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끝까지 '민영화'에 '집착'하는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10 19: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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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 하다가 정권 말 '오줌' 제대로 싼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민영화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 임기 6개월여를 남겨둔 상황에서 MB정부가 민영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3전3패' 했고 산업은행 민영화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IPO도 국회의 반대에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경쟁도입'이라는 명분 하나만을 가지고 KTX·가스·공항·면세점·의료민영화 등 무리하게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단 한 곳도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KB금융이 인수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양측 노조를 중심으로 두 금융지주가 합병할 경우 소매금융 영역에서 상당 부분 겹치는 데다 은행 점포가 2000여 개를 넘고 중복 점포도 많아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반대여론에 밀려 무산됐다.

우리금융지주 매각
사실상 차기 정권으로

금융당국은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금융 매각을 3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당분간 추가 매각 시도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내년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이른 시일 내에 (민영화가) 추진되지 않겠느냐"면서 "(현 정부하에서) 세 번 추진해 다 안 됐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그런 방법을 동원하면 쉽게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는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짙어졌다.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도 국회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 현행 산업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은행 주식을 상장하는 IPO는 지분의 최초 매도시점에서 산은이 발행한 외화표시채권(20조원)의 원리금 상황에 대해  정부 보증이 필요하고 국가재정법에 따라 사전에 국회의 보증 동의가 필요하다.

당초 산은은 지난 4월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정부 보증안을 처리한 뒤 6월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 오는 10월까지 상장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주식을 민간에 파는 IPO와 민영화는 완전 별개"라며 선을 긋고 나섰지만 "한 주라도 파는 건 민영화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 "정책금융 기능을 떼고 결국 민영화하는 것 아니냐" 등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산은의 IPO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됐다.

공적자금 들여 탄탄한 기업 만들고 민간매각
우리금융 민영화 '3전3패' MB 대선공약 무산

조선업계의 '알짜'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매각도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매각에 소극적이고 2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캠코)도 매각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캠코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 "현재 주가, 거시경제 상황, 잠재적 투자자 등 매각 환경이 불리해 현 시점에선 매각 여건의 개선 추이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정책금융공사가 입찰공고를 낸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입찰이 불투명하다. 노조가 매각을 반대하고 있고, 입찰 참여자가 적어 유찰 가능성이 나오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수년간 인수를 타진해왔을 정도로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나선 모양새지만 반대하는 여론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현재 부채비율이 100%대인 KAI를 부채비율만 800%에 이르는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다. KAI 사업구조상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천공항 급유시설
발언 임원 파면


설상가상으로 KAI 노조도 민영화 추진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던 KAI가 IMF 외환위기 때 공기업으로 전환되고 지금까지 부채를 탕감하는 등 건실한 사업구조를 구축해 왔는데 또 다시 민간 대기업에 헐값으로 떠넘기려 한다는 설명이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 나선 문재인 후보도 "항공우주산업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사업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국가가 단기적인 실적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집무실에 T-50고등훈련기를 전시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며 "정권교체기에 우리 산업들을 민영화하는 것은 여러 의혹이 생길 수 있어 이 정부에서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국회활동을 통해 막아내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쌍용건설은 5차례 입찰 끝에 이종기업인 이랜드에 넘어갔다. 지난달 12일 마감한 수의계약 2차 접수에 이랜드가 유일하게 예비견적서를 제출했고 지난달 30일 매각주관사인 캠코가 최종 견적서를 접수했지만 모두 외면했다.

이랜드는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유통업계에서는 많은 실적 등을 쌓고 있지만 건설업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높을지 미지수"라며 "(이랜드가) 쌍용건설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천공항급유시설 민영화는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대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오는 13일 인천공항급유시설의 민영화를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25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대한항공 인천공항급유시설 임원의 특혜의혹 발언 등이 불거지면서 현재 입찰공고를 보류한 상태다.

인천공항급유시설 전 대한항공 임원은 지난달 20일 직원들에게 "국토해양부와 인천공항이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결론은 이미 나있다"며 "대한항공이 계속해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대한항공의 인천공항급유시설 운영권 사업자 내정설이 수면으로 떠올랐고 국토해양위원회가 인천공항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를 문제 삼아 대한항공에 급유시설을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대항항공은 해당 임원을 파면 조치했다. 인천공항급유시설 사전 내정설 논란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카드'로 '파면'이라는 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를 비롯한 여론도 여전히 특혜의혹을 거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인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가 이병박 정부가 임기 동안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던 인천공항 민영화의 '우회로'라는 주장도 나왔다.

급유시설 민영화
시작도 전에 '삐걱'

지난달 27일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공공운수노조는 "인천공항 급유시설 운영권 민간 위탁은 인천공항 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임기 동안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던 인천공항 민영화의 우회로를 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알짜배기 시설 운영권 사업자를 정하면서 일정이 굉장히 촉박하게 잡혔던 것을 두고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며 "시설 민영화는 결국 재벌기업에 대해 합법적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로 편입시킨 인천공항에너지의 전례처럼 급유시설도 인천공항공사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서발 KTX 운영 경쟁체제 문제도 국토부가 말 바꾸기를 하면서 임기 말 밀어붙이기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달 18일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은 "정치권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동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사업을 사실상 보류한다는 입장으로 받아들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토부는 말을 바꿨다. 5일 뒤 국토부 철도정책관은 "KTX 경쟁체제 도입을 계속 추진한다"며 "연내 REP(사업제안서)를 해당 기업들에게 발송하고 차기 정부가 들어선 시점에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국토부의 무리수는 현 정권 내 민영화 추진은 어렵더라도 대통령 선거 결과 등에 따라 내년에 재추진에 나설 수 있도록 '불씨'는 살려놓고 보자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KAI 유력 인수 후보 대한항공…특혜시비
정권 말 금융권·공기업 민영화·매각 난항
IPO조차 국회의 반대로 제자리걸음

철도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철도노조는 "사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라며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킬 KTX 민영화 정책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서울CC·한국건설관리공사·인천종합에너지·88관광개발 등은 여러 차례 매각작업이 무산됐고 대한주택보증은 민영화 시한이던 2010년이 돼서야 2015년으로 매각을 미뤘다.

물론 민영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늘 부작용이 뒤따랐다. 한국공항공사의 청주공항 민영화가 대표적이다. 2008년부터 추진돼 온 청주국제공항 민영화 정책은 올해 2월 한국공항공사가 운영권을 매각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공항시설 소유는 국가에 두면서, 공항의 운영권을 30년간 민간에 양도하는 게 청주국제공항의 민영화 방식이다.


국내 최초 공항 민영화 사례로 주목을 받은 청주국제공항 민영화는 국민의 비용부담 증가와 공공재로서의 역할 상실, 항공안전 불안 초래 등의 우려를 낳았고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차례로 추진 중에 있는 관광공사의 면세점 민영화도 폐해를 낳고 있다. 2008년에서 2010년까지 관광공사가 운영 중이었던 10개 면세점 중 이미 4개 면세점이 철수를 완료했고 오는 12월에는 부산항, 2013년 2월에는 인천공항 면세점이 차례로 폐쇄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재벌들의 면세점 독과점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시장점유율은 롯데 50%, 신라 40%, 관광공사 10% 수준이다.

일부 민영화 성공
부작용 잇따라

국산품에 대한 면세점들의 홀대도 큰 문제다. 국산품 판매비율은 지난 1~2년 기준으로 약 18%, 외제품은 약 82%였다. 18%라면 우려할만한 상태는 아니라고 보이지만 이중 절반을 국산담배 매출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토산 기념품 등은 고사 직전이다.

또한 민간에서 운영하는 공항면세점은 외국의 명품과 수입품 위주의 판매장으로 전락해 외화유출 및 과소비조장 등의 폐해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밖에도 정부는 농지개량·안산도시개발·한국자산신탁의 매각을 완료했고 그랜드코리아레저·한국전력기술·지역난방공사를 상장해 지분 일부를 민영화했다.

하지만 정부가 핵심으로 내세웠던 주요 대형기관의 민영화는 번번이 무산되거나 연기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임기 말 이명박 정부는 무슨 배짱으로 강도 높은 민영화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KTX·인청공항 등 공공부문 민영화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이미 폐기된 747공약의 전철을 밝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하지만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녹록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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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