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보는 총선 ‘빅5’ 최대 격전지

지키려는 자 뺏으려는 자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총선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총선까지 1년 정도 남았지만 정치권의 움직임은 가빠지는 모양새다. 국회는 총선 모드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공천 시스템을 손보기 시작했다. 출마 예정자들은 벌써부터 지역구를 특정하며 열을 올리고 있다. <일요시사>는 차기 총선서 격전지가 될 만한 지역구를 선정해봤다.
 

▲ (사진 왼쪽부터)오세훈 전 서울시장, 진성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허영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여야는 차기 총선서 치열한 대결을 펼치게 된다. 이번 총선은 정국 주도권과 문재인정부의 국정동력, 집권 여부 등과 맞닿아 있다. 여야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승부다. 출마 예정자 간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공공연히 상대를 지목하는가 하면 천천히 기회를 엿보는 경우까지 그 양상은 다양하다.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재도전에 나선 이들도 있다. 2020년 4·15총선을 뜨겁게 달굴 지역은 어디일까.

[서울 광진구을]
추미애 vs 오세훈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복당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의 대결 가능성은 선명하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11월 ‘험지 출마’를 예고했다. 오 전 시장은 추 전 대표의 지역구인 광진을을 지목했다. 추 전 대표는 광진을서만 내리 5선에 성공했다.

한국당은 지난 1월 오 전 시장을 광진을 조직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오 전 시장은 전당대회에 출마해 존재감을 드러낸 뒤 광진을 출마를 공식화했다. 오 전 시장은 한국당 전대 이튿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제 지역구 광진을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며 “서울 시내서 지역구가 생긴 이래 단 한 번도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던 유일한 지역서 당선되는 것만이 나라와 당을 위한 충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 전 대표와 오 전 시장은 한 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추 전 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추미애 TV’에 출연, “미국 정부는 기존의 강경한 대북전략 때문에 한반도에 핵보유국이 생겼고, 결과적으로 그 전략은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핵과 관련 없는 징벌적 제재에 한해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추 전 대표의 주장은 참으로 기가 막힌다”며 “북한의 주장만을 대변하고 있는 정부여당에게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더 이상 맡길 수 없음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 강서구을]
김성태 vs 진성준

한국당 김성태 의원과 진성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만남은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총선서 강서을을 두고 맞붙은 바 있다. 진 전 부시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강서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김 의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당시 표차는 7.36%였다. 김 의원은 이 승리로 강서을서만 내리 3선을 지내고 있다.

진 전 부시장은 지난달 25일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진 전 부시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저는 2020년 4월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서 강서을에 출마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적절한 시점에 서울시 정무부시장직을 사직하고 당과 지역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선거 모드, 치열한 신경전
오, 광진을 겨냥…상대는 5선 추

김 의원과 진 전 부시장은 이미 지난해 말 한 차례 충돌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대통령병 환자가 아닌 이상 한때는 서민체험 한다고 옥탑방에 올라가더니 이제는 노조집회에 나가서 문재인정부와 다르다고 외치는 모양새가 너무 노골적”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부시장은 이튿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한 인터뷰서 “들개를 자처하더니 정말로 분별없이 아무 것이나 물어뜯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다가는 끝내 자기 살을 물어뜯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산 해운대구갑]
하태경 vs 유영민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3·8개각과 함께 임기를 마쳤다. 유 전 장관은 현재 민주당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유 전 장관은 내년 총선서 해운대갑에 출마할 공산이 큰 유 전 장관은 지역서 출마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 ⓒ픽사베이

현재 해운대갑은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하태경 의원의 지역구다. 하 의원은 지난 1월 바미당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에 임명됐다. 하 의원과 유 전 장관은 지난 총선서 해운대갑을 두고 선거를 치렀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유 전 장관은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후보였던 하 의원에게 패배했다. 표차는 10.75%. 하 의원은 지난 총선의 승리로 해운대구서 재선 의원이 됐다.

하 의원과 유 전 장관 모두 현재 상황에서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하 의원이 몸담고 있는 바미당은 지난 6·13지방선거서 완패한 이후, 9개월 가까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바미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답보상태고, 당내 노선 갈등은 봉합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당이 30%대의 지지율을 확보한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PK지역 민심의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을 향한 PK 지지율은 예전 같지 못하다. 한때 PK지역서 불었던 민주당 바람은 그 기세가 약화됐다.

[강원 춘천시]
김진태 vs 허영

춘천시는 이번 총선서 뜨거운 선거구가 될 전망이다. 춘천은 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지역구다. 김 의원은 춘천의 재선 의원이다. 김 의원은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의원의 망언에 춘천 지역 주민들은 ‘김진태 퇴출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춘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18일 오전 춘천시청 앞에서 ‘춘천망신 김진태 추방, 범시민운동본부 결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는 이날 “춘천시민들을 한없이 수치스럽게 만들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5·18과 김진태, 춘천 민심 주목↑
양산서만 4수…송인배 행보 관심

민주당 허영 강원도당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김 의원을 대신해 사과한다며 춘천 시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 허 위원장은 이날 “춘천 지역을 책임지는 정치인이기에 저라도 대신 사죄한 것”이라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민주당 춘천시 지역위원장 역임 중 지난해 8월 강원도당위원장 선거서 당선됐다.

김 의원과 허 위원장은 지난 총선서 격돌한 바 있다. 김 의원은 허 위원장을 상대로 승리했는데 당시 표차는 4.6%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춘천서 국회의원을 배출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그만큼 춘천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다만 김 의원이 5·18발언 외에도 여러 막말로 논란을 야기, 여론의 역풍이 가시적인 만큼 결과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김 의원의 징계 여부도 주목할 만하다.

[경남 양산시갑]
윤영석 vs 송인배


청와대 1기 참모진들이 민주당으로 입·복당한 가운데 송인배 청와대 전 정무비서관이 눈에 띈다. 송 전 비서관은 4차례나 총선에 도전했지만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송 전 비서관은 4번 모두 양산에 출마했다. 송 전 비서관은 17대 총선서 1.29%, 19대 총선서 4.61%, 20대 총선서 4.8% 차이로 낙마했다. 18대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 자릿수 득표에 그쳤다.

현재 양산갑은 한국당 윤영석 의원의 지역구다. 윤 의원은 19대와 20대 총선서 송 전 비서관을 이겼다. 윤 의원은 내년 총선서도 양산갑에 출마, 3선을 노릴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윤 의원은 지난 한국당 전대서 최고위원 경선에 패배했다. 윤 의원이 한국당 지도부 입성에 실패하면서 정치적 흠집이 생겼다는 해석이다. 한국당 내 새로운 경쟁자의 출연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송 전 비서관은 지난달 1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송 전 비서관은 19~20대 총선 기간 충북 충주 시그너스컨트리클럽 골프장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급여 등의 명목으로 2억92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를 정치자금으로 봤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역구 축소’ 불안한 의원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에 따르면 지역구 국회의원수는 현행 253석서 225석으로 축소된다. 비례대표는 현행 47석서 75석으로 확대된다. 개편안 확정 시 내년 총선은 ‘지역구 225-비례 75’ 체제로 시행된다.

지역구 의석이 28석 줄어들 수도 있기에 선거구 통폐합 지역구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지역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제 개편안에 따라 지역구 의원수를 225석으로 설정한 결과, 인구상하한선은 15만3560~30만712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15만3560명에 달하지 못하는 지역구는 ▲서울 종로구(정세균) ▲서울 서대문구갑(우상호) ▲부산 남구갑(김정훈) ▲부산 남구을(박재호) ▲부산 사하구갑(최인호) ▲대구 동구갑(정종섭) ▲인천 연수구갑(박찬대) ▲인천 계양구갑(유동수) ▲광주 동구남구을(박주선) ▲광주 서구을(천정배) ▲울산 남구을(박맹우) ▲경기 안양시동안구을(심재철) ▲경기 광명시갑(백재현) ▲경기 동두천시연천군(김성원) ▲경기 안산시단원구을(박순자) ▲경기 군포시갑(김정우) ▲경기 군포시을(이학영) ▲강원 속초시고성군양양군(이양수) ▲전북 익산시갑(이춘석) ▲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이용호) ▲전북 김제시부안군(김종회) ▲전남 여수시갑(이용주) ▲전남 여수시을(주승용) ▲경북 김천시(송언석) ▲경북 영천시청도군(이만희) ▲경북 영양군영덕군봉화군울진군(강석호) 등이다. 다만 단순히 인구하한선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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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