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손학규·정동영 ‘올드보이 3인방’ 사생결단 고지전

마지막 정치인생을 불태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정국을 강타할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차기 정국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다. 다만 여야 누구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지 못했다. 민심의 향배를 예측하기 어려울뿐더러 정계개편의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모든 시선은 당 지도부로 향하고 있다. 화려한 복귀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판한 올드보이들이다. 이들은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까.
 

▲ (사진 왼쪽부터)이해찬(더불어민주당)·손학규(바른미래당)·정동영(평화민주당) 대표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은 가빠지고 있다. 각 정당은 전열 가다듬기에 여념이 없다. 출마 예정자들은 벌써부터 지역구 다지기에 들어갔다. 몇몇은 출마 지역구를 지목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당 지도부는 복잡한 정치셈법의 정중앙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총선 준비
본격 착수

총선은 정국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그간 총선은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다. 집권 여당은 현 정부의 동력 상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저마다 사활을 걸곤 했다. 21대 총선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각 정당들의 이번 총선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게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지난 4·3보궐선거서 한국당은 국회의원 1석과 기초의원 2석을 차지하면서 기세를 모았다. 민주당은 후보를 낸 지역서 모두 패배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제3지대’ 시나리오와 함께 언급되고 있다. 그만큼 현재 상황서 총선을 준비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바미당은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미당 내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도화선은 지난 4월 보궐선거였다. 예상치보다 낮은 득표율이 결정적이었다. 당장 지도부의 총사퇴 요구가 있었고,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불거졌다.

평화당은 3지대 구축에 힘쓰고 있다. 평화당은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형성에 따른 내분을 겪은 뒤, 3지대를 통한 총선 생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평화당 의원들은 바미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과 접촉 중이다. 호남을 연결고리로 3지대를 구축하겠다는 분석이다.

현재 민주당과 바미당, 평화당 모두 여러 변수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당 대표들의 속내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해당 변수들이 총선 과정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흔들리는 리더십…재기 발판은?
손, 내홍 격화에 ‘추석 10%’ 배수진
정, 3지대 구축 군불 때기…가능성은?

3당 대표들은 이른바 ‘올드보이’다. 지난해 이들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직을 맡게 됐다. 상당한 정치적 중량감을 자랑하는 올드보이들이 복귀하면서 관심이 쏠렸는데 동시에 기대도 컸다. 다만 오늘날 올드보이들이 처한 상황은 지난날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4월 보궐선거 이후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겉으로 드러난 보궐선거의 성적표는 무승부였다. 그러나 사실상 여권이 패배했다는 목소리가 당 내외서 제기됐다.

창원성산서 민주당의 단일화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당선됐지만 한국당과 매우 근소한 격차였다. 선거 과정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 비하 발언,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축구장 선거 유세 논란이 막판 표심을 움직였다는 평이 있었다.


결국 진보진영이 한국당의 자충수로 창원성산서 겨우 승리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한국당이 기세를 선점한 것 역시 이 대표에게 치명적이다. 한국당은 선거 과정서 ‘정권 심판론’을 주창했다. 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는 야당에서 펼치는 선거전략 중 하나다. 한국당은 4월 보궐선거 결과를 통해 정권 심판론이 통한다는 점을 인지했다.
 

▲ ▲▲ 손학규 대표에게 모욕적 언사를 했다는 이유로 현재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최근 황 대표가 민생대장정에 나선 이유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한국당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을 효과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경제 문제를 선택, 정권 심판론과 결부시킬 수 있는 요소로 여길 공산이 크다.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한국당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총선 결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당 안팎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바 있다. 이 대표는 분위기 전환의 일환으로 내달 실시될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안일?
신중?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김태년·노웅래·이인영 의원의 3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김 의원은 당선이 유력시되는 후보 중 하나다. 김 의원은 친문(친 문재인)계뿐 아니라 당 지도부로부터 지지를 받는 후보로 알려져 있다. 이해찬계인 김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서 승리한다면 이 대표는 김 의원과 함께 민주당 투톱 체제를 구축, 리더십 제고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이 대표에게 나쁘지 않다. 당 대표가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당내 우려의 목소리가 비교적 줄어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추석 10%’와 함께 대표직을 걸었다. 추석 전까지 당 지지율 10%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당 대표직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손 대표의 배수진은 최근 어수선한 당내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바미당은 내부 갈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의 보이콧은 그 결정체다.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의 책임을 언급하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이와 관련해 한 국회 관계자는 “언제 쪼개져도 어색하지 않다”며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들이 회동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바미당은 이언주 의원의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기점으로 분당 분위기가 본격화됐다”고 덧붙였다.

분열, 파산…
위기의 시작

그간 바미당은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화합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했다. 상황이 악화된 건 4월 보궐선거 결과와 차기 총선에 대한 우려였다. 창원성산에 출마한 바미당 이재환 후보는 3%대의 득표율에 그쳤다. 이 후보는 민중당 손석형 후보보다 뒤쳐져 4위에 머물렀다. 당내서 차기 총선서 당의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증폭된 것이다.


일각에선 손 대표가 추석 민심을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 때까지 10%를 넘지 못할 경우 당 분위기는 지금보다 더 과격해지고,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며 “민심서 멀어진 뒤 대표직서 물러나는 것은 오히려 당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유승민·안철수 전 바른정당 공동대표

한편 최고위 보이콧에 앞장섰던 하 의원은 지난 1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언급했다.

이날 하 의원은 “대다수 지역위원장과 당원들은 손 대표 체제로 가면 당이 안락사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사태의 본질은 올드보이 리더십의 파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로 가든지 해서 (안 전 공동대표를)만나보려고 한다. 다만 당장 이번 달은 아니고, 내부가 수습되고 난 후”라고 덧붙였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3지대를 통해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점쳐진다. 바미당 내 호남출신 의원들이 그 대상이다. 호남정당을 표방하는 평화당은 호남을 공통분모로 3지대를 꾀할 것으로 예측된다.

복귀는 동시에, 지금부턴 제각각 
선거전 박차…머리 싸맨 지도부


이미 물밑 접촉은 시작됐다. 지난 16일 바미당 박주선 의원과 평화당 의원 8명은 만찬 회동을 가졌다. 박 의원의 지역구는 광주 동남갑이다. 이날 정 대표를 비롯해 유성엽 최고위원과 박지원 의원, 조배숙 의원 등이 참여했다. 평화당 권노갑·정대철 상임고문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먼저 자리를 뜬 바미당 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계개편 회오리 속에서 바미당은 소멸되지 않겠느냐는 회의적 관점과 국민적 인식이 커서 이걸 불식하기 위해서 세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 국민의당서 같이 했던 분들이 평화당에 있고 그분들도 함께 하자고 이야기를 하니, 우리 정치권서 세를 확대하는 데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지 않나”라며 “우리에게는 동질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들의 회동은 올해 초부터 계속됐다. 지난 1월 박 의원과 바미당 김동철 의원은 평화당 권노갑·정대철 상임고문과 만나 제3정당 구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광주 광산구갑으로 호남 지역이다.

지난 2월에는 바미당 박 의원과 김 의원, 평화당 장병완·황주홍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서 ‘한국정치발전과 제3정당의 길’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공동 주관했다. 당시에도 호남과 국민의당을 공통고리로 한 이들의 만남을 두고 여러 해석이 제기됐다.

호남 출신
공통고리

평화당의 3지대 구축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은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면 3지대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평화당은 지난 4월 보궐선거 이후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형성을 두고 주목을 받았다. 과거 평화당과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합의, 비교섭단체서 교섭단체 자격을 부여받았다. 정의당서 고 노 전 의원의 빈자리를 여영국 의원의 당선으로 채웠지만, 평화당 내에선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이견이 있었다. 결국 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합의는 무산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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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