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드디어 실체 드러낸 '북한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01 09: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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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조아라 기자]세계 언론이 난리다. 웬만한 할리우드 스타보다 더 조명을 받고 있다. 김정은(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자신의 부인을 공개했다. 예상대로 각종 공식석상에 등장한 묘령의 여인이었다. 주인공은 리설주. 원체 정보가 없다보니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그녀는 누구일까.

북한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25일 "김정은 원수님께서 부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준공식장에 나오셨습니다"라고 보도했다. 김정은 부인의 존재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리설주의 이름이 총 4번에 걸쳐 언급됐다. 결혼 시기와 자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부인 존재 공식 인정
총 4번에 걸쳐 언급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홈페이지에 북한 김정은이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 참석해 부인 리설주와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리설주는 노란 물방울무늬의 붉은색 재킷과 검은색 스커트차림에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 공식 인정을 받은 리설주는 2009년 결혼한 것으로 전해진다. 둘 사이에 자녀가 1명 있다는 설도 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없다.

국정원에 따르면 리설주는 1989년생으로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평양 금성제2중학교를 졸업했으며 중국으로 건너가 성악을 전공했다. 중국의 한 매체는 "유명 가수이며 김일성대 박사 과정생"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김정은과 결혼 후 김일성종합대학에서 6개월 동안 퍼스트레이디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리설주가 예술단원 출신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대사관 관계자들과 함께 관람한 은하수관현악단의 음악회에 '리설주' 이름의 가수가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 되었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북소식통 등이 리설주가 예술인 출신이라고 추측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여가수의 동그란 얼굴형과 이목구비 등이 김정은의 부인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인을 비롯해 가족을 철저히 비공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며느리를 무대에 세웠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아 동일인물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김정은과 결혼…자녀 있다는 소문 나돌아
평번한 가정서 태어나 성악 전공한 유명 가수
2005년 인천육상대회 때 응원단으로 남한 방문

리설주는 지난 7일 모란봉악단 시범공연 때 김정은과 나란히 앉은 모습이 공개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리설주를 두고 수많은 추측이 나왔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라는 설부터 시작해, 또 다른 여동생 김정옥, 배우자, 모란봉악단 관계자 등 수많은 설이 나왔다.

리설주의 베일을 벗길 주목할 말한 사실도 밝혀졌다. 리설주가 과거 한 차례 남한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동일인물로 거론된 것이 발단이었다. 정보당국이 관련 기록을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 2005년 9월 인천에서 열린 1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청년학생협력단' 소속으로 온 여학생을 포착했다. 사진 속 리설주는 얼굴 생김새 등이 김정은 부인과 매우 흡사하다.

정부 당국자는 "남한을 방문했던 학생 리설주가 노래와 악기연주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고 우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악단 가수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밝혔었다는 점에서 은하수관현악단의 가수 리설주와 동일인물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26일 전체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인용, "리설주가 2005년 9월 인천 아시아육상대회에 응원단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2004년 금강산에서 열린 전교조 주관의 남북 교사회담에 참석하여 중학생 신분으로 남한 인사와 접촉한 기록도 발견됐다. 인천 방문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그러한 의문은 사실인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이러한 기록들은 리설주가 김정은의 부인으로 간택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성장 과정에서 남한의 발전을 목격한 리설주가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의 개혁?개방 구상에 도움을 주거나 조언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김정은의 부인으로 정해졌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북한은 퍼스트레이디의 프로필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퍼스트레이디로서의 행보와 역할에 대해서 국내외 언론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리설주가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만큼 이러한 측면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정치가 유연해져 점진적으로나마 개방을 향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북한에서 최초로 퍼스트레이디가 발표된 것도 전 정권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스타일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는 리설주가 북한 역사에 변곡점이 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베일에 쌓인 채 방송을 통해 모습만 드러냈던 김정은의 부인의 이름이 공식석상에서 공개 된 것을 두고 많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구상에
조언자 역할할 듯"

김일성과 김정일의 배우자들은 모두 은둔의 여인으로 남겨졌다. 김일성은 사망 한 달 전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부부를 맞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인 김성애를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일의 경우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를 비롯해 성혜림, 김옥 등 4~5명의 부인을 뒀지만 이들의 존재 자체도 대외적으로 비밀에 부쳤고 공개석상에서 동반한 사례도 없었다. 김정은 우상화 차원에서 기록영화에 김정일?고영희의 생전 모습이 공개된 것이 전부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10대 때 유럽(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했던 김정은이 부인을 동반한 서구 지도자들의 모습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주민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리더십이 등장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아직까지 북한 내에서 '철없는 어린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떼지 못했다. 어린 이미지는 권력기반을 다지기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아직 서른이 안 된 나이지만 부인이 있다는 점을 외부에 대대적으로 공개해 '꼬마대장' 이미지를 불식시켜 권력 추국의 기반을 확실히 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나아가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치밀한 각본이 짜여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달 초 아무런 설명도 없이 리설주를 전략적으로 방송에 공개해 궁금증을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시나리오 '미스터리 여인' 공개
아킬레스건 '꼬마지도자' 이미지 벗나
체제 굳히기 계산…"개방 리더십 보인다"

시나리오 진행의 행동 대장으로 지목 받는 사람은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그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다. 김경희는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고모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북한의 선전?선동 전문가들이 각본에 따라 치밀하게 시기를 정해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이목을 집중시키려했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김설주를 김정은의 옆자리에 세워놓고 반응이 충분할 때까지 여론을 살폈다는 얘기다. 이들이 이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하고 원수 칭호를 붙이는 등 권력기반을 충분히 다져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실제 조선중앙TV 기자출신 탈북자 장해성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치밀한 각본하에 김정은의 부인을 노출시켰다고 밝혔다. 장씨는 "언젠가는 마누라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 미리 사전 포장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일성 부인 김성애를 예로 들며 "김일성이 독재체제를 강화하면서 김성애가 어떻게 해볼라고 난리치면서 텔레비전에도 많이 나갔다. (그런데)김정일한테 완전히 칼맞았지"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의 부인 고영희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고영희는 만수대예술단 배우였다. 아는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김정일이)너무 색을 밝히다 보니까 마누라로 내세우기 민망했을 것"라며 김정은의 노출 전략은 이들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씨의 인터뷰로 미루어 보면 김정은의 이 같은 행동은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과 뚜렷한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분명히 하는 것으로 보이며, 충분히 계산된 행보로 볼 수 있다는 데 설득력이 더해진다.

선대와 다른 행보
권력기반 다지기

북한의 나이 많은 군부를 상대하기에 김정은은 나이가 어린 편이다. 권력의 뿌리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어린 나이에 대한 우려를 완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김정은의 일련의 행보들은 이를 의식하고 극복하려는 굳은 의지의 표출로 진단된다.

리설주가 김정은의 부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외신들은 난리다. 그만큼 이례적이라 그렇다. 외신들은 김정은-리설주 부부의 유명세가 헐리우드 스타 부부인 브래드피트-안젤리나 졸리 못지 않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이 김정은의 결혼과 배우자의 이름을 공개한 것은 '개방적 리더십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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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