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서 연주자는 숨을 데가 없어요. 그러니까 정직하게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죠.”
한국계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29)는 바르고 곧은 연주로 유명하다. 악보를 현미경으로 보듯하며 냉철하게 분석하는 끈질긴 승부욕이 강렬하다.
스승인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71)는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 집요하게 파고드는 태도가 훌륭하고 대견하다”고 했다.
크리스텔 리는 “제가 연주하는 음악이 제 모든 감정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즉, 연주는 제 자신의 본질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2013년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서 1위없는 2위를 차지한 크리스텔 리는 2015년 제11회 시벨리우스 국제바이올린콩쿠르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5년마다 열리는 이 콩쿠르 50년 역사상 첫 북아메리카 출신 우승자로 빅토리아 뮬로바,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등 스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이 콩쿠르를 거쳤다.
콩쿠르 입상은 심사위원들의 선호도와 성향이 크게 좌우하지만 크리스텔 리는 그런 부분에 개의치 않는다.
“콩쿠르에 맞춰 제 연주를 다른 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못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노력이 중요한데, 운이 좋았죠. 저를 믿은 것이 행운을 불러온 것 같아요. 아티스트로 살아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봐요. 콩쿠르에 맞춰 다른 연주자로 살면 그 시간이 아깝죠. 연주는 다른 사람과 경쟁이 아닌 항상 자신과 싸우는 거잖아요.”
크리스텔 리는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다.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고,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음악제, 뷔르츠부르크 모차르트 음악제,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음악제 등으로부터 초청 받았다.
독일 뮌헨에 거주하는 그녀는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편이다. 올해 한국서 열리는 연주에 참여, 국내 팬들과 소통에 힘쓰기로 했다.
크리스텔 리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한국 이주민 부모 사이에 태어나 한 살 때 한국으로 왔다가 다섯 살 때 캐나다로 가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했다. 작곡가인 어머니 덕에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2003년 금호영재콘서트 독주회를 통해 국내 무대에 데뷔해 2015년 금호아트홀 ‘라이징 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