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도리코 ‘수억원 대출’ 떠넘기기 논란

대리점 명의로 수억씩 땡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국내 굴지의 사무기기 생산업체인 신도리코의 한 대리점주가 신도리코의 불공정 관행을 폭로했다. 대리점의 이름으로 제품을 싸게 판매해 이익을 남기고 대리점이 모르는 사이 대출을 받아 사용했다는 것. 당시 신도리코 측은 이 모든 사실을 부정했다. 항소심서 패한 대리점서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쯤 한 금융사가 같은 내용의 소송서 승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리점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7월 신도리코의 자회사 ‘신도중앙판매’의 강북지사 소속 동두천 대리점 한북테크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신도중앙판매가 자신들의 매출을 위해 대리점의 이름으로 정상적인 판매가보다 40%가량 저렴하게 물건을 판매했고, 이로 인해 생기는 손실은 대리점이 모두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수십억 대출
대리점만 피해

당시 박씨에 따르면 신도중앙판매의 계약 시스템은 대리점서 주문서를 받고 제품을 출고시키면 회사는 계약이 돼있는 은행서 돈을 먼저 받고 대리점이 여신을 2달간 여신을 은행에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도중앙판매가 한북테크의 이름으로 제품을 싸게 판매해 생긴 차액의 해결은 매달 한북테크의 몫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3년간이나 지속됐다. 신도중앙판매는 2016년 6월 박씨에게 “매달 5200만원을 입금해줄 테니 금융권서 한북테크 이름으로 6억5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제품을 구입해달라”고 또 다른 요청을 해왔다. 

회사 측은 “제품은 신도리코 물류센터에 있고 매달 정상적으로 입금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박씨는 허락했다. 담당자가 관련서류를 만들어와 도장까지 찍어줬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매달 주기로 한 돈은 그해 10월까지 단 4차례만 입금됐고 나머지 대출금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는 오히려 “매달 결제에 대한 차액을 회사가 본인의 대리점에 대납해준 것이고 회사가 대납을 해 준 부분을 본인의 대리점이 대출을 받아서 갚은 것”이라며 박씨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소송서 드러난 불공정 관행…덤핑판매 의혹도
발목 잡는 ‘부제소 합의서’ 각서 쓰니 모르쇠

박씨는 “회사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만든 손실부분을 왜 대리점이 대출받아 해결해야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씨의 계속된 항의에 신도중앙판매에선 2016년 12월 박씨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회사는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금액을 산정했다. 회사가 산정한 피해금액은 8억.

하지만 이마저도 한북테크에도 일부 책임이 있으니 4억원씩을 부담하자고 했다. 

8억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액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혜택을 약속했다. 박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확인서 및 각서를 작성했다. 박씨는 이런 식으로 신도중앙판매 본사로 3번, 신도리코 성수동 본사로 2번을 방문해 지원해준다는 말에 속아 각종 서류를 작성했다.

하지만 회사의 이 같은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박씨는 “회사가 여러 가지 지원을 약속했지만 단 한가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시 다른 지역서 신도중앙판매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아들에게까지 대리점 해지에 대한 엄포를 놨다”고 주장했다. 
 

신도중앙판매는 박씨에게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한북테크가 이미 금융권에 채무가 발생돼있는 상태라는 것을 빌미로 “확인서를 찍어줘야 지원해줄 수 있다. 회장님께 보고해야 해결이 된다”며 “각서를 찍어 줘야 지원해줄 수 있다”는 등 각종 확인서 및 각서를 받아갔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법적으로 해라”고 엄포를 놓은 후 2년 가까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박씨에 따르면 당시 서류를 작성하고 구두로 지원을 약속했던 전 신도중앙판매 사장, 부장, 강북지사 지사장은 본사 및 충청도로 발령을 받아 가버렸다.

각서 받고 
나몰라라∼

현재 전 담당자들은 “지원을 해 줄 권한이 없다” “전에 있었던 일이라 모르는 일이다” “도장을 받아간 서류만 보고 아무 지원을 해줄 수 없다” 등의 책임회피만 하고 있는 상태다. 

박씨는 채무에 대해서 부도를 면하기 위해 약 2억원가량을 외부 차입을 통해 갚아 나갔고 현재는 한계에 부딪혀 은행권서 기한 이익 상실도 당한 상태다. 또 이 일로 회사 채무가 너무 많이 생겨서 입찰을 받고도 부적격 판정이 나서 공사 진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씨는 “신도중앙판매에선 이런 사정을 알고 금전적인 압박, 시간 끌기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주변 대리점들에게 ‘한북테크서 도움을 청하면 절대로 지원해주거나 동요하지 말라’고 협박하며 끊임없이 입막음했다”고 말했다.  

당시 신도중앙판매 측 관계자는 “법원서 이미 거짓으로 판결이 난 내용”이라며 박씨가 주장하는 모든 사실을 부정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박씨가 제기한 소송서 법원은 신도중앙판매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가 작성한 각서와 확인서에 의해 회사 측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신도중앙판매 측 관계자는 “판결이 나기 전이라면 모를까 판결이 난 상황서 아직까지 허위 주장을 하는 박씨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신도중앙판매서 지원을 약속하며 요청했던 부제소합의서 한 장 때문에 모든 재판의 방향이 불리해졌고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패소하게 된 것”이라고 억울해했다.

금융사 승소
한줄기 빛

항소서도 이기지 못한 한북테크는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던 중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박씨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신도중앙판매의 대리점 지정과 요청으로 인해 한북테크의 명의로 대출을 해줬던 한 금융회사서 신도중앙판매 측에 소송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한북테크는 현재 대출금을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있다. 또 대출을 진행하는 과정 중 여러 근거 자료들이 신도중앙판매의 사기 행위로 인해 진행이 됐다는 점을 판단한 것. 그렇기 때문에 신도중앙판매 측에 직접 나머지 돈을 받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서 금융회사 측은 박씨의 사정을 듣고 신도중앙판매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박씨에게 “신도중앙판매에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지했다”고 언급했다. 결국 법원은 “신도중앙판매는 금융회사에게 돈을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며 금융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신도중앙판매도 가만히 있지 않고 항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며 다시 한 번 금융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서 박씨도 많은 자료를 제출했고 동시에 진행 중인 형사 소송에 여러 번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했다.

한북테크를 빼고는 소송이 진행 될 수 없었기 때문. 박씨는 이번 재판을 지켜보면서 어이없는 장면들을 여러 번 목격했다. 신도 중앙판매는 같은 내용을 가지고 하는 재판서 한북테크에게 주장한 내용과 금융회사에게 주장한 내용이 달랐고 같은 사람이 같은 건을 가지고 같은 증인심문을 해도 한북테크 때와 금융회사 때와 확연히 달랐다. 

금융사 같은 내용 승소…대리점 희망?
방법 강구 중 “모든 것 바로 잡을 때”


박씨는 “법원이 금융회사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은 결국 한북테크도 같은 피해자 입장인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똑같은 사건에 다른 판결이 난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도중앙판매가 또 다른 한 은행서 한북테크의 명의로 3억원에 가까운 대출을 받았던 것.

박씨는 “이 과정서 모 은행에선 한북테크 쪽에 어떤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할부금 약정서나 계산서, 심지어 확인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

박씨는 모 은행에 항의했다.

하지만 모 은행 관계자는 “신도 중앙판매서 시키는 대로 했다”며 “대리점들이 이 문제로 연락할 경우 은행서 응대를 하지 말고 신도중앙판매로 넘기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냥 ‘카드 단말기’다. 신도중앙판매서 결제를 요청하면 대출해주고 대리점서 갚으면 받고 갚지 않으면 신도중앙판매에 청구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화가 난 박씨는 “그럼 신도중앙판매서 10억~100억을 대출해달라고 하면 해 줄것이냐. 어차피 채무자는 대리점이 돼야 하는데 대리점의 ‘동의한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그렇게 큰 금액을 대출해 줄수 있느냐”고 물었다. 모 은행 관계자는 “신도중앙판매와 계약돼있으니 저희 쪽으로는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같은 답변만 반복했다. 

박씨는 모 은행 본사로 내용증명도 보내봤지만 답변은 다르지 않았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금융회사 관계자도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써 말도 안 되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가능성 있나
“수억원 손해”

현재 박씨는 여러 방면으로 피해를 회복할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이번 금융회사의 승소로 한북테크에도 한 줄기 빛이 드리워진 것. 박씨는 “현재 회사가 부도처리가 됐고 폐업 직전 단계까지 몰렸지만 현재 신도중앙판매의 행위의 문제점이 확실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여러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박과도 같은 상황서 작성한 부제소 합의서 한 장 때문에 수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봤다. 이제 모든 것을 바로잡을 때”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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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