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사료 허위표기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7.22 10:05:52
  • 호수 12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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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에 방부제 없다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개사료 성분표시에 없는 방부제가 검출됐다. 반려인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성분표기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알려지자 반려인들은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방부제 표기 논란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국내 반려 인구 규모는 약 1400만 규모로 추산된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지난해 펫 관련 시장을 3조6500억원 규모로 집계했다. 3년 전인 2015년(1조8100억원)과 비교해 두 배 성장한 규모다. 연구소는 펫 시장이 2020년 중 약 6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패방지 목적

점점 커지는 펫 시장서 사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반려견들 사이서 SNS와 반려견 카페는 정보 공유의 장. 이들에게 있어 가장 관심이 가는 건 방부제다. 

방부제란 가공식품을 제조할 때 식품의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이다. 식품을 미생물로부터 지키는 방법으로는 예로부터 건조, 훈연, 냉동 또는 냉장, 절임, 발효, 살균 등의 다양한 방법이 이용됐다. 이 중에서 소금, 당액, 식초 등에 절이는 것은 천연의 보존료를 이용한 방법이다. 

천연보존료에는 한계가 있다. 원하는 방부 효과를 얻기 위해 일정량 이상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때는 소금 등 천연방부제의 맛이 식품 고유의 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아주 소량으로도 방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식품의 본질적인 맛이나 형태에 영향을 주지 않는 물질을 개발하게 됐고, 이것이 바로 합성보존료다.


합성보존료는 미생물로부터 식품을 지키는 물질인 데 비해 산화방지제는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해 식품이 산화·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로, 주로 유지의 산패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책 <개 고양이 사료의 진실>에 따르면 합성보존료 BHA(butylated hydroxy anisole)와 에톡시퀸을 피하라고 경고한다. 이 책의 저자 앤 N. 마틴은 “BHA는 지방이 부패하는 것을 막아 주는 화학적인 항산화제로 이 방부제가 들어간 사료는 유통기한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발암 물질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려인의 거센 반발 덕분에 에톡시퀸은 예전처럼 널리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FDA 수의학 센터는 이 위험한 물질을 여전히 동물용 사료에 쓸 수 있는 방부제로 허가하고 있다. 이후 대다수 사료 회사가 자사 제품에는 에톡시퀸을 쓰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사료의 원료인 고기와 지방이 사료공장에 입고되기 전에 이미 에톡시퀸이 첨가되었을 확률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에톡시퀸이 첨가됐다는 사실을 사료 회사가 모르고 있는 경우, 해당 물질에 관한 사항을 제품에 적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0종 검사 결과 9종서 합성보존료 검출
천연으론 한계? “미세량, 인위적 아냐”

충남대 농업연구소는 합성보존료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홍보하거나 성분표에 합성보존료가 표기되지 않은 사료 10가지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검출 결과 BHA, 에톡시퀸, 소르빈산칼륨 등 3가지 기준으로 5종이 3가지 모두 검출, 4종이 2가지 성분 검출, 1종만 무검출로 나왔다. 

2개의 합성보존료가 검출된 A사 관계자는 “충남대서 두 달 전에도 검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와 또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시험할 때 날씨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겠느냐. 추출된 양을 보면 아주 미세하다. 업계에선 150ppm 이상이 나와야 인위적으로 합성보존료를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회사는 반의 반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3개의 합성보존료가 검출된 B사 관계자는 “본사서 확인한 결과, 인위적으로 투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치라고 파악된다. 검출된 양이 많다고는 하나 확인해본 결과 0.04% 수치다. 검출된 양을 보면 안전한 수치”라고 말했다. 검출된 회사들은 하나같이 합성보존료가 있어야만 유통기한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 개사료 합성보존재

10종 중 유일하게 검출되지 않은 사료를 만든 C사에 확인해본 결과 합성보존료 대신 녹차 추출물, 치자 추물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C사 관계자는 “회사 내부 방침이 원료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검사를 하고 있다. 합성 보존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다 보니, 언제 어디서 검사해도 회사 내 상품은 합성보존료가 검출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사료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용하지 않은 성분에 대해서는 표기하지 않을 수 있다. 

먹여도 되나

이경원 좋은사료먹이기 운동본부장은 “사료 회사가 원한다면 원료회사에 합성보존의 첨가를 요청해 이를 사용할 시 사료에 합성보존제나 첨가제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반려동물 사료 안전법’이 별도로 존재해 원료에 포함된 인공첨가물과 원산지 국가에 대해서도 모두 표기를 하도록 하고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료 제조·수입업체 점검

인천시는 사료의 안전성 확보와 품질관리를 위해 인천 지역 사료 제조업체와 수입업체서 생산·유통되는 사료에 대해 ‘연중 사료 수거검사 및 현장 점검’을 추진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사료는 사료관리법에 따라 3가지로 분류되며 식물성·동물성·광물성 물질 등인 단일 사료, 사료의 품질 저하 방지 또는 효용을 높이기 위한 첨가물인 보조 사료, 단미사료와 보조 사료를 섞은 배합사료가 있다.

사료 제조업은 인허가 사항으로, 인천지역의 사료제조업 등록 및 사료 성분등록 업무는 시청서 처리하고 있다. 사료 수입의 경우는 수입 신고기관이 별도로 있으며, 수입업자는 시청에 수입하려는 사료 성분등록을 해야 한다. 

인천에는 사료제조업 등록업체가 올해 초 기준 261개소(단미 106, 배합 30, 보조 16, 수입사료 109)가 있다. 사료검사는 현물 검사, 서류 검사, 시설검사 방법이 있으며 시에서는 주로 생산단계 검사관리,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유통단계 관리, 사료검사단체에서는 수입단계 검사를 분담해 실시한다.

올해 인천시 사료 수거검사 계획량은 177점이며, 관내 사료제조업소서 생산하는 배합사료와 단미․보조사료 및 유통되는 수입사료를  대상으로, 관계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해 시료를 무작위 채취해 사료 검정기관에 검사를 의뢰하게 된다. 검사는 분기별로 이뤄지며 필요하면 수시로 실시한다.

시는 수거 사료에 대해 등록성분, 수분 등 품질 관련 성분과 중금속, 곰팡이, 멜라민, 잔류농약 등 안전성 관련 성분에 대한 검사를 한다. 시는 사료검사 결과 부적합 사료들에 대해 사료관리법에 따라 제조, 수입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제품폐기명령 등 행정 처분을 할 방침이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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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