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정권’ KPX그룹 이상한 거래 추적

자회사 물건 계열사에 판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끝이 한 중견그룹을 향하고 있다. 대상은 KPX그룹. 공정위는 KPX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방점을 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중견그룹 조사 예고가 현실에 가까워지면서 KPX그룹을 향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중심에 있는 그룹의 계열사를 주목한다. 해당 계열사는 회장의 장남 개인회사로 2세 구도 개편에 상당한 역할을 해낸 바 있다.
 

▲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중견그룹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재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중견기업 KPX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주요업무 추진계획 브리핑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의 폭을 대기업서 중견기업으로 확대,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중견기업의 사익편취 행위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익편취
중점적 조사

공정위는 KPX그룹의 주력 자회사 ‘KPX케미칼’과 오너 일가 지분 100% 소유의 계열사 ‘씨케이엔터프라이즈(전 삼락상사)’, 그룹의 베트남 현지 법인 ‘VINA FOAM CO., LTD.’ 간 거래에 주목하고 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감사보고서(2018.12)에 따르면 당사는 지난해 KPX케미칼로부터 52억2638만3513원의 제품을 매입, VINA FOAM에 67억9473만7704원에 팔았다. 오너 일가 소유의 그룹 계열사가 그룹 자회사의 물품을 구입해 그룹 계열사에 파는 등 특수관계자 거래를 맺은 것이다.

공정위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통행세 수취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실질적 역할 없이 자회사와 계열사 간 거래 중간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에 따르면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공정위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KPX그룹은 중견 화학그룹사다. KPX그룹은 지주회사 KPX홀딩스를 비롯해 여러 계열사로 구성돼있다. KPX홀딩스의 사업보고서(2018.12)에 따르면 그룹의 2018년 기말 계열회사는 총 31개다. 세부적으로 상장사 8개와 비상장사 18개, 비상장 해외법인 5개다.

상장사는 KPX홀딩스와 그룹의 핵심 자회사 KPX케미칼을 비롯해 그린케미칼, KPX라이프사이언스, 진양홀딩스, 진양산업, 진양화학, 진양폴리우레탄 등이다.

비상장사는 오너 일가 100% 소유의 씨케이엔터프라이즈와 KPX개발, KPX글로벌, 진양AMC, 진양물산, 진양개발, 진양모바일, 한림인텍, 세일인텍, 진례산업, 건덕상사, 관악상사, 경향흥산, 경향AMC, 티지인베스트먼트, 보현, 진양, 평창인베스트먼트 등이다.

30개 넘는 계열 보유한 중견화학사
국내 넘어 해외까지…다방면서 활약

비상장 해외법인은 앞서 언급된 VINA FOAM을 포함해 중국 소재의 KPX CHEMICAL(NANJING) CO., LTD와 미국 소재의 KPX CHEMICAL(GEORGIA) CO., LTD., 인도 소재의 KPX CHEMICAL(INDIA) PVT., LTD., 베트남 소재의 KPX VINA CO., LTD. 등이다.

KPX그룹은 크게 유기화합물제조업과 유기화합물판매업, 폴리우레탄제품제조업, 합성수지제품제조업, 자동차부품제조업, 의약품중간체제조업, 액체화물보관업, 부동산업, 골프장운영업 등을 다룬다.

유기화합물제조업은 KPX케미칼과 KPX CHEMICAL(NANJING)이, 유기화합물판매업은 KPX CHEMICAL(GEORGIA)과 KPX CHEMICAL(INDIA)이 맡고 있다. 폴리우레탄제품제조업은 진양산업과 진양폴리우레탄, 진양폼테크, VINA FOAM, 진례산업이 수행하고 있다.


합성수지제품제조업의 경우 진양화학이, 자동차부품제조업의 경우 세일인텍과 한림인텍 그리고 진양모바일이, 의약품중간체제조업의 경우 KPX라이프사이언스가 활동하고 있다. 액체화물보관업은 KPX글로벌과 KPX VINA가 주축이다.

부동산업에는 KPX개발, 진양물산, 진양AMC, 씨케이엔터프라이즈, 평창인베스트먼트, 경향AMC 등이 맡고 있다. 건덕상사와 관악상사, 경향흥산, 티지인베스트먼트, 보현 등은 건물 임대업을 담당하고, 진양은 상품 종합도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린케미칼과 진양홀딩스는 각각 계면활성제제조업과 기타 플라스틱제품제조업을 운영 중이다. 골프장운영업에는 진양개발이 전면에 있다.

자동차부품
부동산까지

종속기업 현황서 직접지분보유회사는 KPX홀딩스와 KPX케미칼, 진양홀딩스, 진양산업으로 총 4개사이다. KPX홀딩스의 종속기업은 KPX캐미칼과 KPX라이프사이언스, KPX개발, KPX글로벌, KPX VINA, 진양홀딩스 등 6개다. KPX케미칼의 종속기업은 KPX CHEMICAL(NANJING), KPX CHEMICAL(GEORGIA), KPX CHEMICAL(INDIA)로 총 3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PX케미칼이 KPX홀딩스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된 까닭은 다른 주주와의 약정으로 과반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진양홀딩스의 종속기업은 진양산업과 진양화학, 진양폴리우레탄, 진양물산, 진양폼테크, 세일인택, 한림인택, 진양AMC, 진양개발, 진양모바일로 10개사다. 마지막으로 진양산업의 종속기업은 VINA FOAM과 진례산업이다.
 

한편 진양개발은 지난해 3월29일 불균등유상감자로 인한 지분율 감소로 연결범위서 제외됐다. 또 진양폼테크는 지난해 4월1일 폴리우레탄제품제조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후 진례산업을 설립했고, 부동산임대부문은 진양물산에 흡수합병됐다. 진양홀딩스는 진례산업의 지분을 진양산업에 매각했고, 지난해 7월6일 진양모바일의 지분 100%를 취득, 종속기업에 포함됐다.

지배회사 KPX홀딩스 소유 종속회사의 최근사업연도말(2018년 12월 말) 재무상태표상 자산총액이 회사 자산총액의 10% 이상인 주요 종속회사는 KPX케미칼, KPX CHEMICAL(NANJING), KPX라이프사이언스, KPX개발, KPX글로벌, 진양홀딩스, 진양화학, 세일인텍, 진양산업, 진양AMC, 진양물산 등 11개사다.

반면 자산총액의 10% 미만인 종속회사는 KPX VINA, KPX CHEMICAL(GEORGIA), KPX CHEMICAL(INDIA), 한림인텍, 진양폴리우레탄, 진례산업, 진양모바일, VINA FOAM 등 8개사다.

KPX홀딩스의 연혁은 1974년 7월 KPX케미칼서 시작한다. KPX케미칼은 폴리우레탄원료 PPG사업 이후 2004년 1월 전자재료사업에 진출했다. 이듬해 4월 KPX라이프사이언스와 2006년 지주회사 KPC홀딩스가 설립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주권 재상장에 이어 11월 현물출자를 통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해 12월에는 KPX케미칼 중국 난징공장을 준공하기에 이른다.

오늘날의 KPX홀딩스 상호는 2008년 9월에 만들어졌다. 이듬해 10월 KPX개발이 자회사로 편입됐고, 12월 KPX문화재단이 설립됐다. 2010년 11월 진양홀딩스가 자회사로 편입됐고, 10월에는 공덕동 KPX빌딩으로 본점이 이전됐다.

2014년 3월 KPX CHEMICAL(GEORGIA)이 종속회사로 편입됐고, 6월 KPX바이오텍의 자회사 탈퇴로 자회사는 총 6개사가 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KPX화인케미칼과 KPX인더스트리가 각각 자회사를 탈퇴하고 편입하면서 자회사는 다시 총 6개사가 됐다.


2017년 3월 KPX인더스트리의 상호가 KPX글로벌로 변경됐고, 5월 KPX CHEMICAL(INDIA)이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같은 해 9월에는 KPX그린케미칼의 자회사 탈퇴로 자회사는 총 5개사로 변경됐다.

2017년 12월 KPX VINA가 설립되면서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같은 달 연결대상범위 변동에 따라 진양홀딩스와 그 종속회사는 KPX홀딩스의 종속회사로 편입됐다(진양홀딩스, 진양산업, 진양화학, 진양폴리우레탄, 진양개발, 진양AMC, 진양물산, 진양폼테크, 한림인텍, 세일인텍, VINA FOAM).

지난해 3월에는 진양개발이 종속회사를 탈퇴했고, 4월에는 진양폼테크의 종속회사 탈퇴와 진례산업의 종속회사 편입이 있었다. 같은 해 7월에는 진양모바일이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떨고 있는
양씨 일가

KPX홀딩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24억원이다. 매출원가는 9172억원이다.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은 1051억원,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는 712억원이다. 영업이익(매출총이익-판관비)은 338억원(대손상각비 6524만원 환입), 당기순이익은 147억원이다.

KPX홀딩스의 2016·2017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각각 6965억원과7533억원이다. 매출원가는 5961억원과 6656억원이다. 매출총이익은 1003억원, 876억원이다. 판관비는 477억원과 493억원이고, 영업이익은 각각 522억원(대손상각비 3억원), 364억원(대손상각비 18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각각 534억원과 583억원이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한편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KPX케미칼로부터 물품을 사들이고 이를 VINA FOAM에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2016년 KPX케미칼로부터 45억원가량의 제품을 매입하고, VINA FOAM에 63억원어치를 판매했다. 2017년에도 동일하게 KPX케미칼로부터 45억원어치의 제품을 매입, VINA FOAM에 62억원에 팔았다.

지난해엔 KPX케미칼로부터 52억원의 제품을 사들여 VINA FOAM에 67억원에 팔았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2016·2017·2018년 매출액은 66억원과 68억원, 76억원이다. 매출원가는 각각 46억원과 46억원, 53억원으로 매출총이익은 20억원과 22억원, 23억원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3년 동안의 판관비는 각각 9억원과 6억원, 7억원, 영업이익은 11억원과 16억원, 16억원이다. 2016년부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7억원, 25억원, 34억원을 기록했다.

일감 몰아주기·통행세 수취 집중 조사
의혹 계열사=장남 개인회사 승계 차질?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의 장남 양준영 KPX홀딩스 부회장의 개인회사다. 양 회장은 그룹 후계자로 양 부회장을 낙점, 지배구조 재편에 나섰다. 꾸준히 KPX홀딩스의 지분을 늘려오던 양 회장은 지분의 처분을 시작했다. KPX홀딩스의 사업보고서(2012.12)에 따르면 양 회장의 지분 23.81%는 23.68%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양 회장의 지분은 이를 기점으로 22.94%, 21.72%, 20.60% 등으로 감소, 19.64%까지 떨어졌다.

양 부회장은 양 회장의 지분을 재매입했다. 양 회장의 처분 전까지 양 부회장의 지분은 5.74%였다. 당시에는 차남 양준화 그린케미칼 사장의 지분이 7.92%로 더 높았다. 그러나 승계구도에 따라 양 부회장의 지분은 기존 5.74%서 6.51%, 6.86%, 7.37%, 7.61%로 상승, 10.40%까지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양 부회장의 아들 재웅씨의 지분도 상승했다.

재웅씨의 지분은 동일한 시기 0.10%서 1.52%, 1.59%, 1.63%, 1.80%, 2.11%, 2.16%, 2.21%까지 늘었다.
 

반면 양 사장은 기존 지분 7.92%서 7.25%, 6.61%, 6.44%, 6.40% 등으로 하락하다 지분을 전량 처분, KPX홀딩스 경영권과 완전히 분리됐다. 양 사장의 지분 전량 처분과 함께 KPX홀딩스 역시 그린케미칼의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그린케미칼의 사업보고서(2017.12)에 따르면 KPX홀딩스는 그린케미칼 보유 지분 23.78%를 전량 처분했다.

양 사장은 KPX홀딩스서 멀어지는 대신, 본인과 개인 회사를 통해 그린케미칼의 60%가 넘는 지분을 확보했다.

양 부회장의 개인회사이자 공정위가 주목하고 있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KPX홀딩스에 대한 지분율은 양 부회장의 KPX홀딩스 지분 확보 시기와 동일하게 상승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KPX홀딩스 보유 지분은 0.92%에 그쳤지만, 1.88%, 2.93%, 4.17%, 4.99%, 5.72%, 10.39%로 증가해 11.24%까지 상승했다. 양 부회장(10.40%)보다 높은 수치다. 

결국 양 부회장은 23.85%(본인+개인회사+아들)의 지분으로 양 회장(19.64%)을 넘어 사실상 KPX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우뚝 섰다.

후계자는 누구?
2세 구도 주목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KPX그룹의 장자승계 과정에서 톡톡한 역할을 해냈다. 다만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공정위 사정권에 들어오면서 KPX그룹의 2세 구도에 귀추가 주목된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KPX의 핵심 자회사인 KPX케미칼과 거래한 점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KPX케미칼은 KPX그룹의 핵심 자회사로 그룹의 자산과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양 부회장은 KPX홀딩스의 지분을 늘려가면서 오너십을 확보, 사실상 KPX케미칼의 경영권까지 확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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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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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