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혼란의 스쿨존 상황

애들 보호하다 운전자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근 스쿨존 내에서 일어난 사고에 관심이 높다. ‘민식이법’ 시행으로 법안 관련 논쟁이 계속되면서 스쿨존 사고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민식이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스쿨존은 혼란의 장소로 떠올랐다. <일요시사>가 스쿨존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조명했다.
 

스쿨존은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초등학교 주변 일정 거리 부근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교통시설과 체계를 어린이 중심으로 변경한 곳을 말한다. 1995년 도로교통법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 제도가 도입됐고 ‘어린이보호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규칙’이 제정됐다.  

음주운전 형량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초등학생 보행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총 1만4618건이다. 이중 77명이 목숨을 잃었다. 연도별로 2014년 333건, 2015년 3218건·2016년 2966건·2017년 2658건·2018년 2443건으로 건수 자체는 감소하는 추세다.

스쿨존서 발생한 사고는 1743건으로 22명이 사망했다. 2014년 377건·2015년 381건·2016년 345건·2017년 333건·2018년 307건으로 2015년부터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스쿨존이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서 일어난 사고 때문이다. 당시 9세였던 김민식군은 동생(4)과 함께 충남 아산 온양중학교 정문 앞 사거리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민식군은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했다. 동생은 온몸에 찰과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사고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12월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2월24일 공포됐고 3개월 뒤인 올해 3월25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2019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서 민식이법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민식군의 부모가 출연해 눈물을 흘리며 조속한 법안 통과를 호소했고, 문 대통령은 “국회와 협력해서 법안이 빠르게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지난 9월 아산서 일어난 사망사고
대통령 언급에 법안 초고속 통과

민식이법은 시행과 동시에 과잉처벌 논란이 일어났다. 논란의 중심은 스쿨존서 사고를 낸 운전자를 가중처벌한다는 내용이었다. 개정법은 운전자가 스쿨존서 통행속도 30㎞ 이내를 준수하고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하면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운전자가 스쿨존 내 규정 통행속도 30㎞를 지켜도 어린이가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민식이법이 적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교통사고의 경우 과실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많은데, 음주운전 등 고의에 의한 범죄와 형량이 비슷해 형벌의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음주운전 사망사고 형벌은 민식이법과 같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다. 
 

▲ 경주 사고 CCTV 영상 ⓒ피해자 측 제공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35만명 이상이 동의를 표해 지난 20일 청와대서 답변했다.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난 3월25일 (민식이법으로 불리는)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 개정 시행된 이후 과잉처벌이라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서 기준 이하의 속도를 준수하더라도 사고가 나면 무조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불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현행법에 어린이안전의무 위반을 규정하고 있고 기존 판례서도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 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에는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이런 현행법과 기존 판례를 감안하면 무조건 형사처벌이라는 주장은 다소 과한 우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스쿨존 사고를 둘러싼 논란은 민식이법 시행 이후 계속되고 있다. 최근 경주 스쿨존서 일어난 사고를 두고도 민식이법 적용 대상인지 여부를 두고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 25일 경주 동천동 동천초등학교 인근서 교통사고가 났다. SUV 차량 운전자가 9세 남자아이가 탄 자전거를 뒤에서 들이받은 것. 사고를 당한 남자아이의 누나가 사고 영상을 SNS에 올리면서 누리꾼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누나는 “남동생이 운전자의 자녀와 다퉜는데, 운전자가 뒤쫓아와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주장 중이다. 

시행 직후 과잉처벌 논란
법 빌미로 합의금 요구도

사고가 고의인지 과실인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자 경주경찰서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했다. 운전자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사고가 스쿨존 내에서 일어난 만큼 민식이법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한문철TV’를 통해 “(경주 사고는) 민식이법 적용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에는 민식이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스쿨존서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낮 12시15분경 덕진구 반월동에 있는 스쿨존서 2세 남자아이가 불법유턴을 하던 차에 치여 사망했다. 사고 당시 엄마와 함께 있던 남자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법원은 해당 운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상태다.

스쿨존서 난 사고도 아닌데 민식이법을 언급하면서 합의금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 한문철 변호사는 지난 18일 ‘이렇게 튀어나온 아이를 어떻게 피하죠?’라는 제목의 영상을 자신의 채널에 게재했다. 영상 속에는 차량이 코너를 돌아 골목에 진입해 달려가는 순간 갑자기 아이가 식당에서 튀어나오는 장면이 담겼다.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아이는 차량 오른쪽 부분에 부딪힌 뒤 쓰러졌다. 차량 운전자는 50㎞ 속도제한 도로서 20∼30㎞ 미만으로 운행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데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 아이 부모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고 연락처를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되지 않았다”며 “이후 아이 부모가 민식이법 적용 사례라며 보험사에 합의금으로 150만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험사는 저와 협의 없이 106만원에 아이 부모와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개정될까?

운전자는 “스쿨존도 아닌 곳에서 느닷없이 달려 나온 아이의 행동으로 발생한 사고를 무조건 민식이법으로 접근해 합의부터 먼저 하려고 한 아이 부모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해당 사고는 절대적으로 운전자에게 잘못이 없다”며 “경찰에 민식이법으로 접수해봤자 ‘공소권 없음’으로 접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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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