분명하다. 일상에 있는 누군가를 표현하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꽤 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옆집 청년을 상상하며 연기했다. 물론 옆집 청년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다. 크게 거슬리지 않고 현실성이 살아있는 인물로 표현하려 했다. 게임 속에서 활약하고 장난치는 모습들을 상상하며 연기했다. 

-영화 내에서 표현하기 어려웠던 장면이 있나?

▲처음에 게임 화면 속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어려웠다. 게임을 하지 않아서 보통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더라. 일상적이고 평범함이 묻어나는 대사였는데, 그런 장면이 부담스러웠다. ‘하이하이’라는 대사는 현실성이 없고, 설정 같고 흉내 내는 모습 같았다. 

<#살아있다> 홀로 이끈 그만의 진면목
‘코로나 시대’ 공교롭게 공감 가는 영화

인물의 성향은 평범하지만 상황은 극단적으로 몰린다.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이 뭔가. 

▲가장 염두에 둔 키워드는 편안함이다. 두드러진 매력이나 기운보다 편안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일상의 자연스러움과 극한의 감정으로 가는 과정이 리드미컬하게 자연스럽길 바랐다. 또 귀여움도 보여주고 싶었다. 애교를 잘 떨어서 나오는 귀여움이 아니라, 그냥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는 귀염성을 가진 친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극중 준우는 스트리밍을 하는데, 대사가 많지 않다. 충분히 대사를 넣어서 인물의 색을 넣어줄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없었다. 편집된 것인가?

▲<#살아있다>는 진행이 상당히 빠른 영화다. 캐릭터 소개가 아주 선명하게 나오지도 않고, 상황 설명도 크지 않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바로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어야 했다. 구체적인 설명과 표현들은 지양됐던 현장이었다. 

-이 영화는 좀비 혹은 괴생명체의 발생 근원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모호함이 크고 방향성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는 것 같다. 

▲모호함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뭔가 명확해지면 막막함과 두려움이 더 약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근본적인 해결책과 답을 주지 못하고, 그냥 벌어진 사건이고, 상황에 맞게 일일이 대처하면서 살아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 영화 내의 상황이 일어난다면 추측만 할 뿐 누구도 정답을 갖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오열 신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눈물인데, 해당 장면서 인물의 감정의 정도도 보이고, 후반부 상황이랑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더라. 오열신은 열심히 준비한 것 같았는데...

▲사실 그 장면은 욕심냈다. 대본에 그 정도로 잘 설명돼있지는 않았다. 되려 반대 의견을 가진 분도 많았다. 오열 후에 오히려 슬픈 정보를 인지하게 되는데, 그 전에 눈물을 터뜨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럼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고립된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잘못이나 슬픈 정보 때문이 아니라,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해 만들어진 외로움. 그런 감정이 배설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정답은 없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혼자 리허설까지 해서 보내드리고 했다. 
 

▲ 배우 박신혜와 포토타임 갖는 유아인 ⓒ고성준 기자

-중후반부부터 박신혜가 등장한다. 박신혜와의 촬영은 어땠나?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했지만, 그런 점이 없어서 아쉬운 면이 있다. 되려 판에 박힌 현장서 만나는 것보다 이런 재미가 있는 현장서 만나는게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의견을 피력할 때는 강하게 하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전혀 굴하지 않고 신혜씨도 자기 의견을 냈다.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의견을 내는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는 재미가 있었다. 현장서도 일상서도 그런 사람이 훨씬 재미있고 좋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다. 의외의 선택이다. 심적인 변화가 있었나?

▲준우를 표현함에 있어 가장 크게 생각한 게 편안함이었던 것처럼 개인적으로도 편안함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 이야기인즉슨, 편하지 않게 살았다는 것이다. 불편해도 신념을 갖고 움직이거나,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것을 좋아했다. 계속 그렇게 살아가려면 쉬는 순간도 필요했다. 그런 생각들이 이런 오락적인 장르물을 선택하게 된 이유기도 하다.

예능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예전부터 있었다. 삶의 권태로부터 오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일종의 환기를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20대를 몽땅 연기에 투자했는데, 30대가 되고 나서보니 삶의 목적이나 방향성이 불분명해졌다. 지금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냥 불분명할래’라는 태도로 살아가고 있다.

-삶의 목적과 방향성을 잃었다고 했다. 좀 더 주체적인 삶의 변화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어떤 동기가 있었나. 


▲내가 생각해온 신념이나 목적이 동기가 분명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내가 주체적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인 줄 알았는데, ‘사실 주입된 환상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성취했다. 그 성취를 위해 20대를 쏟았다. 그런데 그런 것들로만 살아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인가?

▲그냥 주변서 벌어지는 일이 삶이 되는데, 관찰자의 입장이 됐다. 내 인생에 내가 관찰자이자 주변인 같은 태도가 생겼다. 덜 애쓰고 살고 싶다는 갈망이 커졌다. 과거엔 모두 너무 잘하고 싶어했었는데, 이제는 좀 내려놓게 됐다. 예전에는 인터뷰할 때 똑같은 질문이 다섯 개가 나오면, 어떻게든 다른 대답을 하려고 했다. 이제는 그냥 허용치까지만 한다. 몸도 마음도 힘들어질 때가 있다. 실제로 숨이 가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목적 잃은 삶, 날 불안하게 해”
“삶의 가장 중요한 동력은 사랑”

번아웃을 느낀 것인가.

▲그런 것일 수 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것 같다. <버닝>이 생각난다. 버닝이 태운다는 의미인데, ‘우리가 태우고 있는 게 진짜 태워지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든다. 부정적인 단어를 쓰고 싶진 않다. 남들처럼 살려고 쫓아가지 말자는 식의 생각을 하게 된다. 

-유아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에너지 원동력은 무엇인가?

▲사랑인 것 같다. 하하. 그게 맞는 것 같다. 오그라들어도. 사랑과 미움은 동시에 존재한다. 내가 어디에 집중할지를 선택하는 게 삶이면서, 내게 주어진 권한이다. 점점 의심스럽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가 택하고 기대할 수 있는 건 사랑 뿐인 것 같다. 그것을 위해 에너지를 많이 쓴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아인이 밝힌 SNS 설전 이유
“사회에 대한 애정 때문에…”

지난 2017년 유아인은 대다수의 사람들과 트위터를 통해 설전을 벌였다. 멘션과 답글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설전으로 크게 번졌다. 사람들은 소위 ‘애호박 대첩’이라고 명명했다.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고 남긴 유아인의 글은 그를 폭력적인 인간과 여성을 혐오하는 인간으로 둔갑시켰다. 이후 네티즌들을 넘어 일부 셀럽들과도 다투기도 했다. 당시의 유아인이 보여준 전투력과 순발력은 그 분야에 상징과도 같은 진중권 교수를 뛰어넘을 정도였다.

일부는 그에게 환호하며 ‘빛아인’이라 칭했고, 반대 측에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로 그를 비난했다. 상처가 남을 법한 사안이었다. 잃을 것이 많은 스타였던 유아인은 왜 상처뿐인 싸움에 최선을 다했던 것일까.

3년 전 ‘애호박 대첩’ 화제
일부 셀럽들과 글로 다투기도

“그때 말고도 나는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에 발언하는 사람이었다. 그냥 그 행위를 거리낌 없이 펼치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 당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그렇게 한 거다. 그냥 그들을 소비자로 생각했다면, 쉬운 방법은 더 많았다. 많이 지쳤지만, 소통의 기회를 열게 되는 이유도 역시 사랑인 거 같다. 어떤 것이든 편견으로 판단한다면 뻔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사랑으로 진심으로 던진 것이다. 이제는 그런 똑같은 상황이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부당한 일 앞에서는 충분히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기 바란다. 인터넷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 대중에게 연예인으로서 가진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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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