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후원’ 금성백조 실체 & 의혹

뜨거운 감자? 요란한 변죽?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중견건설사 금성백조가 도마에 올랐다. 금성백조는 쪼개기 후원과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데 이어 국정감사서도 등장하며 이목을 끌었다. 지역 정가에선 수사 결과에 따라 후폭풍을 간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 금성백조 전경

지난달 19일 대전지방검찰청은 금성백조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특정 정치인들과 금성백조 임직원들의 쪼개기 후원금과 관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지검 공공수사부는 이날 오전 수사관 등을 통해 자료 확보에 나섰다.

5000억 매출
대전 향토기업

대전시 중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8월 금성백조 임직원 10여명이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캠프에 후원금을 제공한 경위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개인의 연간 정치후원금 한도는 2000만원이다.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의 경우 500만원까지만 후원할 수 있다. 임직원들은 1인당 100만원 넘게 약 2000만원 가량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후원 과정서 회사의 개입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가 임직원들의 이름을 빌려 후원했을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금성백조는 대전서 이름난 향토 중견건설사로 ‘금성백조주택’과 ‘금성백조건설’ 등의 회사로 이뤄져 있어 ‘금성백조그룹’으로 일컬어지곤 한다.

대한건설협회에 게재된 ‘2019년도 종합건설업자 시공능력평가액-토목건축공사업’서 금성백조주택과 금성백조건설은 3000여개 업체 가운데 각각 50위(2017년 50위)와 306위(513위)를 기록했다.

‘산업·환경설비공사업’에서는 금성백조주택이 350여개 업체서 37위(38위)였다. ‘조경공사업’서 금성백조주택과 금성백조건설은 전체 1400여개 곳에서 58위(56위)와 214위(408위)로 나타났다.

임직원 특정 정치인들에 후원금 수사 
검찰 압색…수사관들 보내 자료 확보

그룹서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은 금성백조주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성백조주택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5195억원(지난해 4884억원)이다. 영업이익은 557억원(627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335억원(475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311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0억원, 당기순이익은 139억원씩 줄어든 셈이다.

금성백조주택 창업주는 정성욱 회장이다. 정 회장은 제8·9대 대한건설협회 대전광역시회 회장과 제23대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정 회장은 금성백조주택의 최대주주(48.8%)다. 다음은 양강석 전 대표(40.0%)로 정 회장과 동업자로 알려져 있다.


금성백조주택의 100% 종속회사는 금백건설(옛 무진건설)이다. 이 외 금성백조주택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은 ▲금성백조건설(이하 건설업) ▲명인개발 ▲해윤건설 ▲하이클래스리빙 ▲에이원건설 ▲해오름주택 ▲페트라투자자문(투자자문업) 등이다.
 

▲ 정성욱 금성백조 회장

금성백조주택은 ▲제이에스글로벌(이하 건설업·70%)▲대승글로벌(85%) ▲예미지뉴스테이기업형임대개발전문위탁 개발회사(부동산업·30%) 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남은 정대식 금성백조건설 사장으로 해당 회사의 최대주주(60%)다. 정 사장의 누나 정현옥 제이에스글로벌 대표와 여동생 정현경 다우종합기술 대표가 각각 10%씩 그 뒤를 잇는다. 정 회장은 금성백조건설 지분이 없다. 그 연유로 금성백조건설은 정 사장의 개인회사로 여겨진다.

사업 확장
매출 뚜렷

정 사장이 처음부터 금성백조건설의 사장이자 최대주주였던 것은 아니다. 2013년까지 양 전 대표가 금성백조건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다. 이듬해 정 사장이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2014년까지 금성백조건설의 최대주주는 정 회장(50%)과 양 전 대표(40%)였다. 정 사장은 2015년 최대주주(60%)가 됐다. 정 사장의 누나와 여동생 역시 각각 10%씩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사명이 무진건설서 금성백조건설로 변경된 시기도 이때다.

금성백조건설의 2015년 매출액은 322억원이었다. 매출은 2016년 30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2017년 498억원, 지난해 146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15∼2017년 영업이익은 19억원의 보합세를 보였고, 당기순이익은 28억원, 18억원, 17억원 등으로 감소세였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99억원과 80억원으로 괄목할 만한 수준이었다.

금성백조건설의 실적이 급격히 개선된 배경은 김포한강 C3 아파트 분양수익이다. 지난 2017년 분양수익이 70억원의 매출로 잡히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593억원으로 급등했다. 당해 전체 매출 1469억원의 40%에 육박한다.

금성백조건설의 성장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2세 승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었다. 금성백조의 승계 방안으로 배당을 통한 재원마련과 회사 간 합병이 꼽힌다.

국정감사
결과 주목

금성백조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직전 년도와 비교했을 때 3배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올해 매출 역시 기대할만하다. 금성백조는 지난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고를 낸 충남 아산·탕정지구 신규 택지 확보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1000억 매출 달성과 추가 사업 확보로 성장세가 기대되면서 배당 가능성이 관측된다. 배당으로 승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합병은 정 사장의 금성백조주택 보유 지분과 동일한 연장선에 있다. 정 사장은 금성백조주택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금성백조주택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만큼 승계를 위해선 해당 회사의 지분 확보가 동반돼야 한다. 다만 비용 부담이 걸림돌이다.

금성백조주택과 금성백조건설이 합병할 경우 ‘경제적인 승계’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미 호반그룹과 아이에스동서 그룹은 합병으로 지분 승계를 매듭지은 바 있다. 2세의 개인회사와 그룹 지주회사 간 합병인 점을 미뤄봤을 때, 무리한 시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성백조는 최근 국감서도 거론돼 그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대전고등검찰청 등 7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서 금성백조 수사를 촉구했다.

법인 자금? 개인 자금?
정치권도 비상한 관심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은 “선관위가 특정 정치인들에게 금성백조 임직원들이 쪼개기 후원금을 보낸 데 대해 수사를 의뢰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쪼개기한 후원금이 업체 법인 자금인지 개인자금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후원 한도액이 초과됐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후원 한도액을 넘겼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정치자금법을 위반해 또 다시 시장 유고사태가 발생한다면 시민들이 크게 당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은 지난 2017년 11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상실한 바 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대전의 한 건설사를 압수수색했고, 비교적 쉽게 결론이 날 수 있는 사건”이라며 ”허 시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행정관으로 있었다.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제대로 된 수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장영수 대전지검장은 “후원금 쪼개기 사건은 선관위의 수사의뢰에 따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불법 선거 운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바른미래당 대전시당 김태영 대변인은 지난 9월 성명서를 통해 “대전 중구 선관위는 대전의 모 건설사가 지방선거 당시 허 시장 선거캠프에 불법적으로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달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법인자금을 이용해 복수의 직원들 명의로 허 시장 캠프에 후원금을 제공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입장 없다”
입 다물어

지역 관계자는 “정황 등이 감지되는 상황”이라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금성백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압수수색에 대해 “특별한 공식 입장은 없다”며 “앞으로도 따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성백조는?

금성백조는 1981년 설립된 대전 지역 대표 건설사다. 1984년 대전 대화동 아파트 160세대를 시작으로 비래동1차 아파트, 대전 중촌동 아파트 등을 준공했다.

1990년 서울 마포구의회 의사당을 세웠고, 2년 뒤 금성백조건설을 설립했다. 1993년에는 천천·동향간 도로 확장공사를 수주했고, 둔산 샛별 아파트와 다모아 아파트 등 대전 지역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1995년 국가유공자 주택지원사업 기여 건설교통부 장관 표창의 기쁨과 함께 서울 서초구 서신아파트 48세대를 준공했으며 1997년 대전 지하철1호선 1-8공구 수주했고, 대전고등검찰청을 세우면서 1999년 대한민국 정부 통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사세가 한껏 확장됐다.

2002년 예미지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2003년 대한주택보증 신용평가등급 A+ 인증, 건설공제조합 신용평가등급 AAA 인증을 획득했다.

2005년과 2007년에는 노은2지구 반석마을 예미지 536세대와 대덕테크노밸리 7·8단지 예미지 919세대로 제10회 전국 살기 좋은 아파트 우수상, 제12회 전국 살기 좋은 아파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2010년 대전 충남대학교 대전권역 재활병원 수주와 2011년 부산외곽순환 고속도로 건설 제10공구 수주, 대전복합터미널 준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10년대 들어서도 금성백조의 수상 릴레이는 계속됐다.

2013년 건설협력증진대상 공정거래위원장 표창, 2014년 대한건설협회 윤리경영대상 대기업 우수상, 국민훈장 목련장 수훈, 2017년 나눔실천 유공자포상 국무총리 표창 등의 주인공이 됐다. 2017년에는 프리미엄상가 브랜드 ‘애비뉴스완’을 론칭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세종 4-2생활권 L1,L2블록과 더휴예미지(846세대) 분양에 이어 6월 대전교구청 신청사 수주에 성공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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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