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말 3초’ 한국당발 정계개편 시나리오

꼬리에 꼬리, 그 나물에 그 밥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기해년을 맞아 정치권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정계개편’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선거제 개혁 여부에 따라 정계개편을 관통할 전망이다. 야권 외에도 자유한국당 역시 순위에 들어서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차여차 치열한 정치셈법이 난무하는 형국이다.
 

▲ 유승민·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있다.’‘ 새판을 짜겠다’는 야당의 신년사는 결연했다. 정계개편을 목전에 둔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이구동성으로 ‘생존’을 강조했다. 양당은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앞에서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단초를 제공한 건 지난 6·13지방선거였다. 바미당과 평화당으로선 국민에게 받는 첫 번째 평가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6월 지선 이후 정치권 안팎에선 양당의 존립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양당 존립
회의적 시각

지난해 6월 지선 이후 바미당과 평화당은 전당대회를 실시, 재정비에 나섰다. 전대 결과에 따라 양당은 각각 손학규·정동영 체제로 들어섰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정의당과 연대해 ‘선거제 개혁 연대’를 구축했다. 이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에 당력을 총동원했다. 선거제 개혁을 위해 손 대표는 단식에 돌입했고, 정 대표는 천막농성으로 힘을 보탰다. 

새로운 선거제도는 지지율만큼 의석수를 가져가기 때문에 원내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소수정당의 의석수 확보에 유리한 제도다. 정당의 생존이 의석수와 직결되는 만큼 선거제 개혁은 이들의 생존과 맥을 같이한다. 야3당은 진통 끝에 여야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서 바미당 이학재 의원의 탈당은 결정적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달 18일 바미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이후 바미당의 ‘지방선거 영입 1호’였던 신용한 전 바미당 충북도지사 후보와 ‘우수인재 영입 1호’ 박종진 전 바미당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 전·현직 지역위원장 등이 연이어 탈당을 선언했다.  


무소속 의원들의 민주당 입당 선언도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달 28일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은 민주당 입당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의원과 손 의원은 평화당의 전신인 국민의당 출신이다. 평화당은 두 의원의 입당을 위해 공을 들였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평화당은 “유권자의 뜻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의 탈당과 복당, 그리고 입당은 바미당과 평화당이 추구하던 선거제 개편의 동력을 상실케 했고, 반대로 정계개편에 힘을 실어줬다.

신년부터 정계개편의 당사자로 지목받은 바미당과 평화당은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바미당 손 대표는 지난 1일 단배식서 “정치개혁에 앞장서겠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양당제를 타파하고, 민심 그대로의 민주주의로 정치의 새 판을 짜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선거제 지지부진…정계개편 성큼성큼
 복잡해진 셈법, 주판 두들기는 야권 

평화당 민영삼 최고위원은 같은 날 단배식을 통해 “2019년은 우리 평화당이 죽느냐, 사느냐, 존립하느냐, 확대 발전하느냐 하는 기로의 해라고 생각한다”며 “똘똘 뭉쳐서 이 난국을 헤쳐나가고 힘을 합치자”고 당부했다.

정치권에선 바미당과 평화당의 존립을 두고 부정적인 시각이 만연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제 개편은 기대를 걸기 어렵다”며 “결국 두 정당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에도 남아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계개편의 시동은 2월 말과 3월 초 사이인 ‘2말 3초’에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말 3초는 한국당의 전대 일정서 비롯됐다. 한국당은 다음달 27일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한국당의 전대와 정계개편이 연동되는 까닭은 한국당의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될지에 따라 정계개편의 향배가 잠정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당 차기 당 대표는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의 경쟁 구도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현재 한국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체제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한국당에 잔존 중인 계파 청산을 외쳤다. 비대위 산하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다만 그 칼날은 무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친박계는 지난달 11일에 실시된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과정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켰다. 친박계는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표를 몰아주며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나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김 비대위원장의 인적쇄신에 대해 “의원 임기가 남아 있는 상황서 우리 당의 대여투쟁력이 많이 약화될까 걱정”이라며 비대위 체제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친박이냐
비박이냐

친박계의 존재감이 과시된 셈이다. 한국당 전대서도 친박계의 입김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당 전대서 친박계가 당권을 잡을 경우 바미당 의원들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보수개혁을 외치며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을 탈당해 바른정당(바미당의 전신)을 창당한 의원들을 곱게 보지 않는다. 친박계는 이들을 향해 ‘당에 침 뱉고 나갔던 사람’이라며 공공연하게 비판했다. 

현재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은 오신환·유의동·유승민·이혜훈·정병국·정운천·지상욱·하태경 의원으로 모두 8명이다. 친박계의 한국당 당권 확보는 이들의 운신에 제한을 걸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바미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한 이학재 의원은 친박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

반대로 비박계가 당권을 꿰찰 경우 이들 8인의 움직임은 다소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다만 보수개혁을 외친 유 전 대표가 ‘정치적 명분’ 없이 단순히 한국당 복당을 선택하긴 어렵다. 한편 바미당은 바른정당 출신 이혜훈 의원을 국회 정보위원장으로 내정해 임명 절차를 밟게 했다. 이를 두고 정계개편 이후 거취에 빗장을 걸기 위한 손 대표의 포석이란 분석이 나왔다.

친박계에선 신당 창당이 주목을 받고 있다. 친박계는 차기 당권에 실패할 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언급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달 6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재 신당의 실체가 있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든지 당 안으로 끌어들여서 하나가 돼야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한국당 나 원내대표가 당선된 이튿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선 “나 원내대표 당선을 계기로 탈당의 원인이 제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친박의 탈당은 없을 것”이라며 말을 바꾸기도 했다. 

평화당의 움직임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한국당행이 가시화된다면 평화당은 ‘어게인 국민의당’을 바라볼 수 있다. 당시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반대했던 국민의당 의원들은 대열서 이탈, 평화당을 창당했다.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탈당으로 평화당과 바미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연대에 힘이 실린다는 해석이다.

바른정당
국민의당


변수는 바미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다. 어게인 국민의당이 제기되는 까닭은 안 전 대표가 현재 정치권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평화당 창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에 반대한 결과다. 평화당 입장서 안 전 대표는 ‘당을 깬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지선 당시 서울시장 선거서 패배한 뒤 바미당 선거 참패를 책임지면서 당 공동대표직서 물러났다.

안 전 대표가 물러난 상황은 평화당과 바미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에겐 정계개편의 적기로 여겨진다. 반대로 안 전 대표의 복귀는 새로운 장면을 연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다른 변수는 평화당 내 의원들의 탈당이다. 평화당 김경진·이용주 의원은 탈당 여부를 내비춰 한 차례 논란을 야기했다. 당시 이 의원은 ‘선거제 개편 여부와 양당 체제로의 회귀가 정계개편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김 의원도 이에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의 탈당이 이뤄진다면 정치적 성향상 민주당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입당 활로는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이 어느 정도 열어뒀다.
 

▲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결국 한국당 비박계의 당권 장악이 바미당 내 바른정당 의원들의 행보에 영향을 끼칠 것이고, 나아가 바미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평화당 의원들 간 교집합 형성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란 해석이다. 친박계의 신당 창당도 관전 포인트다. 반대로 친박계가 당권을 잡을 경우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거취 반경이 줄어드는 만큼 어게인 국민의당의 실현은 다소 어려울 전망이다.

정계개편은 한국당 전대 이후인 2말 3초 외에도 4월에 또 한 번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오는 4월3일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2일을 기준으로 이미 2곳이 확정됐다.


전대 언제쯤?…틈 노리는 바미·평화 
‘2+α’ 4월 재보선 민심 현주소 촉각

선거 지역은 향후 7곳 정도 더 추가될 수 있다. 선거 지역의 추가로 4·3 재보선은 ‘미니 총선’으로 격상될 공산이 크다. 4·3재보선은 2020년 4월15일에 치러지는 총선을 약 1년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로 민심의 향방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확정된 두 지역은 경남 창원시 성산구와 경남 통영·고성이다. 창원시 성산구는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지난해 7월 고 노 전 의원의 작고로 성산구는 일찌감치 재보선 지역구로 확정됐다. 통영·고성은 한국당 이군현 의원의 지역구였다. 이 의원은 대법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 의원은 보좌진 급여를 빼돌려 직원 급여와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4월 재보선에 추가될 기로에 있는 지역구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경북 칠곡·고령·성주, 경기 용인시갑, 경북 경산, 인천 미추홀갑, 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등이다. 순서대로 한국당 엄용수·이완영·이우현·최경환·홍일표·황영철 의원의 지역구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의 전남 순천도 포함된다. 이들은 모두 1심 등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의 엄 의원은 지난해 11월, 1심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경북 칠곡·고령·성주의 이 의원은 지난해 5월, 1심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 추징금 854만원을 선고받았다. 경기 용인시갑의 이 의원도 지난해 7월 뇌물 혐의 등으로 1심서 징역 7년, 벌금 1억6000만원, 추징금 6억8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북 경산의 최 의원은 지난해 6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1심서 징역 5년, 벌금 1억5000만원,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인천 미추홀갑의 홍 의원은 지난해 8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1심서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19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의 황 의원은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00만원, 추징금 2억8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순천의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1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4·3재보선
민심 풍향계

4월 재보선 결과에 각 정당은 촉각을 곤두세울 공산이 크다. 지난해 6월 지선과 함께 치러진 재보선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매듭지어졌다. 당시 민주당의 지지율은 여타 정당들에 비해 압도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 역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른 바 있다. 선거 결과가 6월과 같을 것이라 예단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결과에 따라 각 당의 입지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4·3재보선은 정계개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