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모텍 ‘국고 연구비’ 의혹 <일요시사> 최초 보도 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23 14:42:43
  • 호수 12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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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한지 얼마 안 됐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하 산기평) 감사서 아모그린텍이 국가기술개발사업 과제의 국고 사업비(연구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지난해 보도한 아모그린텍의 국고 연구비 유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산기평 감사실은 지난달 5일부터 같은 달 9일까지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의 사업비 집행 내역을 전수 조사했다. 이번 감사에선 사업비의 부적정 집행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와 사업비의 정산 과정이 적정했는지에 중점을 뒀다. 

국고 연구비 
수천만원 사용 

전수 조사한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 64건 중 12건이 사업비를 부적절하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기평은 부적정 사용이 발견된 사업 수행자에게 시정요구 및 해당금액을 환수조치할 예정이다. 

아모그린텍은 총 3건의 국가연구개발사업서 수천만원의 국고 연구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3건 모두 산업기술혁신사업 사업비 요령 제17조(사업비 정산기준) 5항을 위반했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사업비 사용 절차와 기준을 따르지 않거나 사용 목적이 부적절한 것으로 확인된 사용금액은 불인정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산기평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아모그린텍이 수행한 ‘포화자속밀도 1.8T급 전력변환기용 비정질 코아소재 개발’ 사업의 사업비 집행이 부적정하게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아무그린텍이 주관기관이었으며, 정부출연금 33억4800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아모그린텍은 참여 연구원에게 연구수당 총 9400만원을 지급한 후 이 중 3390만원을 회수했다. 이중 2235만원을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한 후 남은 금액을 다시 참여 연구원에게 지급했다. 

산기평의 감사 결과 유용 사실로 확인
자회사 아모그린텍 부적사용 3건 적발

아모그린텍이 수행한 ‘스마트 기기용 대기 중 소결이 가능한 저가 나노잉크 개발’ 사업의 사업비도 부적절하게 집행됐다. 해당 사업은 13억원의 정부출연금이 투입됐다.

아모그린텍은 이 사업서도 참여연구원에게 연구수당 총 8300만원을 지급한 후 이중 2561만원을 회수했다. 이 중 1086만원을 회의비 등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기평은 아모그린텍이 주관한 ‘복합 다기능 나노섬유 제조 기술 및 응용제품개발’ 사업서도 정부출연금이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업은 총 21억4800만원의 정부출연금이 투입됐으며, 참여 연구원에게 총 7000만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아모그린텍은 이중 1950만원을 참여 연구원에게 회수해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모그린텍은 3건의 국가연구개발비사업서 사업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산기평에 시인했다. 산기평은 아모그린텍에 시정요구를 내렸으며, 부적절하게 집행한 사업비 4600만원을 10월까지 환수할 예정이다. 

이번 산기평 감사결과로 <일요시사>가 지난해 6월 보도한 ‘아모그린텍 국고 연구비 횡령 의혹’(<일요시사> 1171호 참조)이 일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산기평은 지난해 5월 A씨를 업무상 횡령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무혐의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진다. 


법인 계좌로 
가야 하는데 

산기평 관계자는 “지난해 산기평이 아모그린텍을 국고 횡령 등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지만, 혐의 없음 결론이 났다. 아모그린텍 감사 결과가 1년 만에 나온 것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아모그린텍 징계 수위는 산기평 전문위원을 통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가 제한된다. 아모그린텍이 국가연구개발사업비를 부적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향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아모그린텍 측은 산기평 감사 결과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송용설 아모그린텍 대표는 “산기평으로부터 전달받은 게 없다.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답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앞선 <일요시사>의 취재를 종합하면 아모그린텍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비(사업비)를 공동관리했으며, 연구책임자였던 임원 A씨 개인 계좌로 연구수당 수천만원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연구비 공동관리란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연구수당을 연구책임자들이 회수해 연구실 차원서 관리,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상은 연구책임자들의 ‘쌈짓돈’이다. 해마다 공동관리라는 미명으로 연구수당을 착복한 연구책임자들이 수사기관에 입건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연구책임자 
개인 계좌로

정부는 연구수당 횡령·착복을 근절하게 위해 공동관리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하 공동관리규정) 제12조 및 ‘연구과제표준협약서’ 제4조(연구비의 관리 및 사용) 제2항에 따르면, 학사·석사 및 박사과정 중에 있는 연구원에게 지급되는 연구수당은 공동관리할 수 없다. 

산기평은 지난해 아모그린텍이 연구원의 수당을 착복하고 있다는 투서를 접하고, 2013년부터 수행했던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 3건을 전수 조사했다. 당시 연구과제 명단에 있는 연구원들에게 현금 인출 내역과 계좌 등을 제출받았다. 

산기평이 이를 분석한 결과 연구원들 계좌서 연구수당이 일정 비율로 현금 인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기평은 인출된 연구수당 수천만원이 A씨 개인 계좌로 흘러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인출된 연구수당과 A씨 개인 계좌에 들어간 현금의 ‘정합성’이 맞아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경 산기평은 아모그린텍을 ‘업무상 횡령’으로 수사 의뢰했다. 

전문위서 징계 수위 결정 
시정요구·금액 환수 예정


아모그린텍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연구원들은 자금을 관리하는 직원 B씨에게 연구수당을 전달했다. 예를 들어 연구원 C씨는 250만원의 연구수당을 받으며, 이 중 100만∼130만원을 B씨에게 전달. 연구원 D씨는 300만원의 연구수당을 받아 100만∼150만원을 인출해 회사에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연구원들은 1년에 2∼3차례 연구수당을 받았으며, 참여비율에 연구수당이 각각 달랐다. 아모그린텍 내부 관계자는 “연구원들은 연구수당의 2분의 1 혹은 3분의 1을 급여와 연구수당을 관리했던 B씨에게 줬다”고 말했다.

B씨가 연구원들에게 되돌려 받은 연구수당을 책임연구원이었던 A씨에게 다시 건넨 게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었다. 연구원들은 지난해 산기평에 아모그린텍이 연구수당을 A씨가 공동관리 했다는 ‘확인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A씨 역시 산기평 조사서 ‘공동관리를 했다’고 인정했다.
 

아모그린텍 전직 직원이었던 C씨는 “연구원들 대부분 자발적으로 공동관리에 동의했다기 보단 직급상 상하구조로 회사 지시를 받아 연구비를 반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기평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1월 전후로 아모그린텍은 공동관리했던 연구비 일부를 연구원들에게 다시 돌려줬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산기평 감사결과 보고서에도 ‘(사업비)를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한 후 남은 금액을 다시 연구원에게 지급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국가사업 
참여 제한?


아모그린텍은 상장사 아모텍의 소재 전문 관계사로 나노 소재를 활용한 전기차, 5G, ESS, 차세대 IT 분야의 부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ESS)▲5G 통신 등 다양한 산업 부문의 나노 소재·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3월29일 아모그린텍은 기술 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cmp@ilyosisa.co.kr>

 

[한국산업기술관리평가원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산업기술 개발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평가·관리하는 업무를 주목적으로 하는 준정부기관이다. 1989년 10월 생산기술연구원 내 기술관리본부로 창설돼 1993년 2월 생산기술연구원 부설 기술관리본부로 독립했다.

1995년 7월 산업기술정책연구소로 개칭됐으며, 1999년 3월 ‘산업기술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산업기술평가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2008년 8월 제2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2009년 1월 산업기술혁신촉진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2009년 2월에는 기술개발지원기관 설립위원회를 설치했다.

2009년 5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 확대 신설됐으며 서영주 초대 원장이 취임했다. 기구로는 경영기획본부, 신산업기술본부, 주력산업기술본부, 정보통신산업기술본부 등이 있다.

산업기술개발 지원사업을 연구기획·평가관리하는 업무를 목적으로 한다. 주로 기술개발에 관해 기획·조사하고, 기술개발 및 기술기반조성사업에 대한 평가관리 및 결과활용을 담당한다.

또 산업기술의 국내외 이전·확산 및 국제협력을 담당하며, 산업기술정보를 분석·제공한다. 그밖에 요업 기술의 연구개발 및 기술지원을 한다.

추진하는 사업으로는 성장동력기술개발사업, 중기거점기술개발사업, 차세대신기술개발사업, 전략기술개발사업, 단기핵심기술개발사업, 핵심기반기술개발사업, Bio-Star 프로젝트,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 산업기술기반구축사업,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 우수기술개발 중소기업 사업화연계지원사업 등이 있으며, 업체를 선정해 자금지원 등을 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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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