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물 만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10 10:41:26
  • 호수 12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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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에 번쩍 서에 번쩍 ‘미친 존재감’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양비’(양정철 비서관)가 돌아왔다. 문재인정권 출범 후 2선 후퇴와 백의종군을 택했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여의도의 ‘인싸’(인사이더,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로 급부상했다. 국회의장·국장원장·지자체 단체장들을 잇달아 만나며 총선을 앞두고 ‘광폭행보’에 나서고 있다.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이 방랑생활을 끝내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산하 정책연구소 민주정책연구원장 책임자로 여의도에 복귀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양 전 비서관이 현 여권서 공식 직책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숨어 지내다 
세상 밖으로

민주연구원은 지난 4월29일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양 전 비서관을 신임 민주연구원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양 원장은 취임 일성서 민주연구원 ‘병참기지론’을 펼쳤다.

양 원장은 “총선 승리에 꼭 필요한 병참기지로서 역할을 하겠다”며 “민주연구원이 총선을 앞두고 비상한 상황이다. 돌아오는 총선서 정책과 인재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해찬 대표와 연구원 운영 방안과 목표 등에 대해 충분히 의논을 많이 했다”며 “이 대표와 지도부를 잘 모시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양 원장의 복귀를 두고, 친문 세력 중심으로 총선을 치르려는 여권 핵심부의 구상이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연구원이 총선의 실질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실제 양 원장은 연구원의 정책 연구 기능을 다소 축소하고, 총선 전략 수립 등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기존 연구원 멤버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이후 양 원장은 여의도서 가장 주목 받는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국회의장, 국정원당, 여권의 유력 대권 잠룡인 광역단체장들을 잇따라 만나며 광폭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언론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양 원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16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이날 만남의 공식적인 사유와 정치적인 의미는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양 원장은 인사 차 문 의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의장과 양 원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참모 중 하나였던 양 원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문 의장을 모신 경험이 있다.  

이날 국회의장실서 20분 정도 대화를 나눈 양 원장은 예방 직후 “여의도에 계신 큰 어른께 인사드리러 온 것이고 참여정부 때 첫 비서실장을 하셨는데, 제가 의장님께 비서관 임명장을 받았다”며 “존경하는 정치 선배이자 어른이신데 최근에 여러 정치 상황에 대한 좋은 당부 말씀과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싱크탱크 맡은 ‘문의 남자’
단순 소통? 총선 앞두고 광폭행보

양 원장은 국회의장에 이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도 만찬을 가지며 ‘실세 행보’를 보였다. 양 원장은 지난달 21일 저녁 서울의 한 한정식 식당서 서 원장과 만찬을 가졌다. 4시간 가까이 이어진 만찬 이후 양 원장은 자리를 뜬 서 원장을 배웅했다.  

당 외곽 조직인 민주연구원을 맡으면서 원외인사인 양 원장이 대통령, 대법원장과 함께 ‘3부 요인’으로 꼽히는 국회의장에 이어 국정원장까지 두루 만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여권 내에선 양 원장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방증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 원장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독대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함께한 만찬이었다”며 “사적인 모임이어서 특별히 민감한 얘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야당은 총선을 앞두고 양 원장과 서 원장의 만남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감한 정보가 모이는 국정원 수장과 여당 싱크탱크의 수장이 만났다. 누가 봐도 부적절한 만남”이라며 “원래 잡혀 있던 사적인 모임이라는 해명은 국민을 우롱하는 무책임한 설명”이라고 비판했다.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하지만 양 원장은 이런 비판을 뒤로한 채 이번에는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를 연이어 만났다. 서훈 국정원장과의 비공개 회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뒤 일주일 만에 가진 공개 행사였다. 

양 원장은 지난 3일 서울시청, 경기도청을 각각 찾아 서울연구원, 경기연구원과 정책 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와 지방정부의 싱크탱크가 정책 협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원장은 “(박 시장은)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고, 정책의 보고이자 아이디어 은행”이라며 “좋은 협약을 통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정책적 성과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수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든든하다”며 “서울시의 많은 혁신 정책들이 문재인정부 들어 전국화하고 있는데(양 기관이) 좀 더 긴밀하게 협력해 정책 성과로 나오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총선 병참기지 
역할론 설파 

양 원장은 이어 경기연구원과의 업무협약 체결식서 이 지사를 만났다. 양 원장은 “지사님이 가진 획기적 발상, 담대한 추진력, 경기연구원에 축적된 연구성과와 민주연구원이 힘을 합쳐 경기도와 나라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이에 이 지사는 “내년 선거도 그렇고 정책이 정말 중요한데 저희가 경기도에서 시범적으로 하거나 앞으로 할 일들을 연구원서 많이 받아주면 저희도 영광”이라고 했다.

민주당과 지방정부 싱크탱크의 정책 협약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역할과 입지를 굳히려는 양 원장과 국회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두 대권주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만남으로 해석된다. 

박 시장은 최근 한 방송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향해 “공안검사는 독재정권의 하수인”이라고 각을 세우고,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차기 대권 준비에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형 강제입원 등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달 16일 1심 무죄판결을 받은 이 지사도 재판 과정서 탄원서에 서명한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감사 인사를 하는 등 최근 빠른 정치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양 원장은 조만간 김경수 경남지사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양 원장은 “우리 당 소속이 아닌 단체장 관할의 싱크탱크에도 협약 제안을 했다.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국리민복에 보탬이 될 만한 좋은 정책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지, 선거로 해석하지는 말아달라”고 했다.

민주연구원의 위상과 역할을 ‘총선의 병참기지’라고 규정한 양 원장이 연이어 지자체를 방문하자 야당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잠룡으로 거론되는 광역단체장들과의 만남이 이어지는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나 원내대표는 “양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만 떠받들겠다는 ‘문(文)주연구원장’다운 오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양 원장이 서훈 국정원장과 만찬을 가진 것을 지적하며 “몰래 뒤에서 나쁜 행동을 하다 들키더니 이제는 대놓고 보란 듯이 한다. 지자체를 선거전략을 짜는 데 동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 홍성문 대변인도 “양 원장의 발걸음이 수상하고 매우 부적절하다. 선거법 위반의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문의 남자’ 또는 ‘강성 친노’로 불렸던 양 원장은 이번 광폭행보로 ‘원외대표’라는 별명을 하나 더 추가했다. 이인영 원내대표와 함께 집권여당 민주당을 이끄는 양대 축이라는 점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이런 
원장은 없었다 

앞서 양 원장은 민주연구원의 총선 병참기지론을 언급했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에는 재선 출신의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김영진·이철희 의원과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이근형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가 맡아 전현직 전략기획위원장이 포진했다.

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재정 의원까지 포함해 부원장을 현역 의원이 맡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양 원장은 현역 의원을 총괄하는 위치서 총선 전 인재 영입 또한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처럼 민주연구원의 위상이 강화되는 것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대비한다기보다 민주연구원이라는 원외조직을 중심으로 당이 쪼개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양 원장이 인재 영입 작업을 주도하면서 다선 의원을 젊은 정치 신인으로 대거 물갈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와 내년 총선까지 양 원장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외대표 별명이 향후 민주당 총선에 발목을 잡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 원장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서울팀서,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팀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이후 청와대에 함께 입성했다. 지난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문 대통령은 노무현재단 상임이사를, 양 원장은 사무처장을 맡았다. 양 원장은 지난 2011년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의 출간을 돕기도 했다.

이후 양 원장은 2012년 제18대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메시지팀장을 맡았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18대 대선 때의 ‘비선 실세’ 논란을 우려해 선대위 내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하며, 메시지 관리와 선거전략 수립 등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양 원장은 자타 공인하는 문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이자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다.

양 원장은 1964년 7월4일 서울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생 시절 자민투(반미자주화 반파쇼 민주화투쟁위) 위원장과 한국외국어대학교 학보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노태우정부 시절인 1990년 9월 <언론노보> 기자로 있을 때 군 복무 중 보안사에 근무하던 후배로부터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자료를 전달받게 되고, 그것을 <한겨레> 기자에게 전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했다. 

국회의장, 국정원장, 잠룡들 잇단 회동
19대 이어 다음 대선도 킹메이커 역할?

<한겨레>는 창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권력의 압력과 로비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언론매체였기 때문에 선택됐는데 <한겨레>의 심층취재 보도로 국방부장관과 보안사령관이 경질되고 보안사가 기무사로 개편되는 등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이 사건은 후에 영화 <모비딕>의 모티브가 됐다.

이후 양 원장은 시민단체 간사, 미디어 전문 기자 등으로 활동하다가 노무현을 통해 언론개혁을 이루고자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후보 대선 준비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노무현정부서 5년 동안 비서관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에도 비서관으로 활동하면서 저서 집필작업을 도왔던 그는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23일 서거하자 ‘사람사는세상’ 홈페이지에 노 전 대통령의 글을 여러 개 올리면서 슬픔과 추모를 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해 9월 노무현재단이 설립됐다. 양 원장은 노무현재단의 사무처장을 맡으며 당시 노무현재단 상임이사였던 문 대통령과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때 문 대통령의 정계입문을 권유한 사람도 양 원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은 문 대통령이 2011년 출간한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을 기획하고 집필을 도왔다. 반향이 커지자 전국 각지를 도는 ‘북콘서트’를 기획해 문 대통령의 입지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 <문재인의 운명>과 북콘서트의 흥행을 기반으로 2012년 문 대통령은 정계에 입문하게 된다. 이로써 양 원장은 ‘문재인을 호랑이 등에 태운 인물’이자 ‘킹메이커’로 불리게 됐다. 

문 대통령이 2016년 6월 민주당 대표직서 물러난 뒤 네팔로 떠나 히말라야 트레킹을 했을 때 동행한 사람도 양 원장이었다. 2016년부터는 문 대통령의 대선 준비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한 ‘광흥창팀’에 참여했다. 광흥창팀은 대선 후보의 일정, 정책, 메시지, 조직 등을 준비하는 역할을 맡았다.

2017년 대선에서는 문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 부실장을 맡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손발을 맞추면서 대선 승리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를 만나야…
여의도 인싸

2017년 5월 문 대통령이 대선서 승리하자 당선에 큰 기여를 한 양 원장이 정부나 청와대로 다시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양 원장은 2017년 5월16일 기자들에게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남기면서 정계와 거리를 두겠다고 선언했다. 그 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작은형의 집에서 머물다가 일본 도쿄로 거처를 옮겨 2년여를 보내며 정치와는 거리를 뒀다. 2018년 4월부터는 도쿄 게이오대학교 법학과 방문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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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