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비상’ OCI그룹의 플랜B

발판 놓다가 발목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OCI가 전문경영인체제로 돌입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이우현 전 사장은 부회장에 머물렀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회사의 몰락을 이유로 들었다. 이 부회장은 최대주주자리까지 내준 상태다. 짊어진 수백억원 상속세의 짐도 무겁기만 하다.
 

석유화학·태양광 기업 OCI의 백우석 부회장이 회장에, 이우현 사장이 부회장에 올랐다. 전문 경영인과 오너 경영인이 호흡을 맞춰 경영하는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OCI는 지난 3월26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백우석 부회장을 회장에, 이우현 사장을 부회장에 각각 승진시키는 한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김택중 사장을 최고경영자(CEO)에 신규 선임했다. 

CEO 체제?
업계도 의아

이번 OCI의 인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표면적으로 문제가 없는 단계적인 승진이지만, OCI는 이수영 전 회장 별세 후 2년여간 회장직을 공석으로 비워뒀고 어느 정도 때가 되면 이우현 부회장이 이 자리에 오를 것으로 판단한 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그간 OCI의 기업설명회나 주주총회에 모습을 드러냈고 회사의 경영 성과와 향후 목표들을 직접 발표하는 등 ‘오너 경영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이 부회장의 경영 카리스마가 주주와 업계서 인정받고 있었던 터였다. 

지난달 1일 공시된 OCI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우현 부회장은 사장일 당시 백우석 전 부회장보다 연봉이 높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총 15억9600만원을 수령했으며 백 회장은 같은 기간 14억98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 부회장과 백 회장의 상여금은 8억3700만원으로 동일했지만 급여와 기타 근로소득이 상이한 결과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기본급서 자녀학자금 2000만원을 수령했고 기타 근로소득을 포함한 업무용 차량지원 관련 금액서 백 회장보다 7500만원가량을 더 수령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장이 부회장보다 연봉이 1억원가량 높은 모양새가 됐다.

OCI그룹에서는 모두의 예상의 뒤엎고 전문 경영인인 백우석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앉게 됐다. OCI에 따르면 백 회장은 OCI의 전신인 동양제철화학서부터 44년간 근무하며 이회림 명예회장, 이수영 회장, 이우현 부회장 등 오너 일가를 지근거리서 보좌해왔던 인물이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지 못한 이유로 지분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고 이수영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지분을 상속받았다. 그러나 상속세 납부를 위해 증여받은 주식의 일부를 처분하면서 개인 최대주주 자리를 이화영 유니드 대표이사 회장에게 내준 상태다. 이화영 회장은 이수영 전 회장의 막냇동생이다.

이우현, 바로 회장?…예상 깨고 부회장
최대주주 내주고…지분 문제 의식했나?

지난해 연말 기준 이 회장의 지분율은 5.43%로 이 부회장(5.04%)보다 0.39%포인트 많은 상태다.  

또 이회림 창업주의 차남인 이복영 이테크건설·삼광글라스 회장 또한 5.02%의 OCI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의 격차는 불과 0.02%포인트다.  업계에선 이러한 상황서 곧바로 회장직에 오르는 것은 지분 문제상 시장서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대물림을 위해 준비한 넥솔론의 실패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있다. 


동양제철화학(현 OCI)은 2007년 7월 일관체제 구축을 위해 넥솔론을 설립했고, 2008년 9월 전북 익산에 공장을 완공하고 OCI가 공급하는 폴리실리콘을 원재료로 본격적으로 태양광 발전용 잉곳·웨이퍼 생산에 들어갔다.

설립의 주체는 OCI 오너 3세이자 고 이 회장의 2남1녀 중 두 아들인 이우현 부회장과 이우정 전 넥솔론 사장이었다. 이 부회장과 이 전 사장이 초기 자본금(110억원)을 전액 출자, 각각 지분의 50.0%(101만주)를 소유했다.
 

▲ 이우현 OCI 회장

당시 이 부회장의 나이는 40세로 2005년 OCI 전무로 입사한 이래 사업총괄 부사장(CMO)을 맡아 경영승계 단계를 속도감 있게 밟아나가던 시기다. 반면 넥솔론 출자 전 이 부회장이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라고 해봐야 OCI가 거의 전부였고, 지분도 1% 남짓이었다.

승승장구하다…
승계 위한 한방

이런 당시 정황에 비춰보면 넥솔론은 후계 승계를 위해 준비된 계열사라고 볼 수 있다. 넥솔론의 성장세에 따라 향후 OCI 지분 확대 및 부친의 지분증여나 상속 등에 대비한 재원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어서다.

처음 넥솔론의 성장은 폭발적이었다. 설립 3년 만인 2010년 매출(연결기준) 4510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매년 흑자가 이어지며 456억원에 달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이 앞다퉈 찾아올 정도였다. 이듬해 10월 증시 상장은 예정된 수순으로 생각됐다. 

FI 자금 유치 등으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상장 직후 이 부회장의 넥솔론 보유지분은 19.42%(1733만3320주)나 됐다. 동생 이 전 사장도 19.62%(1750만6650주)를 갖고 있었다. 형제 지분이 도합 39.04%(3483만9970주)에 달했다.

상장 당시 넥솔론에 매겨진 몸값은 주당 4000원(상장공모가·액면가 500원)이었다.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도 693억원으로 평가됐다. 또 상장 직후 넥솔론의 주가가 6060원까지 뛰자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1050억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넥솔론이 상장한 지 얼마되지 않아 세계 태양광 시장은 장기 불황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이 지속된 결과다. 중국 저가 태양광업체들의 난립도 한몫했다.

글로벌 침체
갑자기 폭망

OCI의 매출은 상장 첫 해인 2011년 5880억원을 찍은 뒤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며 2016년에는 155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영업이익 또한 2011년 적자로 돌아섰고 이후 많게는 1001억원서 적게는 226억원까지 한 해 평균 5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외부에서 끌어다 썼기 때문에 차입금 부담도 적지 않았다. 2009년 1150억원 수준이던 총차입금은 2011년 말 585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로도 차입금은 줄지 않아 2015년 말에도 5120억에 달했다.


저조한 영업수익성에 차입금 부담마저 컷던 탓에 순익은 2015년(2650억원)을 제외하고, 2011∼2016년 동안 적게는 241억원에서 많게는  4015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이어졌다.
 

▲ 넥슬론

이 부회장이 넥솔론 상장 전 출자한 자금은 87억원이다. 여기에 넥솔론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12년 10월(553억원)과 2014년 3월(143억원)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101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2월 OCI 지분 0.4%(9만4500주)를 블록딜을 통해 191억원(주당 20만2500원)을 받고 매각하기도 했다. 시기적으로 볼 때 넥솔론 추가 출자자금 용도로 풀이된다.

승계 위해 설립한 넥솔론…결국 공중분해
상속세 절반 납부했지만 아직 수백억 남아

후계 승계를 위해 OCI 지분을 늘려도 모자랄 시기에 넥솔론을 건사하느라 얼마 되지 않는 지분마저 내다 팔아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월 고 이수영 회장의 지분상속(10.92% 중 5.62%) 직전, 이 부회장의 지분이 고작 0.5%(12만251주)에 불과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의 노력에도 넥솔론의 결손금은 계속 불어 2014년 말에는 자본총계가 -3750억원에 달했다. 이어 2016년 말 완전자본잠식(-508억원) 상태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됐다.


2014년 8월 법정관리 이후 진행해왔던 회생절차마저 실패했다. 2015년 말부터 총 3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유찰됐다. 급기야 지난 2017년 4월 전액 자본금 자본잠식으로 유가증권시장서 상장폐지됐다. 이로써 OCI는 139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 태양광 발전.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넥손론은 재무개선 중인 2015년 2월 이 부회장과 이 전 사장 양대주주를 대상으로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이 부회장은 소유지분 17.75%(2564만5008주) 중 97%에 대해 무상소각을 당했다. 이어 잔여지분 0.59%(83만1168주)도 FI의 담보권 실행으로 사라졌다. 

이 부회장이 넥솔론에 집어넣은 자금은 총 188억원이다. 이 중 지분매각을 통해 회수한 자금이라고 해봤자 2013년 1월 14.13% 중 0.26%(32만2580주) 매각을 통한 5억4100만원이 전부다.

갈 길 멀었다 
뼈아픈 기억

이 부회장이 단기간에 OCI 최대주주의 지위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상속지분의 일부를 팔아 절반가량을 납부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최장 4년간 해마다 100억원씩 상속세를 물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마저도 보유하고 있는 재원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  OCI 주식을 담보로 빚을 내 충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게 넥솔론의 실패는 여러모로 뼈아픈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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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