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항공 재벌’ 박삼구, 영욕의 30년 풀스토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4.22 10:12:22
  • 호수 1215호
  • 댓글 0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설립 31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서 분리된다. 대기업서 중견기업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무리한 사세 확장과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간 분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그야말로 영욕의 30년이 막을 내렸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여러분이 그렇듯이 제게도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이곳서 여러 유능한 임직원과 함께 미래와 희망을 꿈꿀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아시아나 임직원 여러분, 이제 저는 아시아나를 떠나 보냅니다. 여러분들은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만, 고생한 시간을 보내게 한 것 같아 미안합니다.”

막을 내리다

금호산업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 공평동 본사서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3.47%(6868만8063주)를 매각하기로 한다는 수정 자구안을 의결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금호고속은 금호산업 지분의  45.3%를 보유하면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금까지 키워냈던 운송사업 중에서도 핵심인 아시아나항공을 떠나 보내게 됐다. 이는 한때 재계 7위까지 차지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실상 중견그룹으로 추락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1945년 광주서 태어난 박 전 회장은 창업주인 고 박인천씨의 5남3녀 중 삼남이다. 박 회장은 아버지가 택시 두 대로 일으킨 금호타이어(옛 삼양타이어)에 1967년 입사했으며, 1980년 당시 나이 35세에 금호실업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는 2001년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으며 2002년 둘째 형인 고 박정구 회장에 이어 금호아시아나 회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력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은 IMF 경제 위기 이후 거의 매년 1000억원대의 순적자를 기록했고, 박 전 회장은 2002년 제4대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호타이어 중국 톈진 공장을 일본 브릿지스톤에 매각하고, 금호타이어의 지분 50%를 군인공제회에 넘기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그룹의 재건을 위해 외형 확장에 주력했다. 특히 대우건설·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는 박 전 회장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최악수였다. 그룹 해체와 유동성 위기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은 2005년 6조4000억원에 대우건설 인수를 강행하며 투자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때 금호아시아나는 3조5000억원가량의 ‘빚’을 냈다. 특히 재무적 투자자들과는 약정한 가격대로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백옵션’ 계약을 맺고 자금을 지원받았다. 금호아시아나는 투자자들에게 2009년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을 밑돌면 그 가격에 주식을 되사들이기로 약정했다. 

당시 시장 예상가보다 2조원 이상 높은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과 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막대한 금액을 차입하며 ‘승자의 저주’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08년 말 금융위기가 터지자 ‘마법’ 같던 풋백옵션이 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풋백옵션의 약정일은 다가오는데 대우건설의 주가는 1만2000원대에 머물렀다. 금호아시아나는 4조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가 됐다. 결국 2009년 6월 인수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되팔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매각이 지연되면서 2009년 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다른 계열사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갔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구조조정 방식의 일종인 자율협약 절차를 신청하는 등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이때부터 형제 간의 우애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빚 경영, 형제의 난, 미투…
재계 7위서 60위권 밖으로


대우건설·대한통운의 인수 책임을 둘러싸고 박 전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2009년 말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결국 2010년 법정관리의 길을 걷게 된다. 이때 형제 간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이자 박 전 회장이 동생을 대표이사직서 해임했고, 자신도 명예회장으로 퇴진하는 등 강수를 뒀다. 2015년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을 필두로 8개 계열사가 그룹에서 계열 분리됐고, 현재까지 독자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두 사람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박 전 회장은 박찬구 회장과 ‘금호’ 상표권 분쟁 등 10건이 넘는 송사를 벌였다. 현재까지 민·형사상 소송은 진행 중이다. 경영서 한발 물러났던 박 전 회장은 2010년 채권단의 요구로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복귀 직후 대우건설과 금호렌터카를 팔았고, 2011년 대한통운까지 매각해야 했다. 금호타이어도 자금난에 빠져 산업은행으로 넘어갔고, 결국 지난해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이 가운데 박 전 회장은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오너 리스크’가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기내식 공급 대란’을 겪었고, 기내식 납품을 맡게 된 업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협력업체에 대한 ‘쥐어짜기’ 논란이 일었다.

또 박 전 회장은 여성 승무원들을 행사에 강제로 동원하고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두 사건은 형사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오너 리스크를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룹 연간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대표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1월 시세가 2000억원으로 알려진 인천국제공항의 격납고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다. 항공사 운영에 필수인 격납고까지 담보로 잡아야 할 만큼 다급한 유동성 위기였다.

절정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22일 ‘한정’ 의견의 감사보고서를 받으면서 주식거래가 중지된 사건이다. 나흘 만에 ‘적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며 관리종목 지정 해제 등 시급한 문제를 해결했지만 부실경영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졌다. 

수정된 최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282억원으로 전년대비 -88.5%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95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으며, 부채는 수정 전보다 1400억원이나 늘었다. 

‘회계꼼수’로 수백억원의 부실을 숨기려고 했다는 비판은 분식회계 의혹으로 번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현재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떨어질 경우, 지난해 말 기준 1조1328억원에 달하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을 즉시 상환해야 할 상황도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금호산업의 주주총회서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의결될 예정이었다. 당시 총회는 박 회장의 부실경영 책임을 묻는 청문회 성격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가 박 전 회장이 31.%의 주식을 보유한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끝?


이에 따라 박 전 회장은 주총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2개 계열사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재계에선 사실상 그룹 재건에 실패한 박 전 회장의 ‘불명예 퇴진’이라고 평가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