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드라마의 흥행 법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출생의 비밀’이다. 출생의 비밀이 얽히고 설키면서 시청률이 올라가는 것은 <SKY 캐슬>도 예외가 아니다. 전국학력고사 수석까지 차지한 예서 아빠지만 피임을 안 해서 혼외 자녀가 생긴 것을 두고 ‘노콘(No condom) 준상’이라고 놀리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이다.
한국의 피임 실천율이 너무 낮다보니 한류 드라마에 출생의 비밀이 빠지지 않는 것도 납득이 간다.
콘돔?
‘2015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구피임약 복용률은 2%로 20~40% 선인 유럽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연구 조사 방법에 따라 결과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2017년 서울대 보라매병원이 발표한 연구결과에서도 콘돔과 피임약 복용 등 실질적 피임 실천율은 2014년 기준 21.1%로 10년 전 44.3%에 비해 오히려 절반이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충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같은 연구결과에서 20~30대 여성의 월별 성관계 횟수가 감소한 것을 볼 때,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의 영향으로 성관계 횟수가 줄고 이에 따라 피임 방법 또한 퇴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결혼 후 자녀를 갖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므로, 여성의 첫 경험 연령이 빨라지고 초혼 연령은 늦어지면서 평균 10년 이상의 피임이 필요해졌다. 그런데도 콘돔 착용과 피임약 복용을 포함한 피임실천율이 20% 선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여성 건강과 아동 복지가 위협받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 경구피임약 복용률 2%
유럽 10분의 1도 되지 않아
잘못 알려진 피임방법으로는 자연주기법과 질외사정법이 있는데 피임성공률이 낮아서 피임방법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운영 중인 ‘와이즈우먼의 피임생리이야기’ 사이트에 따르면 자연주기법의 피임성공률은 75%, 질외사정은 피임방법으로 볼 수 없어 아예 소개하고 있지 않고, 콘돔 착용은 85% 이상의 피임성공률로 나와 있다.
마이보라, 머시론처럼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경구피임약은 정해진 용법대로 복용할 경우 99%의 피임성공률로 보다 확실한 피임 방법이며 피임약 복용을 멈추면 몇 달 내로 가임력이 회복된다.
이 회장은 “저출산 극복이 국가적인 문제가 되면서 피임에 대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만혼이 대세가 된 현실을 감안해 피임을 계획임신의 출발점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관계 횟수가 줄고
피임 방법 또한 퇴보”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공임신중절을 할 경우 후유증으로 인한 난임 발생 가능성도 커져 나중에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수만큼의 건강한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008년부터 와이즈우먼의 피임생리이야기와 네이버 지식인 상담 등을 통해 피임방법에 대해 전문의가 10년간 무료 상담을 지속해왔으며, 산부인과전문의들이 ‘중고등학교를 찾아가는 성교육’ 등의 피임교육 캠페인도 벌여오고 있다.
오는 12일 세화여자고등학교 1, 2학년 800명을 대상으로 조병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전 총무이사 원장이 성교육 강사로 재능기부를 하며, 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의 성교육 재능기부를 희망하는 학교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교육 선착순 접수).
약?
이 회장은 “상대방과 나의 몸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건강한 성(性) 인식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피임방법을 10대 때부터 제대로 배울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해야 하며,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성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피임실천율 제고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