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타’ 세풍 부는 이수그룹 막전막후

우연이라기엔…칼끝은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이수그룹이 올 한 해만 벌써 4개 계열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 중 3개사는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의 특별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측은 별다른 입장을 드러내지 않은 상황. 그룹을 둘러싼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이수그룹은 이수화학을 모체로 하는 중견그룹이다. 창업주는 고 김준성 명예회장. 5공화국 당시 경제부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이수그룹은 계열사를 늘리며 사세를 확장한 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다. 현재 오너 2세 김상범 회장이 그룹을 전면서 이끌고 있다.

오너 2세
경영 승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수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이수엑사켐’이라는 회사가 있다. 김 회장은 이곳의 지분 100%를 쥐고 있다. 사실상 김 회장은 개인 회사를 통해 그룹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그룹 지배구조는 ‘김 회장→이수엑사켐→㈜이수→이수화학→이수건설’ 등으로 분석된다. 세부적으로 이수엑사켐은 ▲㈜이수(73.4%) ▲이수창업투자(79.1%) ▲토다이수(40.00%) ▲이수C&E(100%)의 최대주주다.

㈜이수는 다시 ▲이수화학(35.2%) ▲이수페타시스(22.9%) ▲이수시스템(100%) ▲이수에이엠씨(100%)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중 이수화학은 ▲이수건설(75.2%) ▲ 한가람포닉스(51.0%) ▲이수앱지스(31.9%)로, 이수페타시스는 ▲이수엑사보드(100%)로 이어진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세무조사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및 조사4국은 각각 이수건설과 ㈜이수·이수화학·이수페타시스 등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수건설의 경우, 조사1국인만큼 정기세무조사(4~5년 주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수건설은 지난해 3000억원대 매출에 55억원 영업손실, 2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냈다. 직전년도 4000억원대 매출과 146억원의 영업이익, 9억원의 당기순이익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1국·4국 연속 세무조사…이유는?
올 한 해만 벌써 4개 계열사 털려 

㈜이수와 이수화학, 이수페타시스 세무조사는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담당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조사4국은 ㈜이수 등에 요원 100여명을 사전예고 없이 투입, 세무와 회계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건설의 세무조사와 다소 결이 달랐다.

이수화학은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 6308억원과 영업이익 13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4억원, 14억원 증가했다. 이수페타시스는 1700억원 매출과 95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직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01억원, 31억원씩 증가했다.

조사4국은 비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한다. 주로 대기업 탈세나 비자금 관련 첩보를 바탕으로 조사에 나선다. 조사 배경을 예단할 수 없지만, 일각에선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와 ‘특수관계자 거래’를 지목한다. 특히 김 회장의 개인회사 이수엑사켐에 관심이 몰렸다.

이수엑사켐은 석유화학·정밀화학 제품 판매 회사다.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단순 유통법인이다. 그러나 이수엑사켐의 지난해 매출액은 무려 2000억원대에 달한다.


눈길이 가는 건 이수엑사켐의 제품 매입처. 당시 이수엑사켐은 특수관계자로 분류되는 이수화학으로부터 1100억원대 제품을 사들여 매출을 올렸다. 이수화학으로부터 매입한 제품은 이수엑사켐 전체 매출원가(1886억원)의 60%를 넘었다. 이른바 ‘통행세’를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회사
관심↑

통행세는 두 회사의 거래 중간에 끼어 수수료를 챙기는 행위를 뜻한다. 총수 일가 소유 회사가 거래 중간 과정에 개입해 부당한 지원을 받는 것으로도 통한다. 이수엑사켐은 특별한 생산이나 공정 없이 계열사 제품을 사들여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

통행세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5년간(2014∼2018) 이수엑사켐의 ‘특수관계자 매입량과 전체 매출액’을 살펴보면, 이수엑사켐은 2014년 1309억원어치의 물량을 매입해 15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과 2016년 매입량은 900억원대서 800억원대로 감소하면서 매출은 1340억원대 보합세를 이뤘다. 이듬해인 2017년 매입량은 900억원대로 다시 회복됐고, 매출은 1600억원대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제품 매입량을 1151억원으로 크게 늘렸고, 매출 역시 2068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설립 이후 최대 매출이었다. 이수화학의 제품 매출과 이수엑사켐의 수익이 맞물리는 셈이다.  오너 개인회사의 수익이 그룹 주력 자회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이다.

같은 기간 이수화학이 이수엑사켐의 매출원가를 차지하는 비율은 2014∼2016년 90%, 80%, 70%대로 하락하다가 2017년과 2018년 60%대로 내려앉았다. 감소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이수엑사켐은 이수화학 외에도 그룹 계열사 ㈜이수와 그 종속기업인 이수시스템서 10억원가량의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단순 구조
통행세?

이수화학은 이수엑사켐의 재무적 상황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수엑사켐은 지난해에만 이수화학에 254억원의 외상값을 지고 있다. 지난해 400억원대의 매입채무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들었지만 적지 않은 규모다.

이수엑사켐은 금융기관 차입금 275억원에 대해 이수화학으로부터 지급보증을 받고 있다. 이수화학은 직전년도 이수엑사켐의 차입금 129억원에도 지급보증을 서줬다.

이수엑사켐은 눈총을 받고 있는 매출 구조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배당금은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김 회장에게 돌아간다.
 

▲ 김상범 이수화학

최근 이수엑사켐의 배당금 총합은 모두 70억원에 근접한다. 세부적으로 배당금과 당시 당기순이익, 배당성향 등을 살펴보면 ▲2011년 9억6000만원(17억원, 60%) ▲2013년 9억6000만원(51억원, 18.80%) ▲2015년 11억2000만원(57억원, 19.65%) ▲2016년 20억8000만원(71억원, 29.18%) ▲2018년 17억6000만원(42억원, 41.34%) 등이다.

이수그룹 세무조사 전후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문제를 적극 들여다보겠다고 언급해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범 회장 개인회사로 ‘그룹 꼭대기’
통행세 논란 꾸준히 지적…쏠리는 이목

조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 강연서 “자산 규모 5조원 미만 기업에 대해서도 과거보다 많은 자료를 통해 부당지원 행위 등을 모니터링하고, 부당한 내부 지원이 있는 경우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국내 기업들은 공정위 제재에 별 관심이 없다”며 “벌칙금과 과징금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징금 규모를 이전보다 늘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사 간 부당지원 행위나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조사해 제재한다. 조 위원장은 지난 9월 취임식서도 “중견기업 집단의 부당한 거래 행태도 꾸준히 감시하고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정위 언급
중견 주목

<일요시사>는 세무조사에 대한 이수그룹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그룹 측 관계자는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며 “메모를 남겨주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재차 연락을 시도했지만 “담당자가 외부 출장 중인 관계로 이전 질문에 대한 담당자의 답변을 전달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세무조사에 대한 그룹 측 입장은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엑사켐 통행세 논란과 관련해 추가 취재에 들어갔지만 그룹 측에선 “담당자가 외부 출장을 나갔다. 추가 질문을 받아도 답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질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정위 사정권, 첫 중견기업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전임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중견기업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 역시 재임 시절 감시 폭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정위는 중견기업 KPX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KPX그룹은 공정위 조사 이전부터 통행세와 관련해 꾸준히 지적을 받았다.

공정위는 양준영 부회장 등 오너 일가 개인회사인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그룹 주력사 ‘KPX케미칼’의 물품을 구입해 다른 계열사에 판매, 통행세를 챙긴 것이 아닌지 조사에 착수했다.

관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부동산임대업과 도매업을 영위하는 사업체로 지난해 KPX케미칼로부터 52억2000여만원의 물품을 구입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그룹 베트남 현지법인 ‘VINA FOAM’에 67억9000여만원의 제품을 판매, 특수관계자 거래를 맺으며 15억여원의 수익을 남겼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거래의 실질적 역할 없이 중간에 끼어들어 통행세를 걷은 것 아니냐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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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