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120분의 화자 신혜선의 발견 ‘결백’

▲ ⓒ키다리 이엔티

[일요시사 취재 2팀] 함상범 기자 = 인간의 그릇된 욕망은 파멸을 불러온다. 잘못된 욕심으로 저지른 죄로 인한 죄책감에 짓눌려, 또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갉아먹기도 한다. 그 잘못의 부메랑은 어김없이 자신에게 돌아온다. 영화 <결백>은 죄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장례식장서 출발한다. 추인회(허준호 분) 대천 시장이 능구렁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장례식장을 찾고, 막걸리를 들이킨다. 죽은 사람을 고이 보내줘야 하는 장례식장서 들리는 이야기는 추인회를 향한 찬양이다. “추 시장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먹고 산다고.”

그러다 곧 사람들이 픽픽 쓰러진다. 막걸리를 먹은 사람들이다. 막걸리에는 농약이 들어있었다. 죽은 남편의 부인이자 상주였던 화자(배종옥 분)는 막걸리에 농약을 탄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우연히 이 소식을 알게 된 대형로펌의 변호사 딸 정인(신혜선 분)은 10여년 만에 잊고 지내고 싶었던 대천을 찾아 화자 앞에 선다. 

정인은 아버지의 폭력에 못이겨 밤중에 서울로 도망쳤고, 그 이후로는 가족과 인연을 끊었다. 오랜 만에 만났지만, 반가울 틈이 없다. 치매에 걸린 화자는 딸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병보석으로 풀려나게 하기 위해 변호를 자처한 정인은 어딘가 이상한 흔적을 찾아낸다. 이상한 남성이 집을 들쑤시는가 하면, 대천의 깡패들은 ‘대천을 떠나라’며 폭력을 한다. 증인으로 나서는 사람들은 물론 엄마의 변호사였던 사람도 행동이 의심스럽다. 정인은 우연히 알게 된 초등학교 동창 양 순경(태항호 분)과 손을 잡고 음모를 파헤친다. 

영화는 일직선이다. 큰 사건이 일어났고, 정인이 그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는 구조다. 커다란 비밀을 한꺼풀씩 벗겨낸다. 개연성도 상당히 높고, 어설픈 구석이 없다. 상당한 몰입감을 유지하면서 진실 앞으로 전진한다. 
 

▲ ▲▲ 배우 신혜선 ⓒ문병희 기자

<사생결단>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조감독 출신인 박상현 감독은 데뷔작부터 재능을 증명한다. 자칫 하나라도 어설프면 몰입감이 순식간에 깨지는 스릴러 장르인데, <결백>은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하게 이야기를 구성한다. 앞뒤가 딱딱 들어맞는다.

스릴러 장르 영화의 기본을 지켰을 뿐 아니라 후반부 감정 신에서도 눈물샘을 자극한다. 딱히 특별한 메시지나 주제의식으로 삼을만한 것이 보이지 않으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일부 신파스러운 장면과 오글거리는 대사가 있기는 하나,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결백>의 가장 큰 미덕은 신혜선의 발견이다. 120분 동안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끌고 간다. 정인이 바라보는 것이 곧 관객의 시선인 작품이다. 커다란 비밀이 하나씩 벗겨지는 것을 보는 유일한 인물이다. 이 거대한 이야기의 화자다. 막대한 분량은 물론, 다양한 사건과 새로운 비밀을 파헤치는 부분과 함께 하이라이트 부분서 커다란 감정 표출까지, 정인에게 주어진 역할이 상당하다. 

신혜선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낸다. 날 선 긴장감이 섞인 모든 장면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법정에서의 분노, 수사할 때의 명석함, 엄마 앞에서의 슬픔 등 여러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정인의 톤을 유지한다. 드라마서 꾸준히 자신의 입지를 쌓아올린 그의 내공이 <결백>서 온전히 드러난다.

원톱 영화나 다름 없는 <결백>은 신혜선의 필모그라피 중 가장 빛나는 작품으로 보인다. 영화계서 최근 2~30대 여주인공을 할만한 배우들이 많지 않았던 상황에, 신혜선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배종옥은 명품이다. 특수분장으로 인해 표정 연기가 어려운 상황서 눈만으로도 온전히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특히 후반부 정인과 화자의 면담 신에서, 배종옥이 보인 퍼포먼스는 엄청나다. 명배우란 어떤 것인지 충분히 보여준다. 
 

▲ ⓒ키다리이엔티

국내 영화 매체서 충청도는 전라도나 경상도에 비해 관심이 적은 지역이었다. 경상도나 전라도 캐릭터는 딱 떠오르는 인물이 많지만, 충청도는 특별히 없다. 이번에는 충청도가 배경이다. 추인회 역의 허준호는 충청도 인물의 가이드를 던져준다. 능구렁이 같은 대사를 툭툭 던져내는 의뭉스러운 추인회는, 앞으로 충청도 인물의 표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히 놀랍다. 

주요 배우들 뿐 아니라 화자의 아들이자 지적 장애아 정수 역의 홍경, 부장검사 역의 정인겸, 양순경 역의 태항호 등 이야기를 풍성하게 꾸며주는 조연들의 연기도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다.

촘촘하게 짜여진, 탄탄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명연기, 후반부 터지는 반전과 매끄러운 결말 등 <결백>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위축된 한국 영화계의 희망을 쏠 작품으로는 충분해 보인다. 워낙 상황이 좋지 않아 관객이 많이 들지는 의문이나 작품성 면에서, 특히 배우들의 연기 면에서는 오래도록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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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