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재대 미대 입시 ‘수상한 실기고사’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20 09:32:34
  • 호수 12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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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문제 내놓고 골라보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배재대학교 미술디자인학부의 수상한 입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석연치 않은 실기시험의 출제 방식은 입시 미술학원과의 유착까지 의심케 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수험생들의 몫. <일요시사>가 그 내막을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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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31일 치러진 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 수시 전형(2016년 학년도 수시 신입생 모집) 당시 학교 측이 출제한 실기고사 문제 A, B, C 유형이 사실상 모두 동일한 주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배재대가 실기고사 당일 시험문제가 봉인돼있다는 허점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똑같은 유형의 문제를 출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똑같은 유형
공평한 척∼ 

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의 실기고사 과목은 ▲사고의 전환 ▲발상과 표현 ▲기초디자인 ▲석고소묘 ▲정물수체화 ▲인물수채화로 나뉜다.

디자인 전공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은  ▲사고의 전환 ▲발상과 표현 ▲기초디자인 중 하나를 선택해 실기고사를 치른다. 이 과목의 공통점은 소재와 주제어가 주어진다는 것. 수험생들은 주제어에 맞게 소재를 활용해 정해진 시험 시간 안에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통상 복수의 미대는 입시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각각의 과목서 여러 문제(편의상 A, B, C 유형)를 출제한다. 실기고사 당일 수험생 앞에서 봉인된 문제 유형들 중 하나를 무작위로 선정해 실기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공평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배재대 2016년 학년도 수시 신입생 모집 당시 미술디자인학부 디자인전공 실기고사 시험지의 견본을 분석한 결과 A, B, C 유형으로 출제된 사고의 전환과 기초디자인의 시험문제가 사실상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실기전형 시험문제 보니…
‘눈 가리고 아웅’ 사실상 같은 문제

당시 배재대 실기고사 현장에서는 사고의 전환 시험문제로 C 유형이 채택됐다. 시험은 소재(사진 혹은 실물)와 주제어가 주어지면 2절지를 2등분해서 한쪽 면은 소재를 스케치(소묘)하고, 다른 한쪽은 소재를 활용해 주제어에 맞게 표현하고 채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C 유형의 소재(이미지)는 ‘비행기’였으며,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꿈과 희망을 표현하시오’였다. 

그런데 <일요시사>가 입수한 배재대 사고의 전환 시험지 견본에 따르면 A, B 유형도 사실상 C 유형과 동일한 문제였으며 A와 B유형의 소재도 비행기였다. 
 

▲ ▲▲ 배재대 2016학년도 미술디자인학부 수시 전행 당시 출제된 문제다. 사고의 전환(현대·미래·꿈)과 기초디자인(디자인 원리·구성·응용)의 문제 유형들이 단어만 다를 뿐 사실상 동일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제어도 단어만 다를 뿐 세 유형은 사실상 같은 문제라는 게 미대 입시 전문가들의 평가다. A 유형의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현대와 희망을 표현하시오’, B 유형의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미래와 희망을 표현하시오’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 유형의 주제어에 등장하는 ‘현대’(A 유형), ‘미래’(B 유형), ‘꿈’(C 유형)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는 모든 문장이 일치했다.  

소재는 그대로
단어만 살짝∼


당시 치러진 배재대 기초디자인 실기고사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배재대 측은 기초디자인 실기고사 현장서 A, B, C 유형 중 하나를 무작위로 뽑아 B 유형을 선정했다. 기초디자인은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주제에 맞게 화지에 조형적으로 구성하고 표현하는 실기시험이다. B 유형의 소재는 ‘사탕’ ‘유리화병’ ‘주사위’ ‘줄자’였으며,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자유롭게 구성하고 표현하시오. *주어진 소재의 컬러 변경은 안 됩니다’였다. 

기초디자인서도 세 유형은 사실상 동일한 문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배재대 실기고사의 기초디자인 시험지 견본에 따르면 A, C 유형의 소재도 사탕, 유리화병, 주사위, 줄자였다. B 유형과 마찬가지로 소재의 사진 이미지도 모두 동일했다. 

주제어도 세 유형이 사실상 비슷한 의미였으며 주의사항까지 똑같았다. A 유형의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자유롭게 디자인 원리를 표현하시오’, C 유형의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자유롭게 응용하여 표현하시오’였다. 세 유형도 ‘디자인 원리’(A 유형), ‘구성’(B 유형), ‘응용’(C 유형) 등 단어만 다를 뿐 문장과 의미는 동일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주어진 소재의 컬러 변경은 안 됩니다’라는 주의사항도 완전히 일치했다. 

입시미술학원가에 따르면 배재대 사고의 전환(현대·미래·꿈)과 기초디자인(디자인 원리·구성·응용) 실기고사서 나왔던 단어들은 모두 동일한 의미로 해석된다. 

한 입시미술학원 강사는 “수험생들은 입시학원서 어떤 주제가 나와도 단순화해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운다”며 “배재대가 출제한 유형들이 실제 의미는 조금 다르겠지만, 입시미술서만큼은 표현방식·해석·결과물에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는 2017년 학년도 수시 전형서도 2016년 학년도 수시와 유사한 패턴으로 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역시 기초디자인의 문제 유형들이 사고의 전환 문제 유형들과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사진 참조). 

사전 유출 의혹 
혹시 입시비리?

현직 미대 교수와 입시미술을 경험한 미대생들은 “배재대가 수험생을 기망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실기고사 현장서 시험문제를 무작위로 선정하기 때문에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상식적으로 밀봉된 세 문제가 각기 다른 유형이라고 여길 터. 배재대가 이런 허점을 이용해 2015년 수시 실기고사서 수험생들을 사실상 속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배재대 미대가 입시미술학원과 유착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배재대 입학처는 수시 실기고사를 치른 뒤 일주일도 안 돼 한 미술학원으로부터 시험문제와 관련된 항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 배재대 2017학년도 미술디자인학부 수시 전형 당시 출제된 문제다. 사고의 전환 문제 유형들이 기초디자인의 문제 유형들과 겹치는 방식으로 출제됐다.

배재대 내부 관계자는 “한 미술학원 관계자가 학교 측에 ‘시험문제가 유출된 것 같다’며 항의 전화를 했다. 입학처서 시험을 출제한 교수를 불렀는데, 그 이후 그냥 조용히 끝났다”고 말했다. 

미대 실기고사 직전 학원에 시험문제를 교묘히 흘리는 방식의 비리는 수년간 반복돼왔다. 2009년에는 미술학원들이 홍익대 미대 입시 실기고사서 출제된 것과 동일한 석고상을 시험 전날 수험생들에게 그리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여러 유형 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
입시 미술학원과의 유착까지 의심

이 사건은 미술학원가서 ‘시험 전날 일부 학원서 출제될 석고상과 정물이 어떤 것인지 미리 알고, 수험생들에게 연습시켰다’는 의혹이 돌아 수사에 착수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 이후 홍대는 실기전형을 폐지했으며, 모든 미술 계열 신입생을 비실기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현재 미대에 재학 중인 한 대학생은 “시험문제 유출은 그동안 흔했고, 직간접적으로 목격하기도 했다. 학원에서는 이를 ‘적중률이 좋았다’고 표현한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고 말했다.

미대 입시에서는 실기전형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미대와 입시미술학원의 유착은 끊이질 않는다. 2016년 학년도 배재대 수시 신입생 모집요강에 따르면 미술디자인학부의 전형요소별 반영비율 및 배점은 8(실기전형):2(학생부 성적)였다. 전형 총점 1000점서 실기전형 80%, 학생부 교과 성적 20%를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재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대 실기전형은 수험생들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한 입시미술 전문가는 “시험 당일 주제를 발표하는 건 이런 절대성에서 공평성을 담보할 자구책인 셈이다. 이런 공평성이 무너졌을 때 피해는 고스란히 수험생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사실무근…
 문제 없다”

배재대 측은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2016, 2017 학년도 실기고사 출제 문제들을 검토한 결과 이상이 없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시험 당일 입학전형위원장이 입학처장 입회하에 밀봉된 시험문제 중 하나를 선정해 당일 수험생들 앞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시험 출제자의 성향일 뿐 사고의 전환과 기초디자인의 문제는 각기 다른 문제다. 학생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입시 비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배재대 디자인학부 없어지게 생겼다

배재대가 학사구조 개편 과정서 미술디자인학부의 명칭을 바꾸기로 하자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배재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최근 미술디자인학부를 아트앤웹툰학과로 변경하기로 하고 2020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대학 측은 사회 변화에 맞춰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추구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순수미술과 디자인뿐 아니라 웹툰 분야까지 다루는 ‘아트앤웹툰학과’로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트앤웹툰학과로 변경하면 취업에도 유리하고 사회에 나가 보다 다양한 분야서 활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미술디자인학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이런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하루아침에 미술디자인학부가 아트앤웹툰과로 변경되면서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은 갑자기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게 됐다”며 “시각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입시를 치르고 들어온 학생들은 폭력적인 커리큘럼에 의해 원하지도 않는 전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학과 명칭을 변경하면 취업 등 사회 진출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디자인 전공이 아니라 웹툰 전공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기성 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 학생회장은 “재학생들은 학과 명칭이 바뀌더라도 기존 커리큘럼대로 공부한다고 하지만, 학과 명칭이 바뀐 상황서 기존 커리큘럼대로 공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가 되면 미술디자인학부가 사라져 취업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학부모들도 우려를 표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자신의 딸을 입학시킨 한 학부모는 “고등학교 내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입학했는데, 입학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학과가 없어진다고 하니 마치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디자인 전공자가 1학년 시작부터 웹툰학과를 다닌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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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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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