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법으로 본’ 부모 때문에 속 썩는 스타들 백태

낳아만 주고 평생 발목 잡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더 짙다’고 했던가. 화려한 조명 이면에 안타까운 가정사가 있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다. 부모의 잘못을 대신 뒤집어쓰기도 하고, 심지어 부모와의 천륜을 끊은 예도 있다. 부모 때문에 속 썩는 연예인들을 짚어봤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김혜수·조여정·차예련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대중의 곁을 떠난 고(故) 구하라는 생전 모친으로 인한, 상처가 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하라가 9세 되던 해 집을 나간 뒤 성인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찾지 않았다. 구하라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보살핌 속에 컸다. 

부모의 죄
자식의 한

구하라는 지난 20년 동안 모친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안고 살았다. 하지만 친모가 구하라를 찾온 때는, 구하라가 죽은 뒤였다. 구하라의 친오빠인 구호인씨에 따르면 친모는 장례식장에 상복을 입고 엄마 행세를 하려고 했다. 구씨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친모께서 상복을 입겠다고 하셨는데, 동생 지인들에게 ‘내가 하라 엄마다’라고 보여주는 게 저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도저히 상복을 입게 할 수 없었다”며 “친모를 쫓아냈다”고 했다. 

구하라가 사망한 지 일 주일도 되지 않아 친모는 변호사를 선임해 구하라의 재산을 5:5로 나눠 갖자고 주장했다. 이미 오래전에 남매의 친권을 포기한 친모는 구하라의 재산 분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혈연관계만 있으면 어떤 사정도 보지 않고 무조건 재산을 받을 수 있다. 자녀와 배우자가 1순위, 2순위가 부모다. 자녀와 배우자가 없는 구하라의 상속권자는 친부와 친모다. 

친부는 재산을 포기했지만, 친모는 ‘악마의 탈’을 쓴 듯 법의 빈틈을 노리고 구하라의 재산을 뺏으려 하고 있다. 

유족은 모친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상속 분할심판 청구를 제기했고, 모친은 이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 서면을 냈다. 

상속, 빚투, 탈세…고통 방식 다양
연예계에 불어 닥친 ‘양육의 비밀’

참다못한 구씨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통해 ‘구하라법’에 대한 청원 글을 올렸고, 빠른 기간 안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어냈다. 양육 의무를 현저히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한 해 상속 결격 사유를 추가하는 내용이 구하라 법의 골자다. 하지만 법 개정이 된다고 해도 구하라의 유족들은 소급 적용 금지 원칙에 따라 이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구씨는 “앞으로도 발생하는 피해자를 막고자 하는 마음서 청원 글을 남겼다”고 밝혔다. 

비록 오빠가 구하라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생전에도 모친으로부터 받은 아픔에 사무쳤던 구하라는 하늘서조차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 고 구하라 ⓒ사진공동취재단

최근에는 배우 장근석이 모친과 불화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근석의 모친은 수십억원의 세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배우 장근석의 모친이자 전 소속 연예기획사 트리제이컴퍼니 대표인 전모씨를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장근석 측은 지난 2일, 탈세 혐의에 대해서는 사과하면서도, 이는 소속사 대표였던 모친이 전적으로 주도한 일로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장근석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모친의 일로 큰 충격을 받았고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모친이 보여준 모습에 크게 실망했고, 모든 사실을 숨긴 것에 가족으로서 신뢰마저 잃었다. 단호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늘이 정한 
인연 때문에…

하늘이 정한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천륜이라 한다. 구하라나 장근석처럼 천륜 때문에 상처받은 연예인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돈 때문이다. 성공한 자식의 이름을 차용해, 빚을 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빚을 지고, 자식이 성공했음에도 갚지 않은 예도 있다. 

이른바 ‘빚투’가 2018년 연예계를 휩쓸었다. 빚투는 가족이나 친척 등이 사기를 치거나 돈을 갚지 않는 물의를 저질렀다는 의혹들이 연이어 폭로되는 일련의 사회 현상을 일컫는다. 

래퍼 마이크로닷은 사실상 빚투 운동의 시발점이자 가장 악질적인 사례로 꼽힌다.

1998년 5월경, 충북 제천서 목장을 했던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주변 지인들에게 사기를 쳐 거액의 돈을 속여 뺏은 뒤 뉴질랜드로 도망갔다. 총 14명의 이웃으로부터 빌린 돈은 4억원여다. 항간서 증언들이 꾸준히 회자됐던 이야기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원심은 물론 항소심서도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받았다. 
 

▲ 마이크로닷 ⓒSBS플러스

마이크로닷의 경우 부모의 죄질이 심각했을 뿐 아니라, 마이크로닷 역시 ‘사기의 수혜자’로 취급됐다. 아울러 마이크로닷 측은 대처 과정서도 거짓말을 하는 등 최악의 언행을 보였다. 연예계서 퇴출당한 마이크로닷을 향한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빚투가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대다수 연예인이 빚더미에 앉은 부모로 인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사연이 많았다. 

불화 그리고
불우한 가정사

대표적으로 배우 김혜수다. 김혜수의 모친은 사업을 이유로 지인들로부터 약 13억원을 빌린 뒤 몇 년이 지나도록 갚지 않았다. 김혜수의 모친으로부터 돈을 빌려준 사람 중에는 현직 국회의원도 포함됐다. 

피해자 대다수가 김혜수의 이름을 믿고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김혜수는 “이미 십수년 전부터 금전 문제로 인한 불화로 8년 가까이 연락이 끊겼다”며 “어머니가 혼자 행한 일들에 개입한 적 없다. 어머니를 대신해 법적 책임을 질 근거는 없다고 확인된다”고 솔직하게 밝혀 응원을 받았다. 

걸그룹 마마무의 휘인은 아버지의 과거 채무로 인해 빚투 폭로를 당했다. 이에 휘인은 2012년 부모님이 이혼한 사실과 함께, 모친이 결혼 당시 부친의 빚으로 인해 힘겨운 삶을 살았다는 사연을 소상히 전했다.

배우 차예련은 15년 동안 연락을 끊고 살아온 부친의 빚 약 10억원을 갚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차예련은 “아버지의 사건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웠다. 또 내 이름을 믿고 빌려줬다는 말에, 책임감을 느꼈다”며 빚을 갚아온 이유를 말했다.

배우 조여정과 한고은도 아픈 가정사를 고백했다. 조여정은 “과거 부친의 채무로 인해 부모님은 이혼했고, 이후 아버지와 교류가 없었다. 아버지와 연락을 취하려 노력했지만, 거처도 번호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알렸다. 
 

▲ 개그맨 김영희 ⓒ인스타그램

빚투 폭로를 당한 한고은 역시 미국 이민 이후 아버지로 인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졌다고 밝혔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생활비를 지원해주며 힘들게 지낸 것은 물론 여러 채무로 인해 촬영장서 협박을 받고 변제해주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드러난 안타까운 가족사
“천륜 끊었다” 연예인도

이 밖에도 개그맨 황제성, 비투비의 이민혁, 배우 마동석, 김보성, 티파니 등이 빚투를 통해 안타까운 가족사가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한 바 있다. 

빚투 때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부모와의 불화가 대중에 알려진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축구 선수이자 최근 방송인으로 전향한 안정환과 가수 장윤정이 있다. 안정환은 모친과 외삼촌이 1억5000만원을 빌려 갔으나 20년 동안 갚지 않았으며, 이 사건과 별개로 과거 1억원대의 빚으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안정환은 한 매체와 인터뷰서 “선수로서 성공을 거둔 후 이른바 ‘빚잔치’를 시작했다. 어머니께서 아들 훈련과 양육을 명목으로 빌리신 돈 중에 실제로 제가 받은 지원이나 돈은 한 푼도 없었다”고 밝혔다.

장윤정 역시 모친과 오랜 갈등을 고생했다. 장윤정의 모친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두 사람의 갈등은 2013년 언론 및 방송 매체를 통해 알려졌고, 극심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장윤정의 모친과 남동생은 각종 매체에 나와 장윤정이 모친을 정신병원에 넣으려 했다는 점과 음주운전 등을 거론하며 비방했으며, 2014년 장윤정의 소속사에 빚을 갚으라고 소송을 걸기도 했다. 이 소송서 장윤정의 모친은 패소했다.

오래된 상처
공방전으로 

장윤정은 2013년 SBS <힐링캠프>서 “내가 지금까지 번 돈은 어머니가 모두 날렸다. 어느 날 은행서 연락이 와 찾아가 보니 은행 계좌 잔고에 마이너스 10억원이 찍혀 있었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샀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타들의 부모 불화 대처법
응원과 이미지 훼손 사이

수많은 연예인들이 ‘빚투’ 등 좋지 않은 문제로 대중의 입방아에 올랐다.

빚투가 ‘현대판 연좌제’의 부정적인 성격을 띤다는 걸 대중들도 이미 인지하고 있어, 연예인들에게 꼭 나쁜 여론만 형성된 것은 아니다. 대처방식에 따라 응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의 심리를 읽지 못한 잘못된 언행으로 씻을 수 없을 정도의 이미지가 훼손괸 경우도 있었다.

▲발 빠른 사과와 문제 해결 = 배우 마동석은 빚투 사태 때 가장 교과서적인 대처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부친이 5억원의 채무가 있었다고 밝혀지자 마동석은 소속사를 통해 “금액 부분에서 차이가 있어서 재판을 진행한 부분과 함께 판결에 의해 갚아야 할 금액을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발 빠른 사과와 함께 문제도 깔끔하게 처리한 데 이어, 반성하는 태도까지 보인 그의 언행에 대중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고통스러웠다’ 호소 = 빚투 연예인 대부분이 자신의 상황을 호소하면서 대중의 비판을 면했다. 김혜수와 마마무의 휘인, 한고은, 조여정, 개그맨 황제성 등이 이 사례에 해당한다. 아무도 알지 못했던 자신만의 과거사를 소상히 밝히면서, 부모와의 인연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대다수가 더 큰 반박 없이 조용히 넘어가게 됐다. 이를 알게 된 대중은 호소형 연예인들에게 안타깝다면서 동정심을 보였다.

▲돈 갚고 ‘말실수’ = 대표적으로 래퍼 도끼가 이 부분에 해당한다. 값비싼 호텔에서 거주하는 것은 물론 호화스러운 차량을 소유한 것을 일종의 ‘스웨그’로 표현했던 도끼는 모친이 과거 1000만원의 빚을 갚지 않아 논란이 됐다. 그러자 도끼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저희 어머니는 사기 친 적 없다. 1000만원? 불만 있으면 오라고 해라. 내 한 달 밥값밖에 안 된다”고 해 또 다른 구설수를 낳았다. 어찌 됐든 피해를 받은 피해자에 대한 예의가 없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후 도끼는 피해자를 만나 모두 변제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 측이 “도끼는 정중한 청년”이라고 입장을 내놨지만, 그의 훼손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도끼는 호된 곤욕을 치르면서 느낀 심경을 신곡 ‘말조심’에 담기도 했다. 

▲잘못된 사실 확인 = 개그우먼 김영희는 빠르게 대처하려다 오히려 더 큰 논란에 휩싸였다. 부모가 6600만원의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폭로를 당한 김영희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재무 변제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는 김영희 부모가 돈을 갚은 것은 10만원이었으며, 이는 ‘입막음용’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대중은 김영희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잘못이 있음을 인지한 김영희는 연극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올라 “물의를 빌어 죄송하다”고 사죄한 뒤 각종 방송 및 셀럽파이브 등 활동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KBS2 <스탠드업! 스페셜>에 출연해 “작년 겨울 무척 추웠지만, 지금은 원만하게 해결됐다. 상처받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거짓 대응 ‘최악의 수’ = 빚투의 시발점인 마이크로닷은 최악의 사례로 꼽힌다. 첫 의혹이 드러난 후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마이크로닷은 피해자가 늘어나자 각 피해자를 만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도 거짓말이었다. 

사태를 해결한다고 해놓고 뉴질랜드로 떠나 잠적했다. 20년 만에 합의에 나섰음에도 이미 ‘골든 타임’은 지났고, 대중의 반응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싸늘하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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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