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신친일파’ 낙성대경제연구소 사람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02 10:33:06
  • 호수 12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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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부정하는 이들을 어찌할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친일파가 나타났다. 낙성대경제연구소의 이영훈 이사장과 이우연 연구위원 등이 쓴 <반일종족주의>는 일본 위안부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했다. 일본 극우들은 열광하고 있다. 이 위원은 일본 극우 단체의 지원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이영훈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사진 오른쪽)이 한 취재기자를 폭행하고 있다. ⓒMBC

<반일종족주의>의 서점가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3일 교보문고의 8월 셋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뿐만 아니다. 예스24 2위(25일 기준), 알라딘 3위(25일 기준) 등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친일 옹호 
흥행 성공?

<반일종족주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김낙년 동국대 교수,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함께 쓴 역사 교양서다. 책에는 한국이 과거사서 가장 많은 과오와 만행을 저지른 중국 등은 놔두고 일본만 원수로 인식하는 것은 민족주의가 아니라 샤머니즘이 깔린 ‘종족주의’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내용도 적시돼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지난달 5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은 부역·매국 친일파, 구역질 나는 책”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일본 극우는 <반일종족주의>에 열광하고 있다. 재일 언론인 유재순 <JP뉴스> 대표는 <반일종족주의>가 한국어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인터넷을 통해 많이 팔렸다고 전했다.


유 대표는 지난달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올해 안으로 우익 성향의 출판사 문예춘추에서 발간될 예정이지만 이미 한국어임에도 상당히 많이 팔렸다”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일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한국인이 대신 해준다는 것, 그것에 일본 우익계들이 열광하고 있다. 현재 일반인들도 호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낙성대경제연구소 저자인 이 위원이 일본 극우단체의 지원을 받아 유엔서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연설을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YTN에 따르면 위안부를 부정하기 위해 설립된 비정부기구로 추정되는 국제경력지원협회(ICSA) 소속 일본 극우 인사인 순이치 후지키씨가 이 위원의 유엔행 비용을 지불하고 발언을 기획했다.

<반일 종족주의> 서점 베스트셀러 등극 
위험한 흥행…대중 파고드는 식민사관

순이치씨는 일본의 극우 인사로, 최근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주전장>에도 등장한 인물이다. 소녀상 얼굴에 종이봉투를 씌우고 조롱하는 미국인 유튜버 토니 마라노의 후원자로도 알려져 있다.

이 위원은 지난달 2일 스위스 제네바서 열린 41회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회의서 15번째로 발언 기회를 얻어 “강제연행은 없었으며,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갔다”며 “높은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고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발언자 명단에는 이 위원의 이름은 없다. 그의 순서에는 국제경력지원협회(ICSA) 소속 후지키 슌이치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단체는 국제무대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기 위한 비정부기구다. 순이치씨는 이 위원에게 유엔 발표를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 스위스 왕복 항공료와 5박6일 체류 비용까지 모두 부담했다. 
 

▲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JTBC

이 위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자신의 여비를 지불한 곳은 지난달 2일 유엔서 ‘군함도의 진실’ 심포지엄을 개최한 일본 국제역사논전연구소며, 행사를 위한 비용은 모금으로 조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 회의 발언은 심포지엄과는 별개며, 자신은 ICSA의 회원 자격으로 발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 주장에 문제가 있다면 비판하면 그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역사논전연구소 역시 도쿄재판과 연합국총사령부(GHQ)의 일본 정책을 부정하는 수정주의 역사관을 전면에 내세운 극우 역사단체로 알려졌다. 당시 이 위원의 발언은 <산케이신문> 등 일본 보수 언론에 보도되며 확대 재생산됐다.

낙성대연구소가 정부 지원 연구비 12억원을 받으며, 친일 연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영훈 이사장 
사건사고 구설 

지난달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지난 2002년부터 2008년 사이 정부서 12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이 연구비를 사용해 이 이사장과 과 이 위원 등이 책임을 맡는 연구를 진행했다.

김 의원은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는 연구를 진행한 다음 이를 퍼뜨리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연구비가 낙성대경제연구소로 흘러들어간 것은 문제가 크다. 정부 연구비가 극우 정치행위에 지원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학계와 시민사회는 <반일종족주의>와 이 위원의 행보에 첫 반응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책의 토대가 된 식민지근대화론은 1990년대 본격 등장했다. 그때도 불완전한 통계와 일부의 사례로 전체를 왜곡해 학계로부터 상당한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반일종족주의>의 저자들은 이 같은 지적을 수용하지 않은 채 더 과격한 모습으로 한국 사회에 출몰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문제가 된 주장을 좀 더 냉철하게 반박하지 못한 학계의 책임이 크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낙성대경제연구소의 관계자들에게는 뉴라이트와 극우라는 수식이 붙었다. 특히 이 이사장은 1951년 대구 출신으로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로 꼽힌다. 1978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동 대학원서 ‘조선후기 토지소유와 농업경영’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신대학교 강사로 출강했고, 성균관대학교 교수를 거쳤다. 

2002년부터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후 2017년 2월28일 정년 퇴임해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장 및 다산학술문화재단 이사, 경제사학회 연구이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이승만학당 교장으로 있다.

정신대?
종군위안부?

서울대학교 안병직 교수의 수제자로, 뉴라이트 진영서 대안 역사 교과서 집필이나 칼럼 기고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저서 <대한민국 이야기>와 여러 논문서 이 이사장은 일본이 무력이 아니라 법과 무역을 통해 식민지적 수탈을 전했다고 설파했다. <대한민국 이야기>에선 정신대와 종군위안부의 차이점을 명확히 밝히고, 위안부는 강제 징집된 것이 아니며, 배후에 일본군과 조선총독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2004년 9월2일 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 “정신대가 조선총독부의 강제동원이 아니라 한국인의 자발적으로 참여로 이뤄진 상업적 공창”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일제 식민 통치를 찬양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발간한 <반일종족주의>

그동안 이 이사장은 수많은 구설에도 휘말렸다. 자신이 독립운동가 차리석 선생의 외증손이라 주장했지만 차리석의 외아들인 차영조는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독립유공자유족회 차영조 선생은 언론과 인터뷰서 “큰아버지의 둘째 딸과 30년 전에 만나 교류하고 있는데 그분에게 확인했더니 이 이사장은 내 큰아버지의 외증손자일 뿐이다. 차리석 선생의 외증손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고 차리석 선생은 자신의 외조모의 둘째 숙부로, 외외증종조부라 해야 마땅하나 줄여서 외증조부라 했다”고 해명했다. 차리석 선생의 직계 후손이 아닌 선생의 큰형인 차원석씨의 외증손자다. 즉 차원석씨의 딸의 딸의 아들이 이 이사장이라는 것이다.

유엔서 위안부 부정 발표 
일본 극우 지원받아 연구 

이사장은 서울대 명예교수를 사칭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명예교수로 소개됐다. 서울대서 나온 직후인 2017년 3월 <월간조선>과 진행한 인터뷰서 처음으로 명예교수로 소개됐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명예교수로 언급됐다. 

서울대 명예교수 규정은 ‘본교서 전임교원으로 15년 이상 재직한 사람’을 추대 자격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2002년 6월부터 2017년 2월까지 14년6개월 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학교 규정 상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실제로 학교서 보유 중인 명예교수 목록에도 이 이사장의 이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이사장은 교장으로 활동 중인 이승만 학당 홈페이지에도 서울대 명예교수라고 소개되고 있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퇴직한 원로 교수님들을 명예교수라고 지칭하는 관행이 있기는 하다”며 “(자신을 명예교수로 부르는 것을)그동안 굳이 정정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추정했다.

이 이사장은 기자를 폭행해 논란이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달 4일 MBC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반일종족주의> 출판물의 대표저자로 국민 정서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이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그의 자택을 찾았다. 이날 MBC 기자와 만난 이 이사장은 고함을 치고 녹음 장비를 내리쳐 파손시키는가 하면 취재기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명예교수’
서울대 입장은?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 이사장은 강압적 태도로 취재진을 위협했음에도 오히려 다음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정당방위’라는 주장으로 사건을 호도하기까지 했다”며 “취재기자를 폭행하고 언론자유를 방해한 이영훈 전 교수의 행동과 언사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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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