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풀어준’ 검사 6인방 책임론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3.28 10:42:20
  • 호수 1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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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했는데 역시 “조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013년 벌어졌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가 연장됐으며 대통령도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무혐의로 처분한 검찰 쪽으로 칼날이 향하고 있다.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검사들을 수사해야 한다는 게 국민적 여론이다. 
 

▲ (사진 왼쪽부터)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 박정식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윤재필 강력부 부장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별장 성접대 의혹에 연루돼 두 번의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법무부가 검찰 과거사위원회 활동을 두 달간 연장하면서 범죄사실이 드러날 경우 수사로 전환, 재수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진상규명 작업을 벌이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김 전 차관을 둘러싼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거나 당시 수사당국의 부실, 봐주기 정황을 확인할 경우 수사 전선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차관 외에 정·재계 유력인사 등 제3의 인물이 드러날 경우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번질 수 있다. 김 전 차관에게 내려진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뒤집을 새로운 증거나 단서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동영상 주인공?
누군지 선명한데…

검찰은 2013년 11월, 이른바 1차 수사 당시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성접대 상습 강요 혐의 등에 대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피해자나 촬영 날짜와 같은 범죄 일시 등이 전혀 특정되지 않았고, 동영상 속 성관계 장면도 폭행이나 협박과 같은 성폭행 정황을 확인할 수 없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게 수사팀의 입장이다. 

당시 검찰시민위원회 소속 위원 11명 전원도 같은 결론을 냈다. 이후 한 여성이 동영상 속 성관계의 당사자가 본인이라고 밝히며 김 전 차관을 고소하면서 사건은 또다시 불거졌다. 하지만 검찰은 2015년 1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당시 동영상 속 등장인물이 고소인이자 이 사건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으로 특정하기 어렵고, 해당 여성임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동영상의 촬영 시기가 분명하지 않고 여성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김 전 차관을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동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라고 주장한 여성이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서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나섰기 때문이다. 피해 여성은 KBS에 직접 출연해 자신과 다른 여성의 피해 사례를 얘기하며 오열했다.

그는 “굉장히 난잡해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성접대 내용이 많다”고 피해 상황을 얘기했고, 과거 검찰 조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여성은 “검찰의 조사 방식에 문제가 많다”며 “살기 위해서 동영상도 저라고 밝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왜 번복했냐는 말만 하고 제 진실을 얘기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조사 때는 오히려 동영상에 나와서 했던 행위를 ‘그 행동이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한 번 해보시라’고 시켰다”며 “그게 검찰 조사냐”고 분노했다.

2013년 윤중천 별장 성접대 의혹 무혐의
‘고양이에 생선을…’ 제 식구 감싸기 수사?

진상조사단은 검찰 수사 과정서 부실수사한 정황이 없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당시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 수사지휘 라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1·2차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곳은 서울중앙지검이다. 그런데 당시 수사를 했던 검찰 지휘라인을 보면 하나같이 정치 검사들이었다. 수사 검사들은 전 정부서 어떤 역할을 했으며, 현재 무엇을 하고 있을까. 

[조영곤]


김 전 차관의 1차 수사를 맡았던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을 받고 있다. 2013년 10월 조 전 지검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과정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당시 수사팀장)과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윤 지검장은 당시 조 지검장의 결재 없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을 변경하고 국정원 직원을 체포해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다. 

그는 당시 국감서 “검사장(조 당시 지검장)을 모시고 사건을 끌고 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검찰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털어놨다.

박근혜정부 
정치검사 낙인

조 전 지검장은 수사 외압의 주체로 지목되자 “나를 조사해달라”며 대검찰청에 스스로 감찰을 요청했다. 그는 그다음 달 징계 대상서 제외됐다는 무혐의 결과가 발표되자 사표를 제출했다. 현재 법무법인 화우 대표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박정식]

박정식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은 김 전 차관의 수사를 지휘했던 3차장 부장검사였다. 그는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의 ‘다스’ 수사팀장이었다. 박 검사는 “다스는 이 전 대통령 소유가 아니다”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후 대검중수부 과장으로 승진했다. 그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등에 참여하며 승승장구했다.
 

▲ ▲▲ (사진 왼쪽부터)유상범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강해운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이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와 정치적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구속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박 검사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대검 반부패부장서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는 서울고등검찰청 고검장으로 영전했다. 

[윤재필]

윤재필 강력부 부장검사는 김 전 차관 1차 수사를 담당했다. 당시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연예인 도박사건으로 언론을 분산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3년 1월부터 시작된 연예인 도박 수사가 11개월 만에 언론에 공개된 것은 2013년 11월10일로 김학의 사건이 무혐의 처리되기 바로 전날이었다. 경찰은 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인 것이 ‘너무 명백해 따로 분석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며  특수강간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116일의 수사 끝에 김 전 차관은 물론 영상을 촬영했던 건설업자 윤모씨에게도 면죄부를 줬다. 김 전 차관 수사 결과가 발표된 당일인 2013년 11월11일의 포털사이트에는 도박 연루 연예인들의 이름으로 도배가 됐다. 

[김수남]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김 전 차관 2차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는데 지난 정부의 대표적인 정치검사로 평가받고 있다. 

김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이던 2009년 1월에 미네르바 사건을 맡아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애초에 처벌 규정을 찾기가 어려운 사건이었지만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유포금지) 위반 혐의로 미네르바를 구속하고 기소하는 등의 쾌거를 이루었다.

대통령 지시로 재조사 급물살
검찰 내 비호 세력까지 색출?  

이때부터 MB정부서 가장 신임받는 정치검사로 꼽히기 시작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있을 당시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을 수사하며, 당시 공안 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이런 공로가 인정돼 2013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2014년 정윤회 문건 관련 수사 때에는 정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협력해 이를 무마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총장 시절 우병우의 직권남용 및 횡령 의혹이 제기됐을 때에는 소극적인 수사로 일관하기도 했다. 

[유상범]

유상범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은 김 전 차관 2차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다. 그 역시 지난 정부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되는 실세 검사 중 한 명이었다. 

유 전 검사장은 ‘정윤회 문건’의 수사를 맡았으며, 국정 개입 의혹 등의 내용이 아닌 물건 유출에 초점을 맞춰 수사했다. 그 결과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씨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아 정권의 부담을 덜어줬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하지만 유 전 검사장은 이번 문재인정부 들어 부적절한 수사 지휘를 했다는 이유로 좌천됐다. 문정부 출범 이후 한 달 간격으로 두 번의 전보를 당하며, 지방을 전전하던 그는 광주고등검찰청 차장 검사로 2017년 7월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유 전 검사장은 승리 ‘버닝썬 게이트’와 연관 깊은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강모 회장의 변호인이기도 하다. 

[강해운]

강해운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김 전 차관의 2차 수사를 담당했다. 2차 수사 때 한 차례의 소환 조사도 없이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검사로 알려져 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던 담당검사다.

2017년 강 전 부장검사는 여검사 성추행으로 면직처분됐다. 검찰 내부 조사결과 강 전 검사는 후배 여검사에게 은밀한 만남을 갖자는 내용으로 통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 여검사의 손을 잡는 등의 성추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검찰 내 사무직 여직원에게도 은밀한 만남을 제안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면직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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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