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N번방 개설자 ‘갓갓’ 문형욱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5.18 14:20:05
  • 호수 12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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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탈 벗겨 보니 멀쩡한 대학생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또 악마의 탈을 쓴 인간이 대중에게 공개됐다. 온라인서 온갖 잔인한 범죄행위를 저지르던 그가 현실에선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의 동창들은 이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 텔래그램 N번방 개설자 ‘갓갓’ 문형욱

성 착취물 동영상으로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던 악마 조주빈에 이어 ‘갓갓’ 문형욱(24·대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인 ‘N번방’의 최초 개설자다. 문씨는 경찰 소환조사 초기부터 “나는 갓갓이 아니다”라며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소환조사 당시에도 버티던 그는 ‘마라톤 조사’가 이어진 당일 오후 늦게 범행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세 청년
얼굴 공개

문씨의 신상이 공개됐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 13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전날 구속된 문형욱의 이름과 나이, 얼굴(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오후 경찰관 3명과 변호사, 대학교수 등 내외부 위원 7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문씨는 대화명 갓갓으로 활동하면서 텔레그램 내에 N번방을 만들고,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유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주빈(24)이 운영한 ‘박사방’ 등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의 시초 격인 N번방을 처음 개설했다.

경찰은 문씨에게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 배포, 아동복지법 위반, 형법상 강요·협박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문씨는 경기도 시흥의 한 중학교를 졸업 후 같은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건축학도를 꿈꾼 그는 현재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한경대학교(4년제) 이공계열 4학년(2014학번)에 재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피의자의 신상공개로 인한 피의자의 인권 및 피의자의 가족,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 공개 제한 사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다”며 “그러나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었다”고 신상공개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10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할 뿐 아니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며 “국민의 알 권리, 동종범죄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해 피의자의 성명,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씨는 “2018년 대구 여고생 성폭행 사건도 내가 지시했다”고 시인했다.

대구 여고생 성폭행 사건은 2018년 12월 대구 시내 한복판서 만난 여고생 A씨를 인근 대형마트 주차장과 모텔로 데리고 다니며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 이모씨는 “SNS(소셜미디어)서 만난 한 성명불상자로부터 ‘17세 여자를 만날 생각이 있냐? 내 노예인데 스킨십은 다 해도 된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A씨를 성폭행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성명불상자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으로 이모씨는 지난해 8월 1심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일본에 본사가 있는 메신저 회사 측에 가입 정보와 접속 기록을 요청했음에도 회신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문씨의 학과 지도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서 “프로젝트나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면담할 때 만났다. 정말 평범한 학생이라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면서도 “문씨가 속한 팀의 졸업작품을 지도하던 한 달 전쯤 전화가 와서 ‘학교를 갑자기 쉬게 됐다. 사정이 정리되면 나중에 찾아뵙고 설명해드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성 착취물 공유 텔레그램 대화방 개설
조주빈이 운영한 ‘박사방’ 시초 격


이 시점은 경찰이 갓갓 추적에 모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던 시기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학교를 휴학하려 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대학 관계자도 “문씨가 따로 서류를 통해 휴학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주 대면강의가 시작된 뒤 수업에 참석하지 않아 확인하려고 했다”며 “휴학 등 신변 조치는 경찰 조사 결과가 통보되는 대로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학교를 생활을 한 주변 학생들도 문씨가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증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문씨의 대학 동기는 “1학년 때는 문씨가 학부 단체활동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튀거나 공부를 잘하는 등의 특징 없이 조용하게 생활했다”고 말했다. 전공 수업을 함께 들었다는 다른 동기 역시 “대인관계가 정말 무난했다. 그런 일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현재 졸업을 준비하고 있는 문씨의 동기들 중 일부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갓갓’ 문형욱 ⓒ경북지방경찰청

또 학교 관계자 및 주변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문씨는 별도 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학생 논문발표대회에 참가했고, 평소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긴 하지만 착실했다.

다만 문씨와 같은 학과에 속한 한 학생은 “경찰이 신원을 공개하기 전부터 학교 내에선 암암리에 문형욱이 갓갓이라는 소문이 돌아 이미 알고 있었다”며 “같은 과에 그런 파렴치범이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한경대 측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서 “사안이 중대하다 보니 퇴학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확실히 징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퇴학은 학칙 내 최고 징계다.

한경대 학칙 학생포상 및 징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생 신분에서 벗어난 행위를 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학교에서 징계가 가능하다. 퇴학은 재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으로서 지도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한 경우에 해당한다. 

평범한 학생
동창들 경악

문씨의 중·고교 동창들에 따르면 문씨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다투거나 누군가에게 화 한번 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온순한 성격이었다. 초중고 등 학창시절을 모두 경기도서 보낸 문씨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이런 이유로 문씨가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갓갓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동창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문씨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B씨는 “학창시절에는 아무 문제도 없고 교우관계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는데, 무엇이 그를 끔찍한 범죄자로 만들었는지 저도 궁금할 따름”이라며 “성인이 된 이후 동네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확실히 예전보다 어두워진 느낌은 있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문씨는 비행, 일탈행위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고 한다. 친구가 그리 많진 않았지만 반 아이들과도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남들이 하는 만큼 공부도 곧잘 했다. 친구들 눈에 비친 그는 ‘반마다 한 명씩 있는’ 조용하고 소심한 학생이었다.


문씨의 중학교 동창 C씨는 “(문씨는)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고 친구가 한두 명에 불과할 정도로 소심한 면도 있었다”며 “선생님께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던 친구가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고교시절 문씨는 공부에도 힘쓰고 교우관계서도 중학교 때보단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도 그의 학창 시절은 평범했다는 게 주변 친구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고교 2학년부터 문씨와 같은 반이었다는 D씨는 “공부도 적당히 했던 것 같고 인간관계도 나쁘지 않았다”며 “함께 게임 이야기를 함께 하던 그가 갓갓이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고 다른 동창생 E씨는 “그냥 평범한 친구로 기억한다. 특별한 행동을 하거나 이상한 부분도 일절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문씨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 텔레그램에 가입해 단체 대화방서 ‘뀨릅’이란 대화명으로 음란물을 공유하면서부터 그의 악마적 본성이 각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텔레그램은 소위 ‘일탈계 운영자’들을 중심으로 일반인들의 나체 사진이나 영상 등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었다. ‘일탈계 운영자’란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나체 사진, 음란 행위 등을 공개하며 이를 보는 이용자들의 반응을 즐기는 이들을 지칭한다.

문씨는 일탈계 운영자들의 신상을 캐고 이를 협박의 도구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신상을 캐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준비할 것은 두 개의 가상 계정이면 충분했다. 우선 문씨는 일탈계 운영자들에게 ‘제보자’라는 계정으로 접근한다. 이후 ‘당신의 얼굴이 지금 유출됐다. 내가 도와주겠다’며 간단한 신상정보를 요구했다.


추적 피해
휴학 결정

그 다음엔 ‘협박범’ 계정으로 연락해 입수한 신상정보를 거론하며 주변 지인과 가족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실제로 일탈계 운영은 음란물 제작 및 유포 행위로 처벌 대상이 된다.) 겁먹은 일탈계 운영자들이 앞선 ‘제보자’ 계정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문씨는 해킹 코드를 심은 링크를 보내 이들의 트위터 계정과 암호를 알아냈다.

이후 문형욱은 범행 대상자(주로 여성)들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불러 모은 뒤, 카메라 앞에서 나체로 온갖 엽기적인 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 이 비밀 대화방은 입소문을 타며 ‘입장객’이 순식간에 늘어나게 됐고, 문형욱은 대화방을 여러 개로 나눠 1번방부터 8번방까지 운영하기 시작했다.

각 방에는 미성년자 여학생부터 성인 여성에 이르기까지 가학적인 성 착취 영상들이 연일 수십개씩 업로드됐다. 

문씨가 개설한 N번방은 방마다 300∼700명의 입장객이 참여했다고 한다. 심지어 문형욱은 N번방 이용자인 이모씨에게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보내며 ‘내 노예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성폭행을 종용했다. 

문씨는 주로 경찰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수위가 높은 사진을 올린 피해자를 물색한 뒤 ‘음란 게시물 신고가 접수됐으니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조사에 응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었다고 한다. 신원 확인을 위해 필요하니 신체 사진 일부를 보낼 것을 요구하고, 점차 수위를 높여갔다.

피해자가 뒤늦게 덫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그동안 알아낸 신상정보와 성 착취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또 다른 성 착취물을 보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씨는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방편으로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월 ‘와치맨’이라는 닉네임을 쓰던 전모(38)씨와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문씨는 범행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일탈”이라고 답했었다.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미안해. 이제 안 할게”라고 답하면서도 “아직 연락하는 피해자가 있느냐”는 추가 질문엔 “있을 걸”이라고 답했다.

1∼8번 방마다 300∼700명 입장객 참여
‘노예니 하고 싶은 대로’ 성폭행 종용도

잠적하기 직전까지도 일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범행이 지속되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지난 1월 텔레그램 대화방에 잠시 등장한 문씨는 “내 제자(와치맨 전씨)가 잡혔다고 해서 분위기를 보러 왔다”며 “나는 잡히지 않는다”고 경찰을 조롱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만약 내가 경찰에 잡히면 갖고 있는 자료를 다 유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적도 있다.

‘박사방’ 조씨와 나눈 대화에서는 “피해자를 한 대화방에 초대한 뒤 한 명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나머지 피해자에게 더 가혹한 학대를 가했다”며 자신의 범행 수법을 자랑스레 설명하기도 했다.

문형욱과 조주빈, 강군, 이원호 등 N번방 일당의 평균 나이는 21.3세다. 또 다른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인 고담방을 운영해 문형욱, 조주빈과 함께 3대 주범으로 불리는 아이디 ‘와치맨’ 전모(38)씨를 포함해도 24.6세에 불과하다.
 

▲ 문형욱 ⓒ온라인 커뮤니티

피해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유희의 도구로 여기며 그들의 삶을 짓밟은 충격적인 범죄 수법에 비춰보면, 겉으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평이한 데다 그들의 일상은 평범하기 이를 데 없다. 

박사방을 운영한 아이디 ‘박사’는 조주빈(24)으로 전문대를 졸업했다. 조주빈의 공범 격인 아이디 ‘부따’와 ‘이기야’는 각각 강훈(18)과 이원호(19)로, 이들은 10대다. 특히 강군은 미성년자인 10대 피이자로는 처음으로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조주빈은 전문대 재학시절 성적이 우수하고 학보사 활동을 열심히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대학 도서관이 주최한 교내 독후감 대회서 1등 상을 받았으며 장애인시설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신체 사진으로
신원 확인 인증

조주빈은 본인이 고백한 바와 같이 수익을 목적으로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포했다. 하지만 문형욱은 자신의 비인간적인 지시에 노예처럼 따르며 괴로워하는 이들을 보는 것이 그저 ‘즐겁기 때문에’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실제로 문형욱은 자신에게 복종한 피해자들을 1년 뒤엔 해방해줬고, 신상도 공개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N번방서 생겨난 수익을 피해자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문형욱에게 있어서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재미있는 게임’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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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