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모텍 ‘국고 연구비’ 의혹 <일요시사> 최초 보도 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23 14:42:43
  • 호수 1237호
  • 댓글 0개

상장한지 얼마 안 됐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하 산기평) 감사서 아모그린텍이 국가기술개발사업 과제의 국고 사업비(연구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지난해 보도한 아모그린텍의 국고 연구비 유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산기평 감사실은 지난달 5일부터 같은 달 9일까지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의 사업비 집행 내역을 전수 조사했다. 이번 감사에선 사업비의 부적정 집행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와 사업비의 정산 과정이 적정했는지에 중점을 뒀다. 

국고 연구비 
수천만원 사용 

전수 조사한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 64건 중 12건이 사업비를 부적절하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기평은 부적정 사용이 발견된 사업 수행자에게 시정요구 및 해당금액을 환수조치할 예정이다. 

아모그린텍은 총 3건의 국가연구개발사업서 수천만원의 국고 연구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3건 모두 산업기술혁신사업 사업비 요령 제17조(사업비 정산기준) 5항을 위반했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사업비 사용 절차와 기준을 따르지 않거나 사용 목적이 부적절한 것으로 확인된 사용금액은 불인정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산기평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아모그린텍이 수행한 ‘포화자속밀도 1.8T급 전력변환기용 비정질 코아소재 개발’ 사업의 사업비 집행이 부적정하게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아무그린텍이 주관기관이었으며, 정부출연금 33억4800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아모그린텍은 참여 연구원에게 연구수당 총 9400만원을 지급한 후 이 중 3390만원을 회수했다. 이중 2235만원을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한 후 남은 금액을 다시 참여 연구원에게 지급했다. 

산기평의 감사 결과 유용 사실로 확인
자회사 아모그린텍 부적사용 3건 적발

아모그린텍이 수행한 ‘스마트 기기용 대기 중 소결이 가능한 저가 나노잉크 개발’ 사업의 사업비도 부적절하게 집행됐다. 해당 사업은 13억원의 정부출연금이 투입됐다.

아모그린텍은 이 사업서도 참여연구원에게 연구수당 총 8300만원을 지급한 후 이중 2561만원을 회수했다. 이 중 1086만원을 회의비 등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기평은 아모그린텍이 주관한 ‘복합 다기능 나노섬유 제조 기술 및 응용제품개발’ 사업서도 정부출연금이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업은 총 21억4800만원의 정부출연금이 투입됐으며, 참여 연구원에게 총 7000만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아모그린텍은 이중 1950만원을 참여 연구원에게 회수해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모그린텍은 3건의 국가연구개발비사업서 사업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산기평에 시인했다. 산기평은 아모그린텍에 시정요구를 내렸으며, 부적절하게 집행한 사업비 4600만원을 10월까지 환수할 예정이다. 

이번 산기평 감사결과로 <일요시사>가 지난해 6월 보도한 ‘아모그린텍 국고 연구비 횡령 의혹’(<일요시사> 1171호 참조)이 일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산기평은 지난해 5월 A씨를 업무상 횡령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무혐의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진다. 


법인 계좌로 
가야 하는데 

산기평 관계자는 “지난해 산기평이 아모그린텍을 국고 횡령 등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지만, 혐의 없음 결론이 났다. 아모그린텍 감사 결과가 1년 만에 나온 것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아모그린텍 징계 수위는 산기평 전문위원을 통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가 제한된다. 아모그린텍이 국가연구개발사업비를 부적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향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아모그린텍 측은 산기평 감사 결과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송용설 아모그린텍 대표는 “산기평으로부터 전달받은 게 없다.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답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앞선 <일요시사>의 취재를 종합하면 아모그린텍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비(사업비)를 공동관리했으며, 연구책임자였던 임원 A씨 개인 계좌로 연구수당 수천만원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연구비 공동관리란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연구수당을 연구책임자들이 회수해 연구실 차원서 관리,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상은 연구책임자들의 ‘쌈짓돈’이다. 해마다 공동관리라는 미명으로 연구수당을 착복한 연구책임자들이 수사기관에 입건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연구책임자 
개인 계좌로

정부는 연구수당 횡령·착복을 근절하게 위해 공동관리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하 공동관리규정) 제12조 및 ‘연구과제표준협약서’ 제4조(연구비의 관리 및 사용) 제2항에 따르면, 학사·석사 및 박사과정 중에 있는 연구원에게 지급되는 연구수당은 공동관리할 수 없다. 

산기평은 지난해 아모그린텍이 연구원의 수당을 착복하고 있다는 투서를 접하고, 2013년부터 수행했던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 3건을 전수 조사했다. 당시 연구과제 명단에 있는 연구원들에게 현금 인출 내역과 계좌 등을 제출받았다. 

산기평이 이를 분석한 결과 연구원들 계좌서 연구수당이 일정 비율로 현금 인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기평은 인출된 연구수당 수천만원이 A씨 개인 계좌로 흘러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인출된 연구수당과 A씨 개인 계좌에 들어간 현금의 ‘정합성’이 맞아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경 산기평은 아모그린텍을 ‘업무상 횡령’으로 수사 의뢰했다. 

전문위서 징계 수위 결정 
시정요구·금액 환수 예정


아모그린텍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연구원들은 자금을 관리하는 직원 B씨에게 연구수당을 전달했다. 예를 들어 연구원 C씨는 250만원의 연구수당을 받으며, 이 중 100만∼130만원을 B씨에게 전달. 연구원 D씨는 300만원의 연구수당을 받아 100만∼150만원을 인출해 회사에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연구원들은 1년에 2∼3차례 연구수당을 받았으며, 참여비율에 연구수당이 각각 달랐다. 아모그린텍 내부 관계자는 “연구원들은 연구수당의 2분의 1 혹은 3분의 1을 급여와 연구수당을 관리했던 B씨에게 줬다”고 말했다.

B씨가 연구원들에게 되돌려 받은 연구수당을 책임연구원이었던 A씨에게 다시 건넨 게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었다. 연구원들은 지난해 산기평에 아모그린텍이 연구수당을 A씨가 공동관리 했다는 ‘확인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A씨 역시 산기평 조사서 ‘공동관리를 했다’고 인정했다.
 

아모그린텍 전직 직원이었던 C씨는 “연구원들 대부분 자발적으로 공동관리에 동의했다기 보단 직급상 상하구조로 회사 지시를 받아 연구비를 반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기평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1월 전후로 아모그린텍은 공동관리했던 연구비 일부를 연구원들에게 다시 돌려줬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산기평 감사결과 보고서에도 ‘(사업비)를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한 후 남은 금액을 다시 연구원에게 지급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국가사업 
참여 제한?


아모그린텍은 상장사 아모텍의 소재 전문 관계사로 나노 소재를 활용한 전기차, 5G, ESS, 차세대 IT 분야의 부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ESS)▲5G 통신 등 다양한 산업 부문의 나노 소재·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3월29일 아모그린텍은 기술 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cmp@ilyosisa.co.kr>

 

[한국산업기술관리평가원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산업기술 개발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평가·관리하는 업무를 주목적으로 하는 준정부기관이다. 1989년 10월 생산기술연구원 내 기술관리본부로 창설돼 1993년 2월 생산기술연구원 부설 기술관리본부로 독립했다.

1995년 7월 산업기술정책연구소로 개칭됐으며, 1999년 3월 ‘산업기술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산업기술평가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2008년 8월 제2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2009년 1월 산업기술혁신촉진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2009년 2월에는 기술개발지원기관 설립위원회를 설치했다.

2009년 5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 확대 신설됐으며 서영주 초대 원장이 취임했다. 기구로는 경영기획본부, 신산업기술본부, 주력산업기술본부, 정보통신산업기술본부 등이 있다.

산업기술개발 지원사업을 연구기획·평가관리하는 업무를 목적으로 한다. 주로 기술개발에 관해 기획·조사하고, 기술개발 및 기술기반조성사업에 대한 평가관리 및 결과활용을 담당한다.

또 산업기술의 국내외 이전·확산 및 국제협력을 담당하며, 산업기술정보를 분석·제공한다. 그밖에 요업 기술의 연구개발 및 기술지원을 한다.

추진하는 사업으로는 성장동력기술개발사업, 중기거점기술개발사업, 차세대신기술개발사업, 전략기술개발사업, 단기핵심기술개발사업, 핵심기반기술개발사업, Bio-Star 프로젝트,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 산업기술기반구축사업,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 우수기술개발 중소기업 사업화연계지원사업 등이 있으며, 업체를 선정해 자금지원 등을 한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