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박사모' MB 정면 공격 내막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7.03 11:18:26
  • 댓글 0개

"대통령이 이재오에 '안철수 밀자'고 했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가 아닌 안철수를 민다?' 18대 대선을 6개월여 앞두고 최근에 들리는 풍문이다. 다소 허황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러한 출처불명의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고 있다. 수면 아래서 조심스럽게 나돌던 이러한 내용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박사모)' 정광용 회장의 공개서한을 통해 공개되며 정치권의 주요이슈로 급부상했다. '첩보'로 시작된 이번 사건의 진위와 내막을 살펴봤다.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친이계 측근들과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것이냐"며 공개적으로 묻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박사모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올린 것이다. 서한의 주요 내용은 '이재오 의원에게 안철수 원장을 밀도록 지시했냐'는 내용이며 사실로 밝혀진다면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었다. 정 회장은 "방금 지극히 신뢰할만한 분으로부터 하늘이 놀라고 땅이 흔들릴만한 첩보(의혹)를 들었다"며 이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
MB에 공개서한 올려

정 회장은 첩보의 모든 내용을 소상하게 털어놓으며 "아직 사실 확인이 정확하게 되지 않았지만 사실 여부를 대통령께 여쭤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듯 해 공개서한을 쓴다"면서 "새누리당 전 당원과 국민에게 '그렇다, 아니다'로 간단명료하게 모든 것을 솔직히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지난달 26일 또는 27일 아니면 아주 가까운 최근에 대통령이 이재오 의원과 통화했거나 제3자를 통한 정보전달 또는 원격 협의가 있었냐"면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이 의원에게 지시·협의 내지는 정보를 전달해 안 원장을 밀자고 했냐"고 물었다.

정 회장이 공개한 첩보의 구체적인 서한의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내용을 살펴보면 ▲4·11총선 결과 의원 숫자는 새누리당이 이겼지만 전체 표 합산치는 야권이 18만 표 더 많았고 ▲지구촌 전체가 정권이 다 바뀌었거나 바뀌고 있으며 ▲김태호 등 다른 주자들에게도 모두 지시 내지는 정보를 전달해 안 원장을 밀도록 할 것이고 ▲박근혜 전 대표에게 불리한 자료는 박지원(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게 전달할 것이고 ▲조만간 MB의 비선라인이 박지원을 만날 것 등이다.


팬클럽 홈페이지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 공개서한 올려
박근혜에게 불리한 자료는 박지원에게 전달할 것이다?

정 회장은 "이렇게 해 안 원장으로 하여금 대권을 거머쥘 수 있도록 모든 작업은 위에서 다 할 테니 올 9월 또는 10월 시기가 무르익으면 새누리당을 떠나 안 원장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지시를 했느냐"고 재차 따져 물었다.

또 "안 원장이 다음 달 만들어지는 재단 외에 또 하나의 재단을 만들면서 시간을 벌 것이라는 것은 사실이냐"고 다그쳐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솔직히 믿기 힘든 첩보지만, 그리고 모두가 잘못된 첩보이기만을 진심으로 바라면서 대통령의 진솔한 답변을 기다린다"고 맺으면서 글을 마쳤다.

정 회장의 공개서한이 퍼지면서 정치권은 술렁거렸다. 지난달 14일 이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거부하면 출당조치를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던 정 회장이었지만 사실이 아니라면 자신뿐만 아니라 박 전 위원장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예민한 사안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예민한 사안
대거 포함돼

정 회장은 지난 대선후보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패배하자 "이 후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역사적 잘못을 뉘우치고 자결하는 방법뿐"이라는 등의 극단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정 회장이 "지극히 신뢰할만한 분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듯 정보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공개서한 형태로 글을 쓴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사실이어서 일까? 아니면 어이가 없어서 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일언반구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서한에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박 전 위원장에 이어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안 원장과, 현 정부와 선긋기에 나서며 각을 세우고 있는 이 의원이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안 원장의 대변인격인 유민영 전 청와대춘추관장은 "처음 듣는 얘기다. 그런 사실이 없다"며 "제3세력과의 결합설도 사실무근이다"라고 밝혔다. 당사자로 지목된 이 의원 역시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얘기에도 답을 해야 하느냐"며 "박근혜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박사모가 대변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따라서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실이 아니란 것이 밝혀질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은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이러한 글을 남긴 배경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사실여부 확인보다는 이러한 루머가 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고, 앞으로도 있을 여러 루머들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함이 아닌가"라며 본격 대선정국을 앞둔 '준비운동'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대선에 개입함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흠집내기
비열한 정치적 꼼수?

또한 줄기차게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주장하며 박 전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 의원과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을 위협하고 있는 안 원장을 동시에 흠집 내기 위한 '정치적 술수'로 풀이하는 정치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아니면 말고 식의 '카더라~' 통신으로 이 대통령과 이 의원, 안 원장 3명을 동시에 여론의 먹잇감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이는 구시대적인 정치적 음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정 회장의 서한에 비중을 두는 부류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과 박 전 위원장은 불편한 동거를 해온 앙숙 사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 대통령이 "후계자는 일 잘하는 사람을 밀겠다"고 노골적인 발언을 하자 박 전 위원장은 "일 잘하는 사람의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고 맞선 적이 있다.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되게 할 수는 없어도 막을 수는 있다"고 거들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처럼 이번 사건은 '막기' 위한 방법 중 한 가지일 수도 있다는 견해다.

그간 정보지(속칭 찌라시)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좌파정권이 들어서는 한이 있어도 박근혜정권이 들어서는 것은 막겠다"고 공공연히 말한다는 내용이 돌았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탈당 후 안 원장 측으로 움직이라는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도 서한의 사실관계에 무게감을 더한다는 분석도 있다. 안 원장이 1학기 종강 후 출마를 구체화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으며 2학기 강의까지 신청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권 거머쥘 수 있도록 모든 작업은 위에서 다 하겠다”
“구태의연한 정치적 술수” vs “고려해 볼만한 첩보” 의견 분분

이를 두고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는 검증을 피하자는 심산도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등판할 수 있는 사전정지작업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이 측근비리와 민간인 사찰 등 수많은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데 박 전 위원장이 정권을 잡을 경우 안전하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듯하다"며 "그럴 바에야 그나마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안 원장을 미는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정권에서 박근혜정권이 들어서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말을 덧붙였다.

정 회장의 서한에는 "회장님 잘 하셨어요"라는 박사모 회원들의 수많은 격려성 댓글이 줄을 있고 있다. 한 회원은 "설마~~~요. 아니길 바랍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ㅠㅠ"이라며 걱정하기도 했고, 또 다른 회원은 "이명박 대통령이야 원래부터 초지일관 상종 못 할 인간XXX 아니었나? 캠프에서 이러한 경우의 수도 고려하여 시나리오를 준비해 왔을 것으로 믿는다"며 향후 대응책 마련을 재차 당부하기도 했다.

반면 SNS를 비롯한 각종 포털사이트에서는 "안철수 원장을 폄하하려는 뉘앙스가 너무 풍긴다"며 "결국 안철수의 지지세를 떨어뜨리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정치적 공작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자작극을 경계하기도 했다.


사실이든 아니든
정치적 파장 커

현재로서는 진위여부를 알 수 없는 이 '첩보'가 만약 조금이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향후 본격 대선정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안 원장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의 실망으로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할 것이 자명하고, 이 대통령과 이 의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 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자작극을 통한 정치적 술수로 드러날 경우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역풍과 함께 박사모의 위신이 곤두박질 칠 것으로 보여 대선정국을 요동치게 만들 이번 첩보의 진위여부가 더욱 더 궁금해진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