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그룹 진도 괴상한 배당 왜?

‘한물간 모피’ 적자 봤는데 수십억 ‘팍팍’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진도는 국내 1위 모피 전문 기업으로 줄곧 흑자를 내다가 지난해 적자를 봤다. 눈길이 가는 건 배당이었는데 순손실을 보고도 배당을 실시했다. 왜일까.
 

▲ 임오식 진도그룹 회장

진도는 브랜드 ‘진도 모피’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엘파, 우바, 끌레베 등이 있다. 회사는 매년 1000억원대 매출을 내는 중견 상장사다. 실적은 꾸준했다. 최근 10년만 보더라도 모두 흑자였다. 브랜드 이미지도 한층 좋아졌다. 진도는 지난해 말 ‘2019년 대한민국패션대상’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북미 최대 모피 경매사 NAFA(North American Fur Auction)에도 이름을 올렸다. 진도는 ‘2019 나파 톱 로트 클럽(NAFA Top Lot Club)’ 주인공이 됐다. 톱 로트(Top Lot)는 최고 품질이라 평가받는다.

1000억원
중견기업

당시 임영준 진도 대표는 “현대적 감각과 고유 아이덴티티를 장점으로 내세워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을 지속할 방침”이라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침체된 모피산업을 선도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진도는 적자 회사가 됐고 성적표 또한 초라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778억원. 직전년도 1200억원서 35.2%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마이너스’가 됐다. 각각 100억원, 80억원 이상 깎였다. 진도는 29억원 영업손실과 89억원 순손실을 봤다.

사측은 “매출액 하락에 따른 감소”라고 설명했다. 진도 제품은 겨울철 계절 상품으로 매출은 4분기서만 40% 이상 발생한다. 이번 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했는데 겨울 특수가 사라진 셈이다.


일례로 롯데백화점 모피 판매는 지난해 겨울 대비 20% 하락했으며 상품 주문도 줄었다. 올해 1월 롯데홈쇼핑 코트·패딩·모피 상품 주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하락했다.

진도는 적자를 봤지만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회사는 배당금을 12억4600여만원으로 잡았다. 안건 가결 여부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주총은 오는 30일 열린다.

배당은 회사 실적에 좌우되며 통상 손실이 발생한 회사는 배당 폭을 줄인다. 반대로 주주 가치 제고를 명목으로 배당을 실시하기도 한다.

진도는 최근 3년간(2016∼2018년) 24억원, 33억원, 18억원씩 배당했다. 연결 기준 순이익은 같은 기간 83억원, 95억원, 55억원이었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비율)은 비교적 일정했다. 차례로 30%, 35.42%, 33.4%였다. 순이익이 늘어난 만큼 배당을 늘렸고, 순이익이 줄어든 만큼 배당을 줄였다.

진도 이익잉여금은 충분한 편이다. 이익잉여금은 쌓아둔 돈이다. 영업활동 결과로 벌어들인 순이익 중 상여금, 배당 등에 사용되지 않은 돈이다. 진도는 매년 194억원, 264억원, 287억원씩 이익잉여금이 발생했다.

흑자서 적자로…그래도 배당
절반 이상 오너 일가 회사로 

적자를 봤지만 무리한 배당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진도를 지배하는 임오그룹 쪽으로 배당금 절반 정도가 들어간다.


진도는 한때 ‘진도그룹’으로 불렸다. 창업주는 고 김성식 회장이다. 그는 1973년 본격적으로 모피 사업에 뛰어들어 회사를 키웠다. 섬유 외에도 철강, 무역 등으로 뻗어갔다. 진도그룹은 1995년 ‘5억불 수출탑’을 받기도 했지만 외환위기 불똥을 피하지 못했고 워크아웃에 들어서면서 와해됐다.

진도는 C&그룹을 거쳐 ‘임오그룹’ 품에 안겼다.

진도 최대주주는 ‘임오파트너스’로 40.73% 지분이 있다. 임오식 임오그룹 회장은 7.70%로 2대주주다. 임영준 대표와 임병남 전무는 각각 0.24%, 2.18%를 쥐고 있다. 진도는 차등배당을 하지 않는다. 보통주 보유 순대로 배당금이 책정된다. 배당 계획대로라면 임오파트너스가 약 5억원으로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는다.

임 회장과 임원들은 9500여만원, 3000만원, 2700여만원을 수령한다. 모두 6억3000여만원으로 전체 배당 금액서 50% 정도다. 임오그룹은 임 회장이 세운 ‘임오’서 시작됐다. 임 회장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채 상경했다. 1970년대 남대문시장 지하 1평도 되지 않는 곳에 가게를 얻었다.
 

▲ 진도 모피

임오는 주방용품 유통업체로 주방용 식기류를 수입해 판매한다. 코렐과 테팔로 유명하며 이들을 수입해 국내에 공급했다. 임오산업은 임오와 함께 코렐 등을 공식 수입하는 업체다. 수저 업체 화인센스와 냉동업체 임오냉동를 차례로 손에 넣었다. 임오는 ’국내 주방 문화 리더‘라고 자평한다.

임오그룹 핵심사는 임오와 진도다. 임 회장은 두 회사를 주무른다. 임오의 경우 지분으로 지배한다. 임 회장은 임오 최대주주다. 임 회장은 임오 지분 40.17%를 갖고 있다. 다시 임오는 화인센스 지분을 절반 보유 중이다. ‘임 회장→임오→화인센스’로 이어진다.

임 회장은 임오파트너스로 진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임 회장은 임오파트너스서 97.2% 지분을 보유 중인데 사실상 개인회사와 다름없다.

진도에는 베이징 진도 패션과 진도유통의 2개 종속회사가 있다. 진산 최대주주기도 하다. ‘임 회장→임오파트너스→진도→베이징 진도패션·진도유통, 진산’ 순이다.

순이익 없어
잉여금 충당

최근 3년간(2016∼2018년) 임오 매출액은 209억원, 141억원, 175억원 순이다. 순이익은 15억원, 1억원, 7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임오는 코렐 측에서 직영 판매에 나서면서 코렐 사업권을 잃었다.

임오산업은 235억원, 187억원, 170억원 매출을 냈다. 순이익은 20억원에서 7000만원으로 줄었다가 18억원으로 증가했다.

화인센스는 정체기로 같은 기간 매출액은 38억원, 38억원, 3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순이익이 5000만원 5000만원, 3190만원에 그친다.


베이징 진도패션 매출액은 3년간 7400만원, 7400만원, 1억원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1억원, 1억원, 4000만원 등이었다.

진도유통은 아예 매출이 없다. 완전자본잠식회사다. 같은 기간 부채는 26억원으로 동일했다. 반면 자산은 1억원서 587만원, 500만원으로 줄었다.

진산(옛 석진상사)은 주얼리 업체다. 진도가 지난 2018년 인수했다. 이를 두고 진도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있었다. 진산은 그 해 1억7000여만원의 매출을 냈다. 다만 1억원 순손실을 봤다.

실적 면에서 살펴봤을 때 진도가 단연 앞선다. 임오그룹 전체 실적을 좌우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룹 뿌리회사인 임오와 매출에서만 10배 차이가 난다.

임 회장은 지난 2009년 진도를 인수했다. 진도 최대주주 임오파트너스가 설립된 때도 그 즈음이다. 임오파트너스가 진도 지분을 취득하면서 진도는 임오그룹에 편입됐다.

임오파트너스는 진도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회사는 2008년 9월 설립됐다. 임오파트너스가 진도 지분을 매입한 때는 2009년 1월이다. 설립 6개월도 되지 않은 회사가 35년이 넘은 기업을 인수한 격이다.


영업 대신
지분으로

임오파트너스 최근 3년간(2016∼2018년) 실적은 연결 기준과 별도 기준서 큰 차이를 보인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234억원 1287억원, 1204억원 등이다. 순이익은 78억원, 89억원, 52억원 등이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15억원, 14억원, 13억원에 불과하다. 눈길이 가는 건 순이익이다. 매출액보다 순이익이 더 높다. 29억원, 32억원, 19억원 등이다. 영업 외 수익 중 ‘지분법 이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임오파트너스는 진도 최대주주로 그에 따른 지분법 이익을 매년 얻고 있다. 임오파트너스는 의류 도소매업, 의류 수선서비스업을 영위한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억원, 3억원, 1억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수익은 진도에 의한 지분법 이익에 의존한다. 지분법 이익은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손익을 지분율만큼 실적에 반영하는 것이다.

임오파트너스는 3년간 지분법 이익을 통해 33억원, 38억원, 22억원을 벌어들였다. 사실상 자체 수익보다 지분법이익을 통해 운영되는 회사라고 볼 수 있다.

10억원 단위의 임오파트너스 자체 매출액마저 내부거래로 채워지고 있다. 매출을 제공해주는 회사는 지분법 이익을 주고 있는 진도다. 지난 3년간 임오파트너스 매출액 가운데 내부거래 매출은 소폭 상승했다. 비중은 60.52%, 66.42%, 67.93% 등이다.
 

최근 들어 임오파트너스는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회사는 6억원, 5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을 위해 잡힌 순이익은 32억원과 19억원이었다. 배당성향은 18.4%, 25.78%다.

배당성향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임오파트너스 순이익은 자체 매출이 아닌 지분법 이익이 대부분이다. 지분법 이익으로 올린 순이익을 바탕으로 배당을 실시하게 되는 셈이다.

회장 개인회사로 핵심사 지배
‘앉아서?’ 대부분 지분법 수익

사실상 배당금을 받는 사람은 97.2% 지분을 보유한 임 회장 한 사람이다. 그는 2017년과 2018년 5억8000여만원과 4억80000여만원을 챙겼는데 이전엔 배당이 없었다.

임오그룹은 임오, 진도 외에도 기타 특수관계 기업과 거래를 맺고 있다. 확인할 수 있는 임오그룹 특수관계 기업은 ▲임오자산관리 ▲임오프라자 ▲코닝사 등이다. 이들은 모두 개인회사이자 임 회장 친족 회사다.

임오자산관리는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로 임오산업, 화인센스와 같은 건물을 쓰고 있다. 건물 이름은 임오빌딩이며 임 회장은 해당 건물과 토지 소유주다.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임오산업과 화인센스는 지난 2018년 지급수수료와 건물관리 명목으로 임오자산관리에 2000여만원씩 지급했다. 임오산업은 2015년부터, 화인센스는 2013년부터 임오빌딩에 둥지를 틀었다.

임오프라자는 임오, 화인센스와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임오프라자는 주방용품 도소매 업체다. 회사는 지난 2018년 임오에 2억6000여만원가량의 제품을 팔았다. 화인센스에는 1900만원 어치 상품을 판매했다. 최근 3년간(2016년~2018년) 임오와 화인센스는 각각 7억8000여만원과 6600여만원 매출을 올려줬다. 모두 8억4000여만원이다.

코닝사는 주방용품 도소매 업체다. 이곳 역시 임오와 화인센스로부터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같은 기간 임오서 6억3000여만원 매출이 발생했다. 화인센스에서는 3600여만원이었다. 두 회사서 모두 6억7000여만원을 벌어들였다.

진도는 대부분 그룹 관계사들과 거래를 맺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0억7000여만원의 기타비용을 썼다. 세부적으로 임오파트너스(5억원), 베이징 진도 패션(6900만원), 진산(960만원), 임오(6600만원), 임오산업(1억5000만원), 임오냉동(9200만원), 임오자산관리(8500만원) 등이다.

임오파트너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8년 기타비용으로 모두 7억6000만원이 쓰였다. 진산(2400만원), 임오(1억8000만원), 임오산업(2억원), 임오냉동(1억원), 임오자산관리(1억원) 등이다.

특수관계
유사 업종

임오그룹 주력사 진도는 올해 유통망을 확충할 전망이다. 진도 측은 “백화점에 편중돼있는 유통망 구조를 홈쇼핑부문, 온라인 쇼핑몰, 아울렛부문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신규시장 개척을 통한 매출증대, 수익 극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객 연령층을 확대하고, 안정감 있는 매출과 함께 모피 트렌드를 이끌어갈 수 있는 화제성을 만들어내는 신선한 브랜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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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국민의힘과 봉건제 연결고리

무기력 국민의힘과 봉건제 연결고리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을 들을지언정 정국 대응에 일사불란하다. 이는 강성 지지층의 압박으로 형성된 중앙집권 형태의 정치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봉건 영주처럼 군림하는 봉건제 형태 정치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무기력함은 이로부터 시작된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면 ‘맹탕’이란 표현이 나온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올해엔 ‘추태’란 표현도 나왔다. 미국 의회에선 상시 청문회 제도를 안착시켜 아주 촘촘한 청문회 제도를 운용한다. 이를 토대로 “정기 국정감사를 없애고, 상시 국정감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어김없이 나왔다. 변함 없는 맹탕 국감 국민의힘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과거 이력과 함께 그와 이재명 대통령과의 인연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려고 한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에 당력을 기울였다.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운영위원회는 물론,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도 그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범여권에선 방어막을 쳤다. 당력을 기울여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막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태도는 김 실장에 대한 각종 의혹을 키운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김 실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하더라도 국민의힘이 그에 대한 각종 의혹을 명쾌하게 밝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4일엔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반말 논란으로 설전을 벌였다. 박 의원은 법사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질의를 이어갔다. 박 의원이 발언 시간 초과로 마이크 전원이 나간 이후에도 계속 질의를 이어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를 제지하려 들었다. 박 의원이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자, 신 의원은 “왜 반말을 하느냐”고 반발했고 다시 박 의원이 “난 옛날부터 너한테 말 내렸다” 등 언쟁을 벌였다. 한술 더 뜨는 논쟁은 같은 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이어졌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박 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 중엔 박 의원이 김 의원에게 “에휴, 이 찌질한 X아”라는 욕설이 들어가 있었다. 이때 박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에 항의하던 박 의원은 김 의원에게 “한심한 XX는 나가”라고 소리쳤다. 박 의원은 “지난달 2일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방통위 관련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항의했더니, 김 의원이 저를 지칭해 ‘저 인간만 없으면 과방위가 좋을 텐데’라고 말했다”며 “김 의원이 시끄럽게 전화 통화까지 하길래 항의했더니, 김 의원이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제 가족 사진까지 화면에 띄우면서 저를 비판했다”며 “김 실장의 경기동부연합 연루 사실까지 폭로했더니 제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고 강조했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지난달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진행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조 대법원장과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합성한 사진을 제시하면서 ‘조요토미 히데요시’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다음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도움되지 않았고, 조 대법원장을 국회에 불러 압박해 망신을 줬단 프레임에 갇혔다”며 “지나치게 과했다”고 지적했다. 강성 지지층 눈치에 몰아치는 민주당 특유의 봉건제…국감서도 의욕 상실 최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배우자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을 상대로 “나 의원의 언니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내연남 김충식씨의 새 내연녀를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김 법원장은 “나 의원에겐 언니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최 의원에 대한 비판·조롱이 이어졌다. 최 의원은 이튿 날 진성철 대구고등법원장에게 재판소원 관련 질의를 하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옆에 있다가 바라보는 자세로 몸을 돌렸다. 이어 주 의원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기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사랑재에서 딸 결혼식을 진행해 파문을 일으켰다. 최 의원이 배포한 모바일 청첩장엔 신용카드 결제 링크가 포함돼있었다. 지난달 초엔 청첩장을 과방위 소속 국회 사무처 직원들에게도 전달했다. 최 의원은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는 기이한 해명을 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달 26일엔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보좌진에게 “축의금을 피감기관들에 돌려주라”고 지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돼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결혼식 축의금 50만원을 냈다가 돌려받은 사람 중 1명은 다름 아닌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였다.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지정한 경조사비 한도는 5만원이다. 여야의 정쟁 때문에 국정감사가 중단되는 등 파행이 일어나는 사례는 연례행사 중 하나다. 국정감사엔 다수의 증인·참고인이 출석한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시간을 쪼개 출석 의무에 응했거나, 출석할 필요가 없는데도 출석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시간·일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모적인 정쟁을 거듭하면서 이들 증인의 시간도 잡아먹는다. 이는 국회의원 특유의 꼰대질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이 욕설을 주고받는 현장엔 사이버 레커들로부터 피해를 본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있었다. 쯔양은 이들이 욕설을 주고받자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몰아치는 사법개혁 이날 여야는 박 의원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대한 공방을 밤 늦게까지 이어갔다. 양당은 국정감사가 이어진 지난달에도 자신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김 의원이 박 의원의 전화번호를 공개한 후 박 의원은 이날 내내 민주당 지지자들이 보내는 문자폭탄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를 필두로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대상에 법원의 재판을 포함하는 재판소원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2017년 추진되는 듯했다가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의 반대로 사그라들었던 법원행정처 폐지도 다시 추진할 조짐을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5월1일 이재명 대통령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후 민주당은 일사불란하게 대법원을 겨냥하고 있다. 대법관 수 증원은 민주당 내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확정한 방안이다. 재판소원은 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당 지도부와 협의해 당론 법안으로 별도 추진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사법개혁 방안을 일컬어 “과도하다”고 비판한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대법원이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기 전엔 법원의 각종 숙원사업을 들어주려고 했다”며 “판결 이후 개혁을 명분으로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마구잡이로 던지는 것”이라며 “법원이 마음에 안 드는 결정을 할 때마다 단세포적으로 대응한단 느낌마저 든다”고 해석했다. 반대 진영의 날 선 지적에도 민주당은 특유의 몰아치기를 유지하고 있다. 검찰·법원 등 개혁은 민주당의 오랜 관념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강성 지지층의 욕구는 몰아치기와 일부 의원들의 과도한 언행으로 이어진다. 민주당 소속이 아닌 최 의원도 대법원·국민의힘 공격 최전선에 서자,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후원금을 송금받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반대로 예의 무기력함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나름대로 ▲김 실장 관련 의혹 제기 ▲정희철 단월면장 사망 등 김건희 특검의 과잉 수사 의혹 제기 ▲10·15 부동산 대책 비판 등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힘 특유의 무기력함이 국민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선 별다른 의욕도 느껴지지 않고, 국민이 관심가질 만한 내용도 발언으로 채우지 못했다. 이는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이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진짜 친윤)’ 그룹의 존재를 주장한 이후 많은 사람에게 인식된 국민의힘 특유의 봉건제로부터 비롯된다. 토착 세력 주도 형태 김 의원이 주장하는 ‘언더 찐윤’은 대구·경북·강원 등 지지 기반을 지역구로 두고, 지역구 관리에만 몰두하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지역구의 왕이자 소리 없이 국민의힘을 움직이는 핵심 그룹이다. 이들은 “당권을 지켜 공천만 계속 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기반을 완전히 움켜쥐고, 중앙 정치에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토착 세력이 주도하는 정치 형태는 봉건제 정치 형태와 비슷하다. 국민의힘 내부의 봉건제는 전제 왕조 시절의 봉건제보다 후퇴한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언더 찐윤 의원들이 지역구를 스스로 개척해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봉건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한 중국 주나라에선 왕이 제후들에게 국가의 힘이 미치지 않는 이민족 중심 미개척지를 봉토로 하사했다. 이는 “미개척지를 개척·장악하면, 봉토로 인정해주겠다”는 취지였다. 주나라는 봉건제를 토대로 중앙의 왕이 각지의 제후들을 통제하는 통치 형태를 완성했다. 초기엔 주로 종친들을 제후로 책봉했기 때문에 가부장적 질서가 유지됐지만, 세월이 흘러 혈연 의식과 왕실의 힘이 약해지자 춘추전국시대란 난세가 열렸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중앙 정치에선 적당히 치적으로써 지역에서 내세울 만한 ‘사진’만 얻으면 된다. 이런 성향이 핵심 지지 기반에 퍼져 굳어지자,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전 대표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추진했던 체질 개선이 번번이 무력화됐다. 그럴수록 당은 무기력해지고, 존재감을 잃는다. 반면 민주당에선 강성 지지자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의원들도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러면서 옳고 그름을 떠나 당론을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이는 중앙집권형 정치 형태가 만들어졌다. 이는 국민의힘 같은 무기력한 야당을 만나면 상대적인 장점으로 보일 소지가 강하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따질 시간과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에, 한번 어긋나면 결정적인 파국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였던 지난 2021년 12월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갈등하던 중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이들을 ‘봉건 영주’라고 지칭했다. 당시 이 대표는 “윤 후보가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봉건 영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선을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 정치는 ‘사진’만 얻으면 그만? 귀족이 왕권 능가했던 백제의 끝은? 이들이 바로 훗날 김 의원이 규정한 ‘언더 찐윤’이라고 볼 수 있다. 핵심 지역 기반에서 자리 잡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앙당으로부터 지역구를 ‘분봉’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분봉받은 지역구의 공작 작위를 받아 공국을 구성했다고 볼 수도 있다. 봉건제 국가에서 외침이 발생하면 제후들이 각자 군을 이끌고 와서 연합군을 구성한 후 전쟁에 나선다. 따라서 왕이 제후와 사이가 안 좋으면, 제후가 방어에 협조하지 않아 국가에 큰 위기가 닥친다. 백제 개로왕은 왕권 강화를 시도하면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존 귀족을 배제하고, 잦은 토목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던 중 고구려 장수왕이 백제를 침략해 큰 위기를 맞았다. 고구려는 공격 7일 만에 수도 한성을 함락했고, 개로왕은 고구려군에 사로잡혀 죽었다. 귀족은 아무도 개로왕을 돕지 않았고, 당시 동맹이었던 신라만 구원군을 보내는 황당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후 백제에선 문주왕·삼근왕·동성왕 등이 연이어 귀족에게 피살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백제 마지막 임금 의자왕은 즉위 후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정적들을 추방하고, 아들 40명을 지금의 장관에 해당하는 좌평에 임명해 중앙 정계에 진출시켰다. 백제가 멸망하는 과정엔 귀족이 구원군을 제대로 보내지 않았던 영향이 있다는 설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실제로 영화 <황산벌>에선 이 설을 그대로 반영해 귀족이 의자왕에게 “당신이 아들 40명을 좌평에 임명했을 때, 우리의 조국은 진작 망했다”고 비웃는 장면이 묘사됐다.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도 미개척지가 많은 영토 특성 때문에 세습령병제가 시행됐다. 이는 신하가 병사를 대대로 소유하면서 마음대로 부리는 제도를 말한다. 이 때문에 오나라는 위나라·촉한의 침략은 성공적으로 막았지만, 두 나라를 상대로 한 영토 확장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신하들의 이권도 함께 걸려 있던 남방 개척은 성공적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백제와 오나라의 상황은 핵심 지지 기반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엔 능숙하지만, 중앙 정치에선 기행을 거듭하는 등 불성실한 국민의힘의 특성과 맞물린다. 국민의힘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초유의 기행을 거듭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옹립된 대선후보였다. 체계적인 계획 없이 그때그때 이익에 따라 큰 선거를 치르는 국민의힘의 특성과 맞물린다. 거칠게 요약하면, 역사는 봉건제를 중앙집권제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선 많은 변혁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체질 개선을 거부했다. 계획 없이 그때그때 장동혁 대표도 강경 보수 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됐다. 장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힘에선 혁신 담론이 아예 실종됐다. 장외투쟁에 대해선 보수 성향 신문도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 웬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는 국민의힘 내부에 스며든 봉건제로부터 비롯된 일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보면 봉건제가 보인다. 뒤집어 말하면, 봉건제를 알아야 국민의힘을 알 수 있다. 국민의힘은 정말 봉건 영주의 연합정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