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후폭풍 검찰발 정계개편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17 10:07:24
  • 호수 12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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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100명 볼모로 여의도 쥐락펴락?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회 패스트트랙 갈등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검찰에 칼자루를 쥐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 고소·고발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만 100명에 달한다. 법조계에선 국회선진화법 첫 사건인 만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전망했다. 일명 ‘검찰발 정계개편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국회 몸싸움 이후 고소·고발된 14건은 모두 서울남부지검 공안부서 수사한다. 남부지검에 따르면 기존에 형사부에 배당됐던 6건의 사건도 공안부로 재배당됐다.

국회선진화법 
첫 적용 사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29일 자정을 전후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합의한 선거제 및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거세게 반대하며 법안 제출부터 회의 진행까지 막아섰고 여야 간 고성에 막말, 몸싸움으로 극한 대치를 벌였다. 이 과정서 여야 의원들은 서로 “폭력 국회를 만들었다”며 수십명의 의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여기에는 보좌진과 당직자들도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정의당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을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당도 홍영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을 공동상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모욕죄로 고발했다. 


앞서 고발사건 6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접수됐으나 대검찰청은 국회의원들의 다툼이 발생한 곳인 국회가 서울 영등포구 소재인 만큼 해당 관할지인 서울남부지검으로 사건을 모두 보냈다.

칼자루 쥔 검…한국당 발목 잡나
고소·고발 97명 중 60명 넘어

검찰은 해당 사건을 다시 경찰에 맡겼다. 남부지검은 국회 패스트트랙 대치와 관련해 국회법선진화법위반,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등 고소·고발 사건을 영등포경찰서에 수사 지휘 중이다. 지난 10일 경찰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42명을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정의당 관계자를 조사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관련 사건으로 고소·고발된 국회의원 수는 무려 97명에 달한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의원이 25명, 한국당 의원이 62명,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7명, 정의당 2명, 무소속 1명 등이다. 여야 의원 다수가 얽혀 있는 이번 사건은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치권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2014년 처음 시행된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했는지의 여부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은 형이 무겁고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 법 위반 혐의에 관한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며,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여야 합의로 개정된 국회법 165조(국회 회의 방해 금지)와 166조(국회 회의 방해죄)를 가리킨다. 

국회선진화법에서는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서 폭행·감금하면 징역 5년 이하나 벌금 1000만원 이하, 그 과정서 사람이 다치거나 서류 등이 손상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은 5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과 함께 5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10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공안부 배당
수사에 착수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처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동물국회’를 방지하기 위해 2014년도부터 시행됐으며, 검찰은 최초로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국회의원들을 수사하게 된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한 정황은 언론 등을 통해 영상이 공개 바 있다. 이 과정서 한국당 의원들과 관계자들은 의안과 사무실 팩스기기로 접수된 법안 서류를 가로채고 팩스 기기를 부수는가 하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컴퓨터 모니터도 못 쓰게 하는 등 몸으로 법안 발의를 막고 나섰다.

법조계에선 당시 영상 등을 보며 이들의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국회서 제출받은 CCTV 자료를 분석해 당시 의사 진행 방해에 대한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증거로 제출된 CCTV 분량만 210GB(기가바이트) 분량으로 이는 영화 100편 분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당시 국회의원들이 국회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영상은 아마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결정적인 영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미당 사법개혁특위 위원이었던 채이배 의원의 감금 사건이다. 지난 4월25일 오전 9시부터 약 6시간 동안 한국당 의원 11명은 채 의원의 사무실에 머물며 채 의원의 국회사개특위 전체 회의 출석을 막았다. 한국당 엄용수·이종배·김정재·민경욱·박성중·백승주·송언석·이양수·정갑윤·여상규 의원 등은 문 앞을 막아 채 의원의 의사 진행을 방해했다.

3명 중 1명꼴
유죄 확정되면?

정 의원과 여 의원은 의원실 소파를 문 앞으로 옮겨 막기까지 했다. 이은재 의원의 경우 국회 의안과에 팩스로 접수된 법안을 직원에게서 빼앗아 찢었다. 

실제로 2008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출입문을 망치로 부쉈던 당시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벌금 200만원, 2009년 국회 사무총장실서 집기를 부수며 물리력을 행사한 당시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벌금 300만원의 처벌에 그쳐 의원직을 유지한 바 있다. 국회 본회의장서 최루탄을 터뜨린 김선동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게 이제껏 가장 무거운 처벌이었다.

반면 국회선진화법은 일반 형법으로 처벌하던 행위들의 처벌 수위를 크게 높였다. 이번 국회선진화법 사건은 첫 사례인 만큼 피고발된 국회의원들의 강력한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새로운 법을 적용한 첫 사건인 만큼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할 것”이라며 “보통 검찰은 새로운 법에 대한 양형 기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재판서 최고 형량을 구형해 첫 판례를 이끌어내려고 힘쓴다”고 설명했다. 

피고발된 한국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서 내년 4월 이전에 법원서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돼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처벌 불가피할 것”
서초동 한목소리


다만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거나 1·2심 재판 결과에 따라 각 당의 당헌·당규에 의해 공천에서 배제될 수는 있다. 더 나아가 피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이 21대 총선서 당선됐다고 할지라도, 결국 최종 형이 확정돼 유죄가 나올 경우 해당 국회의원들이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상호 고발전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는 “기소와 유죄 확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야권에서는 “여야가 고소·고발 취하 합의만 하면 검찰과 법원이 나서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표면적인 조건으로 내걸었던 ‘검찰 고발 취하’에 ‘불가’ 방침을 명확히 했다. 국회 파행이 이어지더라도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없던 일로 되돌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야권은 고소·고발에 대한 취하 합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은 정치적인 영역이고 사법적인 영역과는 또 별개로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지 않나. 한국당 의원들만을 상대로 처벌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고발만 취하하면 어느 정도는 참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타협이 이뤄지더라도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 수사는 진행된다. 패스트트랙에 올린 사법제도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검찰이 오히려 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개혁 대상서…
이제는 역전?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검찰발 정계개편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 3분의 2가 국회선진화법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대거 의원직을 상실해 해당 지역구에선 재·보궐선거가 이루어지게 된다. 여권에선 이 경우 재·보궐선거 지역구서 후보를 낸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공백이 생긴 지역구에 좋은 후보를 영입해 선거에 출마시킨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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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