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후폭풍 검찰발 정계개편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17 10:07:24
  • 호수 12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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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100명 볼모로 여의도 쥐락펴락?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회 패스트트랙 갈등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검찰에 칼자루를 쥐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 고소·고발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만 100명에 달한다. 법조계에선 국회선진화법 첫 사건인 만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전망했다. 일명 ‘검찰발 정계개편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국회 몸싸움 이후 고소·고발된 14건은 모두 서울남부지검 공안부서 수사한다. 남부지검에 따르면 기존에 형사부에 배당됐던 6건의 사건도 공안부로 재배당됐다.

국회선진화법 
첫 적용 사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29일 자정을 전후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합의한 선거제 및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거세게 반대하며 법안 제출부터 회의 진행까지 막아섰고 여야 간 고성에 막말, 몸싸움으로 극한 대치를 벌였다. 이 과정서 여야 의원들은 서로 “폭력 국회를 만들었다”며 수십명의 의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여기에는 보좌진과 당직자들도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정의당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을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당도 홍영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을 공동상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모욕죄로 고발했다. 


앞서 고발사건 6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접수됐으나 대검찰청은 국회의원들의 다툼이 발생한 곳인 국회가 서울 영등포구 소재인 만큼 해당 관할지인 서울남부지검으로 사건을 모두 보냈다.

칼자루 쥔 검…한국당 발목 잡나
고소·고발 97명 중 60명 넘어

검찰은 해당 사건을 다시 경찰에 맡겼다. 남부지검은 국회 패스트트랙 대치와 관련해 국회법선진화법위반,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등 고소·고발 사건을 영등포경찰서에 수사 지휘 중이다. 지난 10일 경찰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42명을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정의당 관계자를 조사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관련 사건으로 고소·고발된 국회의원 수는 무려 97명에 달한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의원이 25명, 한국당 의원이 62명,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7명, 정의당 2명, 무소속 1명 등이다. 여야 의원 다수가 얽혀 있는 이번 사건은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치권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2014년 처음 시행된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했는지의 여부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은 형이 무겁고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 법 위반 혐의에 관한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며,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여야 합의로 개정된 국회법 165조(국회 회의 방해 금지)와 166조(국회 회의 방해죄)를 가리킨다. 

국회선진화법에서는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서 폭행·감금하면 징역 5년 이하나 벌금 1000만원 이하, 그 과정서 사람이 다치거나 서류 등이 손상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은 5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과 함께 5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10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공안부 배당
수사에 착수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처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동물국회’를 방지하기 위해 2014년도부터 시행됐으며, 검찰은 최초로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국회의원들을 수사하게 된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한 정황은 언론 등을 통해 영상이 공개 바 있다. 이 과정서 한국당 의원들과 관계자들은 의안과 사무실 팩스기기로 접수된 법안 서류를 가로채고 팩스 기기를 부수는가 하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컴퓨터 모니터도 못 쓰게 하는 등 몸으로 법안 발의를 막고 나섰다.

법조계에선 당시 영상 등을 보며 이들의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국회서 제출받은 CCTV 자료를 분석해 당시 의사 진행 방해에 대한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증거로 제출된 CCTV 분량만 210GB(기가바이트) 분량으로 이는 영화 100편 분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당시 국회의원들이 국회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영상은 아마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결정적인 영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미당 사법개혁특위 위원이었던 채이배 의원의 감금 사건이다. 지난 4월25일 오전 9시부터 약 6시간 동안 한국당 의원 11명은 채 의원의 사무실에 머물며 채 의원의 국회사개특위 전체 회의 출석을 막았다. 한국당 엄용수·이종배·김정재·민경욱·박성중·백승주·송언석·이양수·정갑윤·여상규 의원 등은 문 앞을 막아 채 의원의 의사 진행을 방해했다.

3명 중 1명꼴
유죄 확정되면?

정 의원과 여 의원은 의원실 소파를 문 앞으로 옮겨 막기까지 했다. 이은재 의원의 경우 국회 의안과에 팩스로 접수된 법안을 직원에게서 빼앗아 찢었다. 

실제로 2008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출입문을 망치로 부쉈던 당시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벌금 200만원, 2009년 국회 사무총장실서 집기를 부수며 물리력을 행사한 당시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벌금 300만원의 처벌에 그쳐 의원직을 유지한 바 있다. 국회 본회의장서 최루탄을 터뜨린 김선동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게 이제껏 가장 무거운 처벌이었다.

반면 국회선진화법은 일반 형법으로 처벌하던 행위들의 처벌 수위를 크게 높였다. 이번 국회선진화법 사건은 첫 사례인 만큼 피고발된 국회의원들의 강력한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새로운 법을 적용한 첫 사건인 만큼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할 것”이라며 “보통 검찰은 새로운 법에 대한 양형 기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재판서 최고 형량을 구형해 첫 판례를 이끌어내려고 힘쓴다”고 설명했다. 

피고발된 한국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서 내년 4월 이전에 법원서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돼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처벌 불가피할 것”
서초동 한목소리


다만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거나 1·2심 재판 결과에 따라 각 당의 당헌·당규에 의해 공천에서 배제될 수는 있다. 더 나아가 피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이 21대 총선서 당선됐다고 할지라도, 결국 최종 형이 확정돼 유죄가 나올 경우 해당 국회의원들이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상호 고발전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는 “기소와 유죄 확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야권에서는 “여야가 고소·고발 취하 합의만 하면 검찰과 법원이 나서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표면적인 조건으로 내걸었던 ‘검찰 고발 취하’에 ‘불가’ 방침을 명확히 했다. 국회 파행이 이어지더라도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없던 일로 되돌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야권은 고소·고발에 대한 취하 합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은 정치적인 영역이고 사법적인 영역과는 또 별개로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지 않나. 한국당 의원들만을 상대로 처벌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고발만 취하하면 어느 정도는 참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타협이 이뤄지더라도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 수사는 진행된다. 패스트트랙에 올린 사법제도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검찰이 오히려 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개혁 대상서…
이제는 역전?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검찰발 정계개편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 3분의 2가 국회선진화법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대거 의원직을 상실해 해당 지역구에선 재·보궐선거가 이루어지게 된다. 여권에선 이 경우 재·보궐선거 지역구서 후보를 낸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공백이 생긴 지역구에 좋은 후보를 영입해 선거에 출마시킨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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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