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고 있던 A는 체포영장을 지닌 경찰관의 체포에 저항하다가 상해를 입혀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죄로 기소됐습니다. A는 경찰관이 자신을 체포하면서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않았으므로, 자신이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혔어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경우 A에게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까요?
[A] 체포영장을 소지한 경찰관 등이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해서는 체포영장을 피의자에게 제시하고 피의 사실의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권을 제시하고 변명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5). 이를 1966년 미국 미란다 대 애리조나 판결(Miranda v. Arizona 384 U.S. 436)서 유래한 ‘미란다원칙(Miranda warning)’이라 합니다.
이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는 절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체포를 위한 실력 행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도망가는 피의자를 붙잡아야 하는 급박한 상황서, 체포 전에 미리 이 미란다원칙을 다 고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대법원은 “달아나는 피의자를 쫓아가 붙들거나 폭력으로 대항하는 피의자를 실력으로 제압하는 경우에는 붙들거나 제압하는 과정서 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일단 붙들거나 제압한 후에 지체 없이 해야 한다”며 다소 유연함을 보였습니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006 판결).
그러나 위 사안과 유사한 실제 사건서 대법원은, A가 경찰관과 마주하자마자 도망가려고 하거나 먼저 폭력을 행사하며 대항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경찰관이 체포를 위한 실력행사에 막 착수하기 시작했을 때 A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란다원칙을 체포 후에 고지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입니다.
즉, 경찰관이 체포를 위한 실력행사에 나아가기 전에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미란다원칙을 고지할 여유가 있었음에도 애초부터 미란다원칙을 체포 후에 고지할 생각으로 먼저 체포에 나선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므로, A가 경찰관들에게 폭력으로 저항했다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결론은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6조)가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해 성립하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판례에 의하면 경찰관이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실력으로 피의자를 체포하려고 하는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합니다. 따라서 만약 위 사안처럼 경찰관이 체포 전에 미란다원칙을 고지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불법적인 체포가 됐다면, 피의자가 그 불법한 공무집행(체포)에 저항하는 과정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해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대법원은 미란다원칙 고지는, 체포 전에 하는 것이 원칙이고, 도망가거나 폭력으로 저항하는 피의자를 실력으로 제압하는 경우에는 제압하는 중, 혹은 제압한 후 지체 없이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의자가 처음부터 도망가거나 체포에 실력으로 대항하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란다원칙을 체포 후에 고지했다면 이는 위법한 공무집행이고, 이 위법한 체포에 폭력으로 저항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02-522-2218·www.lawnkim.co.kr>
[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