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 공동타깃’ 천재교육의 민낯

교과서·참고서 만들면서 돈 벌 궁리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천재교육’은 국내 교육·출판계 강자다. 천재교육 서적들은 스테디셀러로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천재교육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관계사들의 내부거래가 대표적이다. 최근 천재교육이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된 것도 그렇다.
 

천재교육은 참고서와 교과서를 제조·출판·판매하는 회사다. 천재교육은 1981년 도서출판 천재교육을 시작으로 첫 걸음을 뗐다. 천재교육은 같은 해 고등학교 학습 참고서 <해법수학> 시리즈를 발간, 사세를 확장했다. 1991년 시작한 해법수학 경시대회는 천재교육 명성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천재교육은 국어, 영어, 과학에 이어 중국어 등으로 분야를 넓혔다. 천재교육 마스코트 ‘해법 시리즈’는 오늘날에도 학부모들 사이서 큰 인기다.

교육출판 1위
빛과 그림자

천재교육 최대주주는 최용준 전 회장이다. 최 전 회장은 천재교육 지분 79.09%를 쥐고 있다. 또 천재교육은 ‘천재상사’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천재상사는 종이제품 도매 업체다. 눈길이 가는 건 천재상사 매출처. 천재상사 매출 대부분은 천재교육과 계열사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해 천재상사 내부거래 비중은 무려 98.86%였다. 총 매출 382억원 중 내부거래 매출만 378억원이었다. 378억원 중 281억원은 최대주주인 천재교육서 나왔다. 74.45%에 해당하는 수치다. 천재교육 비중은 압도적이었다. 나머지는 프린피아(44억원)와 해법에듀(21억원), 천재교과서(31억원) 등이었다.

최근 5년간 천재상사 내부거래 추이는 2014년 99.33%(738억원/742억원), 2015년 98.41%(603억원/612억원), 2016년 99.38%(438억원/441억원), 2017년 99.14%(423억원/426억원)였다. 평균 99%에 달한다. 천재상사는 2014년 내부거래 당사자들을 ‘기타 특수관계자’로 묶었다.


어느 관계사서 매출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천재교육만 지배기업으로 적시됐다.

천재교육은 2014년부터 매년 내부거래 매출액 전체서 74.05%(546억원), 78.88%(475억원), 82.33%(360억원), 63.87%(270억원)를 차지했다. 천재상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매출 대부분이 천재교육 관계사로부터 나오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에이피로지스틱스’에도 눈길이 간다. 에이피로지스틱스는 최 전 회장 장남 최정민 회장의 개인회사다. 최 회장 소유 지분은 100%다. 에이피로지스틱스 전신은 프린피아다. 프린피아는 인쇄업과 출판업을 영위하는 회사였다.

천재상사, 내부거래 5년 평균 99%
대부분 관계사 “특별한 이유 없다”

프린피아는 지난해 12월 물적분할, 사명을 에이피로지스틱스로 교체했다. 현재 프린피아는 에이피로지스틱스(존속 법인)와 프린피아(신설 법인)로 나뉘어 있다. 분할 이전 프린피아 매출 절반 이상은 내부거래서 비롯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프린피아 감사보고서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린피아 주주는 최 회장(72%)과 최유정씨(28%) 남매였다. 천재교육 관계사들은 프린피아 매출에 상당부분 기여했다. 그 중에서도 천재교육 비중이 가장 컸다.

내부거래 비중은 2005년 88.92%, 2006년 86.54%, 2007년 73.03% 2008년 59.12%로 매년 하향세를 탔다. 그러나 2009년 61.86%로 다시 상승했다.
 

▲ 최용준 천재교육 회장

2010년 주주명단에 변화가 있었다. 최 전 회장이 이름을 올린 것. 주주는 최 회장(41%)과 최 전 회장(31%) 그리고 유정씨(28%)로 구성됐다. 최 전 회장이 주주로 등극한 뒤 이듬해인 2010년 내부거래 비중은 55.35%를 기록하며 하락했다. 그러나 2011년 56.72%, 2012년 57.37%로 소폭 증가했다.

2013년에는 유정씨 이름이 주주 명단에서 빠졌다. 곧 주요 주주는 최 회장(80%)과 최 전 회장(20%)으로 재편됐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주주 변동은 없었다. 2013년 내부거래 비중은 63.49%(279억원/439억원)를 기록했다. 그 뒤 2014년 63.38%(298억원/470억원). 2015년 66.04%(291억원/440억원), 2016년 65.83%(284억원/431억원)으로 이전보다 비중은 다소 늘었다.

내부거래 
집중 조사

2017년에는 최 전 회장의 이름이 빠졌다. 최 회장은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됐다. 이후 내부거래 비중은 2017년 53.13%(333억원/627억원), 2018년 64.29%(336억원/522억원) 등이었다.

천재교육은 프린피아 전체 내부거래액서도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천재교육이 차지한 비중은 90.69%(270억원), 91.01%(265억원), 86.53%(245억원), 80.75%(269억원), 79.83%(268억원) 등이었다. ‘천재교과서’와 ‘해법에듀’는 빈 곳을 채웠다.

현재 에이피로지스틱스는 종속기업으로 천재교과서를 두고 있다. 또한 천재교과서는 해법에듀의 최대주주다. 사실상 해법에듀도 에이피로지스틱스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서 비롯된 매출액을 합하면 2014년부터 매년 24억원, 25억원, 38억원, 62억원, 지난해 67억원이었다.

내부거래서 세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부터 98.90%, 99.47%, 99.81%, 99.36%, 99.66% 등이었다. 사실상 매출액 100%에 가까운 액수가 천재교육과 천재교과서, 해법에듀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분할 절차를 밟은 에이피로지스틱스는 현재 물류업을 영위하고 있다.
 

여러 계열사는 에이피로지스틱스를 중심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 지난해 에이피로지스틱스가 분할 된 이후 ‘에이피이노베이션’은 에이피로지스틱스 자회사로 신규 설립됐다.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에이피이노베이션은 주택건설사업과 부동산 임대·매매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에이피이노베이션의 사내이사다. 취업정보 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천재인터내셔널’과 ‘드림캐처앤컴퍼니’도 에이피로지스틱스의 계열사로 분류됐다.

매출 대부분
계열서 나와

천재인터내셔널의 경우 도서출판과 도소매, 교육관련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한다. 부동산 임대와 매매도 사업목적에 기재돼있다. 최 회장은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를 맡은 적 있지만 현재는 물러난 상태다.

드림캐처앤컴퍼니는 유한회사다. 투자합자조합 운영과 관리,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목적으로 뒀다. 부동산 임대와 매매도 포함된다. 드림캐처앤컴퍼니의 이사는 최 회장이다. 최 회장 외에 임원은 없다.


최 회장은 분할 전 프린비아서 배당금을 톡톡히 챙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프린비아 최초 1주당 배당금은 4412원이다. 당시 주주는 최 회장(80%)과 최 전 회장(20%)이었다.

프린피아는 2012년과 2013년 1주당 배당금 4412원으로 총 15억원을 배당했다.  당기순이익은 각각 69억원, 66억원이었다. 2014년에도 마찬가지였다. 1주당 배당금 4412원에 15억원을 배당했다. 당기순이익은 49억원이었다. 프린피아의 1주당 배당금은 2015년부터 매년 올랐다.

▲ 천재교육 해법수학 시리즈

2015년 1주당 배당금은 5882원이었다. 전기 대비 75.00% 상승했다. 배당금은 총 20억원으로 증가했다. 주주는 최 회장(80%)과 최 전 회장(20%)으로 동일했다. 당기순이익은 44억원, 배당성향은 45.95%였다. 2016년 1주당 배당금은 8824원으로 직전년도 보다 66.65% 높았다. 배당금은 모두 30억원. 당기순이익은 65억원을 기록해 배당성향은 46.38%였다.

프린피아의 1주당 배당금과 배당금, 그리고 배당성향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다 2017년 1주당 배당금 등은 크게 뛰었다.

장남 개인회사, 계열사 구축 주목 
115억원 이익에 100억원이나 배당

2017년 프린피아의 1주당 배당금은 2만9412원이었다. 직전년도 보다 30.00% 상승한 값이었다. 배당금은 모두 100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115억원이었다. 배당성향은 86.94%를 기록했다. 배당금이 가장 많았던 2017년은 최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했을 때다.


천재교육은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인일보>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달 20일 조사공무원을 천재교육 본사에 투입했다. 이들은 세무관련 장부와 서류를 확보하는 등 일시보관 조사를 벌였다.

일시보관조사란 세무조사 시 납세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장부 · 서류 등을 세무조사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일시보관조사는 세무조사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뤄진다.

천재교육은 공정위의 조사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천재교육 총판(대리점) 운영 사업주 10여명은 지난달 12일 본사의 ‘갑질’을 지적,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접수했다. 총판들이 주장하는 갑질은 모두 7가지다.

국세청 조사
공정위까지

▲교사·연구용 교재 등 판촉비용 전가 ▲징벌적 패널티 부과 ▲반품 제한 ▲이자비용 부담 ▲영업비(교과서 정산금) 미지급 ▲도서 밀어내기 ▲영업지역 제한 등이다. 공정위는 현재 불공정거래행위 조사의 주체와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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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