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광주 5·18 묘지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5·18 희생자들을 민주화 유공자로 예우하고 5·18 묘지를 국립묘지로 승격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자리서 김 전 대통령은 5·18의 교훈을 “인권침해에 저항한 인권정신, 맨손으로 잔혹한 총칼에 맞섰던 비폭력 정신, 공권력의 공백 속에서도 질서의식을 가지고 치안을 지켰던 시민정신, 항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평화정신”이라 규정했다.
즉 5·18은 인권, 비폭력, 시민, 평화 정신의 발로라는 의미다.
이를 염두에 두고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보자.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서 열린 제39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서 다음과 같은 열변을 토해냈다.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습니다.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뒤를 이어 문 대통령은 “아직 규명되지 못한 진실을 밝히는 것, 비극의 5월을 희망의 5월로 바꾸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로 당연히 정치권도 동참해야 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5·18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변을 살피면 상당히 모호하다. 5·18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그저 뜬구름 잡는 식이다. 한편으로는 5·18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불평으로 비친다.
여하튼 그의 변의 주요 골자, 즉 ‘아직 규명되지 못한 진실을 밝히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자.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의 언급이 없으니 김 전 대통령의 구체적 언급을 인용하면서 5·18의 실체에 접근해보자.
김 전 대통령의 변 중 인권정신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또 시민과 평화 정신에 대해서는 소소한 이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비폭력 정신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견이 존재한다.
비폭력은 권력으로부터 모진 탄압을 받아도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김 전 대통령의 말마따나 맨손으로 맞섬을 의미한다. 그런데 당시 상황이 그랬을까. 광주 시민이 계엄군의 총칼에 맨손으로 일관했을까. 천만에다.
당시 시민들은 계엄군에게 대항하기 위해 파출소에 설치돼있던 예비군 무기고를 습격하여 무기를 탈취하고, 심지어 TNT를 포함해 M2 중기관총으로 무장했다. 시민들이 무장한 상태서 계엄군과 맞선 사실이 있는데 이를 비폭력이라 한다면 정말로 피곤하다.
아울러 필자는 이에 대한 진상 규명 역시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 아니 보통의 상식을 견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동 상황을 선선히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선량한 광주시민과 대학생들이 무기고를 습격해 무장한 일이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석연치 않다. 아울러 누가, 무슨 동기로 무기고를 습격해 무기를 탈취했는지 또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정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가해자 측에만 쏠려 있던 진상 규명 노력에 더해 피해자 측의 행동에 대해서도 진실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5·18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