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패스트트랙 수사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7.08 09:59:53
  • 호수 1226호
  • 댓글 0개

벼랑 끝에 몰린 108명 ‘간당간당’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자유한국당이 떨고 있다. 여야의 패스트트랙 고소·고발전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한국당 의원들을 소환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의 위기감은 더해지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이 경찰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까지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 패트스트랙 고소·고발전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이 최근 경찰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엄용수, 여상규, 이양수, 정갑윤 의원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서울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오전 10시쯤 엄 의원 등에게 이달 4일까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고발 의원들
줄줄이 불응 

경찰은 해당 의원들이 지난 4월25일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서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한 혐의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들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 과정서 채 의원의 의원실을 점거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감금, 특수주거침입,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당시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처음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시도한 시점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채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아섰고, 채 의원은 약 6시간 동안 감금됐다가 경찰과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다. 

당시 여야는 국회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였으며, 상대 당 의원과 보좌진 등에 대해 국회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무더기 고소·고발전을 이어갔다.


현재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은 한국당 58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40명, 바미당 6명, 정의당 3명과 문희상 국회의장 등 총 108명이다.

경찰, 여야 관련 고발사건 본격 시작
채이배 감금한 한국당 의원들 출석 통보 

이번 패스트트랙 사건은 크게 ▲채 의원을 감금한 사건 ▲의안과 사무실 점거 ▲사개특위 회의장 앞 충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충돌 등 4개 갈래로 나눠 수사 중이다. 영상분석을 통해 특이사항을 사진첩으로 만들어 사례를 수집, 소환대상을 추린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비교적 수사대상 특정이 쉬운 채이배 의원 감금사건부터 수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해 경찰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소속 의원을 포함한 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패스트트랙 수사 진행 상황과 수사관 인적 사항 등의 자료를 경찰에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50명이 넘는 한국당 의원들이 고소·고발된 상황서 경찰 업무를 소관하는 행안위 소속 의원 등이 해당 사건 수사와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은 수사 외압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감금된 가운데 창문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행안위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지난달 27일 패스트트랙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고소·고발 사건의 진행 상황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경찰에 요구했다. 같은 당 이종배 의원도 수사 계획과 함께 조사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조사 대상자의 명단 등 세부 사항까지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지 못함을 양해해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이날 국회에 보냈다.

이들이 경찰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날은 공교롭게도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같은 당 여상규·엄용수·이양수·정갑윤 의원 등 4명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낸 그날이었다. 


역으로…
“자료 달라”

문제는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서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직접 수사 자료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이채익·이종배 의원 역시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에 정의당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수사 대상인 국회의원이 경찰에 수사 내용을 알려달라는 셈이다. 

그러나 이채익 의원은 ‘통상적인 의정 활동’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채익 의원은 “마땅히 해야 할 통상적인 상임위 활동이다. 경찰에 외압을 가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이 비공개로 한 자료 제출 요구가 어떻게 외부에 알려지게 됐는지 그 경위를 하나도 빠짐없이 밝혀야 할 것”이라며 오히려 경찰을 압박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여야 4당은 일제히 ‘명백한 외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회의원의 자료요구 권한은 특권으로 부리며 남용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사상 초유의 동료의원 감금 행위에 대한 한국당 의원들의 경찰 소환조사를 앞둔 시점에 경찰에 수사 진행상황, 수사 담당자, 수사 대상 명단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가 외압이 아니면 무엇이냐”라고 지적했다.
 

바미당 노영관 상근부대변인은 “외압으로 자신들의 죄를 가리려는 한국당의 구시대적 발상과 기득권 의식은 한국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게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김재두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범죄자가 경찰의 손발을 묶은 꼴”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논평서 “명백한 수사 외압으로 이종배 의원의 경우 고발을 당한 당사자가 수사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까지 요구하며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동네 건달 수준만도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락받고
수사하라고?

경찰 출석 요구를 받은 한국당 의원들은 출석에 불응했다. 지난 4일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의원은 출석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별도로 불출석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고, 국회 본회의 일정과 의원 지역 출장 등 개인 일정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뉴시스>에 따르면 한국당 정갑윤 의원실 관계자는 경찰의 출석 요구와 관련해 “가지 않는다. 다른 의원들도 같은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의회기간이기도 하고 (소환조사 일정에 대한)사전 조율 절차도 없었다”며 “증거인멸 등이 수반되는 사안이 아니고 정치적인 사안인데, 출석해서 조사받으란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 충분히 서면조사로도 가능해 불응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의원들의 소환 불응에 대해 원칙과 절차대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할 수 있다. 경찰은 동시에 당시 국회 상황이 담긴 CCTV와 방송사 제공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이 확인해야 할 영상 분량은 애초 210GB(기가바이트)서 1.4TB(테라바이트)로 늘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인·피해자 조사와 채증 자료 분석을 마친 채 의원 감금사건 관련 피고발인부터 소환 통보한 것”이라며 “다른 의원들도 채증 영상 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소환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수사 자료 요구 
소환조사는 출석 안 해 

한국당 내부에서는 국회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수사를 앞두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당의 한 보좌관은 “제3자가 봤을 때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하고 있다. 경찰 수사 외압 의혹과 불성실한 태도 등이 의원들의 불안감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은 처벌 수위가 높다. 국회서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서 폭력행위를 하거나 의원의 회의장 출입 등을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 ▲패스트트랙 저지에 나선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진공동취재단

회의를 방해하는 과정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단체로 위력을 보인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도 있다. 더구나 국회 회의 방해죄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으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수사 결과에 따라 피선거권까지 박탈될 수 있다.

피고발된 한국당 의원들 입장에선 이번 사건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서 내년 4월 이전에 법원서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돼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거나 1·2심 재판 결과에 따라 각 당의 당헌·당규에 의해 공천서 배제될 수는 있다. 

총선 앞두고 
불안한 여야


더 나아가 피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이 21대 총선서 당선됐다고 할지라도, 결국 최종 형이 확정돼 유죄가 나올 경우 해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선 이번 상호 고발전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는 “기소와 유죄 확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야권에선 “여야가 고소·고발 취하 합의만 하면 검찰과 법원이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