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는 ‘인도적 지원을 위한 메커니즘’ 프로그램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백신을 공급받아 그리스 키오스, 사모스, 레스보스 섬의 난민 아동을 대상으로 폐렴구균 백신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고소득 국가에서 저렴한 가격에 접종이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적 지원을 위한 메커니즘은 2017년 5월 WHO, 유니세프, 국경없는의사회, 세이브더칠드런이 공동으로 발족한 프로그램으로 시민 단체와 유엔 산하기구가 인도적 지원을 위해 아동에게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할 경우 아동 1명당 9달러에 예방접종을 제공할 수 있다. 폐렴은 전 세계적으로 5세 미만 영유아의 사망 원인 1위인 질병으로 난민 캠프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아동들은 특히 폐렴 발병 위험이 더 높다.
현재 화이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만이 폐렴구균 백신을 생산하고 있는데, 아동 필수 예방접종 백신들 중 가장 가격이 높다. 제약 회사와의 백신 가격 협상에 반대하는 미국에서는 아동 1명당 폐렴구균 백신 가격은 540달러다. 한국의 경우 220달러 정도가 든다.
전 세계 아동 사망 원인 1위·백신 가격↑
‘인도적 지원을 위한 메커니즘’으로 저렴
폐렴구균 백신은 기존 제약사의 특허권으로 인해 신규 제약사의 진입이 어려워 가격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 제약사가 가장 높은 수준의 폐렴구균 백신을 개발 중이었으나 한국에 설정된 특허로 인해 출시가 좌절되기도 했다. 현재 EU, 중국, 인도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화이자의 폐렴구균 백신 특허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거나 취소되었다.
아포스톨로스 베이지스 국경없는의사회 그리스 의료 운영 지원부 박사는 “폐렴은 백신으로 쉽게 예방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백신 가격으로 인해 아동들은 폐렴 발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백신이 인도적 지원을 위한 메커니즘에 포함돼 위기 지역의 아동이 저렴한 가격으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적 지원을 위한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소수의 저소득 국가 내 단체들이 활용해왔으며 국경없는의사회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니제르, 나이지리아, 남수단, 시리아에서 아동 예방접종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백신은 폐렴구균 백신 하나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많은 백신으로 혜택이 확대돼 인도적 위기에 놓인 새로운 지역에서 예방접종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의 수잔 쉴레 백신 정책 자문은 “국경없는의사회는 제약사들이 각국 정부와 국경없는의사회 등 인도적 단체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백신을 제공해 취약한 상황의 아동들에게 예방접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메커니즘은 폐렴구균 백신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자 만든 임시 방편일 뿐”이라며 “제약사들이 백신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여 기업의 탐욕으로 인해 생명을 잃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