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질의응답 시간에 있었던 한 기자의 발언에 대해 찬사와 비난이 엇갈리고 있는데, 그 내용을 먼저 인용해본다.
“신년사에서 성장을 지속시키겠다, 개천서 용 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여론이 냉랭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현실경제는 얼어붙어 있다. 국민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하다. 대통령이 계속해서 이와 관련해서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데도 현 정책에 대해 기조를 바꾸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다.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 내용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왜 필요한지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그에 대해 오늘 신년사를 통해 30분 내내 말씀드렸고 필요한 보완들을 얼마든지 해야 하겠지만, 정책기조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이미 충분히 드렸기 때문에 새로운 답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찍이 집권당 대변인실 운영부장을 경험했던 필자로서는 격세지감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서 실시된 파격적인 자유토론에 대해서다. 과거에는 대통령의 정책 발표 후 실시되었던 토론은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사전에 질문자와 질문 내용을 조정해 권력에 비위를 맞추도록 진행됐다.
아울러 지난 박근혜정권 시절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서 정견 발표 후 자유토론을 실시하지 않은 일에 대해 속사정 모르는 사람들이 비난의 시선을 보낼 때 필자는 오히려 그 방식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각설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자. 모두와 중간 발언은 현재 시중 여론을 전달한 내용으로 하자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 발언, 즉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는 워딩이다.
동 발언을 접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3월에 가졌던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 도중 한 검사가 노 전 대통령이 부정 청탁과 관련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추궁하자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죠?”라고 반응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왜 그런 생각이 났을까. 기자가 행한 마지막 발언의 이면 때문이었다.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그 발언이 그저 예의에 조금 벗어났다 생각하겠지만, 한 방송사의 기자로서는 차마 언급하지 말아야 할 내용이다.
이전투구가 난무하는 정치권서도 언급을 자제하는 상투적 발언으로 돌려 이야기하면 ‘도대체 그 무식함을 그리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혹은 ‘무식한 게 고집만 세다’는 말이다. 속된 표현으로 ‘아무짝에도 쓸모없으니 그만 두라!’는 최후통첩식 발언이다.
정치권에 연계돼있는 사람이라면 그 의미에 대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정황을 잘 알고 있는 기자는 무슨 의도로 그런 식으로 발언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혹시 문재인정권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강도 높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