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허씨 4세 지분 전쟁’ 막전막후

‘때는 이때다’ 슬금슬금 총알 장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GS그룹 4세들 간 지분 경쟁이 가시적이다. 저가 매수를 노렸다는 분석과 함께 후계 구도에 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다만 지분만으로 승계 우위를 곧바로 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일까.
 

▲ (사진 왼쪽부터)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허윤홍 GS건설 사장

GS그룹은 허창수 전 회장의 용퇴로 전격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지난해 12월 허 전 회장은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해 세계적 기업을 향해 도전하는 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라며 15년 만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용퇴 결정
세대교체

바통은 허 전 회장의 동생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에게로 넘어갔다. 허 회장은 올해 1월 취임 후 첫 신년 메시지를 통해 “고객과 시장,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불확실성 시대에는 밖으로 눈과 귀를 열어 고객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고 안으로 우리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며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허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쥐게 되면서 GS일가 4세들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허 회장은 오너 일가 3세다.

GS 4세는 그룹 지주사 ㈜GS 지분 소유 순으로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2.24%),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2.21%), 허서홍 GS에너지 전무(1.76%), 허철홍 GS칼텍스 상무(1.37%), 허윤홍 GS건설 사장(0.53%) 등이다.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은 삼양통상 등기이사로 삼양통상은 피혁 산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허 전 부사장 아버지는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이다. 삼양통상 2대주주(20.00%)로 GS그룹서 벗어나 독자 사업을 하고 있다.

허 전 부사장의 사퇴는 관심을 샀다. 그는 GS그룹 창업주 고 허만정 선생의 장손이다. 허만정 선생의 장남은 고 허정구 삼양통상 창업 회장이다. 애초 GS그룹 계열사에 몸담았지만 지난해 12월3일 사의를 표명했다.

허 전 부사장은 GS그룹서 스스로 벗어났지만 지난 19일 기준 4세 가운데 가장 많은 ㈜GS 지분을 쥐고 있다.

주가 하락 국면 4세 매입 눈길
올해 초부터 3월까지 사들여 

눈길이 가는 건 허 전 부사장이 ㈜GS 지분 매입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 허 전 부사장은 사의를 표한 날 198만327주를 보유 중이었다. 올해 들어 허 전 부사장은 지난달 25일과 26일 각각 4만1311주, 5만8689주 등 모두 10만주를 추가로 장내 매수했다.

허 전 부사장은 기존 198만여주서 208만327주를 보유하게 됐다. 허 전 부사장은 지난해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양통상을 통해서도 ㈜GS 20만주를 매입한 바 있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은 4세 중 지분 매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특히 허 사장은 GS 4세 가운데 가장 먼저 그룹 계열사를 독자 경영하고 있는데 4세들 중 유력한 승계자로 꼽힌다.


허 사장은 지난달 5일 4만6157주, 6일 3만5743주, 11일 1234주, 17일 3498주, 18일 1만주, 19일 9268주, 24일 4만6000주, 25일 7만9300주, 26일 2만3800주, 28일 2만4000주 등을 확보했다. 2월에만 모두 27만9000주였다.

이번 달에도 지분 매입은 계속됐다. 지난 2일 6만5000주를 시작으로 3일 7만주, 4일 2만7110주, 5일 2만주, 9일 1만4133주, 10일 3867주, 11일 4만8000주, 12일 5만340주, 13일 150주, 18일 1만9000주, 19일 2만5000주 등이다. 허 사장은 지난 19일 기준 34만 2600주를 매수했다. 허 사장이 보유한 ㈜GS 지분은 2.21%다.

허 사장은 GS칼텍스 수장으로 오른 지 2년차다. 그는 ‘미스터 오일’로 불리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장남이다. 현재 허동수 회장은 GS칼텍스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대외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너도 나도
긁어모아

허서홍 GS에너지 전무는 허정구 명예회장 3남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장남이다. 허 전무 역시 올해 ㈜GS 지분을 사들였다. 허 전무는 지난달 13일, 7100주를 시작으로 14일 2만주, 17일 2만주, 18일 1만2600주 등 2월에만 모두 6만주를 사들였다. 이어 지난 9일 3만2000주, 10일 4만2000주 등 이번 달에는 모두 7만4000주를 매입했다.

허 전무 지분은 기존 156만2600주서 163만6600주로 상승했다. 허 전무는 지난 19일 기준 ㈜GS서 1.76% 지분을 가지고 있다.

허 전무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허 전무는 그 해 8개 계열사 등기임원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기준으로 GS그룹 오너 일가 가운데 가장 많은 겸직을 하고 있었다. 세부적으로 ‘삼양인터내셔날’ ‘켐텍인터내셔날’ ‘GS파크24’ ‘GS파워’ ‘보령엘엔지터미널’ ‘서라벌도시가스’ ‘해양도시가스’ 등이었다.

허철홍 GS칼텍스 상무는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 둘째 아들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아들이다. 허 상무는 지난 2018년 허 상무는 GS네오텍 주주명부에 등장하면서 경영권을 인수 받는 것 아니냐는 주목을 받은 바 있다.
 

▲ 허창수 전령련 회장

허 상무는 올해 ㈜GS주식을 확보하지 않았다. 그는 ㈜GS지분 127만325주(1.37%)를 보유 중인데 오너 4세 중 4번째다. 허 상무는 지난해 등기이사 겸직 수가 늘어나 이목을 끌었다. 지난 2018년 허 상무는 GS네오텍서만 등기이사로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4곳에 이름이 올랐다. ‘상지해운’ ‘GS바이오’ ‘이노폴리텍’ ‘GS에코메탈’ 등이다.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지난해 용퇴를 결심한 허창수 전 회장의 장남이다. 허 사장은 지난해 GS건설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승계 경쟁력서 한 발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 사장은 이후 아버지 허 전 회장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게 됐다.

허 사장은 올해 ㈜GS지분을 매입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기준 허 사장은 ㈜GS서 49만4888주(0.53%)를 보유 중이다.

허 사장은 지난해 승진 이후  곧바로 신사업 주도에 나섰다. 지난 1월 허 사장은 폴란드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회사 단우드와 영국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 엘리먼츠 등을 인수했다. 허 사장은 미국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에 대한 인수 계약 체결 계획도 세웠다. 일각에선 승계 구도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했다.


오너 4세뿐만 아니라 GS오너 일가는 이번 달에만(19일 기준)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모두 69만1120주를 사들였다. 그 결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율은 48.19%서 48.92%로 상승했다.

그룹 오너 일가의 지주사 주식 매입은 경영권 확보와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자 방어 차원으로 지분을 매입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올해 초 5만원이던 ㈜GS 주가는 지난 19일 3만5600원까지 떨어졌다.

GS그룹은 대표적인 형제 경영 그룹이다. 능력을 입증한 이는 가족회의를 통해 회장을 선출된다. 오너 일가가 나이 구분 없이 ㈜GS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GS 일가 최연소 주주는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아들 허석홍씨다. 허씨는 2001년생으로 100만5341주(1.08%)를 쥐고 있다.

현재 GS최대주주는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으로 총 488만9718주(5.26%)를 갖고 있다. 허 전 회장은 441만7695주(4.75%), 허태수 회장은 192만3210주(2.03%)를 소유하고 있다.

저가 매수
매입 지속

GS 일가 4세는 그룹 핵심 계열사서 저마다 자리를 꿰찼지만 이사회 진입까지는 요원한 모양새다. ㈜GS는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실시할 계획이다. 주총에선 사내이사 선임안이 다뤄진다. 이 중 4세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경영권을 이어가고 있는 3세들이 계속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허태수 회장과 홍순기 GS 사장은 사내이사 선임안에 등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물러난 허 전 회장과 정택근 전 부회장의 빈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기타 비상무이사로는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이 선임될 전망이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후임이다.

GS 일가 4세 중 허세홍 사장이 유일하게 등기 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그는 GS칼텍스를 비롯한 GS에너지 등기임원이다. 다만 허 사장이 단독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허진수 회장과 허용수 회장이 모두 GS칼텍스와 GS에너지에 등기돼있다.

GS건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는 27일 계획된 주총에서는 등기임원으로 허 전 회장과 허진수 회장이 선임될 전망이다. 허 전 회장은 사내이사로, 허진수 회장은 기타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재선임이다.

여타 계열사서도 GS 4세들은 등기임원 선임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룹은 3세 경영에 우선 방점을 두면서 4세 승계를 천천히 밟아갈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이들의 실적 개선 여부가 여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전문가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는 지난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이미 (1998년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게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룹 전반 4세보단 아직 3세가…
업황 악화 성과 입증 누가 먼저?

장 교수는 안팎서 불거지는 경제 위기가 코로나19만으로 발생하지 않았다고 봤다. 장 교수는 “2008년 국제 금융 위기를 잘못 처리해 문제가 더 커졌다”며 “코로나는 뇌관이고 밑에 쌓여 있는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제도 같은 개혁은 제대로 안 하고 돈을 풀어 문제를 봉합했다”며 “자본주의 역사상 없는 저금리에다가 양적 팽창 등으로 돈을 풀었지만 (돈이)금융기관에만 가고 실물 경제는 잘 돌아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금융 시장에 거품이 확 끼어 있는 상황서 코로나가 뇌관을 터뜨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옛날처럼 돈을 풀어도 해결이 안 된다”며 “돈을 풀어도 사람들이 돈을 쓸 수도 없는 등 유례없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 GS 4세들은 현시점부터 경영 능력을 입증할 만한 성과를 올릴 경우 차기 후계 구도서 강력한 경쟁력을 쥐게 된다.

허세홍 사장이 이끌고 있는 GS칼텍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33조2614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년도에 비해 8.5%가량 하락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8796억원으로 같은 기간에 비해 28.7% 떨어졌다. 당기순이익 역시 35.6% 하락한 4526억원으로 나타났다.
 

▲ GS그룹 사옥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GS칼텍스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BBB+’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등급 전망은 ‘안정적’을 유지했다. 국제 원유 가격 급락과 수요 둔화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GS에너지는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조7609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년도 2조2110억원에 비해 4500억원가량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9878억원, 277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각각 20.3%, 40.4% 정도 하락했다. 그룹 주력 분야인 정유와 에너지서 부진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GS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10조4165억원 매출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직전년도에 비해 20.7% 내려갔다. 영업이익은 2972억원 줄어든 7672억원이었고, 당기순이익은 1399억원 감소한 4474억원을 봤다. 주로 국내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GS건설은 코로나19 여파로 분양 등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 부진
개선 여부

GS그룹서 벗어난 삼양통상에도 눈길이 간다. 삼양통상은 주총을 통해 후임 대표이사는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이 맡을 예정이다.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부친인 허남각 회장은 44년 만에 대표이사직서 물러나게 됐다. 삼양통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을 4.9% 오른 1921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494억원과 44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53.9%, 74.7% 치솟은 값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LS그룹 일가도 지분 경쟁?

GS그룹과 함께 ‘범 LG가’로 분류되는 LS그룹에서도 지분 매입이 한창이다.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장남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은 올해에만 그룹 지주사 ㈜LS 지분을 상당량 확보했다.

구 회장은 지난 1월30일 2000주, 31일 3500주를 시작으로 2월에는 3일 4500주, 4일 3000주, 5일 1700주, 21일 1000주, 24일 1000주, 25일 4400주, 26일 4020주, 28일 3000주 등을 끌어 모았다. 1월부터 2월까지 모두 2만8120주다.

이번 달에도 지분을 꾸준히 매입 중이다. 구 회장은 지난 3일 4000주, 4일 825주, 5일 1000주, 10일 2500주, 11일 880주, 17일 8400주 등을 사들였다. 모두 1만7605주다. 현재 구 회장에겐 4.13% 지분이 있다. 구 회장은 오너 2세다.

3세 가운데 구동휘 LS 전무 행보가 눈에 띈다. 구 전무는 구자열 회장 아들이다. 그는 지난 1월30일과 31일 각각 3000주씩 6000주를 시작으로 지난 2월 3일 6500주, 4일 4476주, 5일 2000주, 7일 4279주, 12일 1000주, 14일 5000주, 17일 1000주, 18일 1500주, 19일 771주, 20일 1175주, 24일 1000주, 25일 1500주, 26일 1000주, 27일 300주, 28일 700주 등을 매수했다. 1월과 2월에 사들인 주식 수는 모두 3만8201주다.

구 전무는 지난 3일 1000주, 4일 600주, 5일 1400주, 6일 3600주, 10일 1000주, 11일 4400주, 12일 4000주, 13일 4000주, 16일 8000주, 17일 3000주 등도 추가로 사들였다. 모두 3만1000주다. 구 전무는 올해만 6만9201주를 끌어 모았다. 구 전무는 ㈜LS에서 지분 2.43%를 보유 중이다.

고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아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도 ㈜LS 지분을 매입했다. 구 부사장은 지난 2월11일 946주, 12일 3386주, 17일 5000주, 18일 5000주, 24일 3614주, 26일 3000주, 27일 5000주 등을 사들였다. 지난 2일에는 2000주를 시작으로 3일 1000주, 6일 4000주, 10일 5000주, 11일 2000주, 12일 3000주, 16일 5000주, 17일 5000주 등을 매수했다. 2월부터 지난 17일까지 모두 5만2946주다. 구 부사장은 ㈜LS 지분 1.58%를 소유 중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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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