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법무·검찰개혁위 16인은 누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07 10:19:12
  • 호수 1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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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들고…각계 어벤져스 뭉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이 본격적인 검찰 개혁에 착수했다.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학계·언론·법조계·시민단체·현직 검사 등 총 16명을 위원으로 구성했다. 각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 발언하는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권의 행사방식, 수사 관행, 조직 문화 등에 대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국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인권을 존중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검찰권 행사 및 조직 운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윤 총장에게도 이같이 지시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민변 출신 
변호사 위원장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관해 법무부와 검찰은 개혁의 공동주체이고, 또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법 제도적 개혁에 관해서는 법무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검찰권의 행사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서는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즉각 검찰 개혁 정책을 뒷받침할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첫 회의 직후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위한 1호 권고를 내놨다. 위원회는 매주 회의가 끝날 때마다 권고안을 내놓는 속도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도 “속도감 있게, 과감하게 (검찰개혁 방안을) 제안해달라”고 위원들에게 요구했다. 


법무부는 민변 사법위원장 출신인 김남준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2기 위원은 김 변호사를 포함해 16명으로 구성됐다. 1기 위원회와 달리 현직 검사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형사부 근무 경력이 풍부한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1명, 검찰수사관 1명이 등이다 

위원회는 입법 없이도 실현 가능한 법무·검찰개혁방안을 마련해 조국 장관에게 권고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다음으로 위원회 16인들이 누군지 살펴봤다. 

[김남준]

김남준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5∼2006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을 맡았으며, 2010∼2012년 민변 사법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으며 검찰개혁 공약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뒤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권력기관 개혁을 담당한 ‘국민주권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제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검찰개혁 법안의 대가로 알려졌다. 평소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김 위원장이 주도할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최근 조 장관 수사로 다시 검찰개혁의 화두가 된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 및 특수부 폐지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기념촬영 갖는 검찰개혁관리위원회 위원들

[이탄희]


이탄희 전 판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이 전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이른바 ‘내부 고발자’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돼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열기로 한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과정서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시를 거부했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이 전 판사를 원 소속인 수원지법으로 복귀시켰으나 발령 취소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사태가 시작됐다. 

‘조국 인터뷰’ 언론사 기자부터 
‘사법 농단’ 폭로 전직 판사까지

지난 1월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사직서 제출 사실을 알렸던 이 전 판사는 현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최근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내 권력 분산 등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민]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김용민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김 변호사는 과거사위서 김학의 사건 주심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였던 유우성씨를 변호했다.

김 변호사는 2014년 일명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서 국정원의 증거조작사실 사건에 대한 수사 당시 국정원이 위장사무실과 허위공문서 등을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증거인멸 및 공범을 은닉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폭로했다. 

[권영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출신인 권영빈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1966년생인 권 변호사는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8년 2월 검찰을 떠났다. 2012년 10월에는 이명박정부 내곡동 사저 특검의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했고, 2015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2017년 4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일했다.

[오선희]

검사 출신인 오선희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1973년생인 오 변호사는 200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17년 8월 검찰을 떠났다. 2018년 2월부터 8월까지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 변호사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의 두 번째 피해자라고 주장한 A씨의 법률대리인을 맡기도 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인 오선희 변호사(여, 사법연수원 23기)와는 동명이인이다.

[이석범]


국정원 법제관 출신 이석범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 국정원 개혁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외 헌법재판소 특별위원과 천주교 인권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변호사는 박근혜정부 시절 한국사 국정교과서 고시 헌법소원을 직접 냈다.   
 

▲ 검찰개혁관리위원들과 악수 나누는 조국 법무부장관

[장여경]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1998년 정보인권 시민단체인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만들고 ‘정보 인권’ 분야서 20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 실명제, 표현의 자유 등 개인 정보 보호에 앞장섰다. 또 국가권력 기관인 검찰, 경찰에 국정원의 도·김청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현경]

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이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이 사무처장은 오랫동안 성평등과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했다. 

[천관율]
주간지 <시사인>의 천관율 기자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시사인>은 조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인터뷰한 매체다. 천 기자는 앞서 기사를 통해 “지금 검찰은 특수부가 독주한다는 평가가 많다. ‘특수통 칼잡이’ 중에서도 슈퍼스타인 윤석열 검사가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특수부의 ‘위험한 권능’은 정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황문규]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첫 자치경찰제 정부안의 기초를 다졌다. 황 교수는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 자치경찰제 특별위원,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한국경찰연구학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유승익]

유승익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그는 헌법학자로 자치분권의 권위자다. 

이외 조 장관 지시로 검사 2명, 현직 검찰수사관 1명, 법무부 서기관 1명이 법무·검찰개혁위원에 임명됐다. 현직 검사 중에선 전윤경 부장검사(사법연수원 교수), 임정빈 검사(울산지방검찰청)가 개혁위에 참여했다. 

부장검사·검찰수사관 참여 
비주류 검사도 포함 눈길

1974년생인 전 부장검사는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검 남부지청을 시작으로 대전지검 서산지청,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제주지검, 서울북부지검,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일했다.

특히 2012년 6월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수료(검사 국외훈련) 후 2014년 8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성균관대, 한양대, 강원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에 겸임교수로 파견되기도 했다. 2017년 8월부터 현재까지 사법연수원 교수를 맡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이석범 변호사,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1984년생인 임정빈 검사(남, 사법연수원 44기)는 201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서부지검, 청주지검 제천지청을 거쳐 현재 울산지검서 근무 중이다. 2007년 경찰대 법학과를 졸업한 임 검사는 검사 재직 전인 2007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경찰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사법시험 합격 전 충남대 대학원 법학과를 수료(형사법 전공)하기도 했다.

초고강도  
수술 집도

지난달 30일 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한 조 장관은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 방안을 국민 눈높이서 마련하고, 특히 비입법적 조치로 실현 가능한 법무·검찰개혁방안을 신속히 제안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남준 위원장은 “지난 주말 100만명이 넘는 주권자들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했다”며 “지금 이 순간까지 적폐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개혁이 부족하다며 이 정부를 채찍질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발족식에 이어 개최된 1차 전체회의서 첫 안건으로 형사부·공판부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이날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 등을 위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검사 전보 및 보직 관리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위한 실무작업에 즉시 착수하라”는 1호 권고를 내렸다. 이를 위한 관련 자료도 신속히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검찰의 직접수사, 인지부서 수사가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기에 검찰 본연의 기능인 형사·공판부로 중심을 이동하자는 취지”라며 “검찰수사권을 강화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서 유무죄를 다투는 공판부 검사가 열심히 일해도 승진이나 요직 발령은 20%밖에 안 되는 특수부 검사들이 독점한다”며 “국민들의 검찰개혁 요구를 담아 검찰조직을 개편하고 공정한 인사를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매주 1회 정기회의를 열 예정이며, 필요한 경우 임시회의를 열어 개혁 안건들을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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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