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한 조국의 검찰 개혁 리스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14 14:49:51
  • 호수 12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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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판 뒤엎을 6가지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이 취임 한 달 동안 수십 건의 검찰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 총장에게 검찰 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이후 검찰도 자체 개혁안을 적극적으로 내놨다. 향후 검찰 개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조국 법무부장관

 조국 법무부장관이 검사장 전용차량 운용 폐지, 검사 외부기관 파견 최소화 등 일부 검찰 개혁 과제를 즉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특별수사부(특수부) 축소, 심야조사·별건조사 금지, 형사사건 공개 금지(피의사실 공표 금지) 등의 제도화도 이달 안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문 지시 따라 
신속한 조치

조 장관은 지난 8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과천 법무부청사서 ‘검찰개혁 추진개획에 대한 대국민 보고’를 갖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조 장관은 “검찰이 발표한 개혁방안을 포함해 즉시 시행가능하고 신속히 제도화가 필요한 부분을 ‘신속 추진과제’로 선정해 이달부터 단계적으로 규정을 시행하는 등 과감한 검찰개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검찰 총장도 3차례에 걸쳐 검찰의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지난 7일, 윤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 간부회의서 “인권보장을 최우선 가치에 두는 헌법정신에 입각해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검찰 업무 전체를 점검해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관행, 내부 문화를 과감하게 능동적으로 개혁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다음은 향후 시행될 주요 검찰 개혁안이다. 


▲형사·공판부 확대 = 법무부는 향후 검찰이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를 확대할 방침이다. 그동안 법조계는 검찰이 특수·공안 같은 인지수사보다 민생과 가까운 형사부와 공판부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그동안 검찰개혁의 핵심은 ‘직접 수사를 줄이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퇴직한 검사장들도 형사부·공판부 강화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는 퇴임사 당시 “이제 국민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민생범죄”라며 “민생범죄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수사하고 재판하기 위해서는 인권선진국 시대에 걸맞은 인적, 물적, 과학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재 형사부·공판부 검사 수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수부 축소부터 셀프 감찰 폐지 
향후 추진 계획 대국민 보고 진행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도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라는 글을 통해 “우수한 검사들이 형사부서 근무할 수 있도록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 검사장은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수부 축소·폐지 =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18개 검찰청 중 특수부는 7개 검찰청에 설치돼있다. 하지만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의 자체 개혁안에 대해 사실상 ‘퇴짜’를 놨다. 위원회는 “서울중앙지검의 직접수사 부서의 규모는 계속 확대됐다”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개혁 대상에 포함했다.
 

조 장관은 대국민 보고회서 검찰의 특수부 폐지 건의를 반영해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3개 거점청에만 ‘특수부’를 ‘반부패 수사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중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대기업이나 거물 정치인들 수사에 집중하며 계속 몸집을 불렸다. 정권의 하명 수사를 한다거나, 별건수사나 먼지털기식 수사 논란이 꾸준히 이어졌다.

▲검찰 셀프감찰 금지 = 검찰의 셀프 감찰도 폐지될 전망이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사가 검사를 감찰하는 이른바 ‘셀프감찰’을 폐지하겠다며 법무부의 감찰권을 실질화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먼지털기 수사
더 이상 없다?

현재 검찰을 감찰할 수 있는 근거는 ‘법무부 감찰규정’으로 해당 규정에는 ‘검찰의 자체 감찰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 대한 비위조사와 수사사무에 대한 감사는 검찰의 자체 감찰 수 2차적으로 감찰을 수행한다’고 돼있다. 결국 검사의 비위에 대한 1차 감찰을 검찰 내부서 하도록 돼있어 검사가 잘못을 저질러도 외부서 알기 어렵고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 등 감찰권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혁위는 법무부에 검찰을 감시할 수 있는 감찰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법무부 자체 감사 규정’ 등 관련 훈령을 즉각 삭제토록 했다. 또 대검찰청의 감찰은 폐지하고 법무부의 감찰권이 우선적으로 수행될 수 있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개혁위 측은 “법무부는 그동안 검찰청에 대한 감사를 제외해 사실상 감찰권 행사를 포기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제 식구 감싸기’식 감찰을 해왔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의 필요성이 높아져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감찰권 실질화를 권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의사실 공표 금지 = 앞으로 검찰의 언론플레이도 금지된다. 그동안 검찰이 주요 사건 수사와 관련해 수사정보를 언론에 흘려왔다. 조 장관은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신속히 확정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도 전에…
여론재판 차단

주요 대기업 총수나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피의자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기 전까지 수많은 언론 보도가 쏟아진다. 대부분 기사는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또는 ‘익명을 요구한 검찰 주요 관계자에 따르면’이라는 문장이 포함된다. 검찰의 누군가가 흘려줬고, 언론이 그대로 받아썼다는 의미다.

통상 피의자는 기소 후 확정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의 보호를 받는다. 증거가 명백히 드러나 있는 흉악범조차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검찰이 이야기해주거나 확인해줬고, 언론이 작성한 각종 혐의들은 독자나 시청자로 하여금 유죄의 심증을 갖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 윤석열 검찰총장

피의자는 재판도 받기 전에 이미 여론재판을 통해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지는 셈이다. 이후 무죄 또는 일부 무죄판결이 내려져도 검찰의 수사속보를 좇아 작성된 각종 기사만큼의 판결 보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를 막고자 만들어진 형법 조문이 ‘피의사실공표죄’다.

▲공개소환·심야조사·별건수사 금지 = 조 장관은 이번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인권’이다. 조 장관은 “국민의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제도화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국민 인권을 존중하고, 절제된 검찰권을 행사하도록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인권중심의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도록 심야조사 금지를 포함한 장시간 조사 방지,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공개소환, 수사장기화 제한, 출석조사 최소화 등을 담은 ‘인권보호수사규칙’을 10월 중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한달 만에 ‘안’ 발표
검 전광석화 ‘셀프안’ 맞불

현재 인권보호수사준칙은 법무부 훈령이다. 이를 규칙으로 격상해 규범력을 높이고, 지켜야할 의무와 책임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특히 조 장관은 출석 시 언론에 보도되는 ‘형사사건 공개소환 금지’를 포함했다.

▲검사파견 최소·검사장 관용차 폐지 = 조 장관은 또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와 파견검사 최소화를 지난 8일부터 법무부 훈령과 예규를 제정해 바로 시행한다고 했다.

앞서 윤 총장은 검찰 밖 ‘외부기관 파견검사’를 전원 복귀시켜 형사부와 공판부에 투입해 민생범죄를 담당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 제외 37개 기관에 57명의 검사가 파견돼있다. 그동안 파견검사 제도를 두고 검찰의 영향력 확대와 권력기관화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왔다.

검찰은 법무부 및 각 기관과의 구체적 협의를 거쳐 순차적으로 파견검사 전원 복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 법무부

윤 총장은 아울러 검사장 전용 차량 이용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관련 규정 개정 절차를 기다리지 말고, 즉각 중단토록 조치를 주문했다. 수사 지휘·출장·대외기관 방문 등 업무용에 한해서만 일반 공무차량을 이용하고, 전용 차량은 이용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취지다.

조 장관 일가 관련 수사로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비등한 상황서 두 기관이 개혁의 주도권을 선점하고자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지명 전부터 가족 관련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선 조 장관으로선 검찰개혁이야말로 가족 의혹에 집중된 여론의 관심을 돌리는 방안이다.

특권 내려놓고 
민생·인권 우선

조 장관은 그동안 검찰 개혁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강조하면서 여러 통로를 통해 법무부가 할 수 있는 개혁을 ‘속도감 있고 과감하게’ 진행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검찰 입장에선 청와대와 여론의 검찰 개혁 압박을 수용한 모양새를 취하는 동시에 선제적으로 자체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개혁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 수사와 개혁을 분리하면서 조 장관 관련 수사에 명분을 쌓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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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