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합집산’ 한국당 친황 세력 대해부

김? 홍? 황? ‘줄을 서시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또 다른 계파의 탄생일까.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한국당 입당으로 이른바 ‘친황(친 황교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친박(친 박근혜)과 비박(비 박근혜)을 넘어선 계파의 등장은 한국당 내 황 전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대변한다. 당 지도부와 황 전 총리는 친황의 존재를 부정하지만, 지천타천으로 친황계가 누구인지를 두고 말들이 많다.
 

▲ 악수 나누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 입당했다. 이날 황 전 총리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입당원서를 공식 제출했다. 황 전 총리는 입당식 모두발언서 “나라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누구 하나 살 만하다고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 평화가 왔다는데 오히려 안보를 걱정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황교안 입당
통합 강조

황 전 총리는 “지금 대한민국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당이 국민들에게 시원한 답을 드려야 한다”며 “그것은 통합”이라고 밝혔다.

4개 원내 정당은 한 목소리로 그의 입당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황 전 총리는 박근혜정부의 법무장관, 박근혜정부의 총리다. 반성과 사죄가 먼저”라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황 전 총리는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가 혼란을 불러온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일갈했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권한대행이라는 대기 순번표를 들고 호시탐탐 썩은 권력의 주변을 배회하던 좀비”라며 수위를 높였고,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쓸 만한 재원이 없어 ‘정치인 아나바다 운동’을 하는 것은 이해가지만 재활용도 한계가 있다”며 날을 세웠다. 

황 전 총리의 정계진출에 대한 여론조사서도 반대 응답이 더 많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 15일 조사해 이튿날 발표한 여론조사 ‘황 전 총리의 정계진출에 대한 국민여론’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50.0%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지지 응답은 37.7%에 그쳤다. 보수 야권에선 80.3%가 지지했고, 16.4%가 반대했다. 반면 범진보 여권에선 반대가 74.7%, 지지는 13.6%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황, 한국당에 둥지…대권 도전 공식화
보수진영 대권주자, 당권 경쟁도 후끈

한국당 내에서도 황 전 총리의 입당을 두고 반응이 엇갈렸다. 친박계 정우택 의원은 “황 전 총리가 당대표가 되면 민주당이 ‘도로 박근혜당’ 프레임을 씌울 것”이라고 경계했다. 반면 비박계 김무성 의원은 “황 전 총리의 한국당 입당은 아주 잘된 결정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의원은 “전당대회에 차기 대선 주자들이 나설 경우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이 되며 그 결과는 분열의 씨앗을 잉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 전 총리의 등장은 다음 달 개최될 한국당 전당대회와 맞닿아 있다. 비박계에선 황 전 총리의 전대 출마가 새로운 계파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한다.
 

▲ 민경욱·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황 전 총리는 박근혜정부 시절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했다. 황 전 총리를 두고 친박계란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태극기 부대의 최대 주주인 점도 그 색채를 더욱 진하게 한다.

친박계는 지난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당시 막강한 세를 과시했다. 당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대의 경우 영향력은 노골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전대 과정서 비박(비 박근혜)계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란 해석이다. 비박계서 황 전 총리의 전대 출마에 제동을 거는 까닭이다.


그러나 황 전 총리를 완전한 ‘정통 친박’이라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황 전 총리는 탄핵정국 당시 특별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황 전 총리는 한국당에 이렇다 할 기여를 한 적도 없다.

전대 과정서
갈등 불가피

전대 출마를 준비했던 친박계 중진 의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을 중심으로 황 전 총리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입당했다는 말이 오갔다. 황 전 총리는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서 보수진영 후보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전대 출마를 준비했던 친박계 중진 의원들에게 황 전 총리는 강력한 경쟁자로 통한다.

황 전 총리는 지난 15일 입당 기자회견서 “이미 당에도 계파 얘기가 거의 없어졌고, 저도 누가 친박이고 누가 비박인지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구시대 정치”라고 강조했다.

황 전 총리의 전대 출마 여부에 비박계와 친박계 중진 의원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한쪽에선 그의 등판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행보는 친박과 비박이 아닌 ‘친황’이란 새로운 계파의 등장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지난 16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황 전 총리의 입당식이 있던 날 오전에 한국당 의원 일부가 모임을 가졌다. 모임은 황 전 총리의 당 내 연착륙과 세 확산을 위한 자리로 전해졌다.

친박·비박 이어 ‘친황’
“다시 모여” 세 결집 분주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은 김기선·민경욱·박대출·박완수·엄용수·추경호 의원 등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민경욱·추경호 의원이다. 두 의원 모두 박근혜정부 시절 황 전 총리와 함께 일했다. 민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을, 추 의원은 황 전 총리 재직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민 의원과 추 의원은 황 전 총리의 입당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완수 의원도 조명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이 창원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황 전 총리는 창원지검장으로 근무했다. 추 의원과 함께 박 의원은 황 전 총리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민 의원과 박 의원 그리고 추 의원은 원외 인사이자 당내 기반이 없는 황 전 총리를 지원할 공산이 크다.
 

▲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

모임을 가졌던 의원들은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통합과 전진’ 멤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통합과 전진에는 이들을 포함해 재선의 김도읍·박맹우·윤영석·이완영·정용기·홍철호 의원과 초선의 강석진·김정재·송희경·엄용수·이은권 의원 등이 있다. 그 연유로 통합과 전진 멤버가 황 전 총리와 연결고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근혜정부
근무로 인연

통합과 전진은 이를 의식한 듯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 17일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통합과 전진 17차 모임서 “계파 갈등의 구도에 매몰돼선 안 된다”며 “의원들이 먼저 줄 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안 된다”고 당부했다. 황 전 총리와 가까운 민 의원과 박 의원 역시 모임에 계파적 성격이 부여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윤상직·정종섭·유민봉 의원들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모두 박근혜정부서 함께 일했다. 윤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정 의원은 행정자치부장관으로, 그리고 유 의원은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으로 근무했다. 

황 전 총리가 정치 행보를 예고했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의원들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9월 저서 <황교안의 답-황교안 청년을 만나다>를 통해 정계 진출을 시사했다.

당시 10여명의 한국당 의원들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강효상·김정훈·김진태·송언석·원유철·유기준·윤상직·이채익·정종섭·추경호 의원 등이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축기를,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은 화환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황 전 총리는 “정치인들을 초대하지 않았다”며 “저와 내각에 있던 분들은 퇴임 이후에도 서로 같이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의원들도 대개 저와 같이 근무했던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 입당 기자회견 갖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현역 국회의원 외에도 박근혜정부 내각에 있던 이들도 참석했다. 정홍원 전 총리와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홍용표 전 통일부장관, 안양호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자리를 지켰다.

한국당 지도부는 또 다른 계파의 등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체제인 한국당은 그간 ‘계파 청산’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친박계와 비박계의 대결 구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친황이라는 또 다른 계파의 등장은 한국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계파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며 당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나 원내대표는 황 전 총리가 입당한 다음 날 “오늘 아침 친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하더라. 친박·친이를 넘어섰더니 이제 친황을 들고 나온다”며 “새 계파가 아니라 의원님들 각자 존중되는 전당대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튿날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친황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며 “새로 정치를 시작하시는 분 주위서 현역 의원 몇 분들이 모여 좋은 충고를 해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계파 맞아”
“계파 아냐”

황 전 총리는 친황 논란에 대해 “나는 친한”이라고 언급했다. 황 전 총리는 친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한국당과 친하고 싶다”며 “지금은 그런 거 따질 때도 아니고, 따져서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준표가 보는 ‘친황’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황 전 총리와 관련된 글을 게재했다. 홍 전 대표는 “황교안 ‘레밍 신드롬’으로 모처럼 한국당이 활기를 되찾아 반갑다”며 “도로 친박당, 도로 탄핵당, 도로 병역비리당이 되지 않도록 한국당 관계자들과 당원들이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좌파 폭주를 막을 수 있는 한국당이 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레밍 신드롬은 우두머리나 자신이 속한 무리를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집단적 편승효과를 일컫는다. 나그네쥐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레밍은 개체 수가 늘면 다른 땅을 찾아 이동하는데, 우두머리만 보고 직선으로 이동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우두머리가 호수나 바다로 뛰어들면 뒤따르던 이들 역시 떨어져 집단으로 죽기도 한다. 

홍 전 대표는 친황계 형성이 불거지는 상황을 레밍 신드롬에 빗대 이같이 비판했으나 글을 올린 지 한 시간여 만에 레밍 신드롬을 ‘입당’으로 수정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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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