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당 5색’ 기해년 현안

‘산 넘어 산’ 올해도 싸우다 끝낼 거요?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새해를 바라보는 5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각 정당이 처한 난국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처리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5당 각각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더 나은 한 해를 기대하고 있다. 기해년을 맞아 이들이 풀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이 있을까.
 

 

20대 국회의 2018년은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였다. 올 한 해 국회는 꽤나 시끄러웠다. 원내 5당을 둘러싼 정치적 사건·사고들이 한몫했다. 해당 사안들은 앞으로도 각 정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5당 각각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는 까닭이다.

집안 단속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2019년은 ‘집안 단속’으로 시작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지난 6·13지방선거서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서 대구와 경북 그리고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 깃발을 꽂았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서도 크게 승리했다. 민주당은 기초단체 226곳 가운데 151곳서 당선인을 배출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중간평가는 후한 점수를 받았다. 당시 민주당의 지지율은 50%를 훌쩍 넘겼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집권 20년론’은 당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그 기세는 최근 들어 한풀 꺾였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어느덧 40% 아래로 추락했다. 집권 여당인 까닭에 문재인 대통령을 둘러싼 악재가 작용한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당내 인사들의 파문은 결정적이었다.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범계·김정호 의원 등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를 관통하면서 여론의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이 지사를 향한 의혹은 오는 1월 말에 열리는 ‘친형 강제입원 혐의’와 관련된 재판으로 수렴하는 모양새다. 배우 김부선과의 스캔들은 고소 취하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이 지사는 이 과정서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를 언급해 논란을 야기했다. 민주당 내부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당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론도 ‘진흙탕 싸움’을 지적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당은 김소연 대전 시의원의 폭로로 야당과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의 전략공천으로 김 의원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해 시의원에 당선됐다. 김 의원은 당선 이후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박 의원 측근들의 불법 정치자금 요구 정황을 폭로했고 박 의원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은 박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죄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지만 검찰은 지난 12일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오히려 민주당은 김 의원을 닷새 뒤 제명 처리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사건과 관련된 전문학 전 대전시의원을 ‘혐의 없음’으로 처리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이 전 전 의원에 대한 구속 수사 결정을 내리자 그를 제명했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는 물론 정치권서도 모순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 소속 정치인 잇단 논란에 촉각
한국, 계파·복당·태극기 등 과제 산적

최근 발생한 ‘공항 갑질’ 논란의 주인공도 민주당 소속의 김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공항 내 신분확인 절차 과정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거짓 해명 논란에 이어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갑질은 내가 당했다”며 당시 근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을 보였던 그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소속 정치인들의 연이은 논란은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공교롭게도 논란의 주인공들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당선된 인사들이다. 공항 갑질 논란의 당사자인 김 의원은 지난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당선됐다.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국면을 타개하고, 후반기 국정 동력을 좌우하는 총선 결과를 위해 본격적인 집안 단속에 나설 공산이 크다.


지지율 제고를 위한 당 차원의 대책도 강구될 전망이다. 최근 민주당은 경제악화로 등 돌린 민심을 다시 붙잡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은 현장 목소리를 중심으로 민생 경제 정책을 세우고자 ‘청책투어’에 나섰다. 민심 이반이 확장되는 것에 경각심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은 핵심 지지층을 다잡는 데에도 힘쓸 예정이다. 특히 민주당은 노동계와의 갈등을 풀기 위해 적극적인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은 탄력근로제 등으로 노동계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홍영표 원내대표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민주당과 노동계의 갈등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민주당 박주민·이수진 최고위원과 을지로위원회 박홍근 위원장은 굴뚝 위에서 농성을 벌인 민주노총 소속 파인텍 노동자들을 만났다.

갈등 봉합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최대 과제는 ‘계파 갈등 봉합’으로 꼽힌다. 한국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체제로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있다. 한국당은 최근 현역 의원 21명을 ‘물갈이’하면서 1차 인적쇄신을 마무리했다. 인적쇄신에 대한 평가가 난무하는 상황서 시선은 자연스레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다.

차기 총선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당 대표가 누가 되는지에 따라 한국당의 해묵은 계파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은 계파주의를 ‘한국당의 병’이라 지적했지만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의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국당 전대는 곧 계파 갈등 해소와 심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해석이다.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친박계 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 26일 비대위·중진연석회의서 “얼마 전 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모 잡지와의 인터뷰서 친박당을 없애버릴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며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것이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김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하였다’ ‘신하 대접을 받았다’는 김 의원이 대통령을 ‘가시나’라고 불렀으면서 대통령 대접을 했느냐”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말하라면 수많은 사건을 말할 수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올해가 지난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대가 다가올수록 당내 영향력 확보를 위해 두 계파의 갈등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차기 당 대표의 선출에 따라 계파 갈등은 ‘교통정리’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이탈자들의 복당 역시 지나치기 어렵다. 한국당 전대 전후를 기점으로 추가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한국당 내 친박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때 ‘당을 버렸던 사람들’이란 이유에서다. 이들의 복귀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태극기 부대의 수용 여부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당 내에선 태극기 부대를 두고 이견이 맞서고 있다. 한국당 오세훈 국가미래비전 특별위원장은 복당 기자회견서 “태극기 부대의 충정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박계 인사인 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극단적 주장은 배척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물론 태극기 부대서도 한국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일각에선 김무성·정진석·권성동·김성태 의원과 바미당 유승민·이혜훈·하태경 의원을 ‘탄핵 7적’이라 칭하는 등 노골적으로 비박계에 대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시위 과정서 해당 의원들의 사진에 낙서를 하며 처단식을 거행하고, 문자폭탄을 보내는 등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탈 저지
바른미래당

바미당은 한국당 이학재 의원(전 바미당 의원)의 탈당 이후 소속 의원들의 이탈을 막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의원을 비롯해 신용한 전 바미당 충북지사 후보와 전·현직 국회의원과 기초의원 등이 짐을 쌌다. 이 의원의 탈당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지느냐에 따라 바미당의 향배가 좌우될 전망이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26일 “바미당을 창당한 그 뜻을 우리 당원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주기를 바란다”며 호소했다. 이외에도 바미당은 고질적인 ‘당내 화학적 결합’ 문제를 봉합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바미당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도 공식화됐다. 바미당은 손 대표 체제 이후에도 지지율에 변화가 없다. 이를 두고 일찌감치 바미당 내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바미, 이탈자 막고 평화·외연 넓히고
정의, ‘포스트 노회찬’ 발굴로 도약?

바미당 권오을 경북도당 위원장은 지난 11월25일, 서울 여의도 모처서 열린 전·현직 지역위원장 모임에 참석해 “내년 3월까지 당 지지율이 15%를 넘지 못하면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자리엔 손 대표와 오신환 사무총장, 권은희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전·현직 지역위원장 150여명이 참석했다. 바미당의 지지율은 한 차례를 제외하고 10%를 넘은 적이 없다.

손 대표의 단식 이후에도 선거제 개편이 불투명한 점 역시 당 지도부의 리더십을 흔들고 있다. 바미당은 선거제 개혁에 사활을 걸었지만 연일 험로를 걷고 있다.

일각에선 흔들리는 당을 바로잡기 위한 처방으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복귀를 기대한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여러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서 당내 구심점이 될 만한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재 잡기
민주평화당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호남 정당서 외연을 확장해 저조한 지지율을 타개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미미한 성과를 보였다. 평화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서 한 곳도 차지하지 못했고, 기초단체장 5석을 얻는 데 그쳤다. 5석도 모두 호남지역이었다. 평화당은 선거 과정서 ‘인재난’을 겪기도 했다. 평화당은 선거 결과에 대해 창당 이후 4개월 만의 지방선거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의 존재감은 최근까지도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평화당 지지율은 5개 정당 중 가장 낮다. 1%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던 평화당은 최근까지 5% 내외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평화당 관계자는 “총선 이후 당이 어떻게 될지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정동영(민주평화당, 사진 왼쪽)·이정미(정의당) 대표

평화당은 창당 이후 이렇다 할 국정 이슈를 주도하지 못했다. 다만 정동영 대표가 취임 이후 선거제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평화당은 당력을 총 집중할 전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행 선거제도에 비해 소수 정당에 유리할 뿐 아니라 평화당의 존재감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선거제 개혁이 이뤄진다면 평화당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혁은 야3당의 공조 아래 진행되고 있지만 평화당은 가장 적극적으로 선거제 개혁을 주창한 정당으로 꼽힌다. 평화당은 정 대표 취임 이후 선거제도 공동개혁 상황실 설치에 앞장서는 등 선거제 개편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수혈 급한
정의당

정의당은 총선 전까지 진보 진영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피를 수혈하기 위해 애쓸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올해 고 노회찬 전 의원을 떠나보냈다. 고 노 전 의원의 작고로 정의당은 큰 슬픔에 휘청거리는 듯했지만 오히려 똘똘 뭉치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정의당은 한때 창당 이후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최근까지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의당은 바미당, 평화당과 함께 선거제 개혁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공식 논의 기구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심상정 의원이라는 점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소다. 이정미 대표는 단식 이후 일궈낸 여야 합의를 어떻게든 지켜낼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혁의 골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며 민주당 역시 같은 맥락이다. 최근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민주당의 향후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정의당은 다가오는 총선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고삐를 당길 전망이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에 이어 지지율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차기 총선서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정의당은 간판 정치인이었던 고 노 전 의원을 떠나보냈지만 이른바 ‘포스트 노회찬’을 발굴하기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고 노 전 의원의 별세 이후 설립된 ‘노회찬 재단’을 정치학교 형태로 설립, 진보정치 후계자를 양성할 예정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5당 지지율은?

최근 5당의 지지율은 민주당, 한국당, 정의당, 그리고 바미당과 평화당 순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4일과 26일 이틀간 조사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36.3%로 1위를 기록했지만 전주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한국당은 전주 대비 0.2%포인트 오른 25.6%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정의당 8.6%, 바미당 8.2%, 평화당 2.3% 순이었다.

정의당과 바미당은 각각 전주 대비 0.5%포인트, 2.6%포인트 상승했으며 평화당은 전주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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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