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새삼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고 자연스레 건강에 대한 안부를 주고받는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 간혹 부모님이 어떤 증상을 호소하거나 병원에 방문한 얘기를 들으면 놀라곤 한다. 종합건강검진기관 KMI한국의학연구소의 안지현 내과 전문의와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 알아둬야 할 것을 살펴보자.
대표적인 응급상황은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다. 이때 대개는 심한 가슴통증이나 두통을 호소한다. 진땀이 날 정도로 가슴이나 머리가 아프다면 빨리 응급실로 가는 것이 최선이다.
바로 응급실로
과거 전국 16개 대학병원의 협심증과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 350명에게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가슴통증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후에야 심장혈관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환자가 77%였다. 또한 31%는 가슴통증을 느꼈을 때 급체 등으로 오인해 손가락을 따거나 우황청심원을 먹었다고 응답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도 전문의료기관에 도착하기까지 24시간을 넘긴 경우가 12%나 되었다.
물론 가슴통증과 두통이 있다고 모두가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견디기 어려울 만큼 통증이 심하면 민간요법에 시간을 뺏기지 말고 외래진료실보다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두통의 경우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면 뇌졸중(중풍)일 수 있다.
혈압·혈당 관리는 필수
평소 복용하는 약 알아야
고령일수록 몸이 안 좋으면 모호한 증상을 나타내기 쉽다. 보통 폐렴에 걸리면 열이 나고 기침·가래가 생기지만, 노인의 경우 입맛이 떨어져 식사량이 줄고 자꾸 누우려고 할 수 있다. 말수가 줄어들고 의식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애매하더라도 갑작스러운 증상이 생기고 심해진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증인데도 심한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대신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호소할 수도 있다. 따로 증상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몸이나 다리가 붓거나 겉에서 보기에 예전과 달라 보이면 가볍게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노인일수록 애매한 증상은 질병을 알리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50대 이상이면 대부분 어떤 병 때문이든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콜레스테롤 수치 이상), 골다공증, 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 등이 있다. 부모님이 복용 중인 약의 이름과 종류까지는 알지 못해도 어떤 병으로 약을 복용 중인지는 알아야 한다. 특히 약을 복용하다 중간에 그만두거나 더 이상 진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맛 떨어져 식사량 줄고 자꾸 누우려…
고령일수록 몸 안 좋을 때 모호한 증상
실제로 혈압이나 혈당 등이 잘 조절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의사와 상의 없이 환자가 약을 끊거나 꾸준히 복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질환은 약 복용을 중단해도 당장 증상이 생기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로 쓰러지거나 넘어져 뼈가 부러질 수 있다. 제때 약만 잘 복용해도 상당 부분 관리가 가능하므로 부모님의 약 복용을 꼭 챙겨야 한다. 아울러 부모님이 꼭 복용해야 하는 약 대신 오히려 더 비싸고 효과가 불확실한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으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증상이 생긴 후 질병을 진단하면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아무 증상이 없을 때 미리 백신 예방접종을 하거나 건강검진을 받으면 도움이 되는 질환이 많다. 50대부터는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맞으면 좋고, 노인들은 폐구균 예방접종을 하면 폐렴과 뇌수막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매년 가을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방접종 챙겨야
국가건강검진 등 건강검진으로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을 일으키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은 물론 골다공증 등도 찾아낼 수 있다. 또한 내시경 등 암 검사를 통해 위암 등의 암을 일찍 찾아내면 완치도 가능하다. 부모님이 검진을 잊지 않도록 함께 검진 일자를 잡는 것도 요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