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밥’ 동화약품 4세의 빛과 그림자

122년 기업 한입에 탈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동화약품은 올해 초부터 ‘4세 승계’에 방점을 뒀다. 시선이 향하는 곳은 윤도준 회장의 장남 윤인호 상무. 윤 상무는 동화약품 입사 이후 ‘초고속 승진’을 했다. 지난 3월에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윤 상무는 큰 잡음 없이 바통을 받아낼 수 있을까.
 

▲ 윤도준 동아약품 회장과 윤인호 상무

동화약품은 가스활명수와 후시딘, 판콜 등으로 유명한 국내 최장수 제약사다. 1897년 세워진 약방은 122년이 지난 오늘날 제약기업으로 우뚝 섰다.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은 오너 3세다. 윤 회장은 초대 회장 윤창식 선생의 손자고, 고 윤광열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큰 잡음 없이
경영 초읽기

윤 회장은 경희대학교 의대를 졸업했다. 그는 동대학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아 경희대와 경희대 병원서 약 20년을 교수와 의사로 지냈다. 회사 경영과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듯했다. 윤 회장은 지난 2005년 부친의 제안을 받아 동화약품 부회장으로 입사했다.

동화약품은 윤도준·윤길준 형제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였다. 동화약품은 2008년 ‘오너-전문 경영인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임기를 약 1년 앞둔 채 대표이사 자리서 내려왔다. 동화약품은 20년 만에 ‘전문경영인 단독대표 체제’로 재전환됐다.

동화약품은 지난 3월21일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장남 윤인호 상무는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사내이사로 선임된 윤 상무는 윤 회장과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 승계 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상무는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해 지난 2013년 재경·IT실 과장으로 동화약품에 입사했다. 매년 승진을 거듭했던 윤 상무는 2014년 CNS(중추신경계)팀 차장, 2015년 전략기획실 부장 등을 거쳐 2016년 전략기획실 생활건강사업부 이사, 지난해 생활건강사업부와 OTC(일반의약품) 총괄사업부 상무가 됐다.

윤 상무의 누나 윤현경 상무는 2008년부터 광고홍보실 주임으로 먼저 회사에 들어왔다.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윤 상무는 2016년 커뮤니케이션실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해부터는 화장품 더마 사업부를 총괄담당하고 있다. 장녀가 장남보다 앞서 입사했지만, 이사회 멤버로는 장남이 더 빨랐다.

윤도준 회장 장남 승계 궤도 안착
고속 승진 거듭…사내이사로 선임

동화약품은 여러 계열사와 함께한다. 언뜻 동화약품이 가장 꼭대기에 위치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른바 ‘동화약품그룹’에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 회사가 있다. ‘동화지앤피’라는 비상장사다.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의 최대주주다. 윤 상무는 바로 이곳의 대표이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화약품의 최대주주는 동화지앤피(15.22%)다. 이어 가송재단(6.39%), 윤 회장(5.13%), 윤길준 부회장(1.89%), 장남 윤 상무(0.88%), 장녀 윤 상무(0.06%), 그리고 계열사 동화개발(0.77%) 순으로 특수관계인 등이 총 32.3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동화지앤피의 최대주주는 동화개발(19.81%)이다. 뒤이어 동화약품(9.91%), 윤 회장(8.86%), 가송재단(10.00%), 주식회사 테스(11.60%)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배구조가 ‘동화지앤피-동화약품-동화개발-동화지앤피’인 순환출자 구조다.

동화지앤피는 지난 1970년에 설립됐다. 주요 사업은 유리병 제조로 가스활명수 등을 담는 유리병을 만든다. 동화지앤피의 지난해 매출은 25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8억4000만원으로 당기순이익 20억원 정도다.
 


눈길이 가는 곳은 동화지앤피의 매출처. 동화지앤피 매출의 절반 이상은 동화약품서 비롯됐다. 최근 5년간 동화지앤피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67.35%(107억5000만원/159억5000만원), 2015년 51.09%(114억9000만원/224억8000만원), 2016년 49.41%(117억6000만원/237억9900만원), 2017년 48.61%(116억2000만원/239억1000만원), 2018년 50.45%(128억1000만원/253억9000만원) 등이다. 5년 평균 약 53.38%에 달하는 비중이다.

동화지앤피의 재무 건전성은 나쁘지 않다. 동화지앤피는 2014년 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2015년 5.4%, 2016년 14.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9.9%, 3.2%였다.

그대로 바통?
부담도 있다

동화지앤피는 2014년 6억7000만원 당기순손실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5% 이상의 당기순이익률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2015년 8.37%, 2016년 15.6%, 2017년 11.7%, 2018년 8.0%다.

부채비율은 매년 감소했다. 2014년 부채비율은 12.5%였지만 2015년 11.0%, 2016년 7.3%, 2017년 6.6%, 2018년 5.9%로 매년 줄었다.

일각에선 동화지앤피가 승계 과정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본다. 현재 윤 상무의 동화약품 지분은 1%가 채 되지 않는 0.88%다. 안정적 승계를 위해 동화약품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상장사인 동화약품 지분 매입은 부담이다.
 

동화지앤피는 비상장사이면서 동화약품 최대주주다. 동화지앤피 지분을 매입해 동화약품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비상장사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분석이다.

동화지앤피가 승계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경우 눈에 밟히는 곳이 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다. 최근 5년간 동화지앤피의 매출 절반은 동화약품으로부터 나왔다. 2014년 이전 동화약품은 동화지앤피 매출을 60∼70%까지 담당했다. 2015년에 들어서야 50%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감시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은 지난 10일 취임식을 통해 “대기업 집단뿐만 아니라 자산총액 5조원 이하의 중견집단 부당 거래 행태도 꾸준히 감시하고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일감 몰아주기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김상조 전 위원장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사정권 
중견기업 유지

동화지앤피는 해당 매출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지급했다. 동화지앤피의 배당금과 배당성향은 2015년 1억8000만원/10%, 2016년 3억원/8.1%, 2017년  3억원/10.71%, 2018년 3억원/14.73%, 등이었다.


눈길이 가는 것은 지난 2014년. 동화지앤피는 2014년 6억7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주들에게 총 1억8000만원의 배당금이 손에 쥐어졌다.

동화약품과 동화지앤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부채표 가송재단에도 눈길이 간다. 가송재단은 윤광열 명예회장의 호 ‘가송’서 따온 재단이다. 윤 명예회장과 부인 김순녀 여사는 사재출연으로 지난 2008년 재단을 설립했다.
 

가송재단은 ‘기업 이윤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학술연구 지원, 장학생 선발, 전통문화 지원을 골자로 활동하고 있다. 가송재단은 최근까지 활명수약학상, 가송의학상, 가송예술상, 윤광열 치과의료봉사상 등을 각계 인사들에게 수여하고 있다.

그간 공익법인은 본래 취지와 달리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단으로 비판받았다. 그 단적인 예로 오너 일가가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법인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할 시 지배력이 간접적으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가송재단은 동화약품(6.39%)과 동화지앤피(10.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가송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윤 회장과 윤 상무다. 윤 회장 등이 가송재단 지분을 통해 동화약품 등에 지배력을 우회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인호 회사 ‘내부거래 50%’
공익재단, 승계 디딤돌 역할?


윤 회장은 동화약품 지분 5.13%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윤 회장은 가송재단의 이사장인 만큼 사실상 가송재단 보유 지분을 더한 11.52%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가송재단을 제외한 동화약품 우호지분은 동화지앤피와 동화개발,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한 25.97%다. 그러나 가송재단 지분 6.39%로 인해 총 지분은 32.36%까지 상승한다.

가송재단은 동화지앤피 지분도 10.00% 갖고 있다. 동화지앤피 최대주주는 동화개발(19.81%)이다. 가송재단과(10.00%) 동화약품(9.91%)이 그 뒤를 잇고 있는데 윤 회장의 지분은 8.86%에 그친다. 다만 가송재단의 지분을 포함했을 때, 윤 회장이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18.86%로 늘어난다. 최대주주인 동화개발과 0.95%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가송재단은 증여세와 관련해 몇 차례 언급된 바 있다. 가송재단은 성실공익법인으로 지분율 10%까지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윤 명예회장 부부는 지난 2008년 동화약품 지분 3%를 출연해 재단을 설립했다. 윤 명예회장은 2010년 추가로 동화약품 지분 전량(3.03%)을 추가로 출연했다.

현재 가송재단의 이사장은 윤 회장이다. 윤 명예회장 부부가 윤 회장에게 지분을 직접 물려줬다면 증여세를 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가송재단의 세금 면제 한도를 활용, 증여세 부담을 해소했다는 해석이다. 결국 세금 없는 상속이 가능하다는 비판이었다.

주목되는 기지
재단의 역할은?

동화약품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동화지앤피 내부거래에 대해 “처음에는 자사 제품과 관련된 제조가 많았지만 다른 회사 제품들도 다루고 있다”며 “타사 매출이 늘어나면 (내부거래는)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송재단에 대해선 “윤 명예회장께서 사재로 출연한 재단이고, 현재 공익적인 측면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오너 일가 지배력이나 증여세 부담 해소 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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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