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썬’ 사건과 수사권 조정 삼차방정식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4.01 09:39:00
  • 호수 12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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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나 검찰이나 ‘도긴개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검·경(검찰과 경찰)의 입장이 말이 아니다. 일명 장학썬(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으로 검찰과 경찰 모두 수사 부실·축소·유착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수사기관에 대한 끝없는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대안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한 상황이다. 수사권 조정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 65%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찬성 응답자 10명 중 6명은 기소권 없는 공수처에 반대했다. 

엎어치나
메치나∼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26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공수처 설치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 응답이 65.2%(매우 찬성 46.1%, 찬성하는 편 19.1%)로 집계됐다. 반면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3.8%(매우 반대 12.9%, 반대하는 편 10.9%)였다. ‘모름·무응답’은 11.0%였다.

공수처 찬성여론이 높아진 것은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서 보인 검찰과 경찰의 행태에 대한 끝없는 불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샅바싸움이 한창이던 검찰과 경찰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 와중에 공수처 설치에 대한 찬성 여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버닝썬 사태’가 경찰관 유착, 마약, 성범죄 등으로 사건이 확대되면서 코너에 몰렸다. 경찰은 이 사건에 명운을 걸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경찰관 유착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경찰은 승리의 카카오톡 대화방서 ‘경찰총장’으로 거론된 윤모 총경을 피의자로 전환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 총경은 지난 2016년 초 사업가인 지인을 통해 유모 대표를 소개받았다고 조사 과정서 진술했다.

합의 앞두고 사건·사고로 얼룩
‘감 놔라 배 놔라’ 처지가 못 되네 

경찰은 이들이 2017∼2018년까지 함께 골프와 식사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기는 윤 총경이 청와대서 파견근무를 했던 시기와 겹친다. 이 자리에는 카톡방 내 연예인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관련된 현직 경찰관 3명을 대기발령 조치했으며 이들에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과 관련된 경찰관 유착 의혹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했다.

원 청장은 “서울청 광역수사대, 지수대, 사이버수사대 등 역량을 총집중해서 전방위적인 수사를 하고 있음에도 국민적 불신과 우려가 상당하다는 것을 깊게 인식하고 있다”며 “경찰관 유착범죄에 대해 최우선 순위를 두고 수사에 집중해 어떤 직위에 있든지, 어떤 계급이든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이 같은 빠른 조치는 정부가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 조직에 대한 국민 불신이 팽배해진 데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다. 경찰관 유착 의혹에 대한 집중수사를 통해 ‘부패경찰’이란 오명을 씻어내려고 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에 호의적이었던 여론은 버닝썬 사태로 급변했다. 경찰에게 수사권을 넘기는 것은 ‘고양이를 생선 가게에 맡기는 꼴’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서 열린 경찰청 업무보고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적극 추진했던 여당 의원들조차 경찰을 질타했다. 이런 상황서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의 발언권은 검찰에 밀릴 수밖에 없다. 

실리·명분 
다 잃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버닝썬 성폭행·마약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경찰 조직이 가장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라며 “경찰 윗선에선 이번 강남 클럽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수사권 조정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검찰은 경찰의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가 검찰에게 터졌다. 김 전 차관을  두 차례 ‘무혐의 처분’한 검찰이 당시 사건을 무마, 혹은 축소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조사 중이다. 경찰이 특수강간 등 혐의로 넘긴 김 전 차관에 대해 검찰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모두 ‘무혐의’로 불기소했다. 성접대 정황이 담긴 동영상이 나왔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과 상관이 없다고 봤다.
 

▲ 민갑룡 경찰청장

검찰은 사건 수사 당시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했다는 정황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출석 불응은 물론 진술까지 거부했고, 검찰은 경찰이 청구한 영장 9번, 출국금지 2번을 모두 반려했다. 피해자의 요구로 검사까지 바꾼 2차 수사에서도 김 전 차관을 소환 한 번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렇게 묻힐 뻔했던 사건에 대해 재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과거사위가 사건 재조사를 권고하여 대검 진상조사단의 수사가 재개된 것. 하지만 그동안 별다른 성과 없이 3월 말 사건의 종료를 앞두고 있던 시점서 검찰수사 시 누락된 동영상과 사진파일 약 3만건이 공개됐다.

이와 함께 민갑룡 경찰청장이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어서 감정 의뢰 없이 (김 전 차관과) 동일인이라고 결론을 내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히면서 부실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피해자의 새로운 증언들이 나오면서 과거사위원회의 활동기간도 연장됐다.

유흥업소 유착 
사건 축소 의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당시 법무부장관)와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도 직권남용 혐의로 재수사 권고 대상에 올랐다. 김 전 차관은 ‘심야 출국’을 시도했다가 긴급 출국금지를 당했다. 별장 성접대 사건의 신속 수사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통해 또 한 번 권력 유착과 비호,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자연스럽게 수사권 조정 국면서 여론의 싸늘한 시선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됐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검찰과 경찰 모두를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렸다. 2009년 장씨 사망 후 검찰은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7명 중 2명만 기소했다. 장씨가 문건서 ‘<조선일보> 방 사장’ 등 유력 인사들을 지목했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경찰이 장씨의 휴대전화 3대서 통화내역, 디지털 포렌식 결과물 등을 수사기록서 누락시켰던 사실도 드러났다.


장씨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나 검경의 수사력 경쟁은 김 전 차관 사건, 버닝썬 사건을 두고 벌어질 듯하다. 이날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지만 검찰과 경찰이 스스로 치부를 얼마나 밝힐지 여론의 불신은 여전하다. 일각에선 검찰이 버닝썬 사건을, 경찰이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하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수처 신설이 힘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최근 특권층의 불법적 행위와 외압에 의한 부실수사, 권력의 비호, 은폐 의혹 사건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높다. 공수처 설치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극에 달한 수사 불신
공수처 설치 65% 찬성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학썬 사건을 통해 권력기관 개혁의 필요성이 확인된 만큼 관련 입법이 신속히 처리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도 공수처 설치 찬성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공수처 논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공수처가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까지 가져야만 검찰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수사기관의 역할을 해, 검찰을 견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경쟁에 따른 ‘메기 효과’다. 
 

하지만 바미당은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하면, 또 다른 권력기관을 만드는 일일 뿐만 아니라 자칫 야당 탄압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다.


아직 두 당 간 협상의 문은 열려 있지만 협상의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이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데다 민주당이 애초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공수처 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야3당과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세 사건 연루
공수처가 답?

바미당도 물러서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도 애초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을 당에 추인하는 과정서 반발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에 다시 민주당의 원안을 수용하기가 힘든 상태다. 이미 정치권 일각에선 공수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시도가 깨졌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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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