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승유-윤석금 기막힌 인연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7.26 18:10:13
  • 호수 1229호
  • 댓글 0개

‘MB 4대 천왕’ 통하는 수상한 돈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웅진그룹이 결국 코웨이를 토해냈다. 무리하게 빚을 내 인수한 게 탈이 난 것이다. 웅진의 자금상황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인수자금 지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한국투자증권의 책임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인수전 내막에 샐러리맨 신화와 금융계 4대 천황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그룹 회장이었던 김승유 한투증권 고문이 그동안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자식 같은 기업을 되찾게 돼 감회가 새롭다. ‘실패한 사람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드리겠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코웨이 인수 기자간담회서 이렇게 말했다. 2012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후 매각한지 5년7개월 만이었다. 

자식 같은 코웨이  
3개월 만에 재매각 

하지만 인수 3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되판다고 밝혔다. 재무리스크 때문이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되사는 데 1조9835억원을 썼다. 인수자금 중 80%인 1조6000억원가량은 빚이다. 한국투자증권이 1조1000억원을 인수금융(인수합병용 대출)을 지원했고, 5000억원 규모의 웅진씽크빅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웅진그룹이 투자한 3735억원마저도 2000억원 이상이 차입금이다. 웅진그룹이 직접 부담한 자금은 10% 미만에 불과했다.

결국 차입금이 발목을 잡았다. 보유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고, 막대한 금융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다. 코웨이의 주가 하락에 따른 채권단의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웅진그룹은 ‘선제적 재무부담 해소’ 차원서 코웨이를 재매각한다고 설명했지만, 인수 실패나 다름없다. 


이번 M&A 실패로 인수 금융을 주선한 한투증권도 대주단(투자자)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투증권은 웅진그룹의 차입금 규모가 상당해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을 알았지만, 무리하게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한투증권은 코웨이 재매각 주관사로 재선정됐다. 

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IB업계서  웅진의 코웨이 인수는 회의적이었다. 한투증권이 아니었으면 웅진이 코웨이 인수 주관사를 선정하는 데 애를 먹었을 것”이라며 “웅진에게 받을 금용비용이 쏠쏠하다고 해도 한투증권이 웅진의 재무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코웨이 인수 주관사로 나선 게 의아했다”고 말했다. 

한투증권 M&A 자금 수조원 마련 어떻게? 
인수전 내막에 아른거리는 그의 그림자

‘예고된 저주’였음에도 한투증권이 코웨이 인수를 주관한 배경은 무엇일까. 금융권에선 금융계 4대 천황 김승유 한투증권 고문(전 하나금융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특별한 인연’이 이번 인수전에 작용한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코웨이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앞서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이던 시절에도 웅진그룹이 인수합병 때마다 수천억원의 자금을 주선한 이력이 있어 이런 의심에 무게가 더욱 실린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두 사람은 3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나이대도 비슷하며, 같은 충청도 출신이다. 김 전 회장은 1943년생으로 청주 출신이며, 윤 회장은 1945년생으로 공주서 태어났다. 
 

▲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둘의 첫 만남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회장이 한국투자금융(하나은행 전신) 전무이사였을 때 직원들 영업 마인드를 고취하기 위해 윤 회장을 초청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윤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 불리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기업인이었다. 


1990년대 후반 IMF를 거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더욱 깊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의 대외 활동 및 행적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은 서울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으며, 2002년에는 나란히 제1회 서울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AMP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투증권 고문
지금도 절친? 

김 전 회장은 윤 회장의 자서전에 추천사도 썼다. 윤 회장이 2009년 8월 자서전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를 출간했다. 이 자서전에 김 전 회장은 “오늘날 웅진이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윤 회장의 철학과 실천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이 책은 윤 회장의 경험을 담은 경영서지만, 긍정적인 생각이 갖는 위대한 힘을 기록한 철학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썼다. 

2009년 9월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은 세계경영연구원이 개설한 ‘리더십스쿨’서 중소기업 멘토링 봉사도 함께했다. 더불어 2010년도 <매경이코노미>가 주최한 ‘제2회 CEO 소장품 전시회’서도 두 사람은 각각의 소장품을 내놓기도 했다. 윤 회장은 대지 미술의 대가로 불린 크리스토의 미술품을 출품했으며, 김 전 회장은 60년대 신사실주의 예술인 아르망 페르난데스의 작품을 내놨다. 

윤 회장은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극동건설 인수자금을 하나금융으로부터 사실상 인수자금 전액을 주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극동건설 인수에 하나IB증권이 주관사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웅진의 200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하나IB증권(현 하나금융투자)은 극동건설 인수자금 6600억원 중 5000억원의 인수자금을 주관했다. 또 하나은행은 웅진그룹이 극동건설 인수를 위해 설립한 SPC법인 경정(웅진의 100% 자회사)에도 1900억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대출금을 관리하는 대리은행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윤 회장은 하나금융 등을 통해 100%가 상회하는 극동건설 인수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극동건설 인수 당시에도 뒷말이 끊이질 않았다. 극동건설은 론스타가 운영하면서 ‘먹튀’의 정수를 보여줬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껍데기만 남은 회사였다. 극동건설의 시장가치는 2000억원 정도였지만, 윤 회장은 막대한 빚을 내 시장가보다 3배에 달하는 금액을 들여 인수한 것이다. 더군다나 인수자금 전액이 사실상 빚이었다. 

가는 곳 마다 
자금이 술술∼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부동산 경기가 폭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양광 사업도 어려워졌다. 극동건설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금융비용 또한 웅진에겐 큰 부담이었다. 결국 2012년 웅진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며, 이 과정 윤 회장은 계열사 자금을 불법 유용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현재 검찰 수사 중인 웅진플레이도시도 인수 당시(2009년) 하나금융 측이 1300억원의 자금을 주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전의 당사자였던 한 인사는 “웅진이 웅진플레이도시를 인수하는 과정서 많은 불법을 저질렀다. 이 불법에 조력한 곳이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웅진플레이도시를 인수할 때 대리은행이었으며, 하나IB증권이 인수 주관사였다”고 귀띔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웅진플레이도시 인수 과정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직원을 비롯해 인수 실무자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의 오랜 인연, 하나금융이 김 전 회장이 재직하던 시절 매번 웅진에 수천억원의 인수자금을 주선한 점 등을 종합했을 때 한투증권이 코웨이 인수 주관사로 나선 게 단순한 우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김 전 회장이 그동안 윤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투증권과 웅진 측은 코웨이 인수·매각 주관사 선정 배경에 김 전 회장과 윤 회장 연관성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30년 인연 두 사람…자서전에 추천사
극동건설 인수 자금 하나금융 주선도?

한투증권 관계자는 “하나금융 회장이던 시절 윤 회장과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김 전 회장은 단순히 고문일 뿐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코웨이 인수건은 한투증권의 자본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셀다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경영진에 보고도 안 된 사안이다. 한투증권의 고문이 보고도 안 된 사안에 대해 관여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전 회장은 MB정부서 ‘금융계 4대 천황’으로 불리며, 실세로 군림했다. 이번 정부서도 금융권에선 김 전 회장의 ‘보이지 않은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한투증권이 지난 2017년 6월 김 전 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한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까지 나서 김 전 회장 영입에 심혈을 기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은 1997년 하나은행장을 맡은 뒤 2012년 퇴임 전까지 무려 15년 동안 하나금융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이른바 ‘왕회장’으로 불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고대 경영학과 61학번으로 절친한 사이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금융컨선턴트 역할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세탁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검찰은 다스의 불법자금을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대선 자금으로 세탁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혐의로 하나은행을 두 차례 압수수색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하나은행은 다스 비자금이 관리되던 43개 국내 차명계좌서 빼낸 120억원을 마치 해외서 입금된 외상값인 것처럼 둔갑시켜줬다”며 “거액의 금액에 대한 자금세탁을 지시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금융 영향력
여전히 막강

김 전 회장의 영향력은 이번 정부서도 여전하다. 김 전 회장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기고-고려대 동문으로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 정부의 금융권 인사 추천을 두 사람이 한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로 김 전 회장과 가까운 최흥식 전 금감원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 회장 등 인사들이 금융권 요직에 앉으면서 이른바 ‘김승유 라인’이 이번 정부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