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민 상간녀’ 한소희가 직접 밝힌 ‘부부의 세계’ 후일담

“결혼? 안 했지만 하고 싶지 않아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드디어 JTBC <부부의 세계>가 끝났다. 시청자마저 감정 소모를 일으키는 작품이라고 불린 이 드라마는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28.3%)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여러 스타가 조명된 가운데, 가장 화제의 인물은 ‘국민 상간녀’의 닉네임을 획득한 배우 한소희다. 욕하지 않을 수 없는 불륜녀 여다경을 연기한 한소희는 엄청난 사랑과 관심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여다경을 버리는 게 숙제”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 배우 한소희 ⓒJTBC

배우 한소희가 <부부의 세계>서 맡은 ‘여다경’의 4년은 파란만장 그 자체다. 남부러울 것 없는 부모의 재력 안에서 호위호식하며 자랐을 뿐 아니라, 미모와 교양도 갖췄다. 그야말로 ‘엄친딸’에 해당하는 그가 유부남 ‘이태오’(박해준 분)를 사랑한다.

악역?
호감도↑

남의 남자를 뺏는 것도 모자라, 내연남 아내 ‘지선우’(김희해 분)의 직장에 찾아가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자신의 치부를 들춰냈다고 뒤통수를 후린다. 온갖 불명예를 뒤집어쓰면서까지 내연남과 결혼하고, 살던 동네를 떠난다. 그러더니 무슨 연유인지 모르게 다시 돌아와 지선우를 이기려고 덤벼든다.

온갖 못된 짓에 술수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사랑을 지키려고 아등바등하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이태오에게 있어 자신이 지선우의 대용품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 뒤 이혼한다. 그리고 이태오 사이서 낳은 딸 ‘제니’는 이제 혼자 키워야 하는 신세가 된다. 

20대 여성으로서 쉽게 겪을 수 없는 파도같은 인생을 배우 한소희가 감당했다. 이 작품전까지만 해도 한소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아는 사람만 아는 수준이었다. 이제는 ‘국민  상간녀’라 불릴 정도로 그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악역을 맡았음에도 좋은 연기력 덕에 호감도 많이 얻었다.


하루아침 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 한소희를 만났다. 

“안녕하십니까?”라며 크게 인사하는 한소희는 여다경과는 달리 소탈했다. 울산 출신이라 그런지, 집중하는 순간 사투리 억양도 곧잘 튀어나오는 그였다. 여다경과는 다른 수더분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럼에도 수개월간 여다경을 표현한 한소희는 아직 캐릭터를 털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부부의 세계>는 내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아직 떠나보내기가 싫다. 마음이 이상하기도 하고. ‘처음 촬영으로 돌아갈래?’라고 물으면 돌아갈 것 같다. 애착이 남아 있다. 이제 여다경이 자연스러워졌는데, 끝난다고 하니 아쉽고 슬프다.”

<부부의 세계>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 중 하나가 “여다경은 왜 이태오를 좋아하는가?”였다. 유부남을 거둬줄 정도로 여다경은 이렇다 할 부족함이 없었다. 환경은 물론 부모의 사랑과 관심도 독차지한 그다. 딱히 아쉬울 게 없는 그가 지질하고 못난, 심지어 성공한 적조차 없는 이태오를 사랑하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한소희도 마찬가지였다.

“애착 큰 명작 드라마…아쉬움만 남아”
“김희애는 지선우 그 자체, 무력감 느껴”

“사실 나도 이해가 안 됐다. 그래도 내가 생각한 게 있다. 다경이 금수저 집안에 태어났음에도, 하고 싶었던 게 없었을 것이다. 인생에 열정이 있지는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이 예술에 대한 열정만 갖고 맨땅에 헤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을 것 같다. 다경의 눈에는 태오가 보잘것없는 사람인데, 그럼에도 그런 열정이 있다는 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태오가 아내한테 빌붙어먹고 사는 인생은 맞지만, 다경에게는 그런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유부남 이태오를 사랑한 게 아니라 사랑한 이태오가 유부남이었다는 식으로 생각을 전환했다. 그리고 박해준 선배님이 찐으로 잘 생기셨다. 사랑, 가능하다.”


<부부의 세계>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여다경과 이태오의 불륜 사실을 지선우가 알고 폭로하는 과정이고, 후반부는 결혼한 이태오와 여다경이 다시 고산으로 돌아올 때부터 시작된다. 태오·선우의 아들 ‘준영’(전진서 분)과 고산 인맥 간의 복잡한 관계, 여다경이 지선우의 대용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 등 후반부로 갈수록 관계가 혼란 양상을 띤다. 또 하나의 질문, 여다경은 왜 지선우를 이기지 못해 안달이었을까.
 

▲ 열연 중인 배우 한소희 ⓒJTBC

“선우와 다경 사이엔 묘한 동질감이 있다. 아마 2년 후에 태오에게는 선우의 존재가 남아 있었겠지만, 다경은 선우를 배제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선우가 ‘이태오 믿지 마’라고 하는 부분부터 충격을 받는다. 사실 고산에 와서 선우를 의식한 순간부터 다경이 진 것이다. 다경은 태오와의 관계가 단단했다고 생각했는데, 선우가 건드릴 때마다 흔들린다. 내 가정을 지키고 싶은 다경이지만, 현실서 보이는 강력한 불안 때문에 선우를 이기려 한 게 아닐까 싶다.” 

여다경과 지선우가 맞부딪히는 장면 중에는 명장면이 수두룩하다. 초반부 서스펜스 가득한 진료실 시퀀스, 6화 지선우가 모든 진실을 폭로하는 장면, 후반부 지선우로부터 자신이 지선우의 대용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분 등이 <부부의 세계> 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한소희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6화였다. 

선우와 다경 
묘한 동질감

“아침부터 토할 것 같았다. 원작에선 머리통을 깨버리더라. 어설프게 때리기도, 세게 때리기도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김희애 선배님을 그렇게 때리나. 상황 자체가 너무 불편했다. 그날 리허설하는데, 연출부 스태프가 김희애 선생님 대역을 했다. 한 번 세게 쳐보라고 해서 쳤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너무 아프게 때렸다. 그때부터 머리가 하얘졌다. 혹시 실수할까봐 너무 무서웠다.”

시종일관 지선우의 안타고니스트였던 여다경을 연기한 한소희는 김희애를 극찬했다. 언제나 지선우의 모습으로 촬영장에 도착하는 점이 늘 경이로웠다고 했다. 덕분에 촬영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었다. 한소희가 지선우에게 감정이입을 해버린 것이다. 

“김희애 선배님은 늘 지선우로 오셨다. 현장서도 저와 해준 선배님과 거리를 뒀다. 몰입에 방해된다는 이유였다. 나 같은 신인은 쉽게 집중하기 힘든데, 덕분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런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선배의 모습에 감동했다. 그러다가 중반부에 지선우에게 감정이 이입됐다. 선배님의 눈을 봤는데 너무 불쌍하더라. 맞상대를 해야 하는데, 혼자 울컥해버렸다. 혼란스러웠다. 그런 상황서 여다경을 연기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사투였다고 할만한 <부부의 세계>를 통해 결국 한소희에게 돌아간 건 찬사였다. 역할이 가진 그릇된 행동 때문에 욕을 먹으면서도, 한편으로 ‘연기를 잘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초반부에 언뜻 보였던 부자연스러움은 완전히 사라지고, 후반부로 갈수록 여다경의 얼굴만 남았다.

“배움이 크니 박탈감도 컸던 것 같다.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따라갈 수 없는 격차를 느꼈다. 예를 들어, 나는 슬픔을 두 갈래로만 표현 가능한데, 선배님들은 여러 갈래로 표현을 하더라. 무기력했다.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칭찬을 한다면 ‘여다경을 놓지 않은 것’은 기특하다. 왜 태오를 사랑했으며, 왜 지선우에게 열등감을 느끼는가 등 이해 못할 상황을 던져두지 않았다. 그래도 그건 잘 한 것 같다.”

후반부까지 욕만 먹던 다경에게 반전이 일어난다. 다경이 사용했던 화장품과 의상, 속옷, 심지어 웨딩드레스까지, 모든 것이 선우가 사용했던 것과 일치했다. 그저 다경은 선우의 대용품이나 마찬가지였다. 몰랐으면 괜찮았을 텐데, 선우가 이 사실을 정확히 알려준다.
 

▲ ▲배우 한소희 ⓒ아토엔터테인먼트

다경이 받았을 충격은 곧 벌이었다. 시청자들은 벌을 받은 다경 역시 피해자라고 인지한다. 다경을 향한 좋지 않았던 인식은 이 장면 이후 가라앉는다.

“촬영하면서도 의상이나 이런 것들을 선우의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웨딩드레스도 마찬가지였다. 막상 보니까 너무 비슷했고, 그 충격에 집중하기 편했던 것 같다. 선우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태오를 붙잡으려 하지만, 다경은 감정적인 것 같다. 바로 이혼하지 않나. 그것만으로 다경이 벌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다경이 더 망가져야 한다고 하시더라.”


“당분간 남자에
감정 안 들 것”

모든 파도가 끝난 뒤 다경은 도서관서 공부를 한다. 그런 다경에게 한 남자가 커피를 주며 다가온다. 그것을 명확히 무시한 뒤 애매한 웃음으로 사라지는 게 이 작품서 비치는 다경의 마지막 모습이다. 

“사실 다경은 이제부터가 지옥이다. 혼자 아이를 스스로 키우면서 살아야 한다. 아마 남자는 만나지 못할 것 같다. 못 믿지 않겠나. 지겨울 것 같기도 하고. 당분간 남자한테는 아무 감정도 안 들 것 같다. 아마 백전노장이 이등병을 보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그 남자와 그저 귀여웠을 것 같다. 잘 되긴 힘들 것 같다.”

<부부의 세계>는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불륜극이 이 정도로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30%에 육박하는 최고시청률은 평일 밤 미니시리즈에선 쉽지 않은 대기록이다. 한소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원작을 보면서 어느 정도는 인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머니 연령대서만 인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20대까지 이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촬영장서 이 드라마가 더 역대급으로 가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톱니바퀴가 하나씩 맞아떨어지는 기분을 받았다. 모두가 드라마에 빠져 있다는 느낌, 일하러 오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작품에 애정을 갖고, 몰입하고 있었다.”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 모두가 집중했다. 보통 감정신이 끝나면 ‘컷’하고 다들 제 할 일을 하는데, 그 신의 분량을 다 찍어도 카메라 감독님도 계속 카메라를 주시하시고, 배우들도 감정을 유지한다. 이런 현장은 처음이었다.”


돈 때문에 혹은, 유명해지고자 배우를 시작한 게 아니다. 미술 분야서 업무하다 우연히 경험한 광고촬영을 통해 꿈을 발견했다. 그리고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 <돈꽃> <백일의 낭군님> 등 다양한 작품서 조금씩 얼굴을 비췄다. 그러다 <부부의 세계>로 의도와 상관없이 핫한 셀럽이 됐다.

“이 일을 시작으로 꿈이라는 게 생겼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 알게 됐다. 이제는 이 일을 정말 잘하고 싶다. 성공은 아마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을 통해 기초공사를 더 튼튼히 해야겠다고 느꼈다. 흉내를 내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 인물에 대해 본질적으로 탐구하는 기초적인 부분을 더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후 비혼주의자 됐다”
“큰 숙제는 여다경 버리기”

극 초반, 한소희에게 불현듯 논란이 찾아온다. 과거 흡연과 타투를 한 모습이 공개된 것. 일각에선 이를 두고 엄청난 비난이 일었다. 반대로 ‘이게 무엇이 문제’냐며 옹호하는 세력도 있었다. 작품에 몰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뜻밖의 논란은 타격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당시에 ‘아 이런 모습도 회자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멘탈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직업을 쟁취히기 위해 좀 달라져야 할 필요는 있겠다고 느꼈다. 누군가가 잠을 포기하는 것처럼...”

예상하기 힘든 상황을 거친 여다경과 한소희는 얼마나 닮아있을까. 여다경에게 한소희는 얼마나 녹아있는지 물어봤다. 

“감정적인 부분은 나와 다경이 비슷한 것 같다. 다경 입장에선 사랑 하나만 보고 가정을 꾸렸다. 사랑하면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점은 비슷하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오히려 비혼주의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늘어났다.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이태오와 손재혁 같은 남자를 만나느니 혼자 사는 게 낫겠다는 결심을 한 여자들이 적지 않았다. 한소희도 비혼주의자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막장이라고 표현하더라.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도 하고, 예림(박선영 분)과 재혁(김영민 분)처럼 불신과 의심 때문에 사랑이 깨지기도 한다. 비혼주의자인 설명숙(채국희 분) 역시 부조리하다. 나는 결혼을 못할 것 같다.”

“사랑만 보고 결혼한다고 하는데, 사랑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사랑한다고 신뢰가 쌓이지는 않는 것 같다. 사랑이 영원할 수도 없고. 만약 선우 같은 일이 내게 벌어지면 너무 비참할 것 같다. 무책임한 태오를 보면서, 이건 뭔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제니 같은 아이를 둔 친구들이 있는데, 절대 결혼하지 말라고 한다. 나도 최대한 미룰 계획이다.”

혼자가
낫겠다

<부부의 세계>를 막 끝낸 그는 허탈감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법. 그의 1차 숙제는 ‘여다경 버리기’다. “제 일상을 빨리 되찾아야 할 것 같다. 여다경 버리기가 첫 번째 숙제다. 내 몸에 있는 여다경을 빨리 빼야 될 것 같다. 대중의 눈에서 어느정도는 잊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다경을 버리고 새로운 얼굴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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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