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통업계’ 한가위 반전카드

굳게 닫힌 지갑을 열어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대형마트 3사가 추석 대목을 맞이했다. 이들은 실적 부진을 타개하고자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다. 이번 명절은 평소보다 이른 데다 짧기까지 하다. 게다가 여름휴가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유통업계는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 흠플러스 매장 풍경 ⓒ홈플러스

유통업계는 최근 ‘위기’라는 꼬리표와 함께 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빅3’가 대표적이다. 유통업계 전통 강호들은 날개가 한풀 꺾인 형국이다. 배경은 소비 패턴의 변화였다.

아 옛날이여∼
줄줄이 적자

전통적으로 대형마트들은 오프라인 시장서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모바일의 문을 두드렸다. 굳이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클릭과 터치 몇 번으로 제품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역시 나쁘지 않다. 대형마트가 삐걱거릴 동안 쿠팡과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는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의 ‘2019년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현실을 여실 없이 드러냈다. 산자부는 7월 동향을 한마디로 ‘온라인 맑음, 오프라인 흐림’이라고 봤다.

산자부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하락했다. 특히 대형마트는 13.3%라는 두 자릿수 감소를 보였다. 산자부는 ‘가전과 문화 매출 감소’를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온라인 판매는 증가했다.


배경은 가전·전자, 서비스 부문의 성장이었다. 대형마트 하락 원인 중 하나가 가전 매출 감소였다. 확연한 대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오프라인은 전체적으로 하락세다. 대형마트 외에 백화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각각 4.0%, 2.7% 하락했다. 백화점은 의류 부문의 감소 영향이 컸다. 다만 편의점은 간편식 매출의 증가로 2.4% 성장했다.

소비 변화로 온오프라인 격차 확대
대형마트 부진 ‘빅3’ 나란히 적자

온라인 판매중개 역시 온라인 판매와 함께 성장했다. 온라인 판매중개의 성장은 무려 10.8%. 산자부는 그 연유를 ‘배송 서비스 강화 등에 따른 식품군 매출의 증가’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판매중개는 G마켓과 쿠팡 등을 일컫는다. 이들은 온라인 판매업자들을 위해 중개 플랫폼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하나 같이 기를 펴지 못했다.

이마트는 이번 2분기에 적자를 봤다. ‘이마트 적자’는 1993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지금까지 적자를 내본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심지어 이마트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굳건했다. 이마트의 견고한 아성에 금이 간 것이다.
 

▲ 이마트 매장 풍경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출액은 증가했다. 이마트의 2분기 매출액은 4조6000억원. 전년대비 5916억원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매출원가와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가 매출액을 넘어섰다. 매출원가는 3조4100억원, 판관비는 1조20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5200억원, 1600억원 증가했다.


이마트 자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마트의 SSG닷컴과 이마트24도 영업손실을 냈다. SSG닷컴은 이마트의 ‘e커머스 브랜드’로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마트24 역시 지난해 396억의 적자를 냈다. 이마트24는 이마트가 지난 4년간 27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한 곳이다. 이마트는 1인 가구 증가를 눈여겨 본 뒤, 자사 편의점 육성에 집중했다. 이마트는 2014년 150억원, 2017년 799억원, 지난해 1099억원 등을 지원했으나 적자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했다.

명절 특수 
만반 준비

롯데마트 역시 적자 행진을 보였는데 2분기 영업손실은 340억원이었다. 롯데마트 역시 매출은 1조5950억원으로 늘었지만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롯데마트는 2분기 때 국내서만 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 등지서 160억원의 이익을 창출했다. 적자는 3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년도 영업손실 270억원에 비해 적자 폭은 늘었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로 분기 실적을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실적 악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대형마트 빅3는 추석 대목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마트 등은 이번 명절을 기점으로 실적 부진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들은 먼저 조기 대금 지급에 나섰다. 명절 기간 협력업체들의 자금 소요(상여금과 임금, 원자재 대금 등)가 많아지는 만큼 자금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100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1330억원의 대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역시 350여개 협력사에 175억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 정산은 오는 15일이지만 이를 5일 앞당겨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10일)에 지급을 마칠 예정이다.

롯데그룹 역시 전방위적인 조기 지급에 나섰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등 36개사가 참여한다. 대금 지급은 오는 10일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대금 지급으로 약 1만3000개의 중소 협력사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단점은 보완
강점 차별화

롯데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해왔다.

홈플러스 역시 중소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조기 지급을 시작했다. 규모는 800억원으로 약 2900여개의 중소 협력사가 혜택을 볼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지급일보다 20여일 정도 앞당겨 추석 연휴 전(10일)에 모두 지급할 방침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 차원서 자체적으로 금융비용을 투자해 상품 대금을 명절 전에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며 “중소 협력회사들이 자금 부담을 덜고 추석 영업을 준비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롯데마트

대형마트 3사는 배송 전략 수립에도 여념이 없다. 추석은 그야 말로 ‘배송 전쟁’이다. 제품이 전국 각지서 오고 가면서 물량이 밀리곤 한다. 이 과정서 제품에 이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나 추석이 9월 초인 만큼 대형마트들은 늦더위에 대비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지난 28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냉장·냉동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이마트는 오는 2일부터 9일까지는 이른바 ‘콜드 체인 시스템’을 가동, 배송 제품에 차질이 없도록 집중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2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집중 배송에 나선다. 롯데마트는 생산지 센터서 품질 검사·포장·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맡을 예정이다. 선물세트의 품질과 선도 유지를 위해서다. 센터에는 전문 인력들이 상주, 제품을 꼼꼼히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각양각색 전략 발길 다시 잡을까
도약 위한 한판승부…치열한 경쟁

홈플러스는 때 아닌 복병을 만났다. 홈플러스 안성 물류센터는 ‘노노갈등’으로 1주일간 정상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인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화물차 기사들 간의 갈등이었다. 다행히 한국노총 소속 화물차 기사들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물류센터는 궤도에 올라탔다. 다만 추석 전 물류센터 가동 중단으로 사측과 납품 농가 등이 손해를 봤다.

이마트 등은 추석선물세트를 추석 2주 전부터 일제히 출시, 명절 대목을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대형마트 간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마트는 지난 31일부터 선물세트 본판매를 시작했다. 기간은 오는 13일까지다. 이마트는 늦더위를 염두, 냉장 한우를 중심으로 제품 구성에 나섰다. 이마트는 젊은 층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에어프라이기 요리가 가능한 굴비 등을 내놨다. 에어프라이기는 기존 가정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제품이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젊은 층과 함께 에어프라이기 구비에 적극적인 1∼2인 가구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 이마트

롯데마트는 정육과 과일에 집중한다. 롯데마트는 친환경과 합리적 가격을 내세우며 명절 특수를 정조준했다. 롯데마트는 자체 운영 중인 ‘황금당도’ 브랜드를 통해 과일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기존 추석 선물 풍속도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고급화해 내놓은 것이다.

다양하고
저렴하게

홈플러스는 지난 29일부터 선물세트 출시를 개시했다. 홈플러스는 오는 14일까지 판매를 지속한다. 홈플러스는 건강기능 식품에 비중을 뒀다. 또한 김영란법 선물 한도인 5만원 이하 상품, 10만원 이하 농축산물 비중도 늘렸다. 선물을 주고받는 데 부담을 덜어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추석 이후마트 3사 전략은? 

이마트는 난관을 타개할 방책으로 ‘초저가’ 전략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1탄에 이어 2탄을 선보였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1탄은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불렀다. 이마트는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내놨으며 대상 품목도 30종서 70종으로 확대했다.

대표적으로 물티슈와 치약, 칫솔, 의류건조기 등이다. 이마트는 추후에도 제품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마트는 ‘신선 제품 강화’ 전략을 내세웠다. 롯데마트는 지난 22일부터 ‘대한민국 산지 뚝심’이라는 이름의 전국 농축산물 우수산지 생산자 상품을 내놨다. 대형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인 신선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는 “지역의 우수한 농수축산물을 지속 발굴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의 경쟁력을 확보해 현재 당면한 위기들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는 ‘물류’에 방점을 맞출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점포에 온라인 물류기능을 추가, ‘점포 풀필먼트센터’를 구축 중이다.

홈플러스는 인천과 경기도 안양에 풀필먼트센터 1호점과 2호점, 경기도 수원시에 3호점을 내놨다. 기존 점포를 이용해 시공비를 절약하고, 온라인 물류 기능을 한층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월 아시아 최초 EMD(유럽 최대 유통연합)에 가입한 바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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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