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 퍼런’ 윤석열 사단 대해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05 09:29:28
  • 호수 12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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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명의 칼잡이’ 여의도 손보고 대기업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인사는 정부의 기조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다. 보수·진보 정권에 따라 검사들은 요직에 배치되거나 옷을 벗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이후 첫 검찰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서도 검사들은 울고 웃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5일, 신임 총장과 호흡을 맞출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진용이 갖춰졌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핵심 요직에 윤 총장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들과 특수통 출신들이 대거 기용됐다. 향후 검찰을 ‘윤석열 동기’ 기수들의 견제와 협력으로 운영하려는 청와대의 구상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호 
본격 가동

법무부는 대검검사급 검사 39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신규 보임 18명(고등검사장급 4명·검사장급 14명), 전보 21명이다.

윤 총장의 후임이자 검찰 2인자 자리인 서울중앙지검장에는 배성범(23기) 광주지검장이 임명됐다. 대검찰청 2인자이자 검찰총장을 최측근서 보좌하는 대검 차장에는 강남일(23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검찰과 법무부의 가교 역할을 할 법무부 검찰국장엔 이성윤(23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각각 낙점됐다.

배 검사장은 윤 총장과 연수원 동기지만 대학은 80학번으로 79학번인 윤 총장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다. 서울중앙지검장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현장서 사정작업을 이끌 최일선 사령탑이다. 배 검사장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마약·조직폭력 등 강력수사 경험이 많은 ‘강력통’이지만 특수·금융수사 경험도 두루 갖췄다.


업무 처리가 꼼꼼하고 치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인사 등을 총괄하는 법무부의 핵심 요직인 검찰국장을 맡은 이 검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다. 그는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검찰 개혁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 차장에 오른 강 검사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과 서울고검 차장 등을 지냈다. 배 검사장과 강 검사장은 각각 마산고와 진주 대아고를 졸업한 경남(PK) 출신이다.

검찰 고위·중간 간부 새 진용 갖춰
총장 연수원 동기 ‘빅3’ 요직 임명

윤 총장의 연수원 3년 선배인 김오수(20기) 법무부 차관은 유임됐다. 법무부 차관의 연수원 기수가 검찰총장보다 빠른 것도 기수와 서열을 중시하는 기존 검찰인사에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된 경력이 있는 윤대진(25기) 법무부 검찰국장은 수원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윤’ 윤 총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소윤’으로도 불린 윤 검사장은 애초 서울중앙지검장에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윤 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친형의 뇌물 사건이 집중 거론되면서 검찰 고위직 인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사진 왼쪽부터)강남일 신임 대검 차장, 배성범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

차기 총선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 못지않게 위상이 높아진 서울남부지검장엔 송삼현(23기) 제주지검장이 발탁됐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국회의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고소·고발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 사범 수사를 맡을 대검 공안부장에는 박찬호(26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임명됐다. 서울고검장엔 김영대(22기) 서울북부지검장이 기용됐다.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25∼27기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대검의 핵심 보직인 반부패부장과 공안부장에 서울중앙지검 한동훈(27기) 3차장과 박찬호(26기) 2차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고, 이두봉(25기) 1차장은 대검 과학수사부장을 맡는다. 이들은 지난 1∼2년 동안 국정농단 특검과 서울중앙지검서 윤 총장과 함께 ‘적폐 수사’를 주도했다.

기수·서열
탈피 시도

노정연(25기)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임명돼 역대 세번째 여성 검사장이 됐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재수사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을 기소한 양부남(22기) 의정부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하고 기소한 이원석(27기) 서울고검 검사는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에선 종래 신임 검찰총장 취임 시 연수원 윗기수와 동기 검사장들이 모두 용퇴하던 관행서 벗어났다.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고검장급 및 검사장급에 연수원 윗기수와 동기가 다수 보임된 것.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수와 서열 위주의 검찰인사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인사”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31일 새로 보임받은 검사장급 참모 7명이 대검찰청 청사로 첫 출근해 윤 총장의 보좌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검찰의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됐는데, 윤 총장과 과거 호흡을 맞췄던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에는 신자용(28기) 법무부 검찰과장이, 2차장검사에는 신봉수(29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임명됐다.

신 과장은 윤 총장과 함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8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에 임명됐고 1년여 만인 지난해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 부장검사는 특수1부장을 맡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수사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현직 판사들을 재판에 넘겼다. 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하기도 했다. 

윤 총장 취임 이후 고위간부 인사서 기존의 서울중앙지검 1∼3차장이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 대검찰청 참모진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모두 교체가 이뤄졌다. 4차장도 새로 임명됐다. 한석리(28기) 강릉지청장이 기용됐고, 이노공(26기) 4차장검사는 성남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3기 전진배치
3년 선배 유임 


서울중앙지검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검사에는 송경호(29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 임명됐다. 송 부장검사는 특수2부장으로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맡아왔다. 3차장이었던 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뒤를 이어 수사를 지휘하게 됐으며, 이는 수사 연속성과 공소 유지 등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부장검사도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그는 신 부장검사와 함께 다스 관련 뇌물 및 소송비 대납 등 혐의를 수사하며 이 전 대통령을 조사했고, 지난해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구상엽(30기) 공정거래조사부장이, 특수2부장은 고형곤(31기) 남원지청장이 맡게 됐다. 특수3부장에는 허정(31기) 광주지검 특수부장, 특수4부장은 이복현(32기) 원주지청 형사2부장이 됐다.
 

▲ ▲윤석열 검찰총장

신임 법무부 대변인에는 박재억(29기) 부산지검 부부장검사가 임명됐으며, 대검 대변인에는 권순정(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임명됐다. 심재철(27기)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에, 주영환(27기) 대검 대변인은 인천지검 1차장으로 발령이 났다.

반면 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탄생한 가운데, 승진에 실패한 24∼25기 검사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정수봉(25기) 광주지검 차장검사와 김병현(25기) 서울고검 검사, 서영수(25기) 수원지검 1차장검사가 연이어 검찰 조직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검찰 안팎에선 특히 김광수(25기) 부산지검 1차장검사, 최태원(25기)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사표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차장검사와 최 부장 모두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기획·공안통 지고 
특수통 나란히 영전 

김 차장검사는 법무부 공안기획과장과 대변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등을 거쳤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당시 노무현정부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을 수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기소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국가기록원에 이관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최 부장도 공안통으로 꼽힌다. 그는 대전지검·부산지검 공안부장과 법무부 통일법무과장으로 근무했으며, 2013년 4월부터 2015년 2월까지는 수원지검 공안부장으로 일했다. 당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중심으로 한 내란음모·내란선동 사건을 수사했다.

통상 부장검사는 근무 기간이 1년이지만, 이 의원에 대한 재판이 길어지면서 최 부장은 공소유지를 위해 이례적으로 1년 더 근무하게 됐다. 최 부장은 이후 여주지청장과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초대 소장을 지냈다.

이번 인사서 ‘귀족검사’라 불리는 기획통과 과거 주요 보직을 도맡았던 공안통들이 사라졌다. 검찰의 주류 엘리트가 급속도로 교체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귀족검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재경지검→법무부→유학→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등의 코스를 거치면서 수도권서만 근무, 기획통으로 경력을 쌓는 주류 엘리트 검사를 일컫는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냈거나 보직서 물러난 다수의 고검장·검사장이 이런 ‘기획통 검사’들이다. 

새 고검·검사장 
18명 중 공안 ‘0’

검찰 고위간부 중 공안통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고검장·검사장 승진자 18명 중 공안통으로 분류할 만한 검사는 한 명도 없다. 문재인정부서 공안검사의 세력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어 기획통과 공안통, 특수통을 세 축으로 균형을 유지해오던 검찰 내 관행이 완전히 깨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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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