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시험대 오른 조원태·박세창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4.16 11:10:21
  • 호수 1214호
  • 댓글 0개

‘아버지는 없다’ 불안한 홀로서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퇴진으로 항공업계에 ‘3세 경영 시대’가 열리게 됐다. 한진·금호 그룹은 각각 총수 별세와 재무리스크 등의 악재로 강제적인 경영 승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승계의 핵심인 두 아들, 조원태·박세창 사장에게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다.
 

 

육(한진)·해(한진해운)·공(대한항공)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의 물류기업인 한진그룹서 2세 경영이 본격화된 것은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이 별세한 2002년부터다. 당시 장남인 고 조양호 회장은 항공과 육운사업을, 차남인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은 중공업을, 삼남인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은 해운을, 사남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계열사를 각각 물려받았다. 

강제적 승계
쏠리는 관심

하지만 아버지의 유산을 둘러싸고 형제 간의 분쟁이 발생하면서 각 회사는 남과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분쟁 이후 한진가는 영욕의 세월을 겪어야 했다. 

2세 중 먼저 퇴장한 것은 2006년 별세한 삼남 고 조수호 회장이다. 경영권은 아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에게로 넘어갔지만, 한진해운은 해운업계 불황의 파고를 뚫지 못하고 2017년 파산했다.

차남인 조남호 회장 역시 한진중공업의 경영권을 잃었다. 조선업 불황에 직면한 한진중공업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6784억원에 이르는 출자전환을 단행한 데다, 지난달 말 주주총회서 사내이사직의 재선임에 실패했다.


장남인 고 조양호 회장은 승계 후 20년간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잇따른 자녀들의 갑질 논란은 그의 말년을 괴롭혔다. 정치권·시민사회의 비판이 잇따르면서 지난달 27일엔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에 실패하며 경영권을 상실했다.

한진가 2세 중 유일하게 경영권을 지키고 있는 이는 막내인 조정호 회장이다.

박인천 금호그룹 회장이 창업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84년 2세 체제 출범 이후 약 25년간 ‘형제경영’의 전통을 이어왔다. 장남인 고 박성용 회장,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 삼남인 박삼구 전 회장까지 형제경영은 순탄하게 이어졌다.
 

▲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금호가의 2세 경영에 균열이 발생한 것은 삼남인 박삼구 전 회장이 사세확장에 나서면서부터다. 박 전 회장은 2006년엔 대우건설, 2008년엔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인수하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계 7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같은 사세확장은 무리한 차입을 반대한 사남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갈등으로 비화됐다. 같은 시기 형제 간 작성됐던 공동경영합의서도 수차례 변경되며 형제경영이란 아름다운 전통도 깨졌다. 

양대 항공 재벌 3세 경영 전면
나란히 경영체제 변화 ‘급물살’

무리한 사세확장 결과,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은 워크아웃 상태에 빠졌다. 박 전 회장은 10년간 그룹 재건에 매달렸지만, 악화된 재무구조는 지난달 22일 아시아나항공의 부실 회계 사태로 이어졌다. 결국 그는 지난달 28일 경영 일선서 물러났다. 


영욕을 겪었던 양대 항공사의 2세들이 물러나면서 세간의 관심은 3세 경영인에게 쏠리고 있다. 한진가의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금호가의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다른 대기업들이 단계적인 절차를 밟아 경영 승계를 받아온 것과 달리, 이들 기업은 갑작스레 ‘3세 경영체제’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박 사장과 조 사장의 인생도 묘하게 겹친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결정된 두 사람은 그 행보가 비슷하다. 두 사람은 2000년대 초반 각각 아버지 회사에 입사한 후, 20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알짜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들은 적잖은 업적을 냈고 재계의 평가도 비슷하다. 심지어 하루 차이로 퇴진한 아버지 때문에 갑작스레 경영 전면에 나서야 하는 예상치 못한 운명까지 서로를 닮았다.

두 사람은 일찍이 후계자로 지목됐다. 박 사장은 금호가의 계열분리 과정서 조 사장은 한진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미래 항공 업계를 이끌 3세 경영인으로 낙점됐다. 단지 ‘장남’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올해 각각 입사 17년, 16년 차로 금호가와 한진가의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박 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거푸 인수하며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라서던 때를 몸소 경험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26조원으로, 1946년 택시 회사로 시작한 이래 가장 성장했던 시기였다.

영광의 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승자의 저주’란 말이 금호 일가의 꼬리표가 될 정도로 회사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사들인 대가를 치렀다. 계속 쌓여가는 빚에 인수한 회사를 도로 내놔야 하는 상황이 초래됐고, 그룹의 양대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워크아웃까지 몰아갔다.

재계 순위 7위를 찍은 지 불과 1년도 안 돼 회사는 산산조각이 났다. 박 사장은 입사 8년 만에 회사의 극단을 모두 경험했다.
 

▲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사장

지난달 말 박삼구 회장이 퇴진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이원태 부회장을 필두로 한 비상경영위원회가 운영되며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향후 외부서 전문경영인을 발탁한다는 방침이 세워졌으나 아직 후보나 시기 등에서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업계는 전문경영인보다 사실상 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행보에 주목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연결되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박 사장은 사실상 지배력을 갖춘 금호고속의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다. 부친인 박 전 회장의 지분을 더하면 52%에 달한다.  

두 아들에게 
남겨진 숙제

하지만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발목을 잡는다. 올해 당장 1억7000억원의 부채를 해결하고 나면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1조원가량의 빚을 갚아야 한다. 현재 파악되는 부채 규모만 6조원에 이른다. 돈이 될 만한 자산을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리조트와 에어부산은 물론이고 박 사장이 이끌고 있는 아시아나IDT까지 매물로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그룹의 중추인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사실상 해체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부채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을 경우 박 사장의 향후 경영 행보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룹을 이끌기에는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에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한 박 사장은 금호타이어 기획관리총괄 부사장 및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해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진 못했다. 아직 경영 수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 사장은 1975년 7월16일 서울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서 MBA 과정을 마쳤다. 2003년 한 살 아래인 김현정씨와 결혼해 아들 둘을 두고 있다.

김씨는 박세창의 중학교 동창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가계의 혼맥이 화려하기로 유명한 만큼 김씨와의 결혼이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입학 뒤 6년여간의 연애 끝에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전략경영담당 이사, 전략관리부문 상무, 금호타이어 전무를 거쳤다. 이사가 된 지 6년 만에 금호타이어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을 맡아 서재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과 투톱체제를 구축했다. 아울러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 사장 자리도 맡았다. 
 

▲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사장

2017년 4월 숭의초등학교서 벌어진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박 사장의 둘째 아들이 지목돼 논란이 일었다. 숭의초등학교 수련회서 동급생 4명이 1명을 집단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박 사장의 둘째 아들이 폭행에 가담했고 학교 측의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받았다는 의혹이 나온 것.

서울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는 2017년 8월 조사를 통해 박 사장의 아들이 폭력사건에 가담했는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둘째 아들을 제외한 나머지 3명에 대해서만 피해 학생에게 ‘서면사과’를 하도록 했다.

박 사장은 2015년 4월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로 선임됐지만 주주협의회가 ‘사전협의’라는 절차상 문제를 제기해 3일 만에 사임했다. 당시 언론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오너 3세의 경영참여 과정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보도했다. 박 사장은 2015년 6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서 당시에 대해 “단순 실수였다”며 “현재 회사는 죽느냐 사느냐의 순간으로 경영권 승계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그나마 형편이 좀 나았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외형확장에 힘쓰던 한진그룹이 2000년대에 들어서며 내실 경영에 중점을 둠으로써 사세확장에 따른 리스크는 크게 경험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도 한진해운의 파산은 뼈아픈 교훈으로 남아있다. 

동갑내기 3세
비슷한 운명

한진해운은 세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국내 유일의 선사였다. 2008년 리먼사태 여파로 운임료가 호황기의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해운업의 불황이 시작됐고, 용선료로 인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한진해운은 10년간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 결과 한진해운은 지난 2017년 창립 40년 만에 간판을 내렸고 수송보국을 이루겠다던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꿈도 꺾였다.

조 사장이 대한항공 사장에 오른 지 불과 한 달 만의 일이였다.

한진그룹은 장남인 조 사장의 경영 승계가 유력시된다. 2003년 한진정보통신으로 입사한 조 사장은 2017년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뒤 조 전 회장과 함께 회사 경영을 이끌어왔다. 조 사장은 현재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유일한 오너가 일원이다.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갑질’ 이슈로 경영서 손을 뗐다.

당장 오는 6월 서울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제75회 연차 총회’에 부친을 대신해 의장직을 수행하는 ‘데뷔전’도 앞두고 있다. IATA가 ‘항공 업계의 국제연합(UN)’으로 불리는 만큼 이 총회서 ‘조원태 체제’가 공식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상속과 이에 따른 천문학적인 세금도 납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8.95%다. 이 중 별세한 조 회장의 지분 17.84%와 한진그룹 9개 계열사의 지분 가치는 약 3728억원으로 추정된다. 비상장 주식과 부동산 등을 감안하면 상속세만 2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상속세 신고는 사망 이후 6개월 안에 국세청에 해야 하며, 규모가 클 경우 5년 동안 나눠낼 수 있다.

대한, 지분과 상속세 주주들 견제
아시아나, 경험 더 쌓아야 하는데…

재 2대 주주(13.47%)인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는 한진칼 주식을 13.47%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함께 향후 추가 지분 획득을 선언한 가운데 오너 일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진가가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등의 방법을 통해 상속세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평가 가치의 50% 수준까지 가능하다. 

조 사장은 1976년 1월25일 서울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미국 마리안고등학교와 인하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부인 김미연씨와의 사이에 3남을 두고 있다.

한진정보통신에 입사한 뒤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입사 10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승진했다. 한진그룹의 IT 계열사인 유니컨버스의 대표로 선임되면서 경영책임을 맡기 시작했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의 대표를 겸직했다. 대한항공서도 핵심분야인 경영기획, 화물영업, 여객사업을 맡아왔다.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 사장은 개인적인 일로 세간의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2000년 6월 차선을 위반하려다 이를 적발하고 단속하려던 교통경찰을 치고 100여m 정도 달아나다가 뒤쫓아온 시민들에 의해 붙잡혀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당시 이 사건이 “과실로 인한 상해가 아니다”라며 뺑소니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공무집행 방해 혐의만 적용했다.

2005년 3월22일 조 사장은 자신의 현대 그랜저 XG 승용차를 몰고 연세대학교 정문 앞을 지나던 중 태모씨가 운전하던 현대 스타렉스 차량 앞으로 끼어들었다. 놀란 태씨는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같이 타고 있던 태씨의 어머니도 크게 놀랐다. 태씨는 조 사장의 그랜저 차량을 따라가며 멈추라고 신호를 보냈지만, 조 사장은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가다가 200m 정도 떨어진 이화여대 후문 앞에서 차량 정체 때문에 멈췄다. 

차에서 내린 태씨는 조 사장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요구했으나 조 사장은 차 안에서 욕설을 하며 버텼다. 태씨의 112신고로 20여분 뒤 경찰이 도착하자 조 사장은 그제서야 차에서 내렸다. 

사건·사고
구설에 올라

이때 손주를 안은 채 차에서 내린 태씨의 어머니(77세)가 조 사장에게 다가가 “무슨 운전을 그렇게 하느냐”며 나무라자, 조 사장은 태씨 어머니의 가슴을 두 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태씨의 어머니는 아이를 안은 채 도로 한가운데로 넘어졌고, 이를 본 태씨가 격분해 조 사장을 밀치는 등 몸싸움을 벌이다가 같이 경찰서로 연행됐다. 땅바닥에 뒷머리를 강하게 부딪친 태씨의 어머니는 인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조 사장은 2012년 인하대 운영과 관련해 시위를 벌이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폭언을 한 일로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