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굴의 작가’ 박환이 개인전 ‘박환: 끝나지 않은 여정’을 연다.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갤러리는 초기부터 2013년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이후 작업까지, 박환의 작품세계를 오롯이 살필 수 있는 전시를 준비했다.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갤러리는 춘천을 대표하는 문화 플랫폼으로써, 더욱 체계적이고 유의미한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 2017년 춘천시 최초 사립미술관으로 등재됐다. 개관 이래 강원지역 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지속적인 교류 증진을 위해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올해는 강원지역서 오랫동안 창작활동을 지속해오면서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중견작가를 선정해 개인전을 준비했다. 강원지역의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과 언론사 관계자들의 1차 작가 추천, 2차 심사 과정을 통해 박환 작가가 선정됐다.
박환은 동양화서 서양화로 전향해 동서양의 기법과 주제가 혼합된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가난 속에서도 희망의 등불을 밝히고 있는 달동네를 그린 초기 작업부터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이후 삶의 여정을 찾아가는 최근 작업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했다.
G1 강원민방의 김형기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고성은(강원문화재단), 지보권(춘천시 문화재단), 김여진(강원도민일보), 오석기(강원일보) 심사위원은 KT&G 상상마당이 주관하는 ‘2019년 강원지역 중견·원로 개인전’ 작가 선정심사서 만장일치로 박환을 선정했다.
심사위원단은 “시력을 잃은 이후에도 독특한 기법과 소재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박환 작가의 예술혼에 경의를 표한다”며 “박환의 개인전이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 용기를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박환은 풍경화와 한국전통 산수화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2012년 서양화로 방향을 바꾸면서 사회성 짙은 작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서양화 통해 사회성 짙은 작품
시력 잃고 희망 주는 작가로 재기
마천루 도심의 빌딩과 그 속에 웅크리고 숨어있는 판자촌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개발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는가 하면, 낡고 허물어져 가는 농촌의 빈집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한국 농촌의 현주소를 직설적으로 고발했다.
고단한 일상을 뒤로 하고 캄캄한 밤에 달동네 언덕을 힘겹게 걸어 오르는 등이 굽은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작품은 보는 이에게 한없는 쓸쓸함과 슬픔을 자아낸다. 2012년 개최한 개인전 ‘빈자에게 바치는 헌사’는 박환의 눈과 마음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새로운 화풍으로 화단서 주목받던 박환에게 2013년 예기치 않은 불행이 찾아온다. 이 사고로 그는 시력을 잃었다. 빛조차 구분할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인이 된 것. 그는 작가노트에 ‘2013년 10월 이후 나는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오직 그림 작품을 위해 달려온 작가 인생 30년이 한순간에 암흑의 구렁텅이에 빠졌습니다’라고 절망스러운 감정을 드러냈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절망과 고통, 아픔의 시간이 박환을 잠식했다. 하지만 그가 다시 캔버스 앞에 서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그는 손을 눈으로 삼아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핀으로 위치를 잡고 무명실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흙을 칠하거나 청바지 조각, 나무 조각을 덧입히는 방법을 사용했다. 채색은 붓 대신 손가락으로 했다. 지금도 박환은 이젤 앞에 서면 어느 순간부터 캔버스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황홀감이 몰려왔다고 했다.
희망·위로·용기
KT&G 춘천 아트갤러리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예술과 삶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박환의 전시 작품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박환의 이번 전시는 강원문화재단, 춘천시 문화재단, G1 강원민방, 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등에서 협력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sjang@ilyosisa.co.kr>
[박환은?]
1981∼2006 동양화 작업
2007 서양화로 전향
2013. 10.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음
2014. 8. 다시 그림을 시작함
▲개인전
‘박 환: 끝나지 않은 여정’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 갤러리(2019)
‘절망 속에서 찾은 한 줄기 빛’ 춘천미술관(2019)
‘불굴의 작가 박 환’ 춘천KBS총국 초대전(2019)
‘눈을 감고 세상을 보다 박환 특별전’ Galley Coop(2017)
‘빈자(貧者)에게 바치는 헌사’ 인사아트센터(2012)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1·3·11·13·14회 국립현대미술관)
제6회 후소회 공모전 동상(시립 미술관)
제1회 풍경화 공모전 금상(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