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먼저다’ 서울 경원중 야구부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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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9.10.14 14:27:35
  • 호수 12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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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야구! 유쾌한 야구!

[JSA뉴스] 1983년 창단 후 올해로 36년의 역시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경원중학교 야구부가 지난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회장 김응룡)가 주최한 2019 시즌 마지막 전국대회인 ‘2019 U-15 전국유소년야구대회궁평낙조리그서 최근의 부진을 씻어버리고 3위에 올라서며 다시 한 번 중학야구의 강자로 전면에 나섰다.
 

▲ 경원중 야구부 3학년

대한야구소프트볼의 주최로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경기도 화성시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한 해의 시즌을 결산하는 성격을 지닌 전국 단위의 마지막 대회로 100여개가 넘는 국내 중학교 야구부들이 모두 참여, 4개 리그로 나눈 후 각 리그의 챔피언을 토너먼트 형식으로 승부를 가려 결정하는 대회다.

2019 시즌에는 경기도 화성시의 화성드림파크 등 4개 구장서 921일부터 29일까지 열전을 치렀다. 경원중학교는 4개 리그 중 궁평낙조리그에 출전해 수원 매향중(925), 부산 대신중(927)을 차례로 격파하며 준결승까지 진출했으나 4강전 상대였던 부산 개성중(928)에게 45로 아깝게 분패하며 대회 최종 3위를 차지했다.

침체반전

대회 1회전을 부전승으로 올라 간 경원중은 대회 2회전서 만난 수원의 매향중을 상대로 1번 타자 유격수 윤승민과 3번 타자 3루수 김현진 등 3학년 야수들의 대활약과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2학년 노형주를 비롯, 3학년 투수들이 역투를 하며 816회 콜드게임 승을 거둔 후, 3회전 상대인 부산 대신중을 상대해 91로 여유 있게 승리를 챙겼다.

대회 준결승 4강전서 부산 개성중을 만난 경원중은 3학년 야수들 계속된 활약과 도성훈 등 대타로 기용된 2학년 야수들의 뒷받침 속에 접전을 이어갔으나 7회의 마지막 찬스서 후속타 불발로 45의 아쉬운 패배로 대회를 마감했다.


사실 이번 대회 경원중의 활약과 3위 수상이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근 수년 동안 침체했던 경원중의 성적이 반전을 이뤘고, 특히나 이번 대회 주역이었던 3학년 선수들이 애초에는 가장 경기력이 떨어지는 기수로 학교 안팎서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었다.

올해의 3학년 선수들은 최근 수년 동안의 선수 기수 중 가장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가장 모범적이고 성실하게 훈련의 과정을 소화해 온 기수이며, 동시에 어떠한 잡음 없이 팀워크가 잘 이루어졌던 기수다. 그런 성실성에 대한 보상이 이번 대회에 충분히 입증됐다고 생각한다.”(이원석 경원중 야구부 감독)

인천 출신으로 동산고와 인하대를 거치며 현역 선수생활을 했고, 2005년 경원중에 코치로 부임한 후 2007년부터 올해까지 13년째 감독직을 수행해 온 이 감독은 전임 홍연화 경원중 교장은 물론 지난 9월 부임한 정회숙 교장과 모든 학교 교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경원중 야구부 고유의 끈끈하면서도 활발하고 유쾌하게 야구를 즐기도록 하는 특유의 문화적 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 마지막 전국대회 
3위 오르는 쾌거 달성

실제로 경원중 야구부는 서울지역서도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중학교 야구부 중 한 곳이다. 오재원(두산 베어스)과 이대은(KT 위즈), 최원태(키움 히어로즈), 강윤구(NC 다이노스) 등 국내 프로야구서 맹활약하고 있거나 활약했던 숱한 선수들을 배출해냈다. 야구부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요란스럽지 않게 기본기가 잘 갖춰진 야구선수들을 키워내는 학교로 야구인들 사이에선 정평이 나있는 학교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경원중 야구부는 강남지역은 물론 서울 전체 야구부 중에서도 학교 운동장을 야구부의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중학교 야구부 중의 한 곳이다. 취재차 방문한 야구부의 훈련 분위기는 진지하면서도 활기찼고, 선수들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넘치고 있었다.
 

▲ 이원석 감독

유쾌한 분위기 속의 훈련장서 신장 190cm에 육박하는 장신 거구의 이 감독 지휘 아래, 성남중 감독을 역임했던 하준영 수석코치와 나머지 코치진은 갑자기 쌀쌀해진 기온 속에서도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37명 경원중 야구부 선수들의 훈련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 중 이번 대회 3위 입상의 주역인 3학년 선수들과 몇몇의 2학년 선수들을 만났다.


[투수진]

방지현(3학년, 175cm/60kg, 우투우타, 사당초 출신) =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에 입문했지만 본격적으로 투수훈련을 시작한 것은 경원중 2학년 때부터였다. 작년 2018시즌 추계대회 때부터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지만 발전 속도가 빠르고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구력이 뛰어난 120Km/h 후반대의 스피드를 가진 직구와 커브, 그리고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를 구사한다.

박민성(3학년, 180cm/75kg, 우투우타, 청구초 출신) = 체격조건이 출중한 경원중의 우완 정통파형 파워피쳐이다. 잘 발달된 피지컬서 뿌리는 직구 최고 구속이 135km/h가 나올 정도다. 빠른 직구에 걸맞게 낙차의 폭이 큰 커브와 예리한 슬라이더를 변화구로 던진다. 고교 진학 이후 장래성이 기대되는 투수다.

박정호(3학년, 178cm/71kg, 우투우타, 사당초 출신) = 박민성과 함께 뛰어난 피지컬을 자랑하는 경원중의 투수이다. 상대적으로 조금 늦은 사당초 5학년 때부터 야구에 입문했지만, 훌륭한 재질로 투수로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120km/h 중반의 직구는 제구력이 좋고, 커브와 함께 스플리터를 변화구로 구사할 수 있다.

전폭적인 지원

최연호(3학년, 173cm/66kg, 좌투좌타, 방배초 출신) = 올 시즌 경원중 3학년의 유일한 좌완투수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칼날 같은 제구력을 자랑한다. 아직 직구의 최고 구속이 120km/h에 그치고 있지만, 한창 성장하고 있는 피지컬의 영향에 따라 장래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커브와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도 능숙하게 던지며, 경원중 선수들 사이서 이번 대회 3위 입상의 주역으로 손꼽힌 투수다.

[야수진]

류지우(3학년, 178cm/85kg, 우투우타, 중랑리틀 출신) = 경원중의 안방을 책임지는 포수다. 이번 대회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3학년 야수 중 유일하게 출전하지 못했지만, 포수로서 포구와 송구의 기본기가 뛰어나고 경기를 읽어내는 운영능력이 이미 중학교 수준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좋은 체격조건서 장타력을 갖춘 타격 능력을 갖췄다.

윤승민(3학년, 176cm/60kg, 우투우타, 용산리틀 출신) = 올 시즌 경원중의 주장이며 붙박이 유격수와 1번 타순 리드오프를 맡고 있다. 이번 대회 경원중의 모든 득점이 윤승민으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활약을 펼쳤다. 빠른 스피드와 송구능력을 바탕으로 올 시즌 서울 지역 중학교 유격수 중 최상위로 분류되는 선수이며, 장타력까지 갖춘 정교한 타격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현진(3학년, 185cm/85kg, 우투우타, 수유초 출신) = 거구라고 일컬을 수 있는 출중한 체격조건서도 놀랄 만큼 민첩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경원중의 3루수로 3번 타순을 맡고 있다. 이번 대회 거의 모든 득점찬스서 안타를 쳐내며 찬스에 강한 타점능력을 보여줬다. 힘이 동반된 장타력과 정교한 타격 능력을 두루 갖춘,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다.
 

▲ 경원중 3학년 야수진(사진 왼쪽부터 윤승민, 김현진, 김정겸, 류지우, 황찬재, 최경빈, 고한결, 김동영)

최경빈(3학년, 175cm/70kg, 우투우타, 사당초 출신) = 유격수 윤승민과 함께 경원중 내야의 핵을 이루고 있는 2루수다. 빠른 스피드와 함께 내야수로서 풋워크가 훌륭하고 포구와 송구의 기본기가 잘 닦여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팀의 5번 타자를 맡고 있을 만큼 장타력이 동반된 타격 솜씨를 뽐내고 있으며, 뛰어난 야구지능과 센스를 갖추고 있다.

황찬재(3학년, 178cm/74kg, 우투우타, 중랑리틀 출신) = 뛰어난 체격조건을 가지고 있는 경원중의 1루수다. 야구의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고, 특히 송구능력이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발 장타력을 갖춘 대형타자의 재목감으로 이번 대회 경원중의 7번 타순을 맡았다.


김정겸(3학년, 183cm/66kg, 우투우타, 성북리틀 출신) = 호리호리한 체격에 날카로운 스피드를 뽐내는 외야수다. 경원중의 우익수로 뛰며 9번 타순을 맡고 있다. 정교한 타격과 스피드가 동반된 주루능력을 갖췄으며, 외야수로서 송구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교 운동장 훈련장으로 사용
진지하면서도 활기찬 선수들

고한결(3학년, 170cm/72kg, 우투우타, 성동리틀 출신) = 경원중의 4번 타자를 맡고 있는 좌익수다. 상대적으로 작은 신장이지만 뛰어난 힘을 갖춘 장타력의 정교한 타격 능력을 자랑한다. 찬스에 강해 타점을 양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투수와의 대결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 강한 멘탈을 보여준다.

김동영(3학년, 168cm/66kg, 우투우타, 용산리틀 출신) = 경원중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2번 타자 중견수다. 기본기가 훌륭해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고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주루플레이 또한 출중하다. 수비의 범위가 넓으며 타구를 예측해서 잡아내는 포구 능력 또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형주(2학년, 173cm/65kg, 우투우타, 사당초 출신) = 이미 사당초 시절부터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투수로 이번 대회서도 3학년 선배투수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역투하는 솜씨를 뽐냈다. 칼 같은 제구력과 침착한 경기운영 능력을 가진, 내년 시즌 경원중의 에이스다.

이준우(2학년, 176cm/80kg, 우투우타, 방배초 출신) = 부상으로 출전 못한 류지우를 대신해 이번 대회 경원중의 안방을 책임졌던 포수다. 훌륭한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공수 양면서 힘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를 펼친다. 책임감과 성실함 등의 멘탈이 강하고, 깜짝 놀랄 만큼의 경기운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대회 경원중의 6번 타자로 장타력이 동반된 타격능력을 가지고 있다.


도성훈(2학년, 177cm/95kg, 우투우타, 둔촌초 출신박건태(2학년, 173cm/90kg, 좌투좌타, 청구초 출신) = 이번 대회 중 고비마다 대타로 출전해 정교한 타격 솜씨를 보여주며 경원중의 3위 입상에 일조했다. 수비서도 각각 3루수(도성훈)1루수(박건태)로서 기본기가 잘 갖춰진 성실한 플레이로 한 몫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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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이 가장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외환 혐의’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특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군 장교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다. 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조 특검팀은 이 녹취록 외에도 외환 혐의 입증이 가능한 다수의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잃어버린 무인기 조 특검팀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소형 정찰 드론 2대가 사라졌다는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를 확보했다. 조 특검팀이 확보한 국방부 감사관실 보고서는 지난달 말 작성됐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10월15일과 12월19일 각각 백령도와 속초 대대에서 소형 정찰 드론 기체 2대를 잃어버려 찾지 못했다며 그 사유를 ‘원인 미상’이라고 기록한 게 핵심이다. 드론 소실 시점은 같은 해 10월 북한 외무성이 한국 무인기가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한 시기(10월 3·9·10일)와 11월 초 북한 함경남도 차호 잠수함 기지로 드론을 보냈다는 군 내부 제보 시점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차호 잠수함 기지까지 (드론을) 간신히 보낼 수 있었다”며 “매뉴얼 제원상 (최대 항속거리가) 500㎞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군 현역 장교 증언을 확보했다. 보고서에서 국방부 산하 국립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상 증여한 소형 정찰 드론 중 고장나거나 소실된 것은 총 8대다. 이 중 2대는 2023년 10월 ‘원인 미상 엔진 정지’ ‘공기 속도 센서 결함’ 등으로 고장 사유가 기록돼있다. 지난해 1월과 6월, 10월 무인기 파손 역시 구체적인 사유가 적혀있다. 11월7일 난기류와 강풍 때문에 추락한 드론은 속초·양양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15일, 12월19일 잃어버린 드론은 회수하지 못했고 사유 역시 ‘원인 미상’ 처리됐다. 군수품관리법에 따라 무인기가 소실되면 그 이유 등을 정확히 기록해 국방부에 신고해야 한다. 특검팀은 드론 2기 소실 경위와 사후 조사가 부실한 이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 감사관실은 평양·연천 등에서 발견된 드론과 동일 기종을 지난 1월22일 전수조사했다. 백령도는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평양에서 ‘추락한 드론’의 동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륙 지점이라고 발표한 곳이다. 윤 “평양에 무인기 보내라” 지시 의혹 특검 “V가 북 반응 좋아해” 녹취 확보 국방부는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연천·속초 가운데 백령도 대대는 방문 조사를 하지 않고 유선 조사만 했다고 한다. 장부에 기록된 내용과 재고 상황이 정확한지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다른 부대와 달리 백령도는 보고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드론사 관계자를 소환해 ‘북풍 몰이’ 목적으로 평양 등에 드론을 보냈는지 여부와 소실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앞서 ‘평양 드론 침투’ 의혹과 관련 “김용대 사령관이 V(윤 전 대통령) 지시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고 했다)” “삐라(전단) 살포도 해야 하고, 불안감 조성을 위해 일부러 (드론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엔 당시 북한의 위협적 반응에 “VIP와 장관이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그랬다”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로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녹취록에는 “(무인기를) 의도적으로 (북한에) 노출할 생각이 있었지만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무인기가 개조되면서) 기체 불안정성 때문에 추락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품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비행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체 성능 자체가 안 되어서 손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군 측은 지금까지 평양 드론 침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군은 작전에 사용된 드론 추락을 염려하기도 했다. 본래 설계와 다르게 자체 개조됐기 때문이라는 게 부 의원실의 판단이다. 외환 혐의 규명 필요 부 의원실이 지난 5월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북 전단 무인기 비교 분석’ 자료는, 북한에 떨어진 무인기와 연구소가 드론작전사령부에 납품한 무인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충격 방지를 위한 ‘랜딩폼’ 부품이 빠지고 전단 살포를 위한 전단통이 개조돼 붙어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애초 전단 살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무인기 구조를 변경하면서 기체가 불안정해져, 전단 살포 시 추락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인기는 소음이 너무 커서 군사작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환 혐의는 지금까지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조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드론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드론 평양 침투 외에도 외환 행위 고소·고발 사건과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려고 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결국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통해 꼬리가 잡힌 ‘북풍 공작’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수첩에는 비상계엄 당시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 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 원점 타격’으로 전쟁 상황을 연출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0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 합동참모본부 지통실(지휘통제실)에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급박한 계획 변경 비상계엄 선포 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수사2단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씨가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하루 전날을 콕 집어 조기 귀국을 종용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인물의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계엄 9일 전이던 지난해 11월24일 일요일,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자신이 곧 해외 출장을 간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1월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 출장이 예정돼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노 전 사령관이 흥분하면서 화를 냈다. 그는 문 전 사령관에게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수요일 밤’은 11월27일이다.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이날 귀국하지 못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북한 오물 풍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무렵, 정보사 대령들에게 ‘오물 풍선 원점 타격’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도 확인된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상원 전 사령관도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방첩사, 비상계엄 당일까지 위기감 고조 합참, 북 원점 타격·대응 김 지시 거부 지난해 11월 초,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과 문 전 사령관을 안산 상록수역으로 불러 앞서 지시한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때도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 수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 같은 계획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32번째 오물 풍선 부양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17일 지상작전사령부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 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수처는 박모 방첩사 대령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달 군사 재판에서 북한 오물 풍선 대응과 연결된 ‘국지전 시나리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법원에 출석해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12월 1~2일쯤 사령관 되는 군인들이 가장 걱정한 건 북한 쓰레기 풍선이었다”며 “방첩사령관으로서 쓰레기 풍선에서 삐라가 떨어지는데 그걸 수거해 분석하는 게 방첩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군들은 북한 오물 풍선 때문에 뭔 일 터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태반이었고, 걱정스러워서 (장군들과) 통화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은 김 전 장관이 내린 경고 사격 지시에 소극적인 입장이었고, 오히려 다른 방식을 김 전 장관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내부의 이 같은 기류는 합참에 파견된 박 대령을 통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국지전 도발했다 반면 여 전 사령관은 북한 오물 풍선 대응 지침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방첩사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12·3 내란 사태 당일에는 “적 오물 풍선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주요 간부들에게 준비 태세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